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6/22] 국방개혁 관련법 개정 공청회(대체)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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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국방위원회 국방개혁관련법 개정 공청회
2011. 6. 22(수) 오후 2시~8시/ 국방위원회 회의실(본청 419호)
1시 40분 쯤 공청회 방청을 위해 회의실로 들어가 보니 60석 정도의 방청석은 이미 현역군인들과 국방부 관계자들이 점령한 상태였습니다. 회의실 밖 휴게공간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국방부와 합참 관련 담당자들이 총동원된 것 같았습니다.
<공청회 찬반 진술인 뒤쪽에 배석한 예비역 장성과 방청석을 점령한 현역군인들>
공청회가 시작되자 마자 김장수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군 구조 개편 찬성 쪽 진술인들이 다 현역군인이다. 유니폼을 입고 나왔는데 지휘에 복종할 수 밖에 없는 유니폼들이 국방부 입장에 반하는 의견을 진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현역군인이 진술인으로 나오는 것에 대해 부적절하다고 제기한바 있다. 예비역이 나오기로 했는데 어떻게 된 것인가?”라고 제기했습니다.
원유철 국방위원장과 신학용 의원(국방위원회 간사, 민주당), 김동성 의원(국방위원회 간사, 한나라당)의 발언을 통해 야당은 예비역을 추천했고 합의됐었는데 국방부가 현역을 강력히 원해 찬성쪽 진술인이 교체됐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민의를 모으는 공청회에 현역군인을 내세워 그것도 사복이 아닌 전투복을 입혀 내보낸 것은 국방부가 국회와 국민을 상대로 자신의 입장을 관철하겠다는 시위로 볼수 밖에 없었습니다. 국방부가 정부의 부처가 아니라 군 특히 육군의 이해를 관철하는 기구로 전락했으며 군에 대한 민간의 통제가 위협받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사례라 할 것입니다.
김장수 의원은 신경철 육군 준장이자 국방부 군구조 개혁관의 진술 직후 "이게 무슨 찬성의견이냐, 정부안을 그대로 읽은 것이지, 적어도 공청회라면 이러저러한 이유에서 정부안을 찬성한다고 밝히든가 그래야지. 어떻게 정부안을 그대로 설명하냐. 정부안을 강요하지 말라. 이래서 현역을 진술인으로 세우면 안 된다고 했던 것이다”고 지적했습니다.
국방부는 국방개혁 2011~30(일명 국방개혁 307계획)에서 합참의장에게 군령권에 더해 군정권 일부를 추가하고 합참의장이 각군 참모총장을 지휘하는 개편안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군 구조는 통합군제로서 문민통제, 군구조 슬림화, 합동성 강화, 지휘계선 단축 등 국방개혁에 전면 역행하는 것입니다.
한기호 의원은 “해/공군에서 제시한 문제에 대한 답을 내놓아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다. 신경철 진술인은 법안을 이미 제출해놓고도 공청회에서 나온 의견을 수렴해서 법안을 다듬겠다는 했는데 법안을 완성해서 내야지 그렇지 않다면 의견 수렴이 안됐다는 것 아니냐. 완성됐는데도 다듬겠다고 했다면 립 서비스로 볼 수밖에 없다”며 몰아부쳤습니다. 이에 신경철 진술인은 의견수렴 발언이 그저 그렇고 그런 립 서비스에 이상 이하도 아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에 한기호 의원은 “그렇다면 정부안 그대로 통과시켜달라고 요구하는 것 이상 안 된다”며 공박했습니다.
또 신경철 진술인은 김장수 의원의 질문에 대해서도 "군구조 개편과 관련된 부분만 통과시켜주면 나머지 부분은 의원들의 의견을 반영하겠다"고 진술했는데, 이는 군구조 개편에 대해 국방부가 얼마나 집착하고 있는지 또 최소한 이 문제에 대해서는 국회와 국민의 의견을 수렴할 뜻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발언이라 할 것입니다. 또 신경철 진술인의 발언은 군사에 관한 문제를 철저히 정치에 복속시켜야 한다는 원칙에 반하는 일입니다.
