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국방예산 문제점 연속기고 ⑥] 특혜 중의 특혜, 군인연금 개혁 더 미룰 명분 없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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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혜 중의 특혜, 군인연금 개혁 더 미룰 명분 없다!
▲ 국방부에 군인연금 전면 개혁을 촉구하는 평통사 회원
군인연금은 특혜 중의 특혜로 불린다. 2019년 기준으로 군인연금은 평균기여금(개인이 내는 법정 부담금)이 월 28만 원이지만 평균 퇴직연금액은 월 272만 원에 달한다. 평균기여금이 월 46만 원에 퇴직연금액 월 237만 원인 공무원연금과 비교해 월 18만 원 적게 부담하지만 급여액은 월 35만 원 더 많이 탄다. 당연히 군인연금의 국가재정 압박이 심하다.
2021년도 국방예산을 보면 군인연금의 적자를 메우기 위한 국가보전금이 1조 6,012억 원이다. 군인연금 지급금이 3조 5,426억 원이므로 그 중 45.2%가 국민 세금에서 나간다. 또한 국가보전금 1조 6,012억 원은 병력운영비(인건비) 20조 5,800억 원의 7.8%를 차지하며 간부(장교와 부사관) 인건비 10조 4,782억 원의 15.3%에 해당한다. 군인연금이 국방비 팽창의 주요 요인의 하나임을 알 수 있다.
과도한 특혜 누리는 군인연금
군인연금이 만성적인 적자상태인 것은 다른 공적연금과 비교해 저부담‧고급여의 제도적 특권을 누리기 때문이다. 군인들은 전역 즉시 연금 지급, 전투 종사기간 3배 계산제, 소급기여금 면제(군인연금법 제정 전 복무기간을 재직기간에 합산하면서 소급기여금을 면제해 줌), 일반 공무원보다 2직급 높은 대우 등의 각종 특권을 누리고 있다. 이런 특권은 대부분 과거 군사독재정권 시절에 주어진 것들이다.
공무원도 한때 군인들처럼 20년 복무기간을 채우면 연령과 상관없이 퇴직 즉시 연금을 받았다. 하지만 공무원연금의 경우 1995년에 퇴직 즉시 연금지급은 폐지되고 연금지급 개시연령제(60세)가 도입되었고 2010년에 다시 연금지급개시연령이 65세로 연장되었다. 그리고 공무원연금은 2010년과 2015년 두 차례 개혁을 통해서 기여금부담률은 7%(2012년)에서 9%(2020년)로 오르고 재직기간 당 연금지급률은 1.9%(2010년)에서 1.834%(2020년)로 낮아졌다.
반면 군인연금은 2013년 소득 상한제만 받아들이고 지금까지 전역 즉시 연금지급, 기여금 부담률 7%와 연금지급률 1.9% 등의 특권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다. 이런 저부담‧고급여의 군인연금제도에 대해서 국방부는 생명을 담보로 하는 임무 수행, 격오지 근무, 짧은 정년, 사회 재취업 곤란 등 군 복무의 특성에 따른 보상이며 특권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군인들은 현직 때 이미 격오지 수당이나 생명수당 등으로 군 복무의 특성에 따른 보상을 받는다. 연금은 노동력 상실에 따른 노후보장적 성격이므로, 노동력 재생산비로서의 임금과는 명확히 구분되어야 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국방부가 임금과 연금의 차이를 의도적으로 구분하지 않는 것은 군인연금의 특혜를 정당화하기 위한 의도가 있기 때문이다.
전역 즉시 연금지급이 일반적이라는 국방부 주장은 거짓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 등은 공무원연금 개혁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2013년에 국방부에 군인연금 지급개시 연령제 도입(65세)을 요구하였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공무원보다 짧은 정년 설정, 연금은 퇴역 즉시 지급(미국, 프랑스, 대만 등)”(국방부 보도자료, 2013. 3. 27.)한다면서 거부하였다. 그러나 전역 즉시 연금지급은 외국의 일반적 사례가 아니다. 스웨덴은 군인을 국가공무원으로 취급하여 대령 이하는 60세부터, 장성급은 65세부터 연금을 지급한다. 일본은 65세, 이탈리아와 호주는 60세가 연금지급 개시연령이다. ‘전역 즉시’ 지급하던 호주와 영국은 각각 60세와 55세로 지급연령을 늦추었다. 독일은 계급별 정년이 보장된 직업군인(공무원과 같은 신분)은 정년 시(부사관은 55세, 위관급과 소령은 60세, 중령 61세, 대령이상 62세)에 연금이 지급되며 계약 군인(전체병력의 60% 차지)의 군인연금은 65〜67세에 지급된다. 프랑스는 최소 복무기간(장교는 27년) 충족 시만 퇴역 직후 연금을 지급하므로 20년 이상 복무 시 퇴역직후 연금을 지급하는 한국과 다르다. 미국은 퇴역 즉시 지급에서 60세 지급으로의 연장을 검토 중이다.
