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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09] 이른바 ‘국방개혁 307 계획’에 대한 평통사의 입장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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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307 계획’은 국방개혁안이 아니라 국방개악안이다.
역대 최대의 국방개악안인 ‘307 계획’을 즉각 폐기하라!

국방개혁이란 한마디로 병력과 예산 삭감으로 안보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군을 만드는 데 있다. 이를 위해 역대 정권의 국방개혁안은 문민화, 3군 균형 발전, 합동성 강화, 상·하부구조 슬림화, 지휘체계 단순화 등의 개혁을 꾀했으며, 노무현 정권에서는 아예 ‘국방개혁에 관한 법률’(2006. 12)로까지 법제화하여 시행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의 이번 ‘307 계획’은 제반 개혁 과제를 도리어 전면 후퇴시켜 버린 반면 군(육군) 기득권은 오히려 확대 보장해 준 역대 최악의 국방개혁안이다.

1. ‘307 계획’은 문민통제에 대한 정면도전이다.

‘307 계획’은 군정권(작전지휘에 필요한 인사, 군수, 교육 등의 제한적 범주의 군정권이라고 해도)까지 거머쥔 합참의장(합동군사령관)이 육·해·공 참모총장(육·해·공군사령관)을 지휘하는 전형적인 통합군제를 도입하고 있다. 합동군사령관은 말이 합동군사령관이지 사실상 통합군사령관인 것이다.
통합군제는 군정권과 군령권을 행사하는 막강한 권한의 통합군사령관이 국방장관이나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위협할 수 있어 문민통제의 헌법 정신에 위배되며, 이에 따라 서방의 선진 국방국가에서는 채택하지 않는 제도다. 노태우 정권도 ‘8·18 계획’에서 사실상의 통합군제―인사권을 행사하는 국방참모총장(합참의장)―를 도입하여 문민 대통령에 맞서 군의 기득권을 지키려고 했으나 쿠데타를 우려한 야당과 국민들에 의해 저지된 바 있다.
지금 시대는 쿠데타가 불가능하다고 하나 꼭 쿠데타가 아니더라도 군이 국방장관이나 대통령을 위협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보유하게 되면 정치의 수단으로서의 군사가 정치의 통제를 받지 않거나 심지어 그 위에 서게 됨으로써 국가사회가 군에 복속되고 휘둘리며, 문민통제와 민주주의는 결정적으로 타격을 입게 된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권은 노태우 군사정권이 시도했던 것보다도 막강한 권한을 합참의장에게 부여하려고 함으로써 스스로 군통수권자로서의 지위와 권한을 축소하고 문민통제의 헌법 정신을 훼손하고 있다.


2. ‘307 계획’은 3군 균형 발전과 합동성 강화에 역행하고 있다.

‘8·18 계획’이나 ‘국방개혁에 관한 법률’(29조)은 합참의 균형 편성(육:해:공 = 2:1:1) 및 순환보직을 통해서 3군 균형 발전과 합동성 강화를 꾀했으나 결국 실패했다. 육·해·공 전력비가 8:1:1, 예산비가 6:2:2의 육군 절대 우위의 기형적인 군구조 하에서 육군에게 권한과 예산이 편중됨으로써 3군 균형 발전과 합동성 강화는커녕 이를 위한 합참의 균형 편성과 운영의 묘조차 살릴 수 없었던 것이다. 이는 육군 편중의 전력비와 그에 따라 육군에 편중된 권한과 예산을 바로잡아야만 3군 균형 발전과 합동성 강화를 위한 전제가 마련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307 계획’으로 통합군제가 실현되면 육군 출신의, 더욱이 인사권까지 행사하는 합참의장(통합군사령관)에 의해서 해·공군이 장악됨으로써 해·공군의 권한은 더욱 약화되고 육군의 부속군화가 심화되어 3군 균형 발전과 합동성은 오히려 퇴보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기 때문에 통합군제는 육군의 오랜 숙원이었던 반면, 해·공군은 통합군제의 도입을 반대해 왔던 것이다.
국군 군수사와 국군 교육사 창설도 국군 수송사 창설 등의 선례에서 보듯이 육군 보직 독점과 그에 따른 합동성 훼손으로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권은 소위 ‘육방부’와 ‘육참’ 현상을 더욱 확대 심화시킬 통합군제를 도입함으로써 합동성 강화라는 명분으로 오히려 합동성을 약화시킬 역주행에 나서고 있다.

3. ‘307 계획’은 군 구조 슬림화와 지휘체계 단순화에 역행하고 있다.

