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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2/1] [MD][2006.3. CSIS(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MD 관련 보고서 '‘앞에 놓인 길, 아시아에서의 미사일방어 계획’(The Paths Ahead, Missile Defense in Asia)' (관련글 포함)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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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 방어(MD)와 한국의 선택

CSIS 보고서 “한국정부, 통일 뒤 내다보며 MD 구축 꺼려”


미국은 오래 전부터 탄도 미사일방어(BMD 또는 MD: Ballistic Missile Defense) 계획을 밀어붙여 왔다. MD 체제를 구축하는 명분은 장거리 미사일 공격 위협으로부터 미국과 우방국들을 지킨다는 것.

미국 펜타곤 미사일 방어국의 ‘2007 회계연도 예산안 개요’ 보고서는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로 미국을 위협하는 국가로 북한과 이란, 두 국가만을 꼽았다. 그렇지만 실제로 미국이 두려워하는 국가는 중국이다. 미국 MD체제가 겨누고 있는 것도 중국의 대륙간 탄도미사일 능력이라는 점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일본과는 다른 한국 입장

이미 잘 알려진 바처럼 일본은 미국 MD 계획에 적극 동참해 왔다. 일본은 MD 계획 참여를 위해 국방관련 법안들을 고쳐가며 미국과의 협력체제를 강화해왔다.

한국과는 달리 일본이 미국의 MD에 열성적으로 참여하는 배경은 ‘미국과 손을 잡고 중국을 포위한다’는 전략적 목표를 위해서다. 미국의 MD 체제 구축 움직임은 동북아시아에 때 아닌 소모적인 군비확장의 바람을 일으킬 것이란 비판을 받아왔다.

미국 워싱턴의 영향력이 큰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최근 MD에 관한 보고서를 냈다. ‘앞에 놓인 길, 아시아에서의 미사일방어 계획’(The Paths Ahead, Missile Defense in Asia)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미국이 추진 중인 MD가 동아시아 각국에서 어떤 반응을 얻고 있는 가를 분석했다.

이 보고서는 CSIS의 안보문제 전문가인 커트 캠벨(CSIS 국제안보계획 책임자), 제레미아 저틀러(선임연구원)를 대표 집필자로 여러 전문가들이 공동 작성했다.

일본과는 달리 한국과 대만의 경우 미국의 MD 추진계획이 지지부진한 편이다. CSIS 보고서는 “대만은 국가적 합의(national consensus)의 부재로 MD 배치가 중단돼 있는 상태”라고 적고 있다.

보고서는 또 한국이 MD 계획을 받아들이는 데 적극적이지 않다는 점을 지적한다. CSIS 보고서는 그 이유로서 “한국은 MD가 궁극적으로는 (북한과의 통일을 추구하는)국가이익에 어긋나는(antithetical) 것으로 여기기 때문”으로 풀이한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MD가 거의 거론조차 되지 않는다”고 전한다.


한국 입장 바뀔 가능성은…

일반적으로 한 국가의 대외정책은 어디까지나 국가이익이 최우선 잣대이다. 보고서는 한국의 초점이 MD 체제구축보다는 ‘북한과의 화해 및 한반도 긴장 완화와 중국과의 좋은 관계 유지’라고 분석하면서, 미국의 MD 체제 구축 계획에 참여하는 것은 그러한 대북ㆍ대중 외교관계를 긴장 속에 몰아넣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렇지만 CSIS 보고서는 MD 체제 참여와 관련한 한국 정부의 정책이 앞으로 바뀔 가능성을 짚어 눈길을 끈다. 한국 정부의 정책을 바꿀 요인으로서 보고서는 △한국에서 정권교체가 일어나고 새로운 한국의 지도력이 북한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경우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에 핵무기를 실어 발사할 능력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날 경우 △한국과 중국, 한국과 일본의 대외관계가 악화될 경우를 꼽았다. 아래는 56쪽에 이르는 보고서의 한국 관련 주요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전문보기)
http://www.csis.org/media/csis/pubs/0603_pathsahead.pdf)



한국의 국가이익에 어긋나


세계적인 미사일 기술을 지닌 국가(북한)를 바로 이웃에 두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미사일 방어망 구축에 대해선 거의 논의되지 않는 실정이다. 한국 정부는 미국의 미사일 방어계획에 참여하는 것이 한국의 국가이익에 어긋나는(antithetical) 것으로 판단한다.

