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안분석] 5.22 한미정상회담 결과(공동성명)는 미국의 이해가 일방적으로 관철된 불평등한 합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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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2 한미정상회담 결과(공동성명)는
미국의 이해가 일방적으로 관철된 불평등한 합의다!
평화통일연구소
5·22 한미정상회담은 남북교류협력과 북미대화 재개, 백신 스와프 확보 등 국민의 기대에 전혀 미치지 못하는 실망스러운 결과를 가져왔을 뿐 아니라 국가와 민족의 앞날을 군사적, 경제적 질곡에 빠뜨릴 수 있는 무책임한 약속을 양산함으로써 큰 우려를 낳고 있다.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은 바이든 정부의 입장이 전면 관철된 반면 문재인 정부의 입장은 구색 맞추기로 끼어 들어간 극단적으로 불평등한 합의다. 남북대화와 협력의 가능성을 열었으나 대북 제재와 인권문제 등 바이든 정부에 대북 적대정책을 지속, 강화할 수 있는 고리를 쥐어줌으로써 남북대화와 협력을 무위로 돌리고, 한국을 미중 간 패권 경쟁에 동원할 수 있게 보장해 준, 전적으로 미국에 의한, 미국을 위한 합의다. 공동성명이 합의대로 이행된다면 한국은 무엇보다도 군사적, 경제적으로 중국에 등을 돌리고 미국 쪽에 확고히 줄을 섬으로써 미중 간 균형노선은 결딴나고 대미 종속이 심화되는 후과를 떠안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과 송영길 대표 등은 자기 최면에 빠져 사실과 동떨어진 자화자찬식 평가를 하고 있고 대다수 전문가와 언론은 각자의 입장과 관점을 불문하고 보잘것없는 성과는 침소봉대하고 후과는 외면하거나 억지춘향격으로 합리화함으로써 국민들이 회담의 실체적 진실에 다가갈 수 없게 가림막을 치고 있다. 이에 이 글이 이번 한미정상회담의 결과를 사실 그대로 인식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1. 남북 협력 재개의 길을 열었으나 칼자루는 여전히 미국이 쥐고 있어
문재인 정부는 이번 한미정상회담의 최대 성과로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 등 기존의 남북 간, 북미 간 약속에 기초한 외교와 대화” 추진과 바이든 대통령의“남북대화와 관여, 협력에 대한 지지” 표명을 들고 있다. 이는 트럼프 정부가 안보리 제재와 미국의 독자 제재를 앞세워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와 남북철도 연결에 제동을 걸어왔던 사실에 비추어볼 때 남북대화와 협력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숨통을 터주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남북대화와 협력에 대한 바이든 정부의 지지가 립 서비스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의미를 갖기에는 암초가 너무나 많다.
한미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북한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유엔 안보리 관련 결의를 완전히 이행할 것을 촉구”하고 “북한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협력한다는 데 동의”했으며 “대북 접근법이 완전히 일치되도록 조율해나가기로 합의”했다.
북한에 유엔 안보리 결의를 이행하도록 촉구하는 것은 앞으로도 미국이 대북 제재를 계속해 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은 이미 최선희 외무성 제1 부상의 담화(2021.3.8.)를 통해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이 철회되지 않는 한 …미국의 접촉 시도를 무시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또한 대북 인권문제 제기는 한미가 넘지 않아야 할 선을 넘은 것으로, 남북, 북미대화 재개를 어렵게 하고 설령 대화가 재개된다고 하더라도 지속되고 성과로 이어지는 것을 어렵게 한다. 북한이 대북전단, 곧 인권문제로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2020.6.16.)해 버린 것은 북한이 인권문제 제기를 얼마나 금기시하는지 선명히 보여주었다. 나아가 한미가 대북 접근법이 완전히 일치되도록 조율해나가기로 한 것은 트럼프 정부가 워킹 그룹을 통해 남북 대화와 협력을 전면 통제해 왔던 것처럼 바이든 정부도 남북 대화와 협력을 자신들의 통제 하에 두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렇다면 한미 공동성명에서 언급된 미국의 “남북대화와 관여, 협력”에 대한 지지의 폭과 깊이는 불분명하며 어디까지나 바이든 대통령이 그 칼자루를 쥐고 있다고 하겠다. 만약 한미 정상이 공동성명에서 “합동 군사 준비태세 유지의 중요성을 공유”하기로 합의한 것이 미국의 한국군 백신 공급과 맞물려 올 하반기 대규모 한미연합연습의 재개를 의미한다면 남북, 북미대화가 재개될 가능성은 그만큼 더 멀어진다. 1990년대 이래로 한미연합연습은 남북, 북미대화의 향배를 가늠하는 리트머스 시험지였다.
