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27일 유영재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 미군문제팀장이 '국방 예산 분석' 시리즈의 다섯 번째 글로 "개혁의 무풍지대, 장교 인건비 분야 - '안보' 명분 삼아 기득권 철옹성 쌓아"를 <오마이뉴스>에 기고했다. 이 기사의 내용에 대하여 여러 누리꾼이 댓글로 지지 의견을 밝혔다.
그런데 '스타브로긴'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누리꾼은 "군인 인건비 편법운영을 제외한 그 외의 논점들은 모두 악의가 심하게 의심되는 왜곡으로 가득 차 있다"고 기고 내용을 비판하는 댓글을 달았다.
이 댓글은 군의 기득권 논리를 대변하는 논리로 가득 차 있다. "안보 수요에 비해 국방비는 부족하고 장교단은 줄이기 어렵고, 그러다보니 국방 예산에서 차지하는 인건비 구조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는 주장이 바로 안보를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운 군의 전형적인 기득권 논리다.
하지만 이 댓글이 나름의 논리를 세워 자기 주장을 하고 있고 또 한편으로는 진실을 왜곡하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반박의 필요성을 느낀다.
장교 임금 수준이 낮다? 국방연구원 자료를 보세요
먼저 '스타브로긴'은 한국군 장교의 임금 수준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대단히 낮은 수준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주장은 구체적 근거도 없고, 비교 기준도 부적절하거나 모호하다는 점에서 객관성이 떨어진다.
이와 관련한 객관적 근거를 하나 제시한다. 2003년 한국국방연구원에서 발표한 'KIDA 주요연구 요약집'에 의하면, 군인은 특수성을 반영하여 일반직 공무원에 비해 2직급 상향 조정되어 있고 군인의 보수수준은 일반직 공무원과 비교하여 27% 정도가 많으며 학력이 높을수록 차이가 더 커진다. 이에 따르면 한국군 장교의 임금수준은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다.
다음으로 '스타브로긴'은 한국 국방 예산 대비 인건비가 낮은 수준은 아니지만 미국 등 다른 나라의 경우도 국방 예산 대비 인건비 비중이 높기 때문에 이를 비난할 수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2003년 한국국방연구원이 펴낸 '국방부문의 경제적 역할 분석'에 의하면, 주요 국가의 국방비 분배 비율에서 인건비 비율은 일본 45.1%, 중국 34.1%, 미국 24.9%, 영국 38.7%, 한국은 50.8%로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국방 예산 대비 인건비 비중이 매우 높은 수준이다. 특히 미국에 비해서는 인건비 비중이 2배나 된다. 이는 세계의 주요국들이 냉전 해체 이후 안보위협이 감소하고 더 근본적으로는 과학기술이 발달한 상황을 반영하여, 병력 중심 체제가 아니라 장비와 기술 중심으로 군 구조를 개혁함으로써 국방 예산 중 인건비 비율을 낮췄기 때문이다.
미국은 1990년부터 2000년까지 74만4천명의 군인을 감축했고 프랑스는 1997년부터 2002년까지 약 47만 명에서 35만 명으로 12만 명을 감축했다. 우리와 안보 조건이 비슷한 대만 또한 1985년부터 2004년까지 44만 명에서 29만 명으로 15만 명을 감축했다. 이와 같이 세계 주요국들처럼 한국도 군 구조개혁을 통해 인력을 감축한다면 국방예산 중 인건비 비중을 충분히 낮출 수 있다.
다음으로 '스타브로긴'은 "우리나라의 군사비 지출은 세계 10위권에도 못 들어가며 GNP 대비로는 세계 30~40위권"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2009 OECD FACTBOOK에 의하면, 한국은 2006년도의 국방비 등 질서유지 관련 지출이 GDP 대비 4.2%로 OECD 나라들 중 미국, 영국에 이어 3위다. 또 중국, 대만, 인도, 세르비아 등 주요 분쟁 대치국의 GDP 대비 국방비 비율보다 한국의 국방비 부담률이 높은 편이다.
다음으로 '스타브로긴'은 병역기간도 줄이고 미군에 대한 의존도도 줄이면서 국방비를 줄일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묻고 있다.
우선, 2010년 국방예산 중 한미동맹을 유지하는 데 사용되는 비용은 대표적인 것만 해도 방위비 분담금 7904억 원, 주한미군기지 이전비용 6502억 원, 주한미군 시설부지지원 239억 원 등 1조5494억 원이나 된다. 또한 미국 무기 도입 비용이 정부 간 계약(FMS)만 하더라도 2008년 기준으로 약 8억 달러나 된다. 세계에서 미국 무기도입의 다섯 번째 큰손이다.
이 같은 국방예산 중 한미동맹 유지비용, 미국 무기 도입 비용만 줄여도 국방비는 충분히 줄일 수 있다.
근본적으로는 '북한군 격멸, 북한정권 제거'를 작전목적으로 하는 공격적 작전계획을 방어적 계획으로 바꾸면 미군에 대한 의존도도 줄이고 병역기간도 단축하며 무기체계도 방어적으로 바꿔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한반도 평화협정을 맺고 남북 간 군축을 실현하면 가능한 일이다.
국회 예산정책처 "인건비, 국방예산 여력 제한하는 최대 요인"
마지막으로 '스타브로긴'은 "우리처럼 안보환경이 불안하면 그보다 더 많은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한국의 안보환경을 근거로 국방비를 인상하는 것은 타당성이 없다. 남한은 경제력 및 군사력에서 북한에 앞서 있다고 국방부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발간한 2008회계연도 결산분석Ⅳ에 의하면 "인건비는 국방예산의 여력을 제한하는 최대의 압박요인인데, 인건비 중 장교 인건비는 인건비 증가를 주도하는 핵심요인"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한 한국의 2010년 국방예산은 전년 대비 3.8% 증가했다. 이는 정부 총지출 증가율 2.5%를 크게 상회하는 것으로서 국가재정과 경제에 가장 큰 압박요인이 되고 있다.
미국, 중국, 프랑스, 독일, 영국 등 선진국들은 이와 같이 국방비가 국가재정의 큰 압박요인이 되는 문제를 군 구조 개혁을 통한 인원감축으로 해결했다. 한국도 군 인력구조 개혁, 특히 고급장교 인력 감축을 통해 국방예산을 삭감하는 것이 어려운 국가경제를 살리고 복지예산 확보를 통해 서민들의 고통을 해결하는 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