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2020국방예산 뜯어보기2_국민세금 217억 써서 미군이 오염시킨 땅 되살리자고?(오마이뉴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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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국방예산 뜯어보기2] 소파 개정으로 반환 미군기지 환경오염 책임 물어야
▲ 한미 소파 개정하라 2018년 5월 21일 외교부 앞 인천시민단체 공동 기자회견
국방부가 주한미군 반환 및 공여지에 대한 환경오염 조사 및 치유 명목으로 2020년 국방예산 217억 원을 편성해 국회에 제출했다. 내년도 환경오염 치유예산은 부평 캠프마켓(DRMO, 전국 미군들의 폐기물 처리장), 원주 캠프롱, 동두천 호비 사격장, 의정부 캠프 에세이욘 네 곳의 미군기지 정화에 쓰인다. 이들 네 곳은 한국과 미국이 주장하는 환경오염치유 기준이 달라 반환이 지연돼 왔다.
내년 국방예산에 이 네 곳의 환경오염 정화비 예산이 편성된 것은 주한미군(미국)에게 환경오염 책임을 묻는 것을 포기하고 우리 국민 세금으로 정화하겠다는 것을 뜻한다.
미국 기준치를 10배 초과하는 부평 캠프마켓 오염
주한미군기지의 환경오염 수치가 우리 환경법이나 미국 환경법에서 정한 기준치를 훨씬 넘게 나오는 것이 다반사다. 부평 캠프마켓만 하더라도 그렇다.
환경부는 주한미군과 캠프마켓 반환 협상을 진행하면서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공동환경평가절차에 따라 2015년 7월~2016년 3월과 2016년 6~9월에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미군 군수품재활용센터(DRMO)로 사용됐던 구역의 33개 조사지점에서 모두 다이옥신이 검출됐다.
이 가운데 최고 농도는 1만347 피코그램을 기록했고, 33개 조사지점 중 1000피코그램을 초과한 지점도 7곳이나 됐다. 미국과 일본의 다이옥신 기준치가 1000피코그램이므로 캠프마켓(DRMO)의 다이옥신 오염이 미국 기준으로도 최고 10배가 넘는다. 국방부의 2020년 예산사업설명서를 보면 캠프마켓(DRMO)의 오염량은 다이옥신 류 9428㎥와 중금속 및 유류 11만 3934㎥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돼 있다.
환경오염 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미국
한미가 공동으로 조사한 결과 부평 캠프마켓의 오염 정도가 미국 기준치를 넘을 정도로 심각한데도 미국은 치유책임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캠프마켓만이 아니라 다른 반환미군기지에 대해서도 오염치유 책임을 인정한 적이 없다. 미국은 주한미군기지가 자신들의 기준(KISE : 인간 건강에 대해 알려진·임박한·실질적·급박한 위험)으로 볼 때 오염된 것이 아니며 따라서 치유 책임도 없다는 황당한 주장을 편다.
우리의 환경법이 엄연히 존재하고, 또 국제법적으로 환경오염원인자가 치유 책임을 지게 돼 있는데도 미국(주한미군)은 자신들이 일방적으로 정한 기준과 그에 대한 일방적 해석을 앞세워 한미 공동환경조사 결과를 인정하는 것마저 거부하고 있다. 미국이 자신의 환경오염 책임을 인정하기를 거부함에 따라 우리 환경주권이 침해될 뿐만이 아니라 우리 국민은 막대한 재정적 부담도 지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반환 완료된 미군기지 54곳에 대해서 환경오염조사를 실시하고 오염된 반환미군기지 18곳과 기지주변지역 12곳 등에 대한 정화를 실시했다. 지금까지 들어간 국방 예산 중 관련 비용을 모두 합산하면, 소요된 예산만 2400억 원에 이른다. 또 앞으로 반환예정된 기지들이 26곳이 남아있고 용산미군기지의 경우 오염정도가 매우 광범할 것으로 여겨진다. 때문에 언론 등에서는 1조 원이 훨씬 넘는 돈을 우리 국민이 부담해야할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사실상 환경주권 포기 선언한 정부
정부는 '현 한미소파체제로는 반환미군기지 환경오염 정화비용 분담 문제 해결이 사실상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결론은 사실상 환경주권의 포기 선언이라고 생각한다. 정부는 "한미소파에는 미국의 오염정화 책임이 명확히 명시되지 않았고 한미간 이견이 지속될 경우 중재방안이 전무하다"는 이유를 대면서 자신이 내린 결론을 합리화하고 있다.
그러나 주한미군에게 환경오염 책임을 묻고 우리 환경주권을 지키는 문제는 한미소파의 규정이 어떻게 돼 있는가와는 또 다른 문제다. 미군기지 환경오염은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 문제다. 어떤 조건 어떤 상황에서도 환경주권을 포기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래서 한미소파에 미국의 정화 책임이 '명확히' 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반환미군기지 정화 책임을 미국에 묻는 것을 포기해 버리는 것은 매우 무책임하다.