정상회담 후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공동성명보다도 더 퇴행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기 위한 전제조건이 무엇이냐는 미 CBS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겠다는 이전보다는 전향적인 입장을 밝히면서도 정작 구체적인 지점에서는 “핵무기에 대한 약속, 비핵화 추진 방법에 대한 개요가 있어야 한다 … 김정은 위원장이 바라는 모든 것―국제사회가 북한을 합법적인 국가로 인정하는 등―을 주지 않겠다 …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 전혀 진지하지 않았던 그를 진지하게 임하도록 하겠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러한 바이든 대통령의 입장은 북한과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강한 불신을 드러낸 것일 뿐만 아니라 북한의 비핵화 계획 제시 등 북한이 먼저 움직일 것을 요구한 반면 비핵화에 상응해 미국은 북한에 무엇을 내줄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없는 일방주의적 태도다. 싱가포르 성명에 내포된 단계적·동시적 방법론을 부정하고 북한의 선 비핵화 조치를 요구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미 의회조사국(CRS)은 “바이든 정부는 비핵화를 향한 (북한의) 부분적인 조치의 대가로 부분적인 제재 해제를 제공하는 점진적 과정을 구상”(「Korea : Background and U.S relations」, 2021.5.26.)하고 있는 것으로 전망함으로써 바이든 정부의 선조치 입장을 확인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의 대북 노선을 부정했다는 바이든 정부가 북한에 핵무기 목록과 시간표부터 내놓으라고 요구했던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을 연상시키는 냄새를 물씬 풍기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을 지켜보고 있던 문재인 대통령이 그의 발언을 제지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하더라도 적어도 자신의 의견을 개진함으로써 바이든 대통령 발언의 문제점을 희석시키고 대북 제재 해제와 남북 경협 재개를 바라는 자신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밝혀야 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이 2002년 도라산역 연설에서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는 발언을 하지 못하도록 제지하고 대북 대화에 나서겠다는 발언을 하도록 사전에 설득한 바 있다.
결국 남북대화와 경제협력 재개는 이번 한미정상회담 이전과 마찬가지로 전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결단과 선택에 맡겨지게 되었다. 바이든 대통령의 “남북 대화와 관여, 협력에 대한 지지를 표명”을 립 서비스가 아닌 행동과 현실로 바꾸어내기 위해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호의만 바라보아서는 안 되며, 트럼프 정부의 견제와 간섭에 무기력했던 지금까지의 타성에 빠져서는 더더욱 안 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바이든의 품과 틀에서 벗어나 과감하게 민족과 자주의 길을 선택해야 한다.
2. 남북대화와 협력을 위협하는 한미동맹 강화와 한미일 동맹 구축 기도
한미 정상은 또한 공동성명에서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다시 한번 강조”하고 “다년도 방위비분담특별협정 서명을 환영”하였으며 “(한미) 개정 미사일 지침 종료”하고 “공동 안보와 번영을 수호하며, 공동의 가치를 지지하고, 규범에 기반한 질서를 강화하기 위한 한미일 3국 협력의 근본적인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문재인 정부는 2020년 하반기에 사실상 임기 내 전작권 환수를 포기하고 임기 내 전작권 환수 로드맵이나 만들겠다는 식으로 전작권 환수 의지를 후퇴시킨 바 있다. 문재인 정부가 이번 공동성명에서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환수를 재차 합의해 준 것은 문재인 정부 임기 내 전작권 환수 포기를 공식 선언한 것과 같다. 이는 미국에 의한 한국의 군사주권 침탈을 계속 용인하겠다는 반주권적 발상이자 공공연하게 대북 선제공격을 표방하고 있는 작전계획 5015를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과 태평양 미군과 미 본토 방어를 위해 운용할 수 있도록 보장해 주는 반평화적, 반민족적, 위헌적 합의다. 미국이 한국군 전작권을 계속 행사하는 것은 올 하반기 제53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SCM)에서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는 한미동맹위기관리각서 개정―미국 유사 포함―과 함께 한국군의 태평양 미군과 미 본토 방어군으로, 한국의 태평양 미군과 미 본토 방어를 위한 전진기지로의 전락을 가속화할 것이다.
한미 정상이 공동성명에서 “다년도 방위비분담특별협정 서명을 환영”한 것은 이번 한미정상회담과 공동성명이 전적으로 미국을 위한 정상회담이자 성명임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공동성명에서 언급한 다년도 방위비분담특별협정이란 한미가 올 3월 초에 체결한 제11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을 말한다. 이 협정은 협정 기간이 6년(2020~2025년)으로, 동 기간에 한국은 8조 원 안팎의 방위비분담금을 미국에 주어야 한다. 역대 어느 정권보다도 높은 인상률과 거액의 방위비분담금을 미국에 보장해 주는 것으로, 문재인 정부는 이를 위해 인상 요인과 인상률을 거짓으로 조작해 내기까지 했다.
