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5/3] 2010년 핵확산금지조약(NPT) 평가회의 개막에 즈음한 한국 사회단체 기자회견문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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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민중의 힘으로 핵 없는 세상을 만들어가자!
-2010년 핵확산금지조약 평가회의 개막에 부쳐
오늘(5월 3일) 핵확산금지조약(NPT) 평가회의가 미국 뉴욕에서 개막된다. 이번 회의를 두고 일부에서는 파행을 거듭하던 지난 핵확산금지조약 평가회의와 다를 것이라는 기대를 보이고 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작년 4월 프라하에서 ‘핵 없는 세계’를 천명했고, 최대의 핵보유 국가들인 미국과 러시아의 <신 전략무기 감축협정>(new START)도 타결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NPT 평가회의가 진정으로 민중들의 염원인 핵 없는 세계로 한 걸음 다가서는 계기가 될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이 같은 움직임이 ‘핵 없는 세계’를 위한 변화라기보다는, 오히려 ‘무용론’까지 거론되던 NPT체제를 다잡아 핵 통제 질서를 강화하려는 제스처에 가까워 보이기 때문이다.
최근 오바마 정부가 발표한 <2010 핵태세검토 보고서>(NPR)를 보면 그들의 속내를 확인할 수 있다. 2010 NPR은 핵 확산과 핵 테러리즘을(방지를) 주요 위협으로 지목하면서 핵 물질 밀거래 차단과 NPT 의무 위반 국가들에 대한 조치를 강조했다. 또 핵무기의 역할 감소와 소극적 안전보장(NSA)을 강조했다. 그러나 NSA는 2000년 NPT 평가회의 최종문서에 포함되었던 "법적 구속력 있는 문서”로 보장되지 않았다. 나아가 핵무기를 보유하거나 핵 비확산 의무를 준수하지 않는 국가에 대한 ‘핵무기 선제 사용(First Use)' 정책을 포기하지 않았다. 또 핵무기를 줄이는 대신 재래식 전력과 미사일 방어망(MD)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기로 했다. 미국은 실제로 1시간 이내에 지구 어디라도 타격할 수 있는 새로운 재래식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 이는 핵 패권과 공격성의 측면에서 2010 NPR이 부시 정부 때에 비해 본질적으로 개선되지 않았음을 보여 준다. 그러나 군사적 위협이 크고 제재가 강력할수록 압박을 당하는 나라는 어떠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핵무기 경쟁에 뛰어들게 된다는 사실은 역사적으로 확인된 바다. 차단 정책과 제재 조치를 강화하는 것으로 핵무기 확산을 결코 막을 수 없다.
미국이 러시아와 지난 4월에 체결한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도 적극적인핵감축 의지로 보기에는 함량 미달이다. 이번 협정은 전략탄두를 1,500-1,675개 수준으로 감축하기로 했다. 2012년을 목표 시한으로 설정하고 있는 <전략공격무기감축협정>(SORT)에 제시된 감축 목표(1,700-2,200개)와 비교했을 때 감축 수준이 그리 크지 않다. 게다가 협정의 탄두계산법은 핵무기를 탑재한 운반체 수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운반체 수만 줄이면 탑재된 핵탄두 모두가 감축된 것으로 계산하도록 되어 있다. 유사시에 신속 배치할 수 있는 능력만 확보한다면, 사실상 단 한 개의 핵탄두의 ‘폐기’ 없이도 목표치 달성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핵전력 축소로 인한 전력 누수를 막기 위해 장거리 폭격기와 대륙간 탄도미사일,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등의 ‘3원 전략 핵전력’은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신전략무기감축협정>이 획기적이고 실질적인 핵감축과는 거리가 먼 것임을 보여준다.
