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6/28]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이행계획'에 대한 논평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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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 작전통제권 전환 이행계획’에 대한 평통사 논평 ]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이행계획’은 미국에 작통권을 다시 넘겨주는 계획이다!
한국 합참의장과 미국 합참의장을 대신한 주한미군사령관이 6월 28일, ‘전시 작전통제권 전환 이행계획’(이후 ‘이행계획’)에 합의·서명하였다. 이 이행계획은 2012년 4월 17일을 목표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에 필요한 과제와 담당부서, 추진일정을 명시한 한미공동계획이다.
이행계획이 주한미군 주둔과 미군 증원전력을 전제로 하고 있고, 강력한 상설적 한미 군사협조기구 설치를 계획하고 있다는 것은 작전통제권의 전면적 환수와는 거리가 먼 것이다. 여기에 주한미군사령관 등 미국 군부가 요구하는 유엔사 강화마저 이뤄진다면 작전통제권 환수는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게 될 것이다.
1. 이행계획은 작전통제권을 유엔사로 넘기려는 계획이다!
작전통제권이 환수되면 전시에 전투 지휘를 총괄하는 사령부로서 한미연합사와 같은 위상의 한국군 합동군사령부가 창설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지난 2006년 8.17 작통권 환수 로드맵 발표 때는 한국군 합동군사령부 창설계획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번 이행계획은 한국 합참 산하의 작전본부를 ‘합동작전본부’로 강화하여 합동군사령부 기능을 수행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한국군 합동군사령부 창설 일정이 포함되어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장래 계획조차 없다. 합동군사령부 창설이 무한정 미뤄지고 있는 것이다.
한미연합사도 해체되고, 한국군에도 합동군사령부가 창설되지 않는다면 한국군을 지휘하는 전투사령부가 없게 되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사태가 벌어진다. 참모부서에 불과한 한국 합참 산하의 작전본부가 실질적인 합동군사령부 기능을 수행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나 현실적으로 설득력이 없다. 작전통제권을 제대로 환수한다면 굳이 이런 기형적인 구조를 만들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는 작전통제권 환수 과정에 중대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하여, 버웰 벨 주한미군사령관 등은 8.17 작통권 환수 로드맵 발표 이후, 유엔사를 전쟁억제 및 전투지원사령부로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여러 차례 밝히면서 한국 측에 위기관리 및 조치권한을 요구해왔고, ‘지휘와 노력의 통일’이라는 구실 아래 사실상 전시전환권과 개전권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 입장을 대변하는 일부 관변 연구자들도 한미연합사가 해체되면 유엔사로 작통권을 넘겨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이행계획에서 한국군 합동군사령부 창설을 제외시킨 것은 유엔사의 강화와 유엔사령관에게 작전통제권을 위임한다는 전제위에서나 나올 수 있는 발상이다. 미국도 이후 작전통제권 관련약정 및 합의각서 작성과정에서 위기관리권, 정보 및 C4I권한을 비롯하여 유엔사와 한국 합참과의 관계, 유엔사와 주한미군사령부와의 관계에 관한 규정 등을 삽입함으로써 유엔사가 한국의 작전통제권에 합법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려 할 것이다.
만약 이와 같은 미국의 요구가 관철된다면 유엔사는 제2의 한미연합사 구실을 하게 된다. 이는 작전통제권 환수를 무의미하게 만들어 군사주권 회복의 호기를 놓치는 것이자, 유엔사를 통한 유사시 북에 대한 군사적 개입과 점령통치의 합법성을 주장하는 빌미가 될 수 있다. 또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에도 중대한 장애가 될 것이다.
최악의 경우, 유엔사로 작전통제권이 넘어가고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이 작전통제권 환수 시점인 2012년 이후로 미뤄진다면 작통권 환수 자체가 연기되거나 무산될 수도 있으며, 평화협정 체결 이후에도 유엔사가 존속하면서 한국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계속 장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이상희 전 합참의장 등이 평화협정 체결 이후에도 유엔사를 존속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그 가능성을 시사해 준다.
따라서 유엔사 강화를 통한 작전통제권 재장악 및 북에 대한 개입 기도를 완전히 차단하고,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의 걸림돌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미국 주도의 다국적군에 불과하며 1975년 유엔총회에서 이미 해체가 결의된 유엔사는 평화협정 체결 이전에 반드시 해체해야 한다.