전역자의 사회취업 곤란을 이유로 한 전역즉시 연금지급도 근거 없다
국방부는 “짧은 정년으로 대부분 생애 최대 지출기인 45〜56세에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조기전역”하기 때문에 전역 즉시 연금이 지급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군인연금 가입대상자 가운데 생애 최대 지출기라고 하는 이른바 ‘45∼56세’에 퇴직하는 군인은 2019년 기준으로 퇴직자(5년 이상 복무한 전역자) 8,505명 중 1,742명으로 1/5(20.5%)에 불과하다. 이들 일부를 위해서 전역 즉시 연금지급 제도를 고수한다면 이는 군인연금이 특정계급만 위한 제도라는 오명을 자초하는 것이다. 일할 능력이 있는 전역자를 위한 대안은 사회 재취업이다. 국방부는 5년 이상의 중장기 복무 전역 예정자들을 대상으로 전역 1년 전부터 전직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2021년도 군인복지기금 예산에 취업활동 지원 명목으로 149억 원을 편성하고 있다. 국가보훈처도 2021년 예산으로 제대군인 사회복귀지원 126억 원과 제대군인 전직 지원금 33억 원을 편성했으며, 이와 별개로 보훈기금도 2021년 예산에 제대군인지원금 110억 원을 편성하고 있다. 한편 2014∼2018년 전역자(5년 이상 복무한 전역자로 대략 35,000명)의 취업률은 2018년 12월 말 기준으로 57.9%로 우리나라 전체 취업률 60.1%(2018년 15세 이상, 통계청 조사)와 비슷하다. 전역자 취업률은 취업을 원하지 않은 전역자도 실업자로 간주 되는 등 그 기준이 통계청의 취업률보다 엄격해 실제 취업률은 60%를 훨씬 상회 한다고 보아야 한다.
일본 군국주의 잔재인 전투 종사기간 3배 계산제 폐기해야,
전투 종사기간 3배 계산제는 군인연금 가입자가 한국전쟁이나 월남전에 참전하였을 경우 그 기간을 3배로 계산하는 제도다. 이 전투기간 3배 계산에 따라 국가가 부담하는 부담금은 2021년 460억 원이다. 그러나 한국전쟁이나 베트남전쟁에 참전했던 군인들은 참전명예수당으로 월 34만 원(2021년 기준)을 지급받는다. 2021년 참전명예수당 예산만 6,646억 원이다. 군인연금 수급자 중 전투가산을 받고 있는 사람은 이중의 특혜를 받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전투 종사기간 3배 계산제는 2차 세계대전 때 일본 군인에게 지급되었던 은급을 모방한 일본 군국주의의 잔재로 폐지되어야 한다. 일본도 패전 뒤 군국주의를 청산하는 차원에서 공무원과 군인의 연금이 통합되었고 군인우대제도도 없어졌다.
▲ 군인연금VS공무원연금 <자료: 국회예산정책처>
군인연금 전면개혁 요구를 외면하고 있는 국방부
정경두 국방장관은 이채익 의원이 군인연금 개혁 필요성을 지적하자 “앞으로 향후에도 GDP의 대략 한 0.2% 수준 범위 내에서 국가지원금이 지원되는 것으로 국가가 부담하는데 그렇게 크게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현재까지는 그렇게 파악하고 있습니다”(국회 국방위 회의록, 2020. 9. 1.)라고 답변했다. 이런 국방장관의 답변은 군인연금의 대규모 적자를 메우기 위해 국민들이 매년 1조 원이 훨씬 넘는 돈을 부담하고 있는 사실을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고 있는 태도로 군의 집단이기주의 발로로 밖에 안 보인다.
군인연금법 제41조는 “퇴직급여 및 퇴직유족급여에 드는 비용은 군인과 국가가 부담한다. 이 경우 급여에 드는 비용은 적어도 5년마다 다시 계산하여 재정적 균형이 유지되도록 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국방부는 2015년 군인연금 관련 재정을 추계했고 국가보전금이 2016년 1조 5,906억 원, 2020년 2조 34억 원, 2030년 3조 4,140억 원, 2040년 4조 8,510억 원, 2050년 6조 5,817억 원으로 급격히 불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이 재정추계 결과로 군인연금 개혁 필요성이 확인되었는데도 불구하고 국방부가 군인연금법 제41조를 따르지 않고 개혁을 거부하는 것은 집단이기주의 말고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문재인 정부 역시 일부 군인들의 반발을 두려워해 사실상 군인연금 개혁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018년 5월 국가재정전략회의 이후 지출 혁신 과제 후보를 고르는 과정에서 군인연금 개혁을 검토하였으나 그해 8월 10일 선정한 지출 혁신 과제 후보에서 군인연금 개혁을 제외시켰다.
군인연금 이렇게 바꿔야 한다.
국회예산정책처가 발행한 『4대 공적연금 장기재정 전망』에 따르면 2015년 공무원연금 개혁에 상응하는 군인연금의 개혁을 추진할 시, 즉 기여금부담률 인상(7%에서 9%로), 연금지급률 인하(1.9%에서 1.7%로), 유족연금지급률 인하(70%에서 60%로), 기수급자 연금액 한시적 동결(2021〜2025년 인상률 0%)시 군인연금은 2030년 6,300억 원, 2040년 8,500억 원, 2050년 1조 2,200억 원의 흑자를 예상했다. 즉 공무원연금의 2015년 개혁에 준해 군인연금을 개혁하면 2030년부터는 재정적자가 재정흑자로 반전되어 국가보전금이 필요 없는 상황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더 이상 군의 특혜를 위해 국민 부담이 가중되는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국가재정의 개선과 군 기득권 축소, 국방예산의 효율성을 위해 군인연금 개혁에 나서야 한다. 전역 즉시 연금지급을 폐지하고 대신 연금지급개시 연령제(65세)를 도입해야 한다. 전투기간 3배 계산제와 같은 구시대적인 특혜도 폐지해야 한다. 기여금부담률을 9% 이상으로 올리고 연금지급률을 1.7% 이하로 내려 저부담⋅고급여체계를 개혁해야 한다.
◎ 2021 국방예산 문제점 시리즈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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