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4/01] [한겨레] [기고] 과녁 빗나간 '국방개혁 307계획' /오혜란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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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과녁 빗나간 ‘국방개혁 307계획’ / 오혜란
[한겨레] 31면3단| 기사입력 2011-03-31 19:55
일부 현역에 예비역 장성들까지 가세한 비판에도 청와대는 ‘국방개혁 307계획’을 그대로 밀어붙일 태세다. 정당한 문제제기를 육·해·공 군별 이기주의에 빠진 구시대 논리로 일축하면서 “국방개혁을 방해하려는 현역이 있다면 그 자리에서 옷을 벗길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307계획은 그 반개혁적·반사회적인 내용 때문에 진정한 국방개혁을 바라는 국민과 군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천안함·연평도 사건 대응 과정에서 드러난 우리 군의 문제점은 보고와 판단, 명령 하달 등에서 드러난 지휘체계상의 난맥상과 육군 일변도의 합참 지휘라인에 있었다. 그렇다면 육·해·공 3군 균형발전과 합동성 강화, 상·하부구조 슬림화, 지휘체계 단순화로 전투에 효율적인 군을 만드는 데 개혁의 초점을 두는 것이 타당하다. 이는 역대 국방개혁안들이 한결같이 추구했던 과제들이기도 하다. 그러나 307계획은 이러한 개혁 과제를 전면 후퇴시키고 육군의 기득권을 확대·보장해주는 안에 불과하다. 차라리 ‘국방개악안’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첫째, 307계획에 따른 군 상부구조 개편안은 사실상의 ‘통합군제’로 문민통제를 위협한다. 합참의장 1인에게 권한을 집중시켜 군정권과 군령권을 일원적으로 행사하는 이런 구조는 발전된 서구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지금은 쿠데타가 어려운 시기라고 하나, 굳이 쿠데타가 아니더라도 합참의장이 막강한 권한을 보유하게 되면 문민 국방장관이나 대통령의 권한을 위협할 수 있어 문민통제와 민주주의는 결정적 타격을 입게 된다.
둘째, 307계획은 대북 선제공격 능력 구축을 핵심으로 한 적극적 억제 전략을 전제로 하고 있어 한반도 위기를 더욱 조장할 뿐만 아니라 과도한 전력증강으로 국방예산의 증액을 가져온다. 국방부가 F-35 전투기와 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 아파치 대형 공격용 헬기 도입에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다 방향을 선회한 것은 307계획과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 국방개혁의 요체는 병력 감축과 국방예산 삭감으로 효율적인 군을 만드는 데 있는데, 예산 삭감 문제는 307계획에서 아예 제외되어 있고 병력 규모를 50만명으로 감축하기로 한 목표 연도도 2020년에서 2030년으로 늦췄다.
셋째, 307계획으로 통합군제가 실현되면 육군 출신의, 더욱이 인사권까지 거머쥔 합참의장이 해·공군을 장악하게 됨으로써 3군 균형발전과 합동성은 오히려 퇴보한다. 국군 교육사, 국군 군수사 창설도 과거 국군 수송사 창설에서 보듯 육군의 보직 독점과 그에 따른 합동성 훼손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넷째, 307계획에 따른 상부구조 개편은 지휘체계가 더욱 복잡해져 지휘체계의 단순화라는 국방개혁 과제에 역행한다. 현재 합참의장이 직접 작전사령관을 지휘하는 구조에서 합참의장이 각군 참모총장을 거쳐 작전사령관을 지휘하는 방식으로 바뀜으로써 지휘체계가 다단계화되는 것이다. 또 상·하부구조 개편이 조직 슬림화로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어 조직 확대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307계획이 금과옥조로 내세우고 있는 군 장성 수 60명 축소 방안도 이를 담보할 구체적인 방안이 없이 그저 선언에 그치고 있다.
그동안 ‘미군은 해·공군 위주, 한국군은 지상군 위주’라는 미국의 이해에 따른 전략적 역할분담으로 한국군은 육군 편중의 기형적인 대군체제가 되었다. 부당한 한-미 역할분담과 비대한 육군 중심의 대군체제를 혁파하지 않고서는 병력과 예산 감축, 3군 균형발전, 합동성 강화 등의 국방개혁 과제는 불가능한 일이다. 합참이 행정조직으로 전락한 기본 원인도 전시작전통제권을 미군에게 내준 채 한미연합사의 지원기구 노릇만 해온 데 있다.
이명박 정부가 명실상부한 국방개혁을 이루자면 2015년으로 연기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즉각 실현하고 병력과 예산 삭감을 기본으로 하여 3군 균형발전을 지향하는 개혁안을 제시함으로써 국민과 군 내부에서 국방개혁의 새로운 추동력을 형성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