한미 (탄도)미사일 지침 종료는 탄도미사일 주권을 회복한다는 점에서는 일단 긍정적이다. 그러나 탄도미사일 사거리 연장으로 베이징과 상하이, 중국의 주요 군사기지―대부분의 중국 ICBM 기지를 포함해―를 한국군 탄도미사일 사거리 안에 두게 된다는 점에서 미중 군사적 패권 다툼에 한국군과 한국을 동원하기 위한 바이든 정부의 의중이 크게 반영된 조치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가 이를 이번 정상회담의 성과로 내세우는 것은 이로 인해 뻔히 예상되는 북한의 반발과 한중 군사적 대결 및 한중관계의 훼손 가능성을 애써 외면하는 경도된 시각이자 후과를 감추려는 무책임한 태도다. 북한의 조선통신은 5월 31일 자 성명에서 한미 미사일 지침 종료에 대해 “고의적인 (대북) 적대행위”로, 주변국을 겨냥해 “중거리미사일 배비를 합법적으로 실현해보려는 미국의 속심”으로 비판하고 있다.
한미 정상이 또한 공동성명에서 “한미일 3국 협력의 근본적인 중요성을 강조”한 것은 한국을 미일 쪽으로 끌어들여 한미일 대 북중 간 진영 대결 구도를 만들기 위한 포석이자 콰드의 외연을 확장하고 인도·태평양 전략에 한국을 끌어들이려는 속셈이다. 한미일 3각 군사 협력은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이었던 오바마 정부에서 집중적으로 추진되었다. 한일 위안부 문제 야합(2015.12.28.)→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2016.11.23.)→주한미군 사드 배치(2017.4.26.)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은 한미일 3각 군사동맹 구축을 겨냥한 것이다. 한미일 군사동맹 구축은 한국의 콰드 직접 가입과 관계없이 콰드의 주축인 미일을 매개로 한국이 사실상 콰드의 일원으로 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중국을 군사적으로 견제하는 데서 한국은 지정학적 위치로나 공세적 군사력에서나 미국이 가장 선호하는 국가다.
3. 중국에 등 돌리고 미국 등에 올라탄 문재인 정부
문재인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최초로 대만문제를 언급하는 과단성(?)을 보였다. 그의 이러한 행보는 최초로 중국인민해방군 사열대에 오른 박근혜 전 대통령의 행보(2015.9.3)와 극적으로 대비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인민해방군 열병식 참관은 균형외교의 새로운 지평을 연 것으로 평가된 반면에 문재인 대통령의 대만문제 개입 입장 표명은 균형외교를 포기하고 미국 등에 올라탄 것으로 평가될 것이다.
1) 대만문제 개입 입장 표명이 가져올 파장은?
한미 정상은 이번 공동성명에서 무엇보다도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이로써 미국은 한국을 대만문제에 끌어들이려는 오랜 숙원을 풀 수 있게 되었다. 중국이 내정문제 간섭이라며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사안에 문재인 정부가 최초로 개입 입장을 표명함으로써 한중관계에서 넘지 말아야 하는 선을 넘어선 것이다.
중국은 이미 “대만 문제는 순수한 중국 내정으로 어떤 외부 세력의 간섭도 용납할 수 없다.”며 “관련 국가들은 대만 문제에서 언행을 신중해야 하며 불장난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한국에 강한 반발과 경고를 보냈다. 이에 외교부 최종건 차관은 “한미정상회담이 배출한 문건 중에 최초로 양안문제가 들어선 것은 사실”이지만 “중국을 적시하지 않았고, 그리고 이것이 결국은 그 지역의 평화와 안정이 중요하다는 일반론적인 문장”이라며 파장 줄이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는 “중국이란 명시적인 말은 없지만 중국을 겨냥해서 하는 것임을 우리가 모르는 것은 아니다.”라며 최차관의 주장을 일축했다.
한국의 대만문제 개입은 노무현 정부로 거슬러 올라간다. 노무현 정부는 2006년 1월 19일, 이른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행사를 허용하였다. 주한미군이 한반도 역외 분쟁에 개입할 수 있는 길을 터 준 것이다. 다만 “미국은 한국이 한국민의 의지와 관계없이 동북아 지역분쟁에 개입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한국의 입장을 존중한다.”(「‘전략적 유연성’ 설명 자료」, 외교부·NSC 사무처, 2006.1.20, 오마이뉴스 홈페이지, 검색 2021.6.1)는 단서를 달았다. ‘존중한다’라는 용어는 법적으로 아무런 규정력을 갖지 않지만 한국이 동북아 지역분쟁, 곧 대만문제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의사만큼은 분명히 밝힌 것이다.
