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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8/30] [49차 평화군축 집회] 변양균 기획예산처 장관께 드리는 국방예산 삭감 촉구 서한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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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30기획예산처의견서.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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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전력증강이 아니라 군비축소에 나서야 할 때입니다.
2006년도 국방예산안 삭감에 나서주십시오!


변양균 기획예산처 장관님!

지금 기획예산처는 “예산편성방식이 TOP-DOWN 방식으로 바뀌어 국무회의에서 국방예산 총액이 결정되어 내려온 상황”이라 국방예산안 삭감 요구를 수용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재원배분방식이 달라졌다 해도 기획예산처가 “예산정책, 예산의 편성 및 집행의 관리”를 맡는 의무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며 “예산안을 최종 점검, 보완하여 정부안을 작성하는” 주체인 점에서도 변화가 없습니다.
따라서 재원배분방식이 달라져 국방예산안 삭감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기획예산처의 주장은 국방예산안을 삭감함으로써 국가 재원의 낭비를 막고 균형 있는 재정 운영을 해나가야 하는 책임을 회피하는 발언이 아닐 수 없습니다.
또한 기획예산처가 “국방예산안을 삭감하라는 시민단체의 요구에 수긍하는 바가 있고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국방 당국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며 국방예산안 삭감에 난색을 표하는 것은 나라 살림을 맡은 주무부처로서의 소신을 접은 채 국방부에 밀려 국방예산안 증액을 기정사실로 하고 시민단체들의 요구에는 형식적으로 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지울 수 없습니다.
우리는 기획예산처가 국방예산안에 대한 시민사회단체의 의견을 존중하여 철저한 검토를 한다면 얼마든지 삭감의 근거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하며 기획예산처가 06년도 국방예산안 삭감에 주동적으로 나설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합니다.

변양균 기획예산처 장관님!

국방부가 제출한 2006년도 국방예산 23조 3,212억원은 올해 정부 예산의 12%에 달하며 전력투자비는 올해보다 18%나 증가한 8조 3,440억원이나 됩니다.
이처럼 사상유례없는 전력투자비 대폭 증액은 우리 군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주한미군의 신속기동군화’를 뒷받침하기 위해 추진되는 것입니다.
라포트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 3월 8일 미상원군사위원회에서 한미연합군의 합동 전쟁억제력과 전투수행능력을 현격히 강화시킬 것이라고 보고하면서 “한국 정부도 또한 다연장로켓포(MLRS) 대대, 육군 전술미사일(ATACMS), K1A1 탱크, K-9 자주포, 비행대대의 현대화, 최신 구축함 등의 추가로 군 능력을 향상시키고 있다. 향후 이루어질 향상 사항에는 F-15K 전투기, 이지스 구축함, 공중조기경보통제기 등이 포함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라포트 사령관이 언급한 한국군의 무기체계는 장거리 타격능력을 갖춘 첨단무기들로, 내년도 전력투자비 내역에 모두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는 우리 군의 전력증강이 미군의 한미연합군 전력증강 계획에 따라 추진되고 있음을 입증해 줍니다.
그런데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란 미국의 대북적대정책과 중국봉쇄를 포함한 동북아패권정책을 위한 군사전략으로 한반도 평화는 물론, 동북아 평화를 위협하는 것이기에 결코 용납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방부는 이를 ‘협력적 자주국방’이라는 이름 아래 수용하여 유례없는 전력증강에 나서고 있습니다.
따라서 기획예산처는 국방부의 대폭적인 전력투자비 증액 요구가 미군의 이해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임을 직시하고 그 타당성을 철저히 점검해야 할 것입니다.

변양균 기획예산처 장관님!

얼마 전 국회 국정감사에서 윤광웅 국방부 장관은 “군사적 주 위협이 북”이라며 국방비 증액 필요성을 주장했습니다.
국방부 장관의 ‘북 위협론’은 오로지 국방비를 증액하기 위한 허구이며 최근 발전하고 있는 남북관계를 외면한 시대착오적인 발상입니다. 국방부가 이 같은 냉전적 발상을 버리지 않는 한 한반도 평화는 요원합니다. 휴전 50년간 남북이 사용한 전력증강 비용이 200조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남북이 끝 간 데 없는 군비경쟁으로 서로의 역량을 소모하는 일을 멈추지 않는 한 우리 민족의 번영이란 꿈속에서나 가능할 것입니다.
따라서 기획예산처 장관께서 국방부의 구태의연한 북위협론에 근거한 국방예산 증액요구를 수용한다면 남북간 군비경쟁을 허용하고 평화 통일을 지향하는 국민적 염원을 거역하는 것이 됩니다.
중국, 러시아, 일본 등의 군비증강을 근거로 국방비 증액을 주장하는 것 또한 이들과 군비경쟁을 하다간 나라 경제가 파탄에 이를 뿐 아니라 군비증강으로는 결코 동북아 평화를 이룰 수 없다는 관점을 분명히 해야 할 것입니다.

변양균 기획예산처 장관님!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가재원의 효율적 배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국방부가 국방비를 제대로 쓰고 있는지 확인하고 이에 기초하여 예산안을 철저히 검토해야 합니다. 국방부가 ‘안보’라는 미명아래 불법적으로 예산을 전용해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국방부가 2004년에도 예년처럼 예산회계법을 무시하고 전력투자비 잔액을 인건비와 신규사업비 등에 재투자하는 불법을 저질렀음이 확인되었습니다. 2002년부터 2004년까지의 전력투자비재투자사업비 누계는 2,429억원에 이릅니다. 감사원 지적까지 받았지만 국방부의 불법적인 전력투자비 전용, 이용, 불용은 반복되고 있습니다. 총액계상사업의 경우 국회에서조차 내용 파악이 되지 않아 국방부의 불법 전용이 관행처럼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런데 국방부는 이에 대한 시정조치로 전력투자비 편성에 대한 철저한 점검이 아니라 기획예산처와 협의하여 내년도 인건비를 증액하는 방안을 선택했습니다. 이는 2008년까지 4만명, 2020년까지는 25%를 감축한다는 군 개혁의 기본 방향에 배치되는 일이며 전력투자비를 임의로 과다 책정한 후 불법 전용하는 국방부의 관행이 계속 허용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기획예산처가 국방예산안의 전력투자비 과다 계상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그대로 용인하고, 인건비까지 증액편성하는 데 동의한 것을 철회하고 즉각 예산삭감에 나서기 바랍니다.
또한 우리는 막대한 국민혈세가 들어가는 전력투자비는 전문가와 시민사회단체의 의견을 반영하여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인한 후에 국방예산안을 확정할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합니다.
최근 F-15K 전투기가 시험비행 도중 기체 장비의 오작동으로 비상착륙한 일이 있습니다. F-15K는 공정성과 타당성에 대한 국민적 의혹이 가시지 않았는데도 국방부가 도입을 강행하여 추진되고 있습니다. 올해 10월부터 우리 공군에 인도될 예정인 이 전투기가 문제를 일으킨다면, 기획예산처도 그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입니다.

기획예산처 장관님!

지금은 국방예산 증액이 아니라 도리어 군비축소를 통해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준비해나가야 할 때입니다. 또한 지금은 국방예산 증액이 아니라 복지비 확대를 통해 국민들의 생산력과 경쟁력을 키워주어야 할 때입니다. 장관님! 부디 소신을 갖고 국방예산 삭감에 나서 주십시오!

2005년 8월 30일(화)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상임대표 : 문규현, 홍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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