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2020국방예산 뜯어보기1_월세보다 더 받기 쉬운 한국 돈? 국회는 단호해져야 한다(오마이뉴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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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국방예산 뜯어보기1] 11차 협정 결과도 안 나왔는데.. 1조 넘는 방위비분담금 요구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 모금 행사에서 "(뉴욕) 브루클린 임대 아파트에서 월세 114달러 13센트를 받는 것보다 한국에서 10억 달러(약 1조 2000억 원)를 받는 것이 더 쉽다"(2019. 8. 12)라는 말을 했다고 뉴욕포스트가 보도한 게 불과 석 달 전이다. 정부는 내년도 방위비분담금으로 1조 389억 원을 책정하고 이를 확정해 달라고 국회에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11차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이 아직 타결이 안 됐다. 때문에 정부의 내년도 방위비분담금 예산편성은 법적 근거가 없는 불법이다. 방위비분담금의 내년 예산 편성은 미국에게 내년도 방위비분담금이 최소 1조 389억 원 이상이 보장된다는 신호를 주는 것인데 불법으로 예산을 편성하면서까지 우리의 협상 입지를 좁히는 일을 해야 할 이유는 도대체 무엇인가?
▲ 방위비분담 협상 중단하라 방위비분담 협상이 열리는 국방연구원 앞에서 평통사 회원들이 협상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불법적인 예산 편성은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 국회가 내년 방위비분담금 요구안을 의결하면 그것으로 예산이 확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내년도 방위비분담금액은 11차 협정 협상 결과에 따라 정해지므로 국회의 의결은 무효가 될 것이 뻔하다. 국회의 예·결산 심의권(헌법 54조)이 부정되는 것이다. 2020년 국방예산에 대한 국회 국방위원회 예비심사보고서(208쪽)도 "국회의 예산 심의·확정권의 제약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강구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2020년 국방예산 중 방위비분담 예산은 전액 삭감되어야 한다.
법적 근거 없는 불법적인 방위비분담금 예산 편성
정부가 요구한 2020년 방위비분담금 1조 389억 원은 10차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이 정한 2019년의 방위비분담금액을 그대로 적용한 것이다. 그러나 10차 협정은 내년도 방위비분담금액은 정하고 있지 않다. 정부가 제출한 내년 방위비분담금 예산은 임의적인 것일 뿐 어떤 법적 근거도 없다. 국방부 자신도 "현 시점에서 2020년 예산 편성의 근거가 되는 협정과 배정액이 부재한 상황"(2020년도 국방예산 사업설명자료 중)이라고 인정하고 있다.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은 주한미군의 주둔경비에 대해서만 적용된다. 따라서 방위비분담금이 해외주둔미군에 지급되는 것은 불법이다. 그렇지만 10차 특별협정의 부속문서인 이행약정은 '주한미군의 일시적 주둔'을 새로 포함시킴으로써 해외주둔미군에 대해서도 방위비분담금을 지급할 수 있는 길을 터주었다.
이행약정에는 '일시적 주둔'이라는 표현이 담겨있어 한미연합훈련 등을 위해 일시적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해외주둔미군이라 하더라도 이들이 사용한 공공요금이나 저장, 위생·세탁·목욕, 폐기물 처리 용역비에 대해서 방위비분담금을 쓸 수 있게 한 것이다. 부속문서인 이행약정은 조약이 아니다. 이행약정이 상위법인 방위비분담 특별협정과 한미소파(제5조), 지리적 적용범위를 한국영역에 한정한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위반한 것이다.
해외주둔미군에 대한 불법적인 방위비분담 지급의 또 하나의 예가 주일미군 항공기의 정비비 지급이다. 9차 협정 기간(2014~2018)에만 주일미군이 보유한 전투기, 헬기를 보수·정비하는 데 954억 원의 방위비분담금이 사용되었다. 이 역시 주한미군 장비에 대해서만 적용되는 방위비분담 특별협정 위반이고 한미소파 위반이다.