그러나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문재인 정부는 이 단서마저 무력화하고 대만문제에 대한 개입의 물꼬를 텄으며, 양안분쟁 시 미국의 압력에 밀려 한국군이 개입할 가능성을 열었다. 한미동맹위기관리각서가 개정―미국 유사 포함―되면 그 가능성은 한층 더 커진다. 문재인 정부가 나라와 국민을 대중 군사적 대결과 분쟁이 도사리고 있는 길로 들어서게 하는 위험천만한 모험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대중 금기를 깨뜨림으로써 앞으로 한중관계에서 맞닥뜨리게 될 군사적, 경제적 대결과 보복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심히 우려된다.
주한미군이 양안분쟁에 개입하는 것은 그 적용범위를 한반도로 엄격히 한정한 한미상호방위조약과 제3국에 대한 침략기지 제공을 침략으로 규정한 ‘침략의 정의’에 관한 유엔총회 결의(1975년) 등에 위배되며 한국군이 양안분쟁에 개입하는 것은 ‘침략적 전쟁’을 부정한 헌법 5조 1항에 위배된다.
2) 남중국해 문제 개입 입장 표명이 가져올 파장은?
한미 정상은 또한 공동성명에서 “남중국해 및 여타 지역에서 평화와 안정, 합법적이고 방해받지 않는 상업 및 항행상공비행의 자유를 포함한 국제법 존중을 유지하기로 약속”하였다. 이로써 미국은 남중국해를 둘러싼 미중 대결 속으로도 한국을 끌어들였다. 그러나 중국은 “각국이 국제법에 따라 남중국해에서 항행과 비행의 자유를 누리고 있으므로 문제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한미 정상의 주장을 일축하고 있다.
남중국해 문제는 본질적으로 인접국 간 영토, 영해 문제이지 항행이나 비행 자유의 문제가 아니다. 인접국이 아닌 미국은 애초부터 남중국해 영토, 영해 분쟁의 당사자가 아니며 유엔 해양법 협약도 비준하지 않아 남중국해 분쟁에 개입할 자격이 없다.
한편 중국이 실효 지배하고 있는 스프래틀리 군도 등 남중국해 암도 또는 간출지에 인공섬을 조성하는 것은 유엔 해양법 협약 상 합법이다. 스프래틀리 군도 등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는 베트남, 필리핀과 대만(동사군도) 등도 중국보다 앞서 이미 오래전부터 실효 지배하고 있는 수역에서 섬을 확장하거나 인공섬을 조성해 왔다. 따라서 남중국해 분쟁은 중국과 관련 4개국들이 이 수역을 실효 지배하고 있는 현실과 유엔 해양법 협약 등 국제법에 토대해 당사국들이 외교적,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남중국해 (인공)섬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개입은 중단되어야 하지만 중국과 관련국들의 군사기지화도 마땅히 지양되어야 한다.
한국이 대만문제에 이어 남중국해에 개입해 들어가는 것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작동하는 가장 민감한 지역에 한국이 개입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으로 미국의 요구를 좇아 한국이 남중국해에 함정까지 파견하게 되면 대만문제 개입 의사 표명과 함께 한국의 중국과의 군사적 대결은 일상화, 만성화된다.
한국의 대만 및 남중국해 문제 개입은 대북 군사동맹으로의 한미동맹이 대중 군사동맹으로 성격과 임무가 전환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미동맹의 대중 군사동맹으로의 성격과 임무 전환은 한반도 평화와 번영, 통일에 부메랑이 되어 되돌아 올 것이다.
4.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및 콰드 참여와 반중 진영 줄서기
한미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한국의 신남방정책과 미국의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구상을 연계”시키고 “쿼드 등 개방적이고, 투명하며, 포용적인 지역 다자주의의 중요성을 인식”한다는 데 합의함으로써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콰드 참여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은 인도·아세안 국가들을 상대로 외교적, 경제적 다변화를 꾀하고 포용적인 다자 공동체 수립을 핵심 비전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에 신남방정책은 군사동맹에 토대해 경제, 정보, 기술 분야에서까지 배타적 대결을 추구하는 인도·태평양 전략과 비록 느슨한 구조라지만, 지역 집단방위체를 지향하는 콰드와 양립할 수 없다. 따라서 한국의 신남방정책을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연계시키면 신남방정책은 정체성과 설자리를 잃고 인도·태평양 전략에 복속되어 인도·태평양 전략과 콰드 참여로 귀결된다.
이번 한미정상회담 전후로 콰드 워킹 그룹과 협력할 수 있다거나 “개방성·포용성·투명성 등 우리의 협력 원칙에 부합하고 국익과 지역·글로벌 평화번영에 기여한다면 어떤 협의체와도 협력이 가능하다.”는 문재인 정부의 주장이 나오는 것은 한국이 이미 콰드 참여로 가는 길을 열어놓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올 가을에 개최되는 콰드 정상 간 대면회의가 한국의 콰드 참여를 결정짓는 자리가 될지 주목된다.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콰드 참여는 주한미군 사드 배치 이후 미국이 한국에 강요해 온 미중 간 양자택일 요구가 한국이 미국 편에 가담하는 것으로 일단락되는 것을 뜻하며, 이번 한미정상회담이 이를 앞당기는 계기로 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한미정상회담이 갖는 향미배중(向美背中)적 성격을 잘 보여준다.
