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한문] ‘남북철도잇기 한반도 평화대행진’ 49일째를 맞아 이재명 지사와 경기도에 드리는 글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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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철도잇기 한반도 평화대행진’ 49일째를 맞아
이재명 지사와 경기도에 드리는 글
우리는 전국의 130개 평화단체가 꾸린 ‘남북철도잇기 한반도 평화대행진 추진위원회’입니다.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이 채택된 4월 27일, 부산역을 출발해 대구, 대전, 청주 등을 거쳐 행진 49일째를 맞는 오늘 경기도청에 이르렀습니다. 우리는 지금까지의 행진을 통해서 지역적, 개인적 차이를 불문하고 국민 마음속 저변에 깊이 살아 숨 쉬는 남북철도 잇기 염원을 생생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이런 국민적 지지와 성원에 힘입어 이재명 지사와 경기도에 다음과 같은 우리의 바람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3년 전, 남북 정상이 판문점과 평양에서 두 손 맞잡아 추켜올리며 온 겨레 앞에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의 새 시대를 선언했던 그때의 감격을 우리는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바로 이 선언 한가운데에 끊어진 민족의 혈맥, 남북철도를 하나로 잇자는 민족의 염원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연결된 남북철도를 타고 유라시아를 향해 비상하자는 민족 웅비의 꿈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80년 가까운 민족분단과 남북철도의 단절 속에서도 우리가 단 한 순간도 포기한 적이 없는 민족의 염원이자 꿈 말입니다.
그러나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 평화와 번영, 통일의 새 시대는 대결과 분단의 구시대에 막혀 단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유엔과 미국의 대북 제재와 간섭에 막혀 남북철도 잇기는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더는 지체할 시간이 없습니다. 남북 분단과 대결 속에서 다시 한 세대를 살아갈 수는 없습니다. 남북철도의 단절이 한 세기를 넘어서는 것을 바라만 보고 있을 수 없습니다. 지금 당장 남북철도를 연결해 남북의 철마가 그 위를 힘차게 달리도록 해야 합니다. 한반도 평화와 번영, 통일의 시대를 선도하도록 해야 합니다.
지난 5·22 한미정상회담에서 미국은 남북대화와 협력에 지지를 표명했습니다. 이에 우리는 남북관계에 다소나마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한미정상회담이 끝난 지 한 달이 넘도록 미국은 여전히 제재를 고집하고 있고, 문재인 정부는 미국의 제재 해제만 바라보고 있어 대화 재개의 길은 험난하기만 합니다.
문재인 정부가 이렇게 미국의 눈치만 보고 있어서는 임기 내에 남북대화 재개와 협력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임기를 불과 4개월 남겨 놓고 10·4 선언에 합의한 탓에 10·4 선언이 이행되지 못한 노무현 정부의 전철을 되풀이해서는 안 됩니다. 문재인 정부가 지금 움직이지 않는다면 영영 기회를 놓치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러한 정세의 고빗길에서 접경지역의 지자체로서 분단과 대결의 피해와 평화와 통일의 절박성을 어느 지자체보다도 크게 느끼고 있을 이재명 지사와 경기도청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도 막중합니다. 이재명 지사는 취임사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새로운 번영의 시대를 향해 경기도가 앞장서겠다”고 공언하였습니다. 한반도 평화와 번영, 통일 시대를 구현하는 데서 남북철도 연결이 갖는 의미를 강조하는 것은 새삼스럽습니다. 최근까지 경기도가 역점을 두어 왔던 개성공단 재가동 노력도 남북철도 연결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습니다.
이에 이재명 지사는 지난달 열린 2021년 DMZ 평화포럼 기조연설에서 ‘한반도 평화경제시대’와 ‘동북아 평화경제공동체’ 비전을 제시하고 “개성공단 재개, 남북철도·도로 연결… 을 비롯한 남북 합의 이행을 위해 유엔 안보리가 포괄적·상시적 제재 면제를 허용하도록 관련국 설득에 적극 나서야”하며 “자주적 입장에서 국익을 중심으로 외교적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렇습니다. 남북관계를 언제까지나 자국의 통제하에 두려는 미국의 반주권적 횡포에 맞서 우리가 ‘자주적’으로 당당하게 행동하지 않으면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 남북철도 연결, ‘한반도 평화경제시대’의 실현은 요원할 따름입니다. 이재명 지사와 경기도가 자주적 입장에서 유엔과 미국의 대북 제재를 헤쳐 나갈 의지와 지혜를 발휘해 문재인 정부를 선도하고 뒷받침한다면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 개성공단 가동을 재개하고 남북철도를 연결할 수 있을 것으로 굳게 믿습니다. ‘남북철도잇기 한반도 평화대행진 추진위원회’도 혼신의 힘을 다하겠습니다.
남북철도가 연결되고 유라시아로 달려간다면 한반도 철도망은 8,000만 겨레의 핏줄이 되고 평화와 번영, 통일의 생명줄, 젖줄이 될 것입니다. 이로써 남북 정상이 민족 앞에 엄숙히 선언한 대로 70년간의 적대 관계가 완전히 청산되고, 우리 민족이 함께 손잡고 살아가는 역동의 통일 조국이 활짝 열리게 될 것입니다. 그때까지 이재명 지사와 경기도가 창의적 역할을 다해 줄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2021년 6월 24일
남북철도잇기 한반도 평화대행진 추진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