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11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 2차 협상에 즈음한 기자회견문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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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주둔비용 전액을 한국에 떠넘기고
미국의 세계패권전략 수행비용까지 전가하려는 미국을 강력히 규탄한다!
불법부당한 방위비분담 협상 중단하고 방위비분담협정 폐기하라!
11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 2차 협상을 앞두고 미국의 압력이 전 방위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미국은 50억 달러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한미소파와 방위비분담특별협정을 위배한 불법적인 요구와 사실에 반하는 부당한 요구를 들이대고 있다. 이는 주한미군 주둔비용 전액을 한국에 떠넘기고 나아가 세계패권전략 수행비용까지 전가하려는 미국의 후안무치한 요구로부터 비롯되는 것이다. 우리는 터무니없는 방위비분담금 대폭 증액 요구를 강력히 규탄하면서 불법부당한 방위비분담 협상 즉각 중단과 협정 폐기를 요구한다.
주한미군 주둔 비용 전액을 한국에 떠넘기기 위해 ‘준비태세’와 ‘주한미군 군속 및 가족 지원’ 항목 신설을 압박하는 미국의 불법적인 요구를 단호히 반대한다!
미국이 부담하는 주한미군 주둔 비용은 약 35억 달러다(2019년 예산요구액, 2020년 예산 요구액은 44.6억 달러). 이는 주한미군 인건비, 운영유지비, 군사건설비, 가족주택 등으로 구성된다. 우리는 한미소파와 방위비분담특별협정에 따라 방위비분담금(한국인 인건비, 군사건설, 군수지원 항목으로 구성)을 포함하여 약 5조 5천억 원의 직·간접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2015년 기준).
그런데 트럼프 행정부는 '주둔비용+50%'(cost plus 50%) 즉, 미국 부담 주한미군 주둔 총비용 35억 달러에 프리미엄 15억 달러를 더해 50억 달러를 요구하고 있다.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미국은 ‘준비태세’, ‘주한미군 군속 및 가족 지원’ 등을 방위비분담특별협정의 새로운 항목으로 추가할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준비태세 비용’에는 전략자산 전개비용과 연합훈련·연습 비용 등이 포함되고, ‘주한미군 군속 및 가족 지원’에는 주한미군에 고용된 미국 국적의 민간인들에 대한 인건비나 주택 등 가족들에 대한 지원이 포함된다고 한다. 이 새로운 항목에 드는 비용이 미국이 요구한 총 50억 달러 중 30억 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이 ‘준비태세’, ‘주한미군 군속 및 가족 지원’ 등의 비용을 요구하는 것은 미국이 주한미군 “유지에 따르는 모든 경비를 부담”(5조 1항)하도록 규정한 한미소파와 한국이 주한미군 인건비 등을 제외한 비인적 주둔비의 일부를 부담하기로 한 방위비분담특별협정에 위배되는 것으로 명백한 불법적 요구다.
먼저 ‘준비태세’ 항목 중 항모전단과 핵잠수함, 전략폭격기 등 전략자산 전개비용은 우리가 부담할 법적 근거가 전혀 없다. 이는 주한미군 자산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한미연합연습에 참가하는 미군 비용은 미국이 부담해야 한다.
그런데 10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의 ‘이행약정’에서 주한미군의 ‘일시적 주둔’ 비용 부담 규정을 삽입함으로써 해외미군 지원의 길을 텄다. 이는 한미소파와 방위비분담특별협정의 규정을 이탈한 위법한 것으로 삭제해야 마땅하다.
또한 주한미군 고용 민간인 및 가족 지원을 요구하는 것도 한미소파와 방위비분담특별협정을 뛰어넘는 불법적인 것이다. 한미소파와 방위비분담특별협정 그 어디에도 주한미군 고용 민간인과 가족을 지원할 근거가 없다. 나아가 미국이 주한미군이 아닌 민간인과 가족에 대한 지원을 요구하는 것은 주한미군에 대한 지원만을 규정한 한미소파와 방위비분담특별협정 자체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무정부적인 요구로 된다.