2. 한미연합사에 버금가는 강력한 한미간 군사협조기구를 설치하는 것은 작전통제권 환수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행계획은 한미군사위원회(MC)를 보좌하는 ‘동맹 군사협조본부(AMCC)’를 신설하여 전략적 차원에서 한미간 협조를 강화하고, 한국 합참과 주한미군사령부 사이에 ‘전구급 기능별 협조기구’를 신설하여 공동정보센터 등 6개의 기구를 상설적으로 운영하며, 그 밑에 ‘통합항공우주작전센터(IAOC)’와 각 작전사별 협조기구를 두도록 되어 있다.
AMCC를 신설하여 MC를 강화하는 것은 한미간 ‘협조’를 구실로 한반도 군사전략과 작전에 대한 미국의 간섭을 보장하는 장치라고 할 수 있다. 또 공공정보센터, 공동작전센터, 연합군수협조센터, C4I 등 6개의 전구급 기능별 협조기구를 신설하는 것은 평시작전통제권 환수 시 한미연합사령관에게 넘겼던 '연합권한위임사항(CODA)'에 대한 미국의 통제를 제도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작전사급 협조기구로 통합항공우주작전센터를 설치하는 것은 사실상 공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미국이 행사하겠다는 것을 천명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왜냐하면, 공지전 교리에 따른 종심작전 수행의 주력군인 공군이 결합의 최고형태인 ‘통합작전’을 수행하는 통합항공우주센터(IAOC)를 설치한다는 것은 작전과 전력에서 앞서는 미국이 이를 주도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그 경우 이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미국이 행사하는 것은 자명한 것이다. 미국이 해공군 위주로 전투작전을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왔다는 것은 이를 입증한다.
이와 함께 현재의 한미연합사 체제에도 없었던 ‘각 작전사별 협조기구’를 신설하는 것은 작전사 수준으로까지 미국의 간섭과 통제를 확대하겠다는 의도다. 이처럼 새로운 한미군사협조기구는 국방부 당국자의 주장처럼 한미연합사에 버금가는 ‘강력한’ 체제로 구성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강력하고도 세부적인 각급 한미군사협조기구의 신설은 작전통제권 환수를 무색하게 하는 것이다. ‘협조’와 ‘지원’, ‘공동’의 이름을 붙이고 있지만 미국과 한국의 60년에 걸친 종속적 관계와 군사적 능력의 차이를 고려할 때, 미국은 이와 같은 기구들을 통해 한국군에 대한 지배와 간섭을 상설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작전통제권에 대한 미국의 개입을 보장하는 강력한 각종 군사협조기구를 설치하면서 작전통제권 환수를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3. 공격적 작전계획과 이를 수행하기 위한 미군 증원전력 지원을 전제로 하는 한 작전통제권은 온전히 환수되기 어렵다!
이행계획은 작전통제권 환수 이후에도 미 증원전력의 한반도 전개를 전제하고 있다. 이는 북한군 격멸, 북한정권 제거를 전쟁의 목표로 하는 공격적 작전계획을 고수하려 하기 때문이다. 통합항공우주작전센터(IAOC)를 설치하여 공지전 교리에 따른 종심작전을 미국 주도 하에 통합적으로 수행하려는 것도 공격적 작전계획에 따른 것이다.
이와 같은 공격적 작전계획 수행을 위해 주한미군이든, 증원전력이든 미군이 투사되는 한 미국이 작전통제권을 한국군에 송두리째 넘기고 한국군의 지휘를 받으려 하지 않을 것이며 미군 역사상 그런 전례도 없다. 작전통제권 환수 이행계획을 발표한다는 지금 시점에서조차 위기관리 권한에 대한 한미간 합의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은 미국이 사실상 작전통제권을 넘겨줄 의사가 없다는 반증이다.
이는 또한 합참이 공격적 작전계획을 유지하고 이에 필요한 주한미군과 증원전력을 요구하는 한 작전통제권 환수는 근본적으로 제약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작전통제권의 온전한 환수를 위해서는 공격적 작전계획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미군 증원전력은 폐기되어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주한미군이 철수되고 한미동맹이 폐기되어야 미국의 작전통제권에 대한 부당한 지배와 간섭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2007. 6. 28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상임대표 : 문규현, 홍근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