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폭국제민중법정 2차토론회] 고영대 공동대표 인사말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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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폭국제민중법정 2차토론회] 고영대 공동대표 인사말
오늘 토론회의 개최로 우리는 2026년 뉴욕 민중법정 개최를 향한 여정의 반환점을 돌게 됩니다. 지금까지도 어려움이 많았지만 남은 여정에도 더 큰 난관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한국과 전 세계 원폭피해자들의 한을 안고 핵대결과 핵 없는 한반도와 세계를 기원하며 2026년 뉴욕 민중법정의 성공적인 개최를 향해, 미국 법정 소송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겠습니다.
작년 1차 토론회에서 우리는 미국의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 투하가 불법임을 규명하였습니다. 이러한 규명은 구별의 원칙, 불필요한 고통 금지 원칙, 마르텐스 조항 등에 근거 한 것이며, 이 원칙들은 1907년 헤이그 육전 협약 부속 규정 등에 구현되고, 뉘른베르크 군사법정이 1939년부터 관습국제법으로 확립한 원칙들로 1945년 미국의 히로시마·나가사키 핵무기 투하 당시는 물론 지금도 여전히 발효 중인 원칙들입니다. 국제사법재판소는 1996년 권고적 의견(79항)에서 이 원칙들을 ‘침해할 수 없는 (기본) 원칙’으로 판시하였습니다.
오늘 2차 토론회에서는 1945년 미국의 핵무기 투하 이후 제정된 제네바 4협약과 추가의정서, 인권법, 환경법, 국제형사법, TPNW 등의 국제법에 의거해 핵무기 사용의 불법성을 밝힙니다. 이 국제법들에 근거해서도 핵무기 사용은 당연히 불법입니다. 아울러 핵무기 사용뿐만 아니라 핵무기 사용 위협, 곧 (확장)억제의 불법성도 밝힙니다. (확장)억제의 불법성을 밝히는 것은 핵대결과 군비증강을 막고 핵군축을 통해 핵 없는 세상을 실현하기 위한 전제입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에서 핵 사용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확장억제의 불법성을 입증하는 것은 유럽과 함께 이곳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핵 무기 사용 위협이 핵무기 사용으로 비화되는 것을 막고 생명과 평화를 지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입니다.
핵무기 위협과 사용을 불법으로 보는 것은 관련한 유엔총회 결의 표결 결과가 말해 주듯이 이미 전 세계 대다수 국가들의 입장입니다. 오로지 핵무기 국가들과 그 동맹 국가들만 이를 인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들 국가조차 핵무기 사용의 합법성을 사막· 해양과 같은 인구가 희박한 지역에서의 전술핵무기 사용으로 스스로 국한시키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제사법재판소는 1996년 권고적 의견(94항)에서 전술핵무기의 합법적 사용 가능성을 배척했습니다. 또한 당시 ICJ 베자위 의장이 자신의 성명(「Declaration of President Bejaoui」) 11항에서 “국가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운 극단적인 자위 상황에서 핵무기 위협 또는 사용이 적법 또는 위법한지 여부를 확정적으로 결론지을 수 없다.”는 1996년 권고적 의견 105항 2E를 “핵무기 위협이나 사용의 합법성을 인정하는 문을 조금이라도 열어 두고 있다는 의미로 결코 해석될 수 없다.”고 강조한 사실은 105항 2E를 핵무기 위협 또는 사용의 합법성을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에 대한 경계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렇듯 핵무기 사용의 합법성을 주장할 수 있는 여지는 거의 없습니다. 핵무기 국가들과 그 동맹국들, 그리고 국제사법재판소가 핵무기 위협과 사용을 그 자체로 불법으로 인정하고 있지 않다고 해도 핵무기 사용과 위협을 불법으로 규정할 수 있는 국제법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바로 오늘 우리는 이 자리에서 핵무기 위협과 사용을 불법으로 규정할 수 있는 국제법들을 집중적으로 밝힘으로써 2026년 뉴욕 민중법정과 향후 미국 법정에서 1945년 히로시마·나가사키 핵무기 투하를 비롯한 핵무기 사용과 위협을 불법으로 단죄해 낼 수 있는 법리를 재확립하고자 합니다. 물론 주최측과 다른 의견들도 충실히 귀담아 들을 것이며, 그 이견을 주최측의 법리를 다지는 소중한 자양분으로 삼겠습니다.
이 자리를 함께해 주고 계신 발제자·토론자 분들과 전 세계 각지에서 찾아 주신 모든 분들께 주최측을 대표해서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민중법정이 개최될 그날까지, 미국에서 법정 소송을 전개할 수 있는 그날까지, 미국의 원폭 투하의 책임을 묻는 그날까지, 억제정책과 핵무기가 철폐되는 그날까지 국내외 모든 평화세력의 힘을 모아 최선의 노력을 다해 나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