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5. 31] 비핵·평화를 위한 한일 국제포럼 기자회견 공동발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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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평화를 위한 한일 국제포럼 기자회견 공동발표문
일시: 5월31일 오후1시
장소: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
2019년 5월30일부터 31일까지 한국과 일본의 시민단체, 연구자, 국회의원이 모여, 서울에서 <비핵∙평화를 위한 한일 국제포럼(이하, ‘포럼’)>을 개최했다. 한일 양국의 피폭자들(원폭피해자들)이 함께 했으며, 미국과 필리핀에서 평화운동 대표가 참가했다. 연인원 300명이 참가했다.
포럼 참가자들은 2018년부터 형성된 한반도 평화국면이 분단, 전쟁, 대결, 핵전쟁 위기의 역사를 극복하고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과 비핵화 달성을 위해 절대 놓쳐서는 안될 역사적 기회임을 확인했다. 또한, 한반도 평화 진전이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대립 구조를 해체하고 핵 위협 없는 평화의 질서를 창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며, 더 나아가 핵무기 금지와 철폐, 핵 없는 세상을 향한 세계적 흐름을 가속화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에 공감했다.
세계는 2017년 유엔에서 핵무기금지조약을 채택함으로써 핵무기 없는 세계를 향해 역사적인 발걸음을 내디뎠다. 핵무기사용의 위법성과 그 비인도적인 결과를 폭로해 온 피폭자와 핵피해자들의 호소, 그들과 연대해 온 세계시민, 반핵평화운동의 역사적 성과이다. 포럼 참가자들은 핵무기금지조약의 발효, 핵무기 철폐로 전진해 가기 위해 진력할 것을 결의했다.
다른 한편, 세계 최대의 핵보유국들인 미, 러는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을 파기했다. 미, 러를 비롯한 핵보유국들은 핵전력의 현대화, 신형핵무기 및 사용가능한 핵무기개발을 도모하며 핵군비 경쟁을 촉발하고 있다.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과의 ‘핵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이란에 대한 군사적 위협까지 가하고 있다. 그와 같은 미국의 행동은 지역분쟁을 조장할 뿐이다. 또한‘핵 없는 평화로운 세계’를 향한 세계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기에 강력히 규탄한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위한 지난 1년여 간의 대화, 협상 과정과 최근 정세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비핵화는 끈기 있는 대화와 협상이 요구되는 과제임을 보여준다. 하노이 회담 결렬 후 북미, 남북 간 공식 대화는 중단된 상태다. 양국은 대화 재개를 언급하고 있지만, 미국은 대북 제재, 대북 압박 기조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으며, 축소된 규모지만 한미 연합 군사훈련도 실시되고 있다. 북한은 2차례에 걸쳐 단거리미사일을 포함한 발사체를 발사했다. 우리는 한반도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는 어떠한 조치에 대해서도 단호히 반대한다. 남, 북, 미는 상대를 자극하고 평화국면의 토대를 흔들 수 있는 군사 행동을 전면적으로 중단해야 한다.
북미 대화는 조속히 재개되어야 한다. 북미는 작년 싱가포르에서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했다. ‘싱가포르 공동 성명’과 그 정신에 입각해, 상호 간 요구와 기대 수준을 맞추어 합의를 하고 그 합의의 단계적, 동시적 이행에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 북미 수교, 북일 수교 등의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과정은 동시적, 병행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한반도에서 핵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정치적, 군사적 대립과 군비경쟁의 산물이며, 그 근저에는 불안정한 정전체제가 존재하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는 북미의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한반도의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해 한반도에 평화, 공존의 질서를 구축하는 과정과 불가분의 관계이다.
한국 정부는‘한반도 문제’ 당사자로서 대북 인도적 지원의 즉각 실시, 유엔 대북제재와는 상관없이 중단을 강행했던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재개 등 현 상황을 타파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또한, 남북한 정부당국에‘4.27 판문점 선언’과 ‘9월 평양 공동선언’에서 합의한 군사 분야 합의 이행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헌법9조’를 가지고 있는 일본은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아베 정권이 아직도 ‘북한 위협’을 구실로、 오키나와 미군기지 확장, 9조 개헌과 ‘전쟁하는 국가 만들기’를 추진하는 것에 강력히 반대한다. 한반도의 평화 과정을 방해하고 동북아시아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태도를 강력히 비판한다.
2002년 ‘9.17 평양선언’에 기반한 포괄적 협상에 의한 북일 관계 정상화가 필요하다. 그리고 미해결의 상태로 남아 있는 식민강점과 전쟁책임의 문제를 청산하는 것은 불가결하다. 그러한 방향이야말로 일본이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평화에 공헌하는 길이다.
한반도 비핵화는 ‘북한 비핵화’로 국한될 수 없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핵무기도 핵 위협도 없는 한반도”이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서는 한반도와 한반도 주변에서 모든 핵무기의 위협과 핵무기가 제거되어야 한다. 그것을 위해서도 한국과 일본이 ‘미국의 핵무기에 의한 핵우산’에서 탈피해야 한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는, 비핵∙평화의 동북아시아를 위해 동북아시아 비핵지대와 동북아시아의 다자안보협력 질서 구축으로 이어져야 한다. 다자안보협력은 공동안보에 기반해야 한다. 특정 국가를 적으로 상정하는‘군사동맹의 안보’에서 탈피해야 한다.