데이비드 맥스웰 미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한국 정상이 대만 해협을 직접 언급한 것과 관련해 “(중국이) 사드 배치에 대응해 취했던 정치·경제 보복을 재개할 가능성이 있다.”며 “중국이 가혹한 보복과 대응을 한다면 한국은 콰드에 더 적극 참여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하고 있다.
로버트 매닝 미 애틀랜틱 카운슬 선임연구원은 “한미공동성명은 지정학적으로 한국이 콰드 협력 쪽으로 기울어 가고 있음을 보여 준다.”며 “미사일 지침 폐지 합의와 대만 해협 명시는 미국이 한국, 일본과 협력을 강화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를 명확히 보여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한국이 중국을 멀리하고 미국 쪽으로 다가선 전환점으로 보고 있으며, 이에 따라 중국이 한국에 가할 보복을 한국의 콰드 가입을 앞당길 촉매제로 보고 있는 것이다.
5. 한미동맹, 대중 군사동맹에 이어 경제동맹으로까지
한미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다양한 경제 분야에서의 협력을 표방하고 있다. 반도체‧전기차 배터리‧전략 핵심 원료‧의약품을 포함한 공급망 회복, 미국 내 최첨단 반도체 제조 지원, 이동통신 분야에서의 Open-RAN(개방형 무선 접속망)을 활용한 5G/6G 네트워크 개발, 원전사업 공동 참여와 해외 원전시장 공동 진출, 한국의 아르테미스 약정 가입 등 한국의 핵심 미래 산업이 망라되어 있다. 해외투자의 심사와 핵심기술의 수출 통제와 같은 제3국 규제에 관한 사항도 포함되어 있다.
이에 대해 산업자원부는 “한미 양국관계가 대등하고 호혜적인 핵심 경제협력 파트너로 격상되었음을 보여준다.”(3개 부처 공동 브리핑, 5.25)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산업자원부의 주장과 달리 한미동맹은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대중 군사동맹으로서의 성격과 한국의 핵심 산업이 미국경제의 취약성을 떠받쳐 주는 경제동맹으로서의 성격을 아울러 갖게 되었다.
1) 반도체, 배터리, 통신 등 핵심 산업의 미국경제 편입과 대미 종속화
한국 기업의 전무후무한 44조 원의 대규모 대미 투자는 한국 핵심 산업이 미국경제에 편입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삼성의 20조 원(170억 달러)의 대미 투자계획으로 삼성의 반도체 투자는 중심축이 중국에서 미국으로 바뀌게 된다. 지금까지 삼성의 대중 투자는 258억 달러였는데 이번 삼성의 대미 투자로 대미 누적투자는 340억 달러가 된다. 삼성이 반도체 투자의 중심축을 미국으로 옮기고 미국 쪽에 줄을 서겠다는 신호다.
쑤하오 중국 외교학원 교수는 “한국 4대 기업이 미국에 거액을 투자한 것은 중국과의 경제관계를 약화시킬 수 있다. 특히 반도체에서 삼성이 170억 달러를 투자한 것은 미국의 경제전략에 따른 외교행위로 볼 수 있다”(중앙일보, 2021.5.22.)며 삼성, 현대 등의 대미 투자를 중국에 등을 돌리고 미국에 줄을 선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삼성이 반도체의 해외 중심 투자처를 중국에서 미국으로 옮기는 것이 시장경제원리에 따라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의 결정이라고 하기에는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전기차, 이동통신 장비 등의 시장 규모는 미국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중국이 크다. 세계 반도체에 대한 중국의 수요는 60%에 달한다. 2020년 우리나라의 대중 반도체 수출액은 393억 1000만 달러로, 전체 반도체 수출액 991억 8000만 달러의 39.6%를 차지했다. 한국의 대미 반도체 수출액은 73억 달러로 대중 수출액의 1/5에도 못 미친다. 중국은 한국이 놓칠 수 없는 반도체 시장이다(동아일보, 2021.4.15.). 전기차 시장도 중국이 미국보다 단연 크다. 전기차는 2020년에 미국에서 32만 대가 팔렸지만 중국에서는 120만 대가 팔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이 반도체 투자의 중심을 미국으로 옮기는 것은 한미동맹 강화라는 명분을 좇아 미국경제의 취약성을 떠받쳐 주기 위한 경제외적 원리에 따른 비정상적인 결정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다음의 언론 보도들도 삼성의 대미 반도체 투자가 경제적 유, 불리를 따라 결정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직, 간접적으로 확인해 주고 있다.