국회는 10차 협정을 비준동의하면서 부대의견으로 "정부는 방위비분담금이 주한미군 주둔과 무관한 해외미군 관련 용도로 사용되지 않도록 하며, 그동안 한·미 군 당국 간 합의에 따라 지속되어 온 미군 역외자산 정비 지원 관행을 개선하고 궁극적으로 폐지할 것"을 주문했다. 국회가 방위비분담 군수지원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함으로써 주한미군 주둔과 무관한 용도에 방위비분담금이 쓰이는 것을 막아야 한다.
또, 국회는 방위비분담금에서 불용액이 발생할 경우 국가재정법에 따라 국고로 회수할 것을 한미당국에 여러 차례 촉구하였다. 그러나 '10차 특별협정 이행약정'이 군수지원비에서 불용액이 발생하면 이를 주한미군의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으로 지출할 수 있게 허용함으로써 국회의 의견은 묵살되었다. 불용액의 공공요금 지출은 불용액의 국고회수와 '예산의 목적 외 사용금지'를 규정한 국가재정법 위반이다.
남북 평화 역행하는 군수지원은 그만, 군사건설비도 삭감해야
군수지원은 9개 항목으로 되어있다. 이 중 살스케이(SALS-K, 한미단일탄약군수체계), 매그넘(한국 공군 시설 내 미 공군탄약 저장), 전쟁예비물자(WRM) 정비, 미군장비정비 등은 북한을 공격·점령하는 공세적인 대북 군사전략에 입각한 전시 군수지원체계들이다. 이들 사업에 투입되는 군수지원금(방위비분담금)은 2019년 기준으로 879억 원에 이르며 전체 군수지원비 1674억 원의 52.5%를 차지한다.
살스케이나 매그넘, 전쟁예비물자 정비, 미군장비정비 등 네 가지 사업은 특히 판문점 선언과 평양 선언 및 군사분야 합의서, 또 싱가포르 공동성명으로 바뀐 한반도의 정세에 비추어 당장 폐지되어야 할 사업이다. 대북공격과 점령 시나리오에 따른 전시지원 사업들에 1000억 원에 가까운 국민세금을 매년 축내는 것은 낭비일 뿐만 아니라 남북관계 및 북미관계의 진전을 위협함으로써 한반도 평화에 역행한다.
군사건설비도 군수지원비 이상으로 그 집행이 불법으로 점철되어 있다. 방위비분담금을 가져다가 평택미군기지 건설에 쓴 것은 LPP(연합토지관리계획) 개정협정 위반이다. LPP 개정협정에는 미2사단의 평택기지 이전 비용을 미국이 부담하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 LPP 개정협정이 체결된 2004년부터 매해 군사건설비 예산을 우리 국회와 국민 몰래 빼돌려 축적하고 이렇게 축적한 돈에서 이자소득을 수취하고 또 탈세까지 한 행위도 국가재정법과 영리활동을 금지한 한미소파 제7조를 위배한 불법이다. 그런데도 한미 당국은 이런 불법적인 군사건설비 집행에 대해서 형식적인 개선 시늉에만 그치고 최소 3000억 원이 넘는 이자소득의 국고 환수 등 실질적인 시정 조치를 취한 적이 없다.
되레 10차 특별협정에서는 특수정보시설 등 특정시설에 대해서는 미국 기업이 시공을 맡을 수 있게 해주었다. 이는 시공감리 외에는 현금 지급을 하지 않고 모든 건설시공은 한국기업이 맡도록 한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의 취지를 위배한 것이다. 국회도 "… 엄격한 협의와 합의를 거쳐 비한국 업체 지원 여부를 결정할 필요가 있"(국회 외통위, 10차 방위비분담협정 비준동의안 심사보고서)다고 지적하고 있다.
앞으로 미국은 평택미군기지 작전센터 등 특정시설을 미국업체에 맡길 것이고 이로 인해 우리 국민세금이 미국기업의 이익으로 유출되고 재정주권도 훼손될 것이 틀림없다. 군사건설비 예산을 전액 삭감하여 방위비분담금의 불법적 집행을 막겠다는 국회의 단호한 결의를 보여주어야 한다.