미사일 방어망 구축이 한반도 통일 뒤의 전략적 상황과 맞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남한에다 미국의 미사일 방어계획을 도입하는 것은 주변국들과의 관계를 위험에 빠뜨린다고 여긴다. 북한과의 화해, 한반도의 긴장을 누그러뜨리는 것은 한국의 최우선 정책과제로 꼽힌다.

중국과의 우호관계도 한국으로서는 점점 더 중요해지는 부분이다. 한국 정부로서는 갈수록 깊어가는 한ㆍ중 양국의 경제적 유대관계, 한반도 통일 뒤 중국의 역할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은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 구축 계획에 참여하는 것은 북한과 중국과의 관계를 악화시킬 것으로 믿는다. 한국은 북한의 적대적인 의도를 비난함으로써 그동안 한국 정부가 북한에 펴온 포용정책(engagement policy)을 훼손시키고 싶어 하지 않는다.

북한이 공격적인 무기들을 꾸준히 개발해왔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는 그동안 진행돼온 정치적 관계회복으로 말미암아 한반도에서 실제로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10년 전보다 훨씬 낮다고 믿는다.

그렇지만 한국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위협이 없다는 식으로 마냥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탐지할 수 있는 이지스(Aegis)급의 KDX-III 구축함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그 구축함이 미사일을 요격할 무기들을 갖추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한편으로 한국 관리들은 2005년 중반부터 독일 PAC-2 미사일 구매를 둘러싸고 독일 관리들과 접촉해왔다.

아울러 한국은 자체적으로 미사일 방어망을 구축하지 않거나 미사일 방어망에 공동 참여하지 않을 경우, 미국의 PAC-3(Patriot Advanced Capability-3, 패트리어트 첨단장비) 방어체계를 받아들이려 하고 있다.

한국은 남한에 대한 주된 위협이 미국의 미사일 방어계획이 겨냥하는 것처럼 장거리 미사일로부터의 위협이 아니라, 북한의 대포와 단거리 미사일이라고 판단한다. 이런 판단이 한국 정부로 하여금 미국의 미사일 방어계획을 시큰둥하게 보도록 만들었다.


한국의 선택


한국 정부가 통일 뒤의 상황과 전략을 검토할 때 중국에 대한 외교정책을 빼놓을 수는 없다. 통일 한국은 주변국에 보다 중립적인 대외정책을 펴나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미국과는 거리를 둘 것이고 미군 철수를 요구하게 될 것이다. 한국 정부는 미국이 추진하는 미사일 방어계획에 한국이 참여할 경우 이는 통일 뒤에 크나큰 짐이 된다고 판단한다.

오늘날 한국은 주한미군의 역할을 받아들이고 있다. 그렇지만 추가적인 미사일 방어망을 한국 땅에 구축하는 것은 매우 민감한 주제다. 한반도에 배치된 미사일 방어망을 미국 혼자서 관리한다고 하더라도 민감하기는 마찬가지다.

미사일 방어계획은 한국에서는 이처럼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다. 그렇기에 미국은 주권(sovereignty)이 상대적으로 덜 두드러지는 지역인 근해(offshore) 지역에 미사일 방어망을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비록 지금은 한국 정부가 오로지 북한을 의식해서 미사일 방어계획 참여를 미루고 있지만, 장기적인 전망에서는 한국이 미사일 방어체계를 구축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만약 서울과 북경, 그리고 서울과 도쿄 사이의 외교관계가 악화될 경우를 비롯해 서울에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서 북한의 의도를 달리 판단할 경우, 또한 북한이 미사일에 핵무기를 탑재할 능력을 갖추었다는 사실이 뚜렷이 드러난다면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렇지만 지금 한국의 목표는 한반도 통일을 이뤄 북한의 위협을 잠재우는 것이다.


◎김재명(bishop1016@hanmail.net):국제분쟁전문기자 겸 국민대강사. 1952년생. 서울대 철학과 졸업. 뉴욕시립대 국제정치학 박사과정 수료. 경향신문사 기자, 중앙일보 차장, 프레시안 뉴욕통신원 역임. 저서로 한국현대사의 비극:중간파의 이상과 좌절(2003.선인출판사), 나는 평화를 기원하지 않는다:국제분쟁전문가의 전선리포트(2005.지형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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