미 반도체 협회 뉴퍼 회장은 “미국에 신규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고 운영하는 비용은 다른 국가 대비 25~50%나 비싸다. 중국은 반도체 생산 기업에 무료 부지 제공, 세금 혜택 등 파격적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디일렉, 2021.2.26.)고 주장한다.
국내 한 언론은 “(삼성의) 파운드리 미국 생산시설은 경제적 측면에서 비효율적이다. 물류비용이 급증한다.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원재료 등의 생태계는 한국, 중국, 대만, 일본 등 아시아권에 집중해 있다. 완성한 제품을 구입해 사용할 곳도 대부분 중국과 베트남 등이다. 생태계를 새로 구축해야 한다. 임금 등은 부차적 사안이다. 미국 팹리스 대부분은 TSMC와 거래한다. 미국에서 다른 지역 고객사 제품을 생산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이데일리, 2021.2.8.)고 보도하고 있다.
삼성이 미 연방 정부의 파운드리 수요 보장, 주 정부의 세제 혜택 등에 고심하고 있는 것도 이미 투자를 결정해 놓고 사후적으로 경제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다.
삼성이 해외 반도체 투자 중심처를 미국으로 옮기면 미국경제의 수직 계열화는 피하기 어렵다. 삼성은 무엇보다도 인텔, 퀄컴 등 미국 현지 정보통신기술업체들로부터 주문(위탁)을 따내야 한다. 또한 삼성 파운드리는 그 위탁생산의 특성 상, 미국의 대중국 전략에 대한 협조 차원에서 수요, 생산, 부품‧소재‧장비 조달, 유통, 인력 충원, 금융(자금 조달) 등에서 미국의 법적, 경제적 조건에 지배될 수밖에 없다. 삼성 등이 한국이나 중국에서 사업할 때와 비교해 미국 경제에 더욱 전면적으로 수직계열화되는 것이다.
한편 미국은 인텔 등 자국 정보기술기업의 파운드리 사업 확장을 위한 재정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삼성은 인텔 등 미 정보기술기업들과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의 분야에서 경쟁 관계에 있어 미국의 견제를 받을 수 있다. 미국경제로의 한국 핵심 산업의 수직 계열화는 한국 기업이 미국경제에 복무하는 선에서만 그 활로가 보장되고 그렇지 않을 때는 언제라도 토사구팽당할 수도 있다.
2)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는 한국 산업의 위축을 가져온다.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 반도체(파운드리), 전기차 배터리(GM‧포드와 합작 또는 단독투자), 전기차 등의 생산 공장을 건설하기로 한 것에 대해 산업자원부는 미국 시장을 선점하는 교두보 마련, 국내 중소‧중견 협력사의 수출과 동반 진출 기회 확대, 우리 기술의 고도화 기회 등의 의미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5.25 3개 부처 공동 브리핑).
그러나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가 국내 및 중국 투자와 비교해 한국경제에 더 도움이 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국내 관련 산업의 기반이 취약해지고 국내 일자리 창출 기회가 상실된다는 사실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반도체의 경우 고용유발계수가 1.60(10억 원 투자 시)이다. 따라서 삼성전자가 20조 원을 미국 투자로 돌리면 국내에서 3.2만 개의 일자리를 늘릴 기회를 잃게 된다. 미국의 반도체협회 보고서(2020년)에 따르면 반도체 일자리 1개는 타 부문에서 4.89개의 일자리를 파생시킨다. 이를 적용하면 국내에서 18.8만 개의 협력회사의 일자리 창출 기회를 상실한다. 반도체의 경우 삼성의 협력회사만 200곳이 넘고 이들의 매출액은 58조 원에 이르며 고용 노동자만 28.3만 명에 달한다.
한편 한국의 반도체 소재와 장비의 국산화율은 각각 50.3%와 18.2%로 매우 낮다. 협력회사가 성장하지 못하면 반도체 산업의 저조한 국산화율을 끌어올리는 국민경제적 과제도 그만큼 늦어진다. 국내 파운드리 중소업체는 고작 3군데에 불과하고 그 중 가장 큰 DB 하이텍은 매출액이 1조 원에 불과하다. 이들 업체는 생산 능력이 떨어져 중국 수요를 감당하기도 벅차다. 삼성과 미국에 동반 진출할 수 있는 파운드리 중소기업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한국기업의 대미 반도체 투자는 국내 반도체 기반을 위축시켜 한국의 반도체 수입(2020년 503억 달러)을 늘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전기자동차도 마찬가지다. 현대자동차의 74억 달러 대미 투자는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국내 전기자동차 산업의 기반을 위축시키게 될 것이다. 이에 현대자동차노조는 “무분별한 해외투자는 한국의 제조산업 붕괴와 울산시의 공동화로 이어질 것”(5월 25일 기자회견문)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3) 한국 이동통신 사업의 미국경제 편입
한미 정상은 “이동통신 보안과 공급업체 다양성의 중요함을 인식”하는 속에서 “Open-RAN 기술을 활용한 5G‧6G 네트워크 구조의 개발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이동통신 보안과 공급업체 다양성의 중요함을 인식”한다는 것은 세계 이동통신장비 시장의 40% 이상을 장악하고 있고 이동통신장비의 최대 대미 수출 기업이기도 한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기업을 배척하고자 하는 미국의 시각이 반영된 것이다.
