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성명

[논평] 윤석열 대통령의 8.15 경축사에 대한 평통사 논평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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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을 갈라치기하고 민족을 갈라치기하여 흡수통일을 꾀하는

2024 8·15 경축사를 국민과 민족의 이름으로 전면 배척한다.

 

1. 윤석열 대통령은 2024 8·15 경축사에서 불특정 국민을 ‘검은 선동 세력’, ‘반자유’, ‘반통일 세력’으로 규정하고 ‘자유’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이들과 맞서 싸워야 한다며 국민 내부의 갈등을 조장하고 대결을 부추기고 있다. 2023 8·15 경축사에서는 민주주의운동가, 인권운동가, 진보주의 행동가들을 공산전체주의 세력의 맹종세력, 추종세력으로 매도하고 이들에게 속거나 굴복해서는 안 된다며 국민을 갈라치기한 바 있다. 이렇듯 자신에게 비판적인 세력을 제압하고 배제하는 대상으로 삼는 것은 “선동과 날조로 국민을 편 갈라, 그 틈에서 이익을 누리는 데만 집착”(2024 8·15 경축사)하는, 다름 아닌 윤석열 대통령의 본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2. 또한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경축사에서 북을 “자유가 박탈된 동토의 왕국, 빈곤과 기아로 고통받는 북녘땅으로” 매도하면서 북 주민을 “자유 통일을 강력히 열망하도록 배려하고 변화시”킬 대상으로, 따라서 북 정권과 체제를 전복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러한 민족 내부의 갈라치기와 갈등과 대결 조장은 통일을 “자유와 인권의 보편가치를 확장하는 과업”으로 보는 그의 독단적, 왜곡된 통일관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승만 독재정권과 박정희/전두환 군부독재정권들의 흡수통일 방안을 추종하는 것이자 87년 6월 항쟁으로 수립된 이후 역대 남한 정권들의 평화공존과 통일 방안, 나아가 7·4 남북공동성명(1972) 이후 남북 간 합의들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짓이다.

 

2-1. 윤석열 정권이 북 정권과 체제를 북 주민과 갈라치기하여 이를 전복 대상으로 삼는 것은 무력 흡수통일을 꾀한 이승만 독재정권과 반공을 국시 삼아 북 정권과 체제를 부정하고 흡수통일을 꾀한 박정희 군사쿠데타 정권, 종신집권을 위해 통일을 악용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흡수통일의 명분으로 삼고자 유신헌법에 삽입했던 박정희 유신체제, 남북 주민들이 국민투표로 정한 통일헌법에 따른 총선거로 통일국회와 정부를 구성하자는 매우 비현실적인 선거 방식의 흡수통일 방안을 제시한 전두환 정권 등 역대 독재정권의 흡수통일 방안들과 상통한다.

 

2-2. 윤석열 정권이 북 정권과 체제를 북 주민과 갈라치기하여 이를 전복 대상으로 삼는 것은 노태우 정권의 ‘한민족 공동체 통일 방안’과 이를 단계화한 김영삼 정권의 ‘민족공동체 통일 방안’, 이를 계승한 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등 역대 남한 정권들의 통일 방안을 부정하는 것이다. 노태우 정권의 ‘한민족 공동체 통일 방안’은 남한 역대 정권의 통일 방안 중 최초로 통일로 가는 남북 평화공존과 교류협력의 중간단계를 둠으로써 이전 정권들의 흡수통일 방안을 부정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은 공식적으로는 ‘민족공동체 통일 방안’을 따랐지만 사실상 흡수통일 정책을 추구했다는 점에서 윤석열 정권의 흡수통일 정책은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흡수통일 정책과 궤를 같이하는 한편 북 정권과 체제 붕괴를 도모한다는 점에서는 이들 정권보다 더 대결적이고 퇴행적이며, 힘에 의한 대결과 나토 등 외세를 끌어들여 흡수통일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미군 등 유엔군의 힘을 빌려 북진무력통일로 북 정권과 체제 타도를 꾀했던 이승만 정권의 통일 방안과 오히려 더 흡사하다.

 

2-3. 윤석열 정권이 이번 경축사에서 ‘연례 북한 인권 보고서’ 공개 발간, ‘북한 자유 인권 펀드 조성’, 북한 주민들의 ‘정보 접근권 확대’ 등을 강조한 것도 군사력과 경제력을 앞세운 대북 힘의 우위 정책과 함께 소프트파워 정책으로 북 정권과 체제 전복에 나서겠다는 정책적 의도를 강하게 드러낸 것이다. 이는 인권 문제를 빌미 삼아 동유럽과 중동 등에서 체제 전복에 나섰던 미국의 불법적 간섭의 연장선에 있다.

