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국방예산 문제점 연속기고 ③] 법적 근거 없는 올해 방위비분담 예산집행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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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 근거 없는 올해 방위비분담 예산집행
방위비분담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법적 근거 없이 방위비분담 예산을 편성하고 또 법적 근거 없이 예산을 대부분 집행해 버린 것이다. 2020년 1월부터 적용되어야 할 특별협정이 미체결인데도 정부는 2020년 방위비분담 예산으로 1조 389억 원을 편성하고 이 가운데 6102억 원을 2020년 11월 말 현재 집행했고, 연말까지 집행액은 7603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한겨레, 2020.12.7).
1991년 이래 올해처럼 특별협정이 미체결 상태에서 한 해의 방위비분담 예산을 거의 다 집행해버린 것은 전례가 없다. 방위비분담 협정이 체결되지도 않았는데, 정부가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도 다 해버린다면 협정이 굳이 왜 필요한가, 또 국회의 조약비준동의권이 헌법(60조 1항)에 규정될 필요가 무엇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국방부)는 강은미 의원실의 질의에 대한 답변서(2020.11.26)에서 2020년 및 2021년 방위비분담 예산 편성은 기획재정부의 『예산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 세부지침』을 따랐고, 2020년 방위비분담 예산 집행은 10차 특별협정 제7조를 따랐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방부가 제시하는 근거들은 국방부의 주장과는 정반대로 오히려 국방부의 예산 편성과 집행이 국가재정법과 기획재정부의 예산편성지침을 위반하고 헌법의 국회 예산심의·확정권과 조약비준동의권을 침해하는 불법임을 확인시켜주는 근거가 된다.
▲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회원들이 외교부 앞에서 문재인정부의 불법적인 방위비분담 예산 집행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기재부의 예산편성지침을 어긴 올해 및 내년도 방위비분담 예산 편성
기획재정부(기재부)는 국가재정법 제29조에 따라서 매년 각 부처에 『예산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 세부지침』을 통보한다. 기재부의 지침은 “국제부담금은 이를 명시한 협정서가 있거나 관계부처 협의, 국무회의 또는 장․차관회의 등의 절차를 거쳐 우리정부가 부담하기로 결정된 경우에만 반영”할 것을 지시하고 있다. 방위비분담금은 한국인 노동자 인건비 또 군사건설비 중 현금으로 미국에 지급하는 설계감리비가 국제부담금에 해당된다. 이들 국제부담금은 미국과의 협정서에 의해서 한국이 부담할 의무를 지는 돈이다. 그런데 ‘협정서’ 즉 11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이 부재한 상태이기 때문에 국방부가 2020년 및 2021년 방위비분담 예산(각 1조389억 원)을 편성한 것은 기재부의 지침을 어긴 것으로, 각 부처가 기재부의 예산편성지침에 따라서 예산요구서를 제출할 것을 규정한 국가재정법 제31조 위반이다.
국무회의가 기재부의 예산편성지침을 어긴 국방부의 방위비분담 예산요구서를 그대로 수용해 정부안으로 확정한 행위 역시 정부 자신이 정한 ‘예산편성지침’을 어긴 것이므로 불법이다. 정부가 11차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이 미체결인 상태에서 국회에 2020년 및 2021년 방위비분담 예산을 제출한 것은 국회에 법적 근거 없는 예산심의를 요구한 것으로서 국회의 예산심의·확정권을 침해한 것이다. 예산 편성의 법적 근거가 없는 상태가 계속되는 속에서 불법적으로 편성된 2020년 및 2021년 정부의 방위비분담 예산안을 의결한 국회의 행위도 자신의 권한을 뛰어넘은 것이며 마찬가지로 불법이다.
2020년 방위비분담 예산을 배정하고 집행한 것도 불법이다
11차 특별협정이 미체결 상태에서 국방부장관은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2020년 방위비분담 1조389억 원의 배정을 요구할 권한이 없고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이를 배정할 권한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0년도 방위비분담 예산을 배정하고 또 배정된 예산을 집행한 것은 국방부장관과 기획재정부장관이 월권한 것으로 직권남용이다. 방위비분담금은 국민의 중대한 재정적 부담이 되므로 해당되는 조약은 헌법 60조 1항에 따라 국회의 비준동의가 있어야 비로소 예산의 집행이 가능하다. 그러나 국방부의 방위비분담 예산 집행은 국회의 비준동의 없이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국회의 조약비준동의권을 침해한 것이다.