국방부는 ‘307 계획’의 이행으로 군 구조를 슬림화하여 2020년까지 군 장성 수를 66명(상부지휘구조 개편으로 30명 감축 포함), 간부 1,000~1,500명, 연간 예산 1,000억 원을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307 계획’으로 군 상·하부 구조 슬림화를 담보할 구체적인 안은 보이지 않고 그저 선언에 그치고 있다. 오히려 합참의장의 군정권 행사에 따른 합참 조직 확대, 각 군 참모총장의 군령권 행사에 따른 각 군 본부의 조직 확대로 그에 따라 장성과 영관 수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부구조도 육·해·공 작전본부장과 작전지원본부장 신설에 따른 육군 3군과 해·공 작전사령부 조직 확대 등으로 장성과 영관 수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서북 도서 방위 사령부 등의 창설에 따른 조직 확대도 예상된다.
더욱이 이명박 정권 하에서 육군은 지작사 창설(1·3군을 폐지하는 대신) 안을 1·3군 사령부를 통합한 것보다도 더 큰 규모로 제시했던 전례도 있다.
따라서 ‘307 계획’에 따른 각 군 본부와 작전사의 통합을 비롯한 상·하부 군구조 개편이 곧 조직슬림화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으며, 오히려 조직 확대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상부구조 개편에 따른 지휘체계의 다단계화와 혼선도 우려된다. ‘307 계획’에 따라 각 군 참모총장이 작전사의 작전본부장과 작전지원본부장을 지휘하게 되면 군 지휘체계는 합참의장→각 군 작전사령관으로 이어지는 현 상부 지휘체계가 합참의장→각 군 참모총장→각 군 작전사로 되어 지휘체계가 더 다단계화됨으로써 지휘체계의 단순화라는 국방개혁 과제에 역행하게 된다.
또한 서북 도서 방위사령부 창설에 따른 지휘체계의 혼선도 예상된다. 서북 도서 방위사령부가 직접 합참의장의 지시를 받는다고는 하나 해군 참모총장이나 2함대 사령부 지휘와 중복되어 혼선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

4. ‘307 계획’은 이른바 ‘적극적 억제 전략’의 도입을 전제로 하고 있어서 불필요한 위기 및 과도한 군비증강, 그에 따른 국방예산 증액을 불러 온다.
‘적극적 억제 전략’은 국방부가 스스로 밝히고 있듯이 “적극적 조치를 통해 적의 도발 의지를 사전에 억제”하는 전략이다. 곧 선제공격까지를 포함하는 매우 공세적이고 도발적인 전략인 것이다.
연평도 포격전에서 보듯이 대북 억제를 명분으로 한 공세적이고 도발적 포사격 훈련이 한반도 전쟁 위기를 불러 왔듯이 ‘적극적 억제 전략’은 한반도에서 언제라도 위기를 불러오고 전쟁으로 치달을 수 있는 위험하고 무모한 전략이다.
또한 ‘적극적 억제 전략’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최첨단 고성능의 정보, 정밀타격 전력을 필요로 하며, 이는 과도한 전력 증강으로 이어지고 국방예산의 증액을 가져 옴으로써 국방예산의 삭감이라는 국방개혁에 역행하게 된다.
‘307 계획’의 일환으로 국방부가 들여오겠다는 글로벌 호크나 스탤스 전투기 등도 공중조기경보기와 함께 한반도 작전 전구에서는 모두 불필요한 과잉 전력으로 한반도 군비증강과 국방예산 증액으로 귀결될 뿐이다.
새로운 무기체계 도입은 부대 및 병력 증강으로도 이어진다.
이렇듯 ‘적극적 억제 전략’의 도입은 오히려 위기를 조장하고 부대와 병력, 예산 감축이라는 국방개혁 과제에도 역행한다.

5. ‘307 계획’은 사실상 국방개혁을 회피하는 안이다.

국방부는 국방개혁 완료 시점을 2030년으로 연기하고 병력 감축 규모를 50만 명으로 감축하기로 한 목표 연도도 2030년까지로 늦췄다. 이는 이행 기간을 다시 20년으로 늘려 잡은 것으로 어느 정권도 이의 실현을 담보해 줄 수 없다.
또한 국방부는 73개에 달하는 개혁과제를 단기(2011~12년) 37개, 중기(2013~15년) 20개, 장기(2016년~30년) 16개로 분류하면서 보병사단, 지역 군단, 기계화 부대 개편과 병력 감축 등 육군의 개혁 과제를 대부분 장기 과제로 미뤘다. 병력 및 복무기간 단축, 육군 개혁을 근간으로 하는 ‘국방개혁 2020’은 사실상 실종되었다.
또한 ‘307 계획’은 정년 단축 등의 인사관리제도의 개혁으로 초과 인력과 정원을 감축시킴으로써 중령 이상의 고급 장교의 인력운영비의 감축과 군 개혁을 가로막는 인적 요소에 대한 청산 계획이 없다.
이렇듯 ‘307 계획’은 국방개혁의 진정성을 담보할 인사제도의 개혁도 빠져 있어 국방개혁안으로 부르기에 부적절하다.

6. 육군 편중의 대군 체제의 혁신만이 국방개혁을 성사시킬 수 있는 첩경이며, 이는 작전통제권 환수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한미동맹에 따른 부당한 한미 간 전략적 역할 분담은 한국군을 육군 편중의 기형적인 대군 체제로 만들었다. 따라서 3군 균형 발전, 합동성 강화, 병력과 예산 감축 등 국방개혁 과제는 비대한 육군 중심의 대군 체제를 혁파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합참이 전투조직이 아니라 행정조직으로 전락하게 된 기본 원인도 작전통제권을 미군에게 장악당한 채 한미연합사의 지원기구 노릇을 해온 데 있다.
이에 작전통제권 환수는 한국군의 국방개혁과 한국군 독자적인 군령체계를 확립하기 위한 기본 전제라 할 것이다. 작전통제권 환수를 2015년으로 미뤄 놓고는 국방개혁도 우리 군의 본연의 군령체계 수립도 물거품이 되고 만다.
이에 이명박 정권은 한국군의 명실상부한 국방개혁을 이루고 군령체계를 구축하려고 한다면 전시작전통제권부터 즉각 환수해야 할 것이다.

2011년 3월 9일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상임대표 : 문규현, 배종열, 홍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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