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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국방예산 문제점 연속기고 ⑤] 미군이 오염시킨 땅 왜 우리 세금으로 치유해야 하나?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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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이 오염시킨 땅 왜 우리 세금으로 치유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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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도 국방예산에는 반환 주한미군 기지 환경오염 조사 및 치유 사업비 568억 원이 들어있다. 부평 캠프마켓(DRMO) 정화비 242억 원, 원주 캠프 롱 정화비 26억 원, 용산기지 등 2021년 반환예정(예산안 국회제출 시점 기준) 9곳의 정화 착수비 138억 원 등이다. 

 

법적 근거 없는 미군기지 정화비 예산 편성

 

국방부는 내년도 주한미군기지 정화사업을 우리 예산으로 편성하면서 그 법령상 근거로 ‘토양환경보전법’과 ‘주한미군 공여구역 주변지역 등 지원특별법’(『2021년도 예산 및 기금운용 계획안 사업설명자료(Ⅱ-1)』, 1734쪽)을 든다. 그러면 과연 이들 법령이 우리 예산으로 주한미군 반환기지를 정화하는 근거가 될 수 있을까?  

‘토양환경보전법’은 국방부의 주장과 정반대로 국방부가 우리 예산으로 미군기지 정화사업을 하는 것이 불법임을 밝혀준다.   


토양환경보전법 제10조의 4(오염토양의 정화책임 등) ①항은 “토양오염물질의 누출·유출·투기·방치 또는 그 밖의 행위로 토양오염을 발생시킨 자”나 “토양오염의 발생 당시 토양오염의 원인이 된 토양오염 관리대상 시설의 소유자·점유자 또는 운영자”는 “정화책임자로서 토양정밀조사, 오염토양의 정화 또는 오염토양개선사업의 실시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내년도 예산에 편성된 정화사업 대상 미군기지는 그 “시설의 소유자·점유자 또는 운영자”가 주한미군이다. “토양오염을 발생시킨 자” 역시 주한미군이다. 따라서 토양환경보전법에 의해 당연히 주한미군이 정화책임자로서 토양정밀조사와 오염토양개선사업을 자신의 비용으로 실시해야 한다. 


그렇지만 국방부의 위에서 인용한 2021년도 예산 사업설명자료를 보면 국방부가 정화책임자로 되어 있고 우리 세금으로 정화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이는 토양환경보전법 제10조를 위배한 불법이다. 

‘주한미군 공여구역 주변지역 등 지원특별법’도 내년도 환경치유사업 예산 편성의 근거가 되지 못 한다. 이 지원특별법은 반환미군기지 정화비용에 관한 한미당국 사이의 책임을 규정한 법이 아니다. 이 법은 반환미군기지 양수인 또는 매수인과 국방부 장관 사이의 오염제거 책임을 규정한 법이다. 따라서 이 법을 근거로 주한미군기지 정화사업 예산을 편성한 것은 법적 근거가 없다. 

 

▲   미군기지 환경오염 미군이 치유하라! 2018년 5월 21일 외교부 앞 시민사회단체 공동 기자회견

 

 

굴욕적인 한미소파합동위 결정 철회되어야 

 

정부는 2019년 12월 11일 열린 200차 한미소파합동위원회에서 미군기지 4곳(부평 캠프마켓, 원주 캠프 롱, 캠프 이글, 동두천 캠프 호비쉐아사격장)을 즉각 반환 받되 정화비용은 한국 측이 우선 부담하고 비용분담은 추후 미국과 논의하기로 했다고 한다(연합뉴스 2019년 12월 11일). 그러나 200차 한미합동위 결정은 미국의 오염책임을 묻지 못하고 우리 국민세금으로 정화해주기로 한 것이어서 굴욕적 합의다. ‘비용분담은 미국과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는 정부의 설명은 마치 한국이 추후 정화비용을 미국한테 돌려받을 수도 있다는 인상을 줌으로써 소파합동위의 굴욕적 결정에 대한 국민적 비판을 회피해보려는 대국민 속임수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은  현 소파 환경 조항과 절차에는 시설구역을 반환받은 이후에 책임을 묻거나 추가 협의를 할 수 있는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은 그로부터 만 1년 뒤인 올해 12월 11일 201차 한미소파합동위에서 12곳(용산 5곳, 동두천, 의정부, 대구, 포항 등)을 돌려받으면서 200차 때와 똑같이 정화비용은 한국측이 우선 부담하고 비용분담은 추후 미국과 논의하기로 합의하였다.