이번 NPT 평가회의의 주요 의제 중 하나는 이른바 ‘북한과 이란의 핵문제’다. ‘북한 핵문제’는 한반도에 사는 우리의 평화와 생존에 직결된 문제라는 점에서 가장 중요한 관심 대상 중 하나다. 미국을 비롯한 친미국가들은 이번 2010 NPT 평가회의에서 일련의 ‘핵 드라이브’를 통한 국제여론을 동원하여 북한과 이란에 대한 핵선제공격 대상 유지, 동맹국에 대한 향상된 재래식 전력과 MD를 통한 확장억지의 지속적 제공, 핵확산 방지를 명분으로 한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과 북한 급변사태를 빌미로 한 작전계획 5029 강화, NPT 탈퇴 절차 강화 등의 압박을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북한 등에 대한 군사적․외교적 압력을 통해 핵 포기를 관철시키려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한반도 핵문제는 북한에 대한 미국의 핵위협으로부터 비롯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북한에 대한 핵위협은 한국전쟁 때부터 시작되었고, 미국이 정전협정을 위반하여 1957년부터 핵무기를 남한에 반입하면서 본격화되었다. 급기야 부시정권은 2002년 1월 연두교서에서 이라크, 이란과 함께 북을 ‘악의 축’으로 지목하여 공격대상임을 천명하였고, 2002년 핵태세검토보고서에서는 북을 선제핵공격 대상으로 분류하였다. 이어 2002년 9월 선제공격을 국가안보전략으로 공식화하였고 2003년에 이라크를 침공하였다. 이런 상황 속에서 북은 2005년 2월 10일 핵무기 보유를 선언하고 2006년 10월 1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미국의 파상적인 대북 핵공격 위협이 북을 핵무기 개발로 몰아간 것이다. 따라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서는 대북 핵공격 위협과 그 근원이 되는 한미동맹을 폐기하고, 북한과 미국을 비롯한 관련국 간의 평화체제를 구축함으로써 북핵을 포함한 한반도 비핵화를 달성해야 한다.
한편 이명박 정권은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를 염원하는 민중들의 기대에 역행하는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를 통해 자원을 재활용하고, 핵 처분장 시설 규모를 줄이기 위해서 2014년 만료될 한미원자력협정을 개정하자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원자력 발전 후 재처리 과정기술을 보유함으로써 강력한 원자력 강국으로 발돋움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핵연료 재처리 기술은 경제적 차원에서 접근해도 비용을 절약하기는커녕 설비를 마련하고 유지하는 데 더 많은 비용이 소모되므로 유효한 근거가 될 수 없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핵연료 재처리 기술이 핵무기를 제조하는 데 필요한 기술과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라는 점이다. 이미 인도에서 평화로운 원자력 사용이 핵무기 제조로 나갈 수 있음을 보여주었으며, 세계적으로도 재처리과정은 군사적 목적에 대한 의심이 더 큰 실정이다.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더 강화할 원자력협정 개정 시도는 반드시 중단되어야 한다.
핵무기 없는 세상은 핵이 없어져야 가능하다. 이에 우리는 핵확산금지조약(NPT) 평가회의 개막에 부쳐 미국을 비롯한 핵보유국들의 적극적인 군축을 요구한다. 군사적인 긴장을 높이는 미국의 핵 전략과 군사동맹 역시 폐기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는 바이다. 그리고 이번 NPT 평가회의가 북한 등에 대한 일방적인 핵 포기 압박의 장이 되어서는 안 되며 공정한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을 촉진하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 지금 한국의 여러 단체들이 2010 NPT 평가회의가 열리는 뉴욕에서 한반도 핵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왜곡된 시각을 바로 잡고 한반도 비핵화의 방안을 설득하기 위해(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우리는 이들의 활동이 성과를 거두기를 바라면서 세계의 평화를 사랑하는 모든 민중들과 함께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핵무기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건설하기 위한 투쟁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나갈 것을 다짐한다.
2010년 5월 3일
다함께, 민주노동당, 민주노총, 사회당, 사회진보연대,
에너지정의행동, 전국학생행진,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한국진보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