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5, 4] 9차 NPT 평가회의_한국인 원폭 피해자 문제에 대한 사이드 이벤트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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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한주가 시작되는 유엔 본부는 NGO 참가자들이 부쩍 줄어든 모습입니다.
5월 4일에는 평통사와 참여연대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2개의 사이드 이벤트가 오전, 오후로 나뉘어 개최되었습니다.
오전 사이드 이벤트는 열시부터 '한국인 원폭 피해자 문제의 현황과 과제'라는 주제로 유엔본부 컨퍼런스 룸 C에서 개최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외부 참가자들이 거의 없어 안타까웠지만 사이드 이벤트가 진행되면서 차츰 자리가 채워졌습니다.
먼저 한국인 원폭 피해 문제에 대한 미국과 일본 정부의 사과를 요구하는 내용의 영상이 상영되었습니다. 이 영상은 오래 전부터 원폭 피해 문제에 대해 다큐 작업을 해 왔던 김환태, 박일헌 감독, 민족문제연구소 등에서 제공해 준 자료로 평통사에서 편집한 것입니다.
다음으로 원폭 피해 문제에 대해 일본 정부와 한국 정부를 상대로 계속 소송을 제기해 온 최봉태 변호사가 '한국인 원폭 피해자에게 정의를 돌려주자'라는 내용으로 발제하였습니다. 이어서 김봉대, 심진태 선생의 증언을 들었습니다.
최변호사는 먼저 국제인도법적 차원에서 핵무기 투하가 왜 불법인지를 밝힌 후 한국의 헌법재판소와 일본의 최고재판소의 판결을 인용해 한국 정부가 한국인 피폭 문제에 대해 일본 정부의 책임을 묻지 않고 배상을 포기한 것과 일본 정부가 핵투하에 대해 미국 정부에 대해 책임을 문지 않고 배상을 포기한 것을 비판하였습니다.
한국 헌법재판소는 2011.8.30. 한국인 원폭 피해자들의 배상 청구권에 대해 노력하지 않는 한국 정부의 부작위는 헌법에 위반되는 것으로 판결을 내린 바 있으며, 현재 한국 원폭 피해자들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 중이라고 소개하였습니다. 또한 일본 최고재판소는 2007.4.27.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으로 전쟁 피해자 개인의 청구권이 소멸하지 않았다고 판결한 사실을 소개하면서 원폭 피해자들의 청구권은 살아있으며, 일본 정부가 미국 정부를 상대로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한국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에서 보면 일본 정부도 일본 헌법을 위반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에 일본 피폭자들이나 평화운동단체가 미국 정부를 상대로 책임을 물어야 하며, 일본 정부가 직접 나서도록 촉구해야 한다고 강조하였습니다.
최변호사는 한일 정부가 각각 헌법을 위반하면서 미국의 위법적 핵패권을 유지시켜주고 있다면서, 미국이 NPT 행사에서 원폭 피해자들의 사죄와 배상 요구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은 '핵무기 없는 세상'이라는 구호가 얼마나 공허한 것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개탄하였습니다.