▲ 바닥에 깔린 1조원들 지난 10월 22일 한미방위비분담 협상이 열리던 날, 미국대사관 앞에서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이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결국 미국이 최대한 한국의 비용분담을 끌어내기 위한 협상전략으로 '주한미군 감축/철수' 카드를 흔들며 한국 정부를 압박하는 데 이용당할 수 있는 것이다. 지난 2018년 말 해리스 미국 대사는 청와대를 찾아가 "(분담금을 더 내지 않으면)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다른 방식으로 이행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주한미군 철수' 카드로 압박한 바 있다.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 방위비분담 사업목적의 불법부당성
국방부는 방위비분담의 사업목적을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여건을 조성함으로써 확고한 한·미 연합방위태세 유지에 기여"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방부의 주장은 주한미군 주둔여건 조성의 주된 책임을 한국이 자진해서 떠맡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그래서 방위비분담은 우리에겐 당연한 '의무'가 되고 미국에게 '안정적 주둔여건 조성'을 명분삼아 더 많은 방위비분담을 요구할 수 있게 '빌미'를 주게 되는 것이다.
또한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여건 조성' 이라는 사업목적은 주한미군의 주둔비용을 미국이 부담하게 되어 있는 한미소파 제5조를 우리 정부가 부정하는 것이 된다는 점에서도 옳지 않다.
한편, 주한미군 주둔은 미국의 정치적, 군사적 이해관계 차원에서 결정되는 것이지 주둔경비 문제에 의해서 좌우되는 것은 아니다. 만약 미국이 주한미군을 감축하거나 철수한다면 그것은 정치적, 군사적 이유 때문이지 주둔 경비 문제가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동안 방위비분담금이 미국의 요구대로 인상되지 않아서 주한미군이 감축되거나 철수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정부는 주한미군 감축 또는 철수 위협을 잠재우기 위해서 방위비분담금을 지급하거나 인상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하며 국회도 방위비분담 사업목적의 불법부당성을 명확히 인식하며 예산안 심의에 임해야 한다.
미국의 위협에 굴복해서는 안된다는 국민들의 뜻
미국은 벌써부터 11차 방위비분담금(2020년 적용)이 연내에 타결되지 않으면 "내년 4월 중순부터 강제 무급 휴가 보내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노조 측에 발송"(KBS, 2019. 10. 2)하는 등 11차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의 연내 타결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는 이런 미국의 위협에 굴해서는 안 된다. 국회가 내년도 방위비분담 예산을 전액 삭감하는 것은 국회의 너무나 정당하고 헌법에 보장된 권한 행사이다.
지금 미국이 방위비분담 특별협정, 한미소파, 한미상호방위조약 전부를 위반하면서까지 한국에게 전략자산전개비용이나 한미연합연습비용, 심지어는 주한미군 근무수당, 미 군무원과 주한미군 가족지원까지 요구하며 6조 원이라는 터무니 없는 금액을 요구하는 것은 한국을 '봉'으로 여기지 않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또한 한국정부와 합의만 하면 국회에서는 자동으로 통과되리라 여기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국회는 한 번도 방위비분담 특별협정 비준동의안을 부결시킨 적이 없다. 또 미국이 방위비분담금을 불법적으로 집행하더라도 지금까지 한 번도 국회에서 제지를 당한 적도 없다.
2020년 국방예산 심사에서 국회가 불법적으로 편성되고 또 불법적으로 집행되어 온 방위비분담 예산을 전액 삭감한다면 미국의 오만과 횡포는 제동이 걸릴 것이다.국민들은 기꺼이 국회에 박수를 보낼 것이다. 국회는 우리의 주권과 국익을 지키기 위해, 또 정부가 미국의 불법부당한 요구에 당당히 맞설 수 있도록 내년도 방위비분담액 예산 전액을 과감히 삭감하길 진심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