이것은 ‘정화비용에 대해 미국과 추후 논의한다’는 200차 한미소파 결정이 한낱 수사에 불과하였다는 것을 확인해준다. 정부가 미국과의 협상을 사실상 포기하였다는 것은 201차 한미소파합동위 결정이 절차 상 거치게 되어 있는 소파환경분과위에서의 ‘환경협의’ 자체를 생략한데서도 드러난다. 2003년 한미가 채택한 <환경정보공유 및 접근절차부속서 A-미군 반환/공여지 환경조사와 오염치유 협의를 위한 절차 합의서>에 의하면 반환 미군기지에 대해서는 환경조사 및 그에 바탕한 치유협의(적합한 치유수준, 치유방법, 사후관리방안과 일정을 포함하는 치유조치에 대한 협의)를 하게 되어 있는데 이를 건너뛰어 버린 것이다. 정부는 이런 졸속 협상에 대해서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의 신속한 반환 요구를 고려한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미군기지 반환이 지연되는 이유는 어디까지나 오염책임을 발뺌하는 주한미군 때문이다. 정부가 지역주민의 신속한 반환 요구를 내세우는 것은 환경주권을 포기한 자신의 잘못을 가리려는 구차한 변명에 불과하다.    

 

불법적인 200차 및 201차 한미소파합동위 결정

 

오염원인자인 미국(주한미군)이 정화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국제환경법과 국내 환경법의 원칙이다. 그러나 200차 및 201차 한미소파합동위 결정(언론보도)을 보면 미국이 정화비용을 부담한다고 되어 있지 않고 한국이 부담한다고 되어 있다. 이런 결정은 오염원인자가 정화비를 부담하도록 한 토양환경보전법을 어긴 것이다. 미국은 한미소파 제7조(접수국 법령존중)에 의해 우리 국내법을 존중할 의무가 있다. 이에 토양환경보전법을 따르지 않은 미국은 한미소파 제7조 위반이다. 

또 한미소파합동위 결정은 우리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사안에 해당하므로 국회의 비준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비준동의를 받은 사실이 없다. 

국방부가 200차 및 201차 한미소파합동위를 근거로 2021년 반환 미군기지 정화사업비 568억 원을 편성하고 이를 집행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다. 굴욕적이고 불법적인 한미소파합동위 결정은 페기되어야 하며 그에 의거해 편성된 내년도 환경조사 및 치유 예산은 집행되어서는 안 된다. 

 

▲  부평미군기지 환경오염에 대해 주한미군의 책임 있는 치유를 촉구 하는 1인 시위

 

 

미국이 미군기지 정화비 부담한 전례 없다는 주장은 거짓이다

 

한미당국은 미군이 미군기지 정화비용을 부담한 전례가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설훈의원에게 제출한 '해외 주둔미군기지 환경조사, 환경정화비용 부담 현황 조사' 자료에 따르면 1999년 7월에 이뤄진 라인-마인기지 이전협상에서 독일은 △독일법에 근거한 환경정화기준을 설정 △미국이 비용을 부담하며 △환경정화를 위한 출입이 무제한 허용되며 △반환 후 확인된 환경파괴도 미국이 일부 부담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한국보다 훨씬 유리한 조건에서 기지 반환이 이뤄졌다.(내일신문, 2020. 10. 8) 

캐나다의 경우 미국이 환경오염치유 책임이 없는데도 1억 달러를 들여 오염된 미군기지 토양오염을 정화한 사례(1998년)도 있다(박기학, “미국의 주한미군기지 환경오염 치유책임에 대한 법적 시각”, 2011). 