▲ 외교부 앞에서 방위비분담금 불법집행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는 평통사 회원
올해 예산 집행의 불법성을 감추기 위해 특별협정을 왜곡하는 국방부
국방부는 다년간 군사건설사업의 경우 특별협정이 종료돼도 집행할 수 있다고 하면서 그 근거로 10차 특별협정 제7조를 들고 있다. 그러나 국방부의 이런 해석은 터무니없는 왜곡이다. 10차 협정 제7조는 “협정의 종료는 매년 선정되었으나 이 협정 종료일에 완전하게 이행되지 않은 모든 군수비용 분담 지원분 또는 군사건설 사업의 이행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라고 되어 있다. 이 조항은 어디까지나 10차 협정(적용연도는 2019년)의 방위비분담금 합의액 1조389억 원의 범위 안에서 적용되는 조항이다. 만약 이 조항이 협정액 1조389억 원의 범위를 넘어서까지 한국이 군사건설과 군수분야 사업비를 보장하는 조항이라면 이는 10차 협정을 위반하는 것이 되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따라서 이 10차 협정 7조는 2019년 군사건설 및 군수분야 예산(5384억 원) 중 2020년으로 이월된 예산에 대한 규정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협정 7조에 따라 2020년에 집행할 수 있는 범위는 2019년에서 2020년으로 이월된 184억 원 이내여야 한다.
국방부의 『2020년도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안 설명자료』를 보면 군사건설예산 3710억 원 가운데 다년간 계속 사업비는 3116억 원이다. 만약 국방부 주장대로 10차 협정 제7조를 해석하면 11차 협정의 체결 여부에 상관없이 한국은 10차 협정 제7조에 따라 2020년에 3116억 원을 지불할 의무가 발생한다. 즉 10차 협정의 방위비분담 합의액은 1조389억 원이 아니라 거기에 3116억 원을 더한 1조3505억 원이 되는 것이다. 국방부가 자신의 주장대로 10차 협정 제7조에 따라 2020년 11월말까지 군사건설과 군수지원비로 2962억 원( (11월까지 집행액 3146억 원 중 이월액 184억 원을 제외한 집행액)을 집행했다면 이는 10차 협정을 위반한 것이다.
법적인 근거가 없는 임의적 개념까지 만들어 미국의 이익을 보장하려는 국방부
국방부는 2020년도 군사건설 집행액 1,977억 원(7월말기준)의 법적인 근거를 묻는 평화통일연구소의 정보공개청구(2020년 10월 7일)에 대해서 “과거 한미가 『한미 방위비분담 특별협정(SMA)』을 통해 지급을 약속한 현물군사건설 사업의 미집행 현물지원분을 동 협정 제7조에 따라 집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답변하였다. 그러면서 국방부는 2019년 12월 말 현재 ‘미집행 현물지원분’(군수분야 미집행 현물지원분 포함)이 9079억 원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 국방부가 말하는 ‘미집행 현물지원분’이란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에 근거를 둔 법적 용어가 아닌, 국방부가 임의적으로 만들어낸 개념이다. 10차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제3조)은 “연도 말에 현물 지원분이 남아있을 경우… 이행약정에서 달리 규정하지 않는 한 다음 연도로 이월된다…당사자 관계당국은 미집행 지원분의 최소화를 위하여 …최대의 노력을 기울인다”로 되어 있다. 10차 협정에 따르면 미집행 현물지원분이란 해당연도에 편성된 군사건설과 군수지원 예산이 다 집행되지 않아 다음 연도로 이월된 예산 즉 이월액을 가리키는 용어임을 알 수 있다. 금액으로 따지면 2019년에서 2020년으로 이월된 184억 원이 미집행 현물지원분의 전부다. 미집행 현물지원분이 9079억 원이라는 국방부 주장은 터무니없다.
10차 협정 제3조에 비추어보면 국방부가 말하는 ‘미집행 현물지원분’ 이란 개념은 협정 상 근거가 없는 임의적 개념에 불과하다. 국방부는 9079억 원에 이른다는 ‘미집행 현물지원분’의 연도별 내역을 공개해달라는 평화통일연구소의 정보공개청구에 대해서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는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비공개하였다. 그러나 이는 ‘미집행 현물지원분’이라는 법적 근거가 없고 국가재정법에 어긋나는 개념을 동원해 3천억 원이 넘는 예산을 불법 집행한 사실이 탄로 날까 두렵기 때문일 것이다.
국방부가 말하는 ‘미집행 현물지원분’이 법적인 근거가 없고 국가재정법에도 배치되는 개념이라는 것은 ‘미집행 현물지원분’에 불용액(세계잉여금)을 포함시키는데서도 드러난다. 불용액이란 사업을 정상대로 수행하고 남은 잔금을 말한다. 쓰고 남은 돈인 불용액은 국가재정법 상으로 국고로 환수하게 되어 있다. 이에 불용액을 미국에 추후 보전해 주어야 할 ‘미집행’된 돈으로 보는 것은 국가재정법을 어기는 것이다.