그런데도 미국이 준비태세나 주한미군 고용 미국 국적 민간인 및 가족 지원이라는 무리한 요구를 들이대는 것은 주한미군 인건비를 비롯한 주한미군 주둔 비용 전액을 한국에 부담시키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속셈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는 이미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50억 달러 상당을 직·간접 비용으로 부담해 오고 있다. 2015년 기준으로 한국의 주한미군 주둔 경비 지원은 약 5조 5천억 원(약 46억 달러)으로 미국이 부담하는 주한미군 주둔 경비 총액을 넘어서고 있다.
그런데 미국이 부담하고 있다는 주한미군 총 주둔비용 50억 달러도 방위비분담금 대폭 증액의 근거를 만들기 위해 미국이 크게 부풀렸을 가능성이 있다. 주한미군의 숫자 등에 변동이 없는데도 미 국방부가 발간하는 2019년의 주한미군 운영유지비가 2018년 11.6억 달러에서 2019년 22억 달러로 2배 폭증했고, 주한미군보다 규모가 2배에 달하는 주일미군 운영유지비 17.58억 달러(2020년 예산 기준)보다도 훨씬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예년과 달리 주한미군 1인당 운영유지비(22억 달러÷29193명=75360달러)도 주일미군 1인당 운영유지비(17.58억 달러÷62578명=28093달러)보다 2.7배로 많아졌다.
만약 미국의 50억 달러 요구를 우리가 그대로 수용하게 된다면 우리는 나머지 직·간접 지원을 포함하여 무려 11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부담을 안게 된다. 이는 한국이 미국이 부담하는 주한미군 주둔 비용의 2배를 넘어서는 부담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해리스 미 대사가 “5배의 요구가 지나치다고 하지만, 이를 뒤집어서 말하면 현재 한국이 전체 비용의 5분의 1만 감당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고 주장한 것은 한국이 부담하고 있는 주한미군 주둔 경비 지원에 대한 사실을 감춘 기만적인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
군사분야에서 한국의 미국에 대한 지원은 방위비분담금을 수 백배나 상회한다. 1991~2019년간 무기도입비는 약 75조 원에 이르고 향후 도입비 10조 원을 합치면 무려 85조 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방위비분담금을 포함한 주한미군에 대한 직·간접지원비(주한미군기지이전비 포함)는 줄잡아 83조 원이다. 168조 원이라는 실로 천문학적인 액수를 미국에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미 국무부도 2차 협상을 앞두고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방위비분담협정에 국한되지 않고 한국이 한·미동맹에 제공하는 상당한 자원에 대해 감사한다”고 한국에 사의를 표했다. 트럼프 행정부도 한국이 각종 명목으로 미국에 대한 막대한 부담을 해왔음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주한미군도 아닌 해외미군과 민간인 및 가족 비용까지 지원하라는 것은 몰염치를 넘어 날강도적 속성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한편 미국은 1차 협상에서 한국이 미국산 무기도입 액수와 향후 도입 액수를 설명한 데 대해 자동차 무역역조 현상을 들어 반박했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이 군사분야가 아닌 경제분야를 방위비분담금 협상과 연계시킨 것이야말로 방위비분담금을 한국 방어를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금전적 이익을 취득하기 위한 수단으로 간주하고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것이다.
세계패권전략 수행비용까지 전가시키려는 미국의 불법적 요구를 단호히 거부한다!
미국의 50억 달러 요구에는 미국의 세계패권전략 수행 비용을 한국에 전가하려는 트럼프 정권의 속내가 담겨있다. 소위 ‘국제안보비용’이 한국 안보에도 도움이 되니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넘어서는 방위비분담 비용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방어를 위한 방위비분담이 아니라 미국의 세계패권전략 수행비용 분담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 역시 한미소파와 방위비분담협정에 아무런 근거가 없는 것이자 남한 방어에 한정된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넘어서는 위법적인 것이다.