한기호 의원은 또 “작전의 효율성을 위해서는 (작전의)최고 전문가인 각군 참모총장을 군령계선에 위치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투, 작전의 최고 전문가 집단은 한미연합사. 작전사에 있지 참모총장이 아니다. 이런 식으로 국민을 호도하고 기만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안규백 의원은 “김정두 진술인(합참 차장, 해군 중장)이 3군 참모총장이 이번 안에 대하여 모두 찬성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렇치 않다. 각군 참모총장은 6월 13일 국방위원회 회의에서 작전사가 있는 용인, 부산, 오산과 각군 본부가 있는 계룡대를 오가며 작전하려면 C4I 등 다소 보완요소가 있다고 말했다. 완곡하게 표현한 것이나 사실은 어렵다고 봐야하는데 다 찬성했다니 이렇게 곡학아세 하면 되겠냐”며 강한 톤으로 질책했습니다. 이에 김정두 진술인이 대들며 반발하자 이진삼 의원이 나서서 “사과하라”고함쳤고 김정두 진술인은 일어나서 “안규백 의원님께 사과합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발언에는 반발심이 잔뜩 묻어 있었습니다.
김옥이 의원(한나라 당)은 “나는 육군 대령 출신인데 각군 참모총장이 군령권이 없다는 사실은 이제야 처음 알았다.”고 주장해 실소를 자아냈습니다. 이는 육군 대령을 역임한 고급간부들도 군정/군령권이 분리되어 있다는 사실 조차 제대로 모르고 있음을 말합니다 . 서구 민주주의 국가 대부분은 합동군제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군 통수체계도 합동군제입니다. 대통령의 위임을 받아 문민 국방장관이 군정/군령권을 통할하며, 군정/군령 집행기구 차원에서는 군정권과 군령권을 분리 행사하여 합참과 각군 참모총장이 서로 견제와 균형을 이루도록 함으로써 문민통제를 제도화하고 있습니다.
한편 국방부에서 낸 군구조 개편안에 반대하는 진술인으로는 김충배(전 육군 사관학교장), 김혁수(예비역 해군 준장), 이한호(전 공군참모총장), 고영대 공동대표가 나섰습니다. 반대측 진술인들은 한결같이 통합군제가 문민통제를 위협하며 작전효율성, 합동성, 지휘계선 단축에 역행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언론에는 주로 예비역 해/공군 장성들이 군구조 개편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오늘 공청회에서는 육군 예비역 중장인 김충배 전 육군 사관학교장도 통합군제로의 군구조 개편에 반대의견을 밝히면서 문민통제 원칙이 배치되고 3군 균형발전에 저해가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8명의 진술인, 오른쪽부터 고영대 공동대표, 구본학 교수, 이한호 전공군참모총장, 정표수 공군소장, 김혁수 예비역 해군준장, 김정두 합참차장, 김충배 전 육군사관학교장, 신경식 육군준장/ 군구조개혁조정관_국방부는 이한호 전 공군참모총장, 김혁수 전 해군 준장의 옛 참모들을 찬성쪽 토론자로 내세워 빈축을 사기도 했다>
김혁수 예비역 해군 준장은 각군 총장을 합참의장 하위직으로 만드는 것은 위헌소지가 있으며 참모총장이 군정/군령권을 다 가질 경우 지휘계통이 현재 합참->작전사령관 2단계에서 합참의장->합참 1차장->참모총장->참모차장->군사령관 5단계로 늘어난다고 진술했습니다. 또 '적정한 기능 배분과 실시간 정보공유가 가능한 C4I체계를 구축한다면 각군 총장이 계룡대와 작전사를 오가며 지휘하는게 가능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유사시 교통과 통신이 차단되는데 분리된 위치에서 작전지휘 불가능하다. 옛날 혜화동 지역에서 화재가 나서 통신이 단절됐을 때도 은행업무가 마비되고 인천 2함대사령부까지 영향을 미쳤는데 전쟁나며 계룡대에서의 전쟁지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한호 전 공군 참모총장도 "계룡대에서 전쟁지휘를 위해서는 계룡대에 작전사령부 수준의 C4I체계를 확보해야 하는데 말처럼 쉽지 않고, 또 전구항공통제본부(TACC)와 같은 전투를 직접지원하는 조직이 필요한데 이 역시 계룡대에 두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이한호 총장은 작전지휘계선이 늘어나며 인력 및 예산 절감 효과도 없다고 지적 했습니다.