국방부는 특별협정 상의 방위비분담금보다 줄여서 예산편성을 함으로써 생긴 차액(이른바 감액분, 협정액-예산편성액)도 ‘미집행 현물 지원분’이라고 본다. 그러나 이 역시 국방부의 ‘미집행 현물지원분’이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이 그저 어떻게 해서든 미국의 이익을 보장해주기 위해 고안된 개념임을 보여준다. 감액분은 8차 및 9차 특별협정 상 합의액 대로 예산을 편성할 경우 매년 이월액과 불용액이 너무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미국과의 협의 하에 미국의 결정으로 예산을 줄여 편성한 것이다. 이는 “집행이 불가능하거나 집행 계획이 없는 것을 저희가 지급을 안 한 것”(2013년 6월 14일 국회답변)이라는 김관진 국방장관(당시)의 답변에서도 확인된다.
쓸 수 없는 돈, 사용처가 없는 돈, 과거 협정의 유효기간도 지나 지급할 의무도 없는 돈을 미국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하면서 협정상 근거도 없고 국가재정법과도 배치되는 용어(미집행 현물지원분)를 임의로 만들어 내는 국방부의 태도는 우리 국민의 부담은 안중에 없이 미국 이익 보장에 안달하는 모습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 외교부 앞에서 국회예산심의권 침해하는 방위비분담금 불법 집행을 규탄하는 평통사 회원
불법 편성된 예산을 집행한 국방부장관과 기재부장관의 행위는 특가법 대상이다
국방부가 10차 특별협정과 국가재정법을 위반해서 미국에게 방위비분담금을 보장해준 것은 배임으로 제3자(미국)에게 부당한 이득을 준 것이므로 형법 355조(횡령·배임)에 해당한다.
이 경우 국방부 장관이 배임으로 최소 2962억 원의 국고손실을 끼친 것이므로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제5조1항(국고손실이 5억 원 이상인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 적용된다. 기재부 장관은 예산편성지침에 위배되는 국방부의 예산편성을 승인하고 예산을 배정까지 함으로써 부당하게 미국에게 이익을 주고 국고손실을 초래하였으므로 특정범죄가중법 제5조1항의 죄를 범한 것이다. 국정원장들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정원 특활비 상납 사건에서 국정원장이 회계직원책임법상 회계관계직원에 해당한다고 보고 특가법상 국고손실죄와 뇌물공여죄를 인정한 대법원 판례(2019. 11. 28)도 있다.
정부는 불법적인 예산 집행을 중지하고 방위비분담금 대폭 인상 방침을 백지화해야
2016〜2019년 사이에도 방위비분담금이 과도한 수준에서 결정돼 우리가 주지 않아도 될 돈이 수천 억 씩이 낭비되고 있다. 연간 이월액과 불용액, 감액분을 합치면 2016년 1139억 원, 2017년 1215억 원, 2018년 987억 원, 2019년 263억 원에 이른다. 여기에 평택미군기지건설비나 사드기지 공사비로 불법 전용되는 방위비분담금은 연 평균 1778억 원이다.
또 주일미군 장비 정비비(연평균 191억 원)도 특별협정 위반으로 우리가 줘서는 안 되는 돈이다. 최근 4년간의 방위비분담금은 연평균 2870억 원 씩 낭비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협정 왜곡과 불법을 자행하고 법적인 근거가 없는 임의적인 용어까지 동원해서 안 줘도 될 돈, 줘서는 안 될 돈을 미국에 지급하고 있는 국방부의 태도는 지탄받아 마땅하다. 매년 수천억 원씩의 국민 세금이 낭비되고 있는 방위비분담금의 집행 실태에 비추어 볼 때 11차 협상에서 향후 5년간 13%+α를 보장해 주겠다고 나서는 정부의 태도도 기가 찰 따름이다. 미국에게 방위비분담금 13%+α(매년 추가 인상분)를 보장하겠다는 방침을 백지화해야 한다. 방위비분담금은 애초부터 한국이 줄 필요가 없었고 줘서도 안 될 돈이다.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을 폐지하고 불평등한 한미관계를 바꿔내야 한다.
※이상은 오마이 뉴스 기고문 원문 입니다.
◎ 2021 국방예산 문제점 시리즈 보기
[2021 국방예산 문제점 연속기고 ①] 천정부지로 치솟는 국방예산, 대대적인 삭감이 필요하다!
[2021 국방예산 문제점 연속기고 ②] 과감한 장성 감축 요구되는 2021년 국방예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