주한미군은 이미 한국 방어를 위해 한국에 주둔한다기보다는 미국의 세계패권전략 수행을 위해 주둔하고 있다. 1957년 미국이 한국과 아무런 사전 협의도 없이 유엔군사령관이 작전통제하던 주한미군을 미 태평양사령관의 작전통제 하에 배속시킨 때로부터 주한미군은 세계패권전략 수행을 위한 군대의 성격을 갖게 되었다. 2004년 주한미군 이라크 차출과 평택미군기지이전, 2006년 한미 간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합의 등을 통해 주한미군은 아시아·태평양 신속기동군으로 전환되었다. 성주 사드 배치에 이어 미국의 중거리미사일까지 한국에 배치되면 한국은 중국을 겨냥하는 명실상부한 미국의 전초기지로 굳어지게 된다. 나아가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과 남중국해 작전 등 세계패권전략 수행에 한국 전력과 자산, 관련 비용까지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른바 인도·태평양 전략에 한국군을 첨병으로 동원하려는 것이다.
미국의 세계패권전략 수행비용 요구는 미국의 부당한 세계패권전략 수행에 한국을 끌어들이고 우리의 국익과 평화, 자유로운 주권 행사를 훼손하는 불법적 요구라는 점에서, 대결과 분단을 지속하고 통일의 길을 가로막는 민족적 암초로 된다는 점에서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
미군 철수 압력에 굴하지 말고 방위비분담 협상 중단과 협정 폐기를 선언하라!
미국은 방위비분담 협상 때마다 주한미군 감축 또는 철수 카드를 흔들어 자기 요구를 관철해왔다. 이번 협상에서도 예외가 아닐 것이며 그 조짐은 이미 드러나고 있다.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 15일 육군협회 주최로 열린 ‘한미동맹, 이대로 좋은가’ 세미나에서 “미군은 현재 주한미군을 더욱 전문화하는 방식으로 그 규모를 축소하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이데일리, 2019.10.17.)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해외미군 철수를 공약했고, 아프간과 시리아 등의 주둔 미군을 철수시키고 있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고 싶다고 공언하기도 했고, 이번 방위비분담 협상과 주한미군 철수 문제의 연계를 시사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미국은 "한미동맹이 한반도와 역내 평화 및 안보에 린치핀“이라고 밝히고 있다. 존 햄리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소장은 “우리 군대가 그곳에 가 있는 것은 한국에 대한 ‘선물’이 아니라 미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강조하고 있다. 빈센트 브룩스는 2016년 주한미군사령관 인준 청문회에서 주한미군을 한국에 주둔시키는 게 미국에 주둔시키는 것보다 비용이 적게 든다는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 주한미군 주둔이 미국에게 군사적 이익이자 경제적으로도 이익인 것이다.
한편 10차 방위비분담 협상 때, 우리 국민의 52%가 미국이 주한미군 철수를 위협하더라도 방위비분담금을 증액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미국이 50억 달러라는 황당한 요구를 하는 지금 상황에서는 진보와 보수적 입장을 불문하고 모든 국내 언론은 미국의 불법부당한 방위비분담금 증액 요구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이 점에서 우리 국민의 일치된 의사는 미국의 무도한 요구를 결코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미국이 방위비분담금을 자신의 요구대로 올려주지 않아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겠다면 우리가 나서서 굳이 이를 막을 이유가 없다. 남한은 미국의 도움 없이도 방어할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갖춘 지 이미 오래다. 따라서 우리에게 부담만 가중시키는 주한미군과 한미동맹에 더 이상 매달릴 필요가 없다. 또한 뉴욕 “브루클린 임대 아파트에서 월세 114달러 13센트를 받는 것보다 한국에서 10억 달러를 받는 것이 더 쉬웠다”는 트럼프의 조롱과 한국을 타국과의 협상의 본보기로 삼으려는, 곧 한국을 국제사회의 봉으로 내세우려는 트럼프의 망발을 더 이상 감내해서도, 용인해서도 안 된다.
그 길은 정부가 한미동맹 관계에서 미국의 약점을 이용하는 한편 국민의 힘을 믿고 협상 거부와 협정 폐기를 선언하는 것이다. 이 길만이 방위비분담 협상에서 한국이 승자가 되는 길이며, 그렇지 않다면 엄청난 비용 부담으로 끝날 것이다.
2019. 10. 22.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상임대표 : 문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