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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1. 29] [요구서한] 제33차 국방부앞 평화군축 집회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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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길 국방부 장관께 드리는 서한
- 용산 미군기지 이전 전면 재협상·KMH개발사업 전면 재검토·군납비리 철저 규명 촉구! -




조영길 국방부 장관 귀하

탈냉전과 민족화해 시대를 맞아 남북 대결적이고 외세 의존적인 낡은 국방정책에서 과감히 벗어나 우리 국민과 민족의 자주적 염원이 담긴 미래지향적이고 민족화해적인 국가안보전략과 국방정책을 새로이 정립하는가 못하는가는 앞으로 우리 나라의 운명을 좌우하는 문제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막바지에 다다른 용산 미군기지 이전 협상과 새해 초에 사업단을 발족시킨 다목적헬기(KMH) 도입 사업, 갈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군납비리에 대한 귀하의 태도야말로 우리의 국방정책이 새로운 시대의 지향과 요구에 맞게 미래지향적이고 자주적이며 민족화해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느냐 그렇지 않으면 과거퇴행적으로 가는가 하는 시금석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한반도 평화와 그에 필요불가결한 자주적인 한미관계 수립을 위해 앞장서 온 저희 평통사는 새해를 맞아 귀하께 다음과 같이 우리 입장을 전달합니다. 

조영길 장관님!

먼저 우리는 우리 국민에게 엄청난 고통과 희생을 강요하는 현 용산 미군기지 협상을 중단하고, 그 대신 이전비용 부담 및 대체부지 제공 불가, 주한미군 감축과 단계적 철수가 전제되는 기존 미군기지로의 축소 통폐합 방식으로 용산미군기지가 이전되도록 미국과 재협상할 것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한미양국은 1월 중순에 열린 6차 '미래 한미동맹 정책구상' 회의에서 한미연합사와 유엔사를 포함한 용산 미군기지를 2007년까지 평택으로 이전하되 이전비용 전액을 한국이 부담하고 평택에 320만평의 대체부지를 제공하기로 합의하였습니다. 
지금 정부는 이전비용 90%의 현물 지급, 이전비용 집행의 통제 등을 내세워 이번 협상에서 우리 요구를 상당히 관철한 것처럼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대체부지 구입비, 건물 신축비는 물론 이사비용까지 그것도 미국 기준에 따라 지급하고, 게다가 이전비용 집행내역에 대한 우리 정부의 확인 및 한국물품 우선 구입마저 보장받지 못한 이번 협상 결과에 대해 우리 국민은 전혀 납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86%의 국민이 기지 이전비용 전액 한국 부담을 반대한다는 여론조사는 우리 국민이 이번 합의를 얼마나 굴욕적으로 바라보는가를 잘 나태내 줍니다. 
320만 평의 대체 부지 제공도 이미 수십 년 동안 457만 평이나 되는 땅을 빼앗기고 살아왔던 평택 주민들에게 다시금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강요하는 것입니다. 또 2만 5천평의 용산기지에 비군사시설인 드래곤 힐 호텔을 그대로 두고 미군 업무협조단 50명을 잔류시키기로 한 것도 국민들의 전면반환 염원을 무시한 것이자 군사적 공여목적을 상실한 불법적인 기지사용이라는 점에서 불평등한 한미소파마저 위배한 불법입니다. 
더욱이 용산 미군기지 이전이 단기적으로는 대북 선제공격력 배가, 중장기적으로는 주한미군의 동북아지역군으로의 전환과 대중국 포위·압박을 노린 미국의 신군사전략에 따라 이뤄진다는 점에서 이전비용 전액부담과 대규모 대체부지 제공은 굴욕의 극치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 정부가 90년 합의 당시 이전비용 전액을 우리 나라가 부담하기로 했다는 해묵은 '과거사'를 내세워 이전비용 전액 부담을 강변하는 것은 우리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 대미 굴욕성에 대한 국민적 지탄을 모면하려는 한낱 변명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관께서는 2월 중순의 미래한미동맹 정책구상 7차 회의에서 협정에 가서명하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우리 국민의 요구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독선적인 태도의 전형으로서 결코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이에 우리는 굴욕적인 용산 미군기지 이전 협상의 즉각 중단과 재협상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조 장관님!