 

2-4. 윤석열 정권이 북 정권과 체제를 북 인민과 갈라치기하여 이를 전복 대상으로 삼는 것은 7·4 남북공동성명―남북 기본합의서(1991)―6·15 남북공동선언(2000)―10·4 남북공동선언(2007)―판문점선언(2018)/평양선언(2018)으로 이어지는 남북 간 합의들을 전면 뒤집는 것이다. 이들 합의는 모두 7·4 남북공동성명이 천명한 자주‧평화‧민족대단결이라는 통일의 3대 원칙에 기초한 것들로, 하나같이 흡수통일을 부정하고 있다. 특히 7·4 남북공동성명은 1항에서 “사상과 이념·제도의 차이를 초월하여 우선 하나의 민족으로서 민족적 대단결을 도모하여야 한다.”라고 강조함으로써 자유민주주의 이념을 앞세운 흡수통일을 부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윤석열 정권이 이번 경축사에서 “헌법이 대통령에게 명령한 자유민주주의 평화통일의 책무에 의거해서” 통일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역대 남북 합의들을 짓밟는 것이다. 자유민주주의 평화통일의 책무 하에서도 노태우/김대중/김영삼/노무현/문재인 정권은 흡수통일을 배제한 남북 간 공존공영의 평화통일 정책을 추구했다.

 

3. 아울러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경축사에서 “국제사회와의 연대”를 통해 “국제사회와 함께” 통일 정책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국제 한반도 포럼’을 창설”할 것이며, “동맹 및 우방국들과 자유의 연대를 공고히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윤석열 대통령의 입장은 민족의 통일을 “자유와 인권의 보편가치를 확장하는 과업”으로, “세계 평화와 인류의 번영에 직결된 사안”으로 보는 입장의 연장선에 있다. 이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토대한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의, 미국을 정점으로 한 동맹국들의 패권적 이해와 가치에 맞춰 민족의 통일을 추진하겠다는 것으로, 북 정권과 체제를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의, 미국 주도 동맹국들의 공동의 전복 대상과 전취물로 삼겠다는, 자유민주주의 십자군과 같은 발상이 아닐 수 없다.

 

3-1. 이를 위해 윤석열 정권은 한미동맹 강화와 한미일/한일동맹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이에 토대한 인도·태평양 지역동맹 결성에도 나서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나토 국가들의 한미연합연습에의 참가, 독일의 유엔사 가입 등 나토 국가들의 무력을 한반도와 동북아로 적극 끌어들이고 있다. 한반도 분쟁 발발 시 일본군은 물론 나토 동맹국들까지 끌어들여 북 정권과 체제를 격멸시키겠다는 의도다. 이에 그는 이미 2023년 8·15 경축사에서 “한미일 안보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유엔사를 “‘하나의 깃발 아래’ 대한민국의 자유를 굳건히 지키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온 국제연대의 모범”으로 치켜세웠으며, “NATO와의 협력 강화”도 빠뜨리지 않았다. 이러한 그의 주장은 민족통일을 힘의 대결을 통한 무력 흡수통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면 도저히 상정할 수 없는 주장들로, 자유민주주의 이념과 가치를 추구하는 외세를 끌어들이고 그들의 앞잡이가 되어 사회주의 이념과 가치를 지향하는 민족의 한편을 전복, 점령하겠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가 정권 출범 이후 줄곧 불법적인 일제 식민 지배에 전면 면죄부를 주는 굴욕적인 대일 매국 외교에 골몰하며 역사쿠데타를 꾀하는 것 모두 오로지 스스로를 자유민주주의 이념과 가치와 동맹의 십자군으로 자처하는 독단에서 오는 것이다.

 

3-2. 일제 등 외세의 침략에 맞선 우리 민족의 투쟁사를 관통해 온 것은 ‘자주’다. 이는 3·1 독립선언서에 반영되어 제헌헌법과 이후 헌법 속에 계승되었으며, 남북 간 합의들 속에도 줄곧 반영되어 왔다. 나아가 이는 자결권(self-determination)이라는 대의 하에 유엔헌장과 우호관계선언(1970) 등에 반영되어 사상과 이념·제도의 차이 없이 모든 국가가 보장받아야 할 관습국제법 원칙으로 자리잡았다. 그런데 윤석열 정권이 이를 서방 자본주의 국가들의 ‘자유’라는 협소한 개념으로 왜곡해 북을 비롯한 반자본주의 국가들에 대한 대결의 도구와 명분으로 악용하고 있다.

 

3-3. 이에 다시 “어느 동맹국도 민족보다 더 나을 수는 없습니다. 어떤 이념이나 어떤 사상도 민족보다 더 큰 행복을 가져다주지 못합니다.”라는 김영삼 대통령의 취임사의 명 구절을 상기시키는 것으로써 윤석열 대통령의 시대착오적이고 왜곡된 자유민주주의에의 집착과 십자군으로의 자임에 경종을 울리고자 한다. 그런데도 끝내 윤석열 정권이 자유민주주의 이념을 좇아 북 정권과 체제 전복을 꾀한다면 그 끝은 전쟁과 민족공멸뿐임을 엄중히 경고한다.

 

4. 한편 북이 민족과 통일을 전면 부정하고 나선 것도 한미 당국의 대북 적대적 대결 정책에 가장 큰 원인이 있다. 따라서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 경축사에서 제시한 대북 적대적 통일 전략들은 그 어느 것 하나 실현될 수 없는, 자기만족적, 자기과시적 소아병적 정책들에 지나지 않는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이 진정으로, 아니 일말이라도 민족통일에 대한 염원을 지니고 있다면 힘과 사상·이념 대결에서 벗어나 남북 합의에 의거한 남북 공존·공영의 길을 가야하며, 따라서 이번 경축사에서 제시한 소위 ‘통일 독트린’을 스스로 전면 폐기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윤석열 정권의 앞날에 오로지 탄핵과 퇴진만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2024년 8월 16일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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