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1. 21] [유용원의 군사세계] 연합사-유엔사 완전이전 배경 협상비화(1)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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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사-유엔사 완전이전 배경 협상비화(1)
예상대로 용산기지가 연합사와 유엔사를 포함해 완전히 옮기는 것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한미 양국은 17일 미 하와이에서 차영구(車榮九) 국방부 정책실장과 리처드 롤리스 미 국방부 부차관보 등 양측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미래 한미동맹 6차 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론을 내렸습니다.
한국측은 지난해말 이후 잔류부지 20만평안을 갖고 여러 루트로 미측을 설득하려 했으나 결국 실패했습니다. 20만평은 미측이 28만평을 요구함에 따라 당초 17만평에서 3만평을 늘린 타협안입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이후 용산기지 이전은 잔류면적 차원을 넘어서 있었습니다. 미측이 무조건 내려가겠다는 입장이었기 때문입니다. 미측의 완강한 입장 중심에는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이 서 있습니다.
국방부는 외형상 미측을 붙잡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달초엔 사실상 마지막 방법으로 우리 군의 좌장인 김종환 합참의장이 직접 나섰습니다. 김종환 합참의장은 리언 러포트 주한미군사령관에게 정성스럽게 만든 용산기지 이전 관련 조감도를 전달했다고 합니다.
연합사·유엔사 잔류부지로 20만평을 제공할 수 있다며 전문 측량기사를 동원해 정밀 측량을 한 뒤 공들여 정밀하게 만든 것이었습니다. 누가봐도 한국측이 성의를 다하고 있다는 느낌을 줄 수 있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러포트 사령관 등 주한미군 수뇌부도 연합사 등의 잔류를 희망하는 한국측의 ‘성의’를 느낀 듯 “고맙다”를 연발했다고 합니다.
주한미군측이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자 한때 미측이 완전이전 입장을 바꿔 잔류하는 쪽으로 결정할 것이라는 희망
적인 관측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이 희망은 며칠 못가 깨졌습니다.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이 조영길(曺永吉) 국방장관에게 연합사·유엔사 완전이전 방침을 재확인하고 이전협상 지연에 따른 불만을 표출하는 서한을 보내왔기 때문입니다. 미측을 붙잡기엔 이미 미측의 마음이 떠나버린 뒤였습니다.
럼즈펠드 장관은 지난해 11월17일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에 참석, 헬기로 용산기지 상공을 시찰한 뒤 용산기지 완전이전 방침을 굳혔다고 합니다. 럼즈펠드 장관은 용산기지가 서울 한복판에 위치한 사실을 직접 확인하고는 “뉴욕 센트럴파크 공원에 외국군대가 주둔한다면 미국민이 수용하겠느냐”며 한국민의 반미감정을 감안, 잔류면적과 관계 없이 반드시 옮기도록 주한미군 관계자들에게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 뒤 미국측은 한국측의 잔류면적 확대안에 대해 “°무조건 내려가겠다”는 입장을 거듭 표명했습니다. 여기엔 한국내의 반미감정에 따른 감정적인 대응성격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미측이 당초 한미 합의를 바꿔 완전이전 방침을 통보한 것은 11월 초입니다. 원래 90년 용산기지 이전 합의 당시엔 연합사와 유엔사를 포함해 완전히 이전키로 돼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이전협상을 하면서 북핵 문제가 불거졌고 한국내 일각에서 안보 불안감이 제기되자 지난해 7월 연합사와 유엔사, 병력 6000여명을 잔류키로 합의했던 것입니다. 그뒤 잔류면적을 놓고 미측의 28만평안과 한국측의 17만평안이 맞서 진통을 겪자 미측이 완전이전 카드를 꺼내든 것입니다.
이때 우리 정부내에선 미측이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엄포용으로 이 카드를 꺼냈다는 일부 분석과 함께 이번 기회에 아예 완전이전 카드를 받자는 주장이 강력히 제기됐습니다. 주로 대미 자주성을 강조해온 청와대 일각 및 NSC쪽이었습니다. 국방부와 외교부, 총리실에선 신중한 입장이 많았으나, 신중론자들도 용산기지 이전 취지와 국민정서를 감안할 때 28만평 수용은 무리라는 견해가 대세였다고 합니다. 20만평 이상을 남길 경우 두고두고 반미감정이 불씨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럼즈펠드를 비롯한 미측도 이같은 분위기는 정확히, 냉철하게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당국에선 여론의 추이를 주시하며 여론의 반응강도에 따라 미측안 수용여부를 결정키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