다음으로 우리는 졸속적인 한국형다목적헬기(KMH)개발사업을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하여 주실 것을 강력히 요청합니다.
2003년 9월 정부가 '군의 노후헬기 대체 및 항공산업 육성을 위해 한국형다목적헬기(Korean Multi-role Helicopter)를 국책사업으로 정하여 국내개발하기로 한데 이어, 국회는 2004년도에 30억원의 연구개발 예산을 배정하였고, 지난 10일에는 'KMH개발사업단'을 발족하면서 「문답으로 알아보는 한국형다목적헬기 개발사업」이라는 홍보책자를 발간하였습니다. 'KMH사업단'은 9월까지 개발계획을 완료하여 정부 승인과 국회 동의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리는, 6·15공동선언에 따라 남북 화해와 통일로 나아가는 시점에 단일 전력증강사업으로는 최대규모의 다목적헬기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에 대하여 근본적인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특히 현재 남한의 헬기 보유 대수는 700여 대로 북한의 200여 대보다 3.5배나 많습니다. 헬기전력에서 이미 북한을 압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엄청난 재원을 들여 새로운 헬기를 개발하는 것은 불필요하고 과도하지 않습니까? 오히려 헬기 수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이 남북 사이의 군사적 신뢰를 구축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기술적 측면에서도 이 사업은 타당성을 결여하고 있습니다. 감사원은 '2002년도 방위력개선사업 감사결과'에서 "다목적헬기(KMH)사업 등 독자 연구개발을 통한 항공무기체계 획득사업이 투명하고 효율적인 추진이 어렵다"고 판정하였고, KDI 보고서도 현 단계 우리 기술 수준을 '개발 수준'이 아니라 '조립 수준'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선진 기술을 가지고 있는 나라들도 용도에 따라 별개로 추진하는 헬기개발을 기술 수준도 일천한 우리가 공격용과 기동용을 '다목적헬기사업'이라는 하나의 사업으로 추진한다는 것은 전혀 설득력이 없습니다. 이는 국방부가 규모면에서 경제성이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서 각각 개발할 수밖에 없는 용도가 다른 두 기종을 무리하게 하나로 묶은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이 밖에도 KMH사업단은 홍보책자에서 개발 및 양산비용과 개발기간, 틈새시장 개척 가능성 등에 대하여 유리한 자료와 근거를 동원하여 장밋빛 환상을 그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우리 기술수준이나 엄혹한 세계 시장 현실에 비추어 볼 때, 매우 주관적이고 비현실적임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을 감안해, 우리는 이 사업이 일방적이고 졸속적으로 추진되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마침 국방부도 헬기의 전력공백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는 만큼, 관련 전문가와 시민단체 등이 참여한 가운데 충분한 시간을 갖고 이 사업을 원점에서부터 전면 재검토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장관님께서는 전문가와 시민단체들에게 충분한 정보와 자료를 제공하고 다양한 토론의 장을 마련해 주실 것을 요청합니다. 이것이 이 사업이 무리하게 추진되어 잘못될 경우에 발생할 엄청난 사회적 비용 낭비를 미리 막는 길이라는 점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장관님!

다음으로 우리는 F-15K 및 공격용 헬기 도입사업 등의 군납비리를 철저히 규명하고 관련자를 엄중 처벌하는데 앞장서 주실 것을 강력히 요구합니다. 
이원형 전 국방부 품질관리소장이 오리콘포 조준경, 공격용 헬기, 전차용 통신케이블 등의 납품 관련 금품 수수 혐의로 구속된 이후, 정호영 씨 등 여러 명의 무기업자, 천용택 전 국회 국방위원장, 김동신 전 국방부장관, 국방연구원과 국방과학연구소 등 국방부 산하 현직 기관장 등이 줄줄이 조사를 받았습니다. 
김대중 정권 내내 획득분야의 실세로서 공격용 헬기와 F-15K를 비롯한 천문학적 액수의 무기도입사업을 주물렀던 이원형 씨 등이 구속되면서 거대한 비리 사슬의 끝자락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국가안보라는 장막 뒤에서 저질러진 끝간데를 알 수 없는 부패의 사슬을 보면서 충격과 분노에 떨고 있습니다. 

국방장관님!

우선 이 엄청난 비리에 대해 귀하께서는 나와는 관계없다는 식의 방관적 자세를 버리고 국민 앞에 공개 사죄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밝혀야 합니다. 
아울러 F-15K나 공격용 헬기 도입 사업 등 빗발치는 국민적 의혹 대상이었던 사업에 대해서도 이번 군납비리 수사를 계기로 그 비리를 명명백백히 밝혀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2001년도 내내 공격용 헬기도입 반대운동을 벌이면서 군 내부에서조차 반대가 심한 이 사업이 왜 이렇게 집요하게 추진되고 있는 지, 그 내막을 알지 못했습니다. 또한 F-15K 도입사업에 대해서도 권노갑, 김홍걸, 김동신 등이 관련된 숱한 로비와 권력형 비리의혹이 제기되었지만 그 진상이 속 시원히 밝혀지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더욱 본질적이고 핵심적인 문제인 F-15K 및 공격용 헬기도입 사업에 대한 비리 규명에 귀하께서 앞장서야 합니다. 
또한 기무사, 헌병단 등 군 비리 감시·견제기구들이 직무유기를 한 것에 대해서도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그와 함께 군납비리 근절을 위한 혁신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을 강력히 요구합니다. 방대한 예산과 인력을 사용하는 군 정보기관과 수사기관이 버티고 있고, 감사원 감사나 국회 국정감사, 국방부 자체 감사 등을 통하여 문제점이 드러나도 그것이 근본적으로 시정되지 않고 관련자들이 오히려 승승장구해 온 것을 보면 군 내부에 만연한 부패구조와 관행은 이미 자체적으로는 치유불가능한 상태에 이르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국방부가 내놓은 전력투자사업 권한의 분산이나 감사관실 원가감사기능 보강 등의 군납비리 근절 대책도 그것이 군 내부의 조치라는 점에서 유명무실한 것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에 우리는 정보공개법과 군사기밀보호법의 획기적 개정, 민간이 군납과정을 감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 군에 대한 특별검사제 도입 등 민간이 군을 감시할 수 있는 장치들을 적극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장관님과 국방부가 이와 같은 일을 위해 발벗고 나설 때, 비로소 땅에 떨어진 군의 도덕성과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2004. 1. 29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상임공동대표 : 문규현, 홍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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