그러한 맥락에서 미국의 한국에 대한 사드 배치와 일본에 대한 이지스어쇼어 배치, 미∙일∙한의 미사일방어망 구축 움직임, 일본의 집단적자위권 행사 공식화, 역내 국가 간 군비확장 경쟁 등 지역적 불안정을 초래하고 평화에 역행하는 행태를 즉시 중단, 철회되어야 한다. 또한, 포럼 참가자들은 역내 주둔 미군, 미군 기지의 확장 반대, 축소∙철거를 요구하는 운동과 연대의 의지를 표명한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강제징용 문제 등 최근 부상한 한일 간 역사 이슈는, 전후 한일 관계 속에서 해결하지 못했던 해묵은 과제들이 불거진 것에 다름 아니다. 한일 ‘역사 문제’에 있어 최선의 방안은 역사의 진실을 직시하고 인권, 평화, 역사 정의와 같은 보편적 원칙에 입각해 문제 해결을 모색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포럼참가자들은 한일 간 그 어느 때보다도 교류가 급증하는 동시에, 해결해야 할 다양한 과제들이 제기되고 있으며 동북아시아 평화를 위한 한일 협력이 요구되고 있는 현실 속에서 한일 시민들의 연대가 확대, 강화되어야 할 필요성에 공감했다.
국제사회는 1945년 8월 6일과 9일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대한 원폭투하가 초래한 반인도적 참상의 역사를 직시하고, 당시의 참혹한 기억과 원폭이 초래한 병마와 싸워 온 피폭자들의‘다시는 핵무기가 사용되어서는 안된다’‘생전에 핵무기 없는 세계를 실현하고 싶다’는 호소에 답해야 한다.
한일 양국의 피폭자가 고령화되어 가는 상황에서, 국가적 원호와 보상의 근본적 강화를 요구한다. 한반도 남북한의 피폭자는 일본의 식민강점과 군국주의의 피해자이기도 하다. 우리는 피폭자들과의 강력한 연대를 통해 피폭자들에 대한 국가적 원호와 보상∙배상을 더욱 강력히 요구해 갈 것이다. 또한, 미국 정부에 대해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는 피폭자, 그리고 핵실험피해자들의 운동과도 연대해 갈 것이다.
피폭자들은 ‘피폭자 국제서명’ 운동을 제기해, 핵무기금지조약 성립에 크게 공헌했다. 포럼참가자들은‘히로시마∙나가사키 피폭 75년’이 되는 2020년까지 ‘피폭자 국제서명’을 비약적으로 확대하기 위해 힘을 모을 것이다.
국제사회에 핵무기금지조약에 대한 지지, 서명, 비준을 촉구한다. 특히, 미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핵보유국들에게 핵무기금지조약의 서명, 비준을 통해 핵군축, 핵무기 철폐의 도도한 흐름에 동참할 것을 촉구한다. 또한, 남북한과 일본 정부에 핵무기금지조약 서명, 비준에 전향적으로 나설 것을 요구한다.
스리마일, 체르노빌, 후쿠시마의 핵발전소 사고, 그리고 핵발전소 노동자와 인근 지역 주민 및 생태계에 미친 핵 영향의 실상이 말해 주는 것은 ‘탈원전’, ‘원전제로’야말로 시급한 과제라는 점이다. 핵무기 금지, 철폐 운동은 ‘탈원전’, ‘원전제로’ 등 모든 핵의 폐절을 지향하는 운동과 연대해 나아가야 한다.
한반도의 분쟁과 전쟁, 군사적 대결과 군비 경쟁에서 여성은 젠더기반 폭력의 가장 큰 피해자였다. 평화구축 과정에 성인지적 관점이 반영되고 여성의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 여성의 참여를 통해 군비경쟁에 의해 왜곡된 자원배분 구조, 소수자에 대한 구조화된 차별, 젠더 기반 폭력의 구조를 해체하고 인간안보가 보장되는 성평등한 평화, 지속가능한 평화를 실현해야 한다.
핵무기와 전쟁이 없는 평화와 함께, 보다 적극적이고 지속가능한 평화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구조적 폭력, 차별과 배제에 맞서 싸워 온 여성운동의 관점과 한반도,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국경을 넘어 연대해 온 여성운동의 역사적 성과가 반영되어야 한다.
한국의 촛불시민혁명, 핵무기금지조약의 채택은 세계사를 움직이는 것은 시민임을 증명해주었다. 포럼참가자들은 전쟁하지 않겠다!9조부수지말라!총궐기행동실행위원회가 주도하는 6월7일, 8일 도쿄에서의 한일 공동행동에 강력한 지지와 연대의 뜻을 표명한다. 또한, 이번 포럼을 계기로 한일 양국의 시민들은 한반도, 동북아시아의 비핵∙평화, 더 나아가 ‘핵 없는 세계’를 향해 국경을 넘어서는 연대와 공동행동을 더욱 강화, 확대해 나갈 것이다.
비핵∙평화를 위한 한일 국제포럼 참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