또한 Open-RAN 기술을 활용한 5G/6G 네트워크 개발 협력은 이동통신 분야에서 한국의 선진 기술을 이용해 낙후된 미국 통신장비산업의 회생과 네트워크의 선진화를 꾀함으로써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미국의 의도에 복무하는 것이다.
4) 해외투자 심사와 핵심기술의 수출 통제는 중국을 겨냥한 것
한미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해외투자의 면밀한 심사와 핵심기술의 수출 통제”에 협력하기로 했다. 해외투자 심사와 핵심기술 수출 통제 대상 국가가 특정되어 있지는 않지만 그 대상국이 중국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미국은 수출통제개혁법(ECRA, 2018)을 제정해 14개 분야(바이오, 인공지능 등)의 기술을 중국 기업에 수출할 경우 미 상무부의 허가를 받도록 하였다. 미국은 이 법을 근거로 화웨이를 제재했다.
한미가 “해외투자의 면밀한 심사와 핵심기술의 수출 통제”에 협력한다는 것은 미국이 중국 기업을 제재할 경우 한국이 이에 협력하고 한국 기업이 중국에 투자할 경우 미국의 요청이 있으면 면밀한 심사를 해야 한다는 의미다. 한국이 핵심 신흥기술 분야에서 중국 등과 협력하고 싶어도 미국의 대중국 견제 요구 때문에 사업을 접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 미국이 대중 경협에 관한 우리의 경제주권을 제한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한미정상회담 직전에 열린 바이든-스가 미일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내용으로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대미 굴욕적인 합의다.
5) 한국 원전사업과 우주개발사업의 미국 쪽 줄서기
한미가 공동으로 해외 원전시장을 개척하기로 한 것은 문재인 정부가 국내외 원전 마피아에 굴종해 자신의 공약인 탈원전정책을 포기한 것이자 원전사업에서 미국 쪽에 줄을 서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한국이 미국 주도의 ‘아르테미스 약정’에 가입하기로 한 것은 우주개발사업에서 기존의 러시아 등보다는 미국과 손을 잡겠다는 것을 뜻한다.
원전이나 우주개발은 미국의 주력산업으로 한국이 미국과 손을 잡는다는 것은 곧 미국의 관련 기술과 산업에 종속된다는 것을 뜻한다.
이로써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이동통신 등의 핵심 전략산업으로부터 원전, 우주개발, 바이오산업 등에 이르기까지 한국경제가 미국경제에 수직으로 편입되는 길로 접어들고 있다.
6) 불을 보듯 뻔한 중국 시장 위축
한국이 미국과 경제동맹을 맺어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전기차 등 핵심 산업의 중심축을 중국에서 미국으로 옮기면 한국 기업이 현재 중국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을 유지하기 어렵다. 미국 시장은 중국과 비교해 규모가 훨씬 작기 때문에 한국 기업의 중국 시장 축소는 머지않아 반도체(메모리와 파운드리)나 전기자동차 배터리 부문 등에서 가진 국제 경쟁력마저 다른 외국 기업들에게 밀릴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중국의 반도체 설계회사들(팹리스)은 대만 TSMC에 생산을 맡겨왔다. TSMC가 세계적인 파운드리 업체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중국시장 덕택이었다. 그러나 세계 파운드리 시장의 56%를 점하는 TSMC조차도 트럼프 정부와 뒤이은 바이든 정부의 줄 세우기로 중국과의 기존 관계를 축소, 정리하는 중이다. 삼성이나 다른 한국 기업도 미국의 대중국 전략에 따라 TSMC와 같은 처지에 놓이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이에 중국 쑤하오 교수는 “이번 (삼성의 170억 달러 대미)투자는 삼성과 중국의 반도체 생산 연결체인을 약화시킬 수 있다”면서 “기업으로서는 미국 시장과 중국 시장 중 어느 쪽 발전 공간이 더 넓어질지 고려해야 한다. 선택의 결과는 최종적으로 기업과 한국의 장기 이익에 손해를 가져다줄 가능성이 있다”(중앙일보, 2021.5.22.)며 삼성, 현대 등의 미국 쪽 줄서기가 결국은 중국과의 경제관계를 훼손함으로써 한국의 장기적인 손해로 귀결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중국은 “한국의 4대 기업이 핵심 산업에서 미국과 투자 계획을 세우는 것은 한중경제협력을 약화시키고 동아시아전체 경제협력에도 불이익을 가져 온다”(경향신문, 2021.5.31.)는 시각이기 때문에 한국이 미국과 손잡고 중국 투자나 중국과의 무역을 제한하거나 통제하는 것을 그냥 지나치지는 않을 것이다. 주한미군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기아와 현대차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2016년 7.5%(179만대)에서 2020년 3.4%(66만대)로 반토막났다.