고영대 공동대표는 "국방부는 영국, 호주, 캐나다 등도 합동군제지만 합참의장이 참모총장을 지휘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국민을 기만하는 거짓주장이다. 영국의 참모총장은 전시 지휘계선에서 배제된다. 호주는 전구사령관이 국방참모총장(합참의장)의 위임을 받아 전/평시 작전부대를 진휘한다. 캐나다는 통합군제기 때문에 합동군제 하의 합참의장이 3군 참모총장을 지휘한다는 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고대표는 또 “통합군제의 가장 큰 문제는 문민통제를 결정적으로 위협한다는 것이다. 군구조 개편으로 합참의장에게 과도한 군정/군령권이 집중되면 합참의장이 사실상 군정/군령권을 일원적으로 행사하고 국방장관과 견줄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 무력을 직접 관장하는 합참의장이 국방장관보다 우위를 점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문민통제는 설자리를 잃게 된다. 터키가 그런 사례인데 우리나라에서도 문민통제에 전적으로 반하는 합참의장이 출현하지 말란 법이 없다"며 통합군제의 위험성을 강력하게 경고했습니다. 또한 국방부 군구조 개편과 같은 중대한 사안에 대하여 국민과 시민사회는 물론 군내부에서 조차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지 제대로 진행하지 않은 국방부를 강력히 비난했습니다.
2시에 시작된 오늘 공청회는 3번의 산회를 거쳐 저녁 8시까지 진행되었습니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킨 의원은 서종표(민주당), 김장수(한나라당), 한기호(한나라당) 3명뿐이었으며 의원들의 질문도 몇몇 진술인으로 편중되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쟁점이 형성된 문제에 대해서도 의원들의 질문 없이는 발언할 수 없고 진술인 사이에 직접 토론이 금지된 것도 답답하게 느껴졌습니다.
의원과 진술인들 사이에서 이스라엘 군제가 통합군제냐, 합동군제냐에 대한 혼란이 발생하자 고영대 대표가 직접 발언을 요청했습니다. 고영대 대표는 “이스라엘 군 구조는 3군을 총 참모장이 통합 지휘하는 한다는 점에서는 통합군제다. 그러나 총 참모장이 군정권을 일원적으로 행사하지는 않는다. 또 지상군은 지휘계선에서 제외되어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고영대 대표는 “통합군제를 채택하는 나라도 군정/군령을 통합적으로 행사를 하지 않는다. 절충식 통합군제를 쓰고 있는 이탈리아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한 지휘관이 군정 군령권을 통합적으로 행사할때 군사에 관한 사항을 정치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군이 결정하게 되는 전도된 상황이 온다. 쿠테타 같은 폭력적인 방식이 아니더라도 군이 정치에 우위에 서게 되는 정치적 상황 국가적 상황이 오는 것은 분명히 문민통제의 위협이 된다”며 통합군제의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또한 고영대 대표는 C4I를 전지전능한 것처럼 보면서 C4I만 깔면 문제가 해결될 것 처럼 보는 시각에 대해 비판하면서 "C4I는 보좌기능 이상이 아니고 우리 군 전략C4I(KJCCS)와 육해공 전술 C4I간 연동수준이 낮으며 적어도 공통작전상황도(COP)가 실시간으로 단속없이 제공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며 C4I만 새로 깔면 각군 참모총장이 작전사가 있는 용인, 오산, 부산과 각군본부가 있는 계룡대를 오가며 작전을 지휘할 수 있다는 주장을 반박했습니다. 또 미군 C4I 이전비용 사례를 들어 계룡대에 새로 C4I를 깔 경우 300억원(국방부 주장)이 아니라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갈 것이라고 경고하고 제대로 검증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군구조를 개편할 수 있도록 법률안을 개정할 경우 많은 문제점이 있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오늘 공청회에서 다수의 의원이 군구조 개편을 반대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에 6월 임시국회에서 국방개혁 관련 법률 개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적어 보이지만 쟁점들을 충분히 다루지 못한데다 군구조 개편의 문제점을 심각하게 느끼는 의원들이 적다는 점에서 안심할 수 없습니다. 군구조 개편은 국방 및 나라의 민주주의 발전과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정부는 지금이라도 잘못된 국방개혁에 관한 법률안을 철회하고 제대로 된 국방개혁안을 만들어 다시 군과 국민들의 의사를 수렴해야 마땅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