이어 존 김 변호사는 미국 내에서 진행되었던 방사능 피해 보상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핵무기 제조 공장에서 일하다가 피폭당한 노동자들이나 핵무기 실험으로 피폭된 주민들이 의회에서 제정된 특별보상법에 의해 피해를 보상받은 바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인 피폭자들이 미국 정부의 책임을 묻고 배상을 청구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미국내 여론을 환기시키고 핵무기 피해를 방지하고 모든 핵무기를 불법화하기 위한 과정으로 법적 행동(소송)을 취하는 것은 의미가 있으며, 이런 과정이 함께 되면 소송 제기와 승소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
존 김 변호사는 또한 김봉대 선생과 심진태 선생이 제안한 피폭자 연대나 유엔의 역할과 관련해서도 유엔총회에서 관련 결의가 채택될 수 있도록 관련 당사국들을 접촉하고 설득해 보자는 제안도 함께 하였습니다,
사이드 이벤트에는 일본 평화운동단체 피스보트의 가와사키씨도 참여했는데, 그는 일단 한국인 피폭자들이 NPT에 참여해서 문제를 제기해 준 것에 감사를 표했습니다. 가와사키씨는 핵무기 금지조약 체결 운동을 함께 전개하자고 제안하면서도, 그러나 한국 피폭자들이 제기하는 미국 정부의 책임을 묻고 배상을 요구하는 운동에는 일본 피폭자들과 시민단체가 함께 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대부분의 일본 원폭 피해자들은 미국 정부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지 않고 있는데, 그 이유는 샌프란시스코 조약(태평양 전쟁에 대한 미일 강화조약)으로 전쟁배상문제가 마무리된 것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또한 그는 일본과 일본인은 피해자로서의 측면과 가해(전범)자로서의 측면, 양 측면을 지니고 있어 미국 정부의 책임을 묻기 여려운 처지에 있다고 토로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최변호사는 갖고 온 책을 제시하면서 "이 책은 시모다 재판을 소개한 책이다. 일본 정부가 왜 마음대로 배상 청구권을 포기했느냐? 강화조약 등 조약의 해석은 일본 최고재판소가 그 권한을 갖고 있으며, 일본 최고재판소는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도 불구하고 개인 청구권은 살아 있다고 판결했다는 사례다."면서 가와사키 씨의 의견에 대해 "법적 논쟁을 하자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이 판결에 근거하면 피폭자들은 국적을 떠나서 미국의 책임을 묻는 법적 조치를 해야 한다. 그런데 일본 정부는 그렇다 치고 일본 평화운동단체도 자꾸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얘기하면서 대미 배상 청구는 할 수 없다고 하면 어떻게 하냐?" 고 정면으로 반박하였습니다.
덴마크에서 온 우슬라는 한국 정부가 미국 정부와 매우 친한데, 이 문제에 대해 한국 정부가 어떻게 나설 것 같은가? 라고 질문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고영대 대표는 "한미동맹 때문에 미국의 한국 정부에 대한 영향력이 매우 크고, 따라서 한국 정부가 미국 정부의 책임을 묻지 못하리라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 민중들의 투쟁에 따라 얼마든지 승리를 따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매향리 폭격장으로 수십년간 피해를 당해 온 주민들이 미 정부를 상대로 폭격장 폐쇄 투쟁을 승리로 이끈 적이 있고, 노근리 양민학살 사건에 대해서도 미 정부의 공식 사과를 이끌어낸 사례가 있다. 한국인 원폭 피해자들이 미국 정부의 공식 사과 요구는 앞서 제시한 두 사례에 비해 더 당위적이기에 그 가능성은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한국에서 좀더 전향적 정부가 들어서고 국민들이 이 사안에 대해 더 잘 알게 되고 지지해 준다면 한국 정부의 입장도 보다 전향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이러한 한국인 피폭자들의 싸움은 미일 내의 여론화의 전전과 결합한다면 그 효과는 훨씬 클 것이다. 결국 우리에게 달려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오혜란 전 사무처장도 "최근 한국 원폭 피해자들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데,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에 대해서는 책임이 있다는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미국 정부에 대해서는 책임이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는 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면서, 이는 한국 피폭자들의 노력과 국민들의 성원 여부에 따라서는 한국 정부의 입장이 전형적으로 바뀔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오늘 사이드 이벤트는 외부 참가자가 적어 아쉬웠지만, 활발한 토론으로 다소나마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습니다.
참가자들은 사이드 이벤트가 끝난 후에도 구체적인 소송절차나 제기될 문제점, 시도해 볼만한 방안들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였습니다. 심진태 선생은 이제 막 발을 뗀 미국의 책임을 묻는 법적 조치(소송)를 추진해 나갈 뜻을 밝히면서, 그런 점에서 이번 NPT 행사 참가 의의가 매우 크다고 밝혔습니다.
70년 동안이나 진전이 없었던 미국 정부의 책임을 묻는 활동이 좀 더 탄력이 붙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