한국이 미국의 대중국 경제, 반도체 패권 등을 담보해 주기 위해 미국과 경제동맹을 맺는 것은 몇몇 기업의 개별적 차원의 투자를 뛰어넘어 향후 국가경제 운영 전반을 좌우하는 전략적이고 사활적인 문제다. 중국을 표적으로 한 한미 경제동맹은 중국 정부의 중, 장기적인 경제보복을 초래하고 이로부터 한국의 핵심 미래 산업이 활로를 찾을 수 있을지 그 어떤 낙관도 불허한다.
끝내며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에 싸 들고 간 보따리는 44조 원뿐이 아니다. 방위비분담금 약 8조 원, 그밖에 공동성명에 적시된 약 5조+α 원―글로벌보건안보구상 2억 달러, 중미 북부 삼각지대 국가와의 개발 협력 기금 2.2억 달러, 코백스 AMC에 대한 기여금 α―를 더하면 60조 원에 달한다.
한미정상회담에 대비해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에 챙겨준 것이 또 있다. 그는 미국의 압력에 굴복해 수천 명의 경찰을 동원해 주민과 지킴이, 평화활동가들을 탄압하면서 불법적인 소성리 사드 기지 공사와 이에 필요한 장비와 자재, 노동자의 육로 반입을 보장해 주었다. 육로 반입이 안 되면 한미정상회담에서 항의할 것이라는 미국의 압박을 받고 이를 피하기 위해서. 절차와 인권을 중시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징계 절차는 그렇게 살뜰히도 챙겨주면서 환경영향평가가 끝나지도 않은 채 강행되는 사드 불법공사에 항의하는 이들에게는 갈비뼈를 부러뜨리고 목을 짓밟고 실신시키는 등 반인권으로 답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한과 중국의 인권문제는 빠짐없이 챙기는 인권 대통령으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냈다.
그러나 그 막대한 돈을 들이고 자국민의 인권을 불법 탄압한 대가로 문재인 대통령이 얻어낸 것이라고는 고작 “남북대화와 관여, 협력에 대한 지지 표명”이라는 한마디 언급뿐이다. 한국을 군사적, 경제적으로 미국의 세계전략에 한층 더 복속시키는, 실로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면서.
이렇듯 이번 한미정상회담 결과는 한국군 작전통제권과 규모, 통일정책, 대일구매 등 경제체제 전반을 미국의 입맛에 맞게 규정하고 한국 사회를 총체적으로 대미 종속체제로 전락시킨 한미합의의사록(1954.11.18. 발효)과 미국의 압력으로 제헌헌법 87조 1항―“중요한 운수, 통신, 금융, 보험, 전기, 수도, 가스 및 공공성을 가진 기업은 국영 또는 공영으로 한다.―을 삭제하는 개헌(1954.11.29.)을 단행한 이래로 그에 버금가게 한국의 안보와 경제, 통신 등을 전면적으로 미국 쪽에 줄을 세운 또 하나의 대미 종속적인 합의라고 할 수 있다.
이로써 한미동맹은 한반도 평화와 번영, 통일과 양립하기 어려운 큰 걸림돌이 다시 한 번 입증되었다. 이러한 퇴행적 한미정상회담 결과는 친미 DNA가 넘쳐나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적으로 그 책임이 있으며, 그는 이번 한미정상회담 결과로 “지도자로서, 협상가로서의 약했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평가를 사실로 입증해 주었다. 아니라면 미국의 그 어떤 견제에도 굴하지 않고 당장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 남북철도 잇기에 나서야 하며 판문점 선언과 평양선언 전면 이행에 나서야 할 것이다.
한미동맹이 민족과 국가 발전의 질곡으로 된 지 이미 오래인 상황에서 이 질곡으로부터 민족과 국가를 구해낼 수 있는 사회세력이 집권하는 것은 정녕코 우리 민족이 일제 식민지로부터 해방되기를 기대하고 싸웠던 것보다도 어려운 일일까? 이번 한미정상회담의 결과가 미국의 이익이 아니라 국가와 민족의 이익에 맞게 이 시대를 살아가고자 하는 이들에게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