▲ 부평 캠프마켓 다이옥신 오염 부평미군기지 캠프마켓 서문에서 1인시위하는 인천평통사 회원
무엇보다 정부 결론이 무책임하게 느껴지는 것은 국민에게 선택을 돌리는 것처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반환 지연에 따른 사회·경제적 비용과, 미국에 부담시킬 정화 비용을 비교해 국민이 판단하게 하겠다"라고 말한다. 정부는 이미 자기 결론을 내려놓고 국민보고 결정하라니 이는 국민을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기만하는 것이다.한미 소파에도 개정돼야 할 부분이 많다. 국내법을 '존중한다'(준수한다가 아니라)고 적혀 있는 등 우리 환경주권이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다. 하지만 미국에게 환경오염 책임을 묻지 못하는 이유를 한미 소파로 미루는 것도 온당하지 않다.
또 미국에게 환경오염 책임을 묻는 것이 쉽지않은 만큼 국민과 함께 가야 하는데 지금까지 정부는 주한미군 기지 환경조사 결과를 우리 국민에게 공개하지 않았다. 법원의 판결이 있으면 그제서야 핵심 자료는 빼놓고 중요도가 떨어지는 일부 자료만 공개했다. 환경부는 지금까지도 부평 캠프마켓에 대한 위해성 평가 결과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런 환경부의 태도는 미국한테 오염 책임을 묻는 한국의 입지를 스스로 좁히는 것이다.
부산 하야리아의 경우 주한미군이 주장하는 방식인 위해성평가방식에 따라서 조사한 결과, 일부 지역이 위해성이 있는 것으로 조사했는데도 그 치유 비용을 받아내는 것을 포기했다. 미국의 눈치 보기에 급급하면서 한미 소파의 한계 때문에 미국에게 환경오염치유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말한다면 이는 과연 온당한 태도인가.
미국이 자국 부담으로 미군기지 치유한 사례도 있어
LPP(한미연합토지관리계획)와 관련해 최초로 반환된 용산 아리랑택시부지(2003. 12. 30.)와 오산 베타사우스 탄약고 부지(2004. 8. 27.)는 우리 토양환경보전법의 토양오염 우려 기준을 초과해 미군이 오염을 치유한 뒤 반환했다.
캐나다의 경우, 캐나다 정부의 노력으로 미국이 환경오염치유 책임이 없는데도 1억 달러를 들여 오염된 미군기지 토양오염을 정화한 사례(1998년)가 있다. 독일의 경우 나토소파 독일보충협정 제54조 A는 모든 사업에 대해 환경적합성을 독일 '환경법'에 따라서 조사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으며 법적 기준을 넘는 유해물질 오염의 경우 확인·평가·치유 비용을 파견국(미국)이 부담한다고 돼 있다.
이런 사례에 비춰본다면 '현 한미 소파체제로는 미국에게 환경오염치유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정부의 결론은 무책임하고 너무나 성급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 부평미군기지 정문 부평미군기지 앞에서 인천 시민사회단체들이 미군에게 환경오염 치유를 요구하였다.
정부가 부평의 캠프마켓과 원주의 캠프 롱, 캠프 이글, 동두천의 캠프 호비를 비롯한 미반환 26개 기지의 조기 반환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언론은 향후 방위비분담 협상을 통해 미군기지의 정화비용을 방위비분담금 인상과 상쇄하는 방안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방위비분담 협상에서 환경오염 치유비용을 상계한다?
만약 언론의 전망대로 정부가 환경오염 정화비용을 방위비분담금과 상계하는 방안을 갖고 있다면 이는 중대한 실책을 범하는 것이다. 이것은 곧 우리 국민 세금으로 미군기지 환경오염을 정화해 준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주권국가로서 한국이 미국에게 미군기지 환경오염 치유책임을 묻지 못하는 것도 분통 터지는 일인데 한국이 자청해서 우리 국민 세금으로 미군기지 환경오염 치유를 해주겠다고 나선다면 그런 굴욕도 없다. 또 우리 국내법(환경관련법)의 오염원인자 부담 원칙에 비춰 봐도, 이는 우리 정부가 국내법을 스스로 어기는 불법 행위다.
정부가 내년 국방예산에 환경오염 치유비용 217억 원을 편성한 것은 환경주권을 사실상 포기하고 우리 국민 혈세로 미군기지 환경오염을 정화하겠다는 것을 뜻한다.
절차상으로도 내년 환경오염정화비용 편성은 중대한 문제가 있다. 부평 캠프마켓 등 네 곳의 미군기지에 향후 몇 년에 걸쳐 투입될 환경오염정화 총 사업비는 자그마치 939억 원에 이른다. 하지만 정부가 네 곳 미군기지에 대한 한미 위해성 평가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어 국회와 우리 국민은 이 예산편성이 적정한 것인지 판단할 기준이 없다.
또 내년 네 곳의 미군기지 환경오염 정화사업이 예산상으로 승인되면 앞으로 반환될 22곳의 미군기지도 죄다 우리 국민세금으로 치유해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이다. 이런 상황을 막고 우리 환경주권을 지키기 위해 국회는 내년 환경치유 예산 217억 원 전액을 삭감해 미국과 재협상하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