 

미군기지 환경오염 치유에 한국민 혈세 1조5천억 원 이상 투입 가능성

 

지금까지 반환받은 54곳의 주한미군기지 중 정화대상 17곳의 환경정화를 위해 국방부가 부담한 돈은 2200억 원에 달하고 환경부가 부담한 환경조사 예산만 340억 원이다. 국방부가 부담한 미군기지 폐기물처리비용도 177억 원에 달한다(내일신문, 2020년 10월 8일). 여기에 지난 해 4곳, 올해 12곳을 반환받았다. 이들 반환기지의 정화도 이제 시작단계다. 또 앞으로 12곳을 더 반환 받아야 한다. 언론은 앞으로 반환이 본격화될 용산 미군기지는 그 오염 면적이 다른 미군기지의 오염면적에 비할 바 없이 클 것으로 본다. 국방부의 앞 서 인용한 예산사업설명서에 따르면 5년 간 국방중기계획(2021~2025)에서 예상하는 정화비용만 4538억 원에 이른다. 이미 2012년과 2014년에 195억 원과 250억 원을 들여 각각 정화를 마친 춘천 캠프 페이지와 의정부 캠프 시어즈의 경우 최근 여전히 오염이 심각한 상태임이 드러났다. 기존 정화한 반환미군기지의 추가 정화비로 또 얼마가 들지 모른다. 언론은 반환 미군기지 전체 정화비용이 1조 5천억 원을 웃돌 것(동아일보, 2019년 12월 11일)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지금처럼 정부가 환경주권 수호 의지가 없다면 이 비용을 몽땅 우리 국민이 부담해야 할 상황이다. 

 

▲  미국은 오염자 부담의 원칙을 지켜라! 반환기지 환경오염 문제에 대해서 미국의 책임을 촉구하는 평통사 회원

 

 

정부의 환경주권 수호 의지가 문제다

 

지금 정부는 주한미군기지 오염책임을 미국에 묻지 못하는데 대해서 불평등한 한미소파를 탓한다. 그러나 이는 변명에 불과하다. 물론 한미소파가 불평등한 것은 사실이고 그를 이유로 미국이 자신의 오염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이 문제의 본질은 아니다. 문제의 본질은 정부가 한미동맹을 내세워 우리 주권의 제약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면서 대미 저자세로 일관하는 태도다. 


정부가 미군기지 환경오염조사 결과를 국민 앞에 공개하지 않는 등 스스로 협상력을 위축시킨다면, 환경조사나 미군과의 환경협의와 같은 절차를 생략하는 등으로 미리부터 미국의 위세에 눌려 환경주권을 행사하려는 의지를 포기해버린다면, 국내법에 근거한 오염 평가방식과 환경기준을 관철하려는 의지를 갖지 않는다면 미국이 우리의 환경주권을 존중할 까닭이 없고 한미소파 개정에 적극적으로 나서려는 의지도 보이지 않을 것이다.  


정부가 환경주권 행사를 스스로 포기하거나 제한한다면 미군에 의한 우리 생활터전의 오염은 계속 이어질 것이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국민이 떠안게 될 것이다.  미국이 자신의 국익을 위해 우리의 땅을 빌려 썼지만 우리 국민은 우리 땅을 온전하게 돌려받을 권리가 있다. 또 우리 국민은 미군이 우리 땅을 빌려 쓰더라도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고 지역주민에게 피해를 발생시키지 않도록 통제할 주권적 권리가 있다. 정부가 미국의 눈치 보기에 급급해하면서 우리의 환경주권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자신의 헌법적 책무를 저버린다면 주권국의 정부라 부르기 어려울 것이다. 정부는 미국의 오염치유 책임을 당당히 물어야 하고 국민은 이를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 

  

◎ 2021 국방예산 문제점 시리즈 보기

[2021 국방예산 문제점 연속기고 ①] 천정부지로 치솟는 국방예산, 대대적인 삭감이 필요하다!
[2021 국방예산 문제점 연속기고 ②] 과감한 장성 감축 요구되는 2021년 국방예산
[2021 국방예산 문제점 연속기고 ③] 법적 근거 없는 올해 방위비분담 예산집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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