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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4. 20] 뉴욕 ‘핵확산금지조약 평가회의’ 참가 고영대 평통사 공동대표 (한겨레 신문)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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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량공세로 ‘원폭 피해자 일본’ 홍보하는데 우리 정부는…”

등록 :2015-04-20 19:27수정 :2015-04-20 19:27

 
고영대 평통사 공동대표
[짬] 뉴욕 ‘핵확산금지조약 평가회의’ 참가 고영대 평통사 공동대표
“미사일방어(MD)와 한·미·일 삼각 군사동맹을 추진하는 미국의 동북아시아 정책,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아시아 지역 진출 등에 대한 우리의 우려와 반대 의견을 분명하게 전달하겠다. 그리고 우리 방문 기간 중에 미국 의회 연설을 할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현지 한인 등과 함께 식민지배 사죄 등 과거사 청산을 요구하는 운동도 벌일 생각이다.”

 

5년마다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핵확산금지조약(NPT) 평가회의 2015년 회의(제9차)에 참가하는 고영대(61·사진)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 상임대표 문규현 신부) 공동대표는 올해 한국 비정부기구(NGO·엔지오) 시민 참가 예정자는 자신을 포함해 모두 10명이라고 했다. “평통사에서 4명, 참여연대 쪽에서 3명, 그리고 히로시마·나가사키 피폭 생존자 2명, 이들을 비롯한 일제 침략 피해자들 배상소송 등에 헌신적으로 법률지원을 해온 최봉태 변호사다. 피폭자들 참가 비용은 평통사와 참여연대가 분담하지만 최 변호사는 자비부담이다.”

 

5년마다 9회째 엔지오-정부대표 회의
한국 시민대표 10명과 24일 개막 참가
일본은 지자체 지원으로 1천명 넘어
유엔본부서 다양한 행사로 ‘이슈’ 주도

 

‘원폭투하’ 미국에 책임·배상 요구 예정
2010년엔 한국정보기관 방해하기도

 

24일부터 열리는 엔지오 회의들(정부 대표들 회의는 27일부터)을 시작으로, 5월25일까지 4주간 열리는 올해 평가회의는 2010년 평가회의에서 합의된 핵군축, 비확산, 원자력의 평화이용 등 3개 분야 64개 항의 행동계획 이행 상황을 점검하는데, 핵 보유국들의 핵군축 의무, 중동 비핵지대 결의 이행 여부와 북한 및 이란의 핵 문제 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정부기구 단체나 개인 참석자들은 모두 자비부담이다. 그러다 보니 핵확산금지조약 평가회의 참여 시민들 대다수가 일본인들이다. 일본에선 지방자치단체 등에서도 재정지원을 해준다. 일본인들 참가자가 1천명을 넘기기도 한다. 뉴욕 유엔본부 안팎의 관련 행사들도 자연히 일본 중심으로 진행된다는 느낌을 준다. 히로시마·나가사키 시장들도 주요 행사에 참석하고, 주로 미국 엔지오들이 주관하는 행사들도 히로시마·나가사키 피폭 이슈 중심으로 치러진다.”

 

핵확산금지조약 평가회의는 각국 시민 대표들도 일부 정부 대표들 회의에 참석해 자신들의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엔지오의 부분 참여를 허용하고 있다. “한국 엔지오 대표들은 이번에 한국인 피폭 문제를 7~10분,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 관해 딱 3분 정도 발언(프레젠테이션)할 기회를 얻었다.” 고 대표는 유엔본부 안팎에서 열리는 평가회의 주요 행사들에 많은 자국 사람들을 참석시켜 발언하게 하는 일본과는 아예 비교할 수조차 없다며, “일본의 막강한 유엔 분담금 기여도, 자국 시민단체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지원 덕이 아니겠느냐”고 했다. 일본 위주의 주요 행사(메인 이벤트) 외에 작은 행사(사이드 이벤트)들도 있지만 그 규모는 수십명이 모이는 정도라며, “이런 현실, 그리고 이런 현실을 모르는 우리 국내 사정 때문에 본질적인 문제들에 대한 접근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고 고 대표는 말했다.

 

고 대표는 한국 엔지오들은 1995년 제5차 회의 때부터 참가했는데, “이런 사정 때문에 2010년 전까지는 사실상 가서 그냥 구경만 하다 온 꼴”이라고 했다. 그는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 투하 피해국인 일본이 핵비확산이나 반핵 행사의 중심 역할을 하는 것 자체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라면서도 “하지만 ‘가해자 일본’은 가려진 채 ‘피해자 일본’의 모습만 지나치게 부각하는 행사 위주로 가는 것에는 위화감을 느꼈다”고 했다. “히로시마·나가사키 피폭 사상자가 70만에 이르는데, 그중 7만~10만이 조선인(한국인)들로 추산되고 있다. 피해자의 10%가 조선 사람들인데도 그들은 존재감도 없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나 식민지배 문제, 독도 문제 등도 같은 맥락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1965년 한일협정으로 양국 간의 과거사 문제는 모두 청산됐다고 주장하는 일본 정부는 그들에게 무관심하거나 매우 차별적으로 대해왔다.” 이번에 처음 참가하는 한국인 피폭자들은 일본은 물론 원폭을 투하한 미국에 대해서도 가해자로서의 책임을 묻고 배상도 요구할 것이라고 고 대표는 말했다. 그는 현재 피폭자로 공식 등록된 한국 내 피폭 생존자만 2600여명에 이른다며, 이들에 대한 우리 정부의 소극적인 자세와 사회적인 편견 때문에 그들 자신뿐만 아니라 2세들의 피해도 제대로 조명받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고 대표는 많은 행사들을 주관하는 미국 엔지오들도 “미국이 원폭투하국이라는 원죄의식 때문인지” 그런 ‘피해자 일본’ 위주 흐름에 편승하는 관성화·관료화 경향을 보여왔다면서 “이번 회의에서는 우리의 목소리를 더욱 분명히 전달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이번 행사 참가를 위한 한국 엔지오 대표들의 미국 입국이 순조롭게 이뤄질 수 있을지부터 걱정했다. “2010년 회의 때 5명이 갔는데, 그중 2명이 미국 공항에서 억류당하는 바람에 문제가 된 일”을 떠올렸다. 그 사건은, 평통사가 한-미 연합훈련에 반대한 걸 근거로 우리 정보기관이 미국 당국에 그들의 입국을 허용하지 말도록 요청한 결과였다. “당시 오히려 주미 한국대사관 내의 미국인 직원들이 황당한 일이라며 전화도 해주고 손을 써준 덕분에 억류는 3시간 만에 풀렸지만, 이번에도 안심할 수 없다”고 했다.

 

또 그는 핵 군축·폐기보다는 비핵국가들로의 핵확산 제재에만 신경 쓰는 핵 보유국 위주의 핵확산금지조약 자체의 한계를 지적하고, 미국이 한반도 비핵화를 주장하면서도 북핵 문제 해결에 소극적인 것은 핵 및 군사적 패권 유지를 위해 이 지역의 긴장을 이용하려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냐는 얘기도 했다.

 

글·사진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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