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일본의 적기지 공격 능력 보유 선언 철회 요구 기자회견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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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선제공격과 한반도 재침략을 노리며
이른바 적기지 공격 능력 보유를 선언한 기시다 정권을 규탄한다!
일본 기시다 정권이 ‘국가안전보장전략’ 등 3개 안보문서를 개정하여 소위 반격(적기지 공격) 능력을 명시하고 이를 대외에 공표하였다. 이는 아베 정권의 해석 개헌(2014.7.1.)을 통한 집단자위권 행사 천명과 함께 자위대가 한반도의 군사적 대결을 격화시키고 분쟁을 야기하며 심지어는 대북 선제공격과 한반도 재침략을 자행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40년에 걸친 일제 식민지배와 구 일본군이 개입한 한국전쟁을 겪은 바 있는 우리로서는 이를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일본의 적기지 공격 능력 보유 선언은 미국의 요구를 좇는 것이자 한반도 유사시 주일/주한미군을 지원하는 미일방위협력지침과 연계되고 국방예산 대폭 증액과 장사정 공격무기 도입에 의해 뒷받침됨으로써, 자위대의 대북 선제공격과 한반도 출병 가능성을 한층 더 높이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적기지 공격 능력은 “평화헌법에 근거한 ‘전수방위 원칙’에 따라 사용”(연합뉴스, 2022.12.16.)된다고 주장하였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적기지 공격 능력 보유와 행사가 갖는 불법성을 호도하고 이에 반대하는 일본 국민과 세계평화세력의 비판을 모면하기 위한 구두선에 지나지 않는다. 이에 우리는 한반도와 동북아에서의 군사적 대결과 전쟁 위기를 부추기는 적기지 공격 능력 보유 선언을 즉각 철회할 것을 기시다 정권에 강력히 촉구한다.
불법으로 점철된 자위대의 적기지 공격 능력 보유와 한반도 출병 기도를 철회하라!
자위대의 적기지 공격 능력 보유가 대북 선제공격을 노리고 있다는 것은 새삼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 자위대는 북한이 대일 공격 징후를 보이거나 “일본에 대한 공격에 착수했음이 확인됐을 때”(연합뉴스, 2022.12.16.) 대북 선제공격에 나설 수 있다. 또한 일본의 소위 존립위기사태 하에서 미국과의 집단자위권 행사 과정에서 미국 함정 등이 북한의 공격을 받았을 경우에도, 곧 일본이 아직 북한의 공격을 받지 않는 상황에서도, 미국의 요청에 따라 대북 선제공격에 나설 수 있다. 이는 적의 선제공격이 있기 전에도 적을 공격한다는 것으로 그 만큼 전쟁 발발의 위험성을 높이며 일본이 침략국으로 되는 것을 개의치 않겠다는 것이다. 아베 전 총리는 “일본에 대한 공격 의지가 없는 국가에 대해서도 ‘신 3요건’―일본의 존립이 위협받고, 다른 수단이 없으며, 필요 최소한으로―이 충족되면 일본이 공격”(일 참의원 속기록, 2015.7.8.)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 나카타니 방위상은 “밀접한 관련국이 선제공격을 해 보복으로 무력공격을 받은 경우에도 일본이 밀접한 관련국을 지원하는 무력행사를”(일 중의원 속기록, 2015.5.28.) 할 수 있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이에 윤석열 정권은 “한반도 대상 반격 능력 행사와 같이 한반도 안보 및 우리의 국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은 사전에 우리와의 긴밀한 협의 및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본의 적기지 공격론을 사실상 받아들이고 다만 절차 문제만 제기한 것이다. 그러나 기시다 정권은 “반격 능력 행사는 일본의 자위권 행사로 다른 국가의 허가를 받는 것이 아니다. 일본이 자체적으로 판단할 것”이라며 일축했다. 윤석열 정권이 미일방위협력지침이나 존립위기사태법에 관련국의 동의를 요구하는 규정이 없다는 사실을 모른 채 그저 기시다 정권의 호의를 기대한 것에 대한 일본의 냉정한 반응이 아닐 수 없다.
일본의 적기지 공격 능력 행사는 자위대의 한반도 재출병과 침략 가능성을 높인다. 나카타니 전 방위상은 “법적 요건을 충족하면 다른 나라 영토 안에서 적기지도 공격할 수 있다”(NHK, 2015.5.24.)며 자위대가 남한 영역에 들어와 북한을 (선제)공격할 수 있다는 의사를 숨김없이 드러낸 바 있다.
사실 자위대가 한반도에 재출병할 수 있는 길은 평시부터 한반도 유사에 걸쳐 다양하게 열려 있다. 자위대는 평시에도 자위대법과 미일방위협력지침에 따라 미군 함정 방호,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 경계·감시, 주일/주한미군과 한국군 이지스함 경호, 한미일 연합훈련 등의 명분으로 한반도에 들어올 수 있다. 평시라고 해도 지난 11월 초의 한미일 연합 잠수함 훈련과 미사일 방어 훈련 후 북한의 무력 대응―속초, 울산 공해 상의 미사일 발사―이 시사해준 것처럼 한미일 함정이나 전투기가 피격당하면 일본은 중요영향사태나 존립위기사태를 선언하고 미일 집단자위권을 행사하며 한반도의 군사적 대결을 격화시키고 북한 공격에 나설 수 있다.
또한 한반도 유사시 일본의 중요영향사태가 선포되면 자위대가 미일방위협력지침에 따라 미군의 후방지원을 명분으로 한반도 역내외로 재출병할 수 있다. 특히 2015년 신미일방위협력지침은 미군 후방 지원의 일환으로 탄약과 항공기 급유를 제공할 수 있는데, 그 동안 비전투 지역으로 한정되었던 미군 지원 임무에 대한 지리적 제약이 제거됨으로써 전투가 잠시 중단된 전방 지역에서의 지원도 가능하게 됨으로써 미군을 지원하는 자위대가 미군을 따라 남한 영토에 들어올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나아가 한반도 유사시 일본의 존립위기사태 선포에 따른 미일 집단자위권 행사를 명분으로 자위대가 한반도 역내에 출병할 수 있다. 설령 한국 정부가 자위대의 한반도 출병을 반대한다고 해도 한국전쟁 때처럼 한국군 작전통제권을 행사하는 미국이 자위대의 한반도 출병을 요구할 경우 한국 정부가 이를 막기 어렵다. 더욱이 박근혜 전 정권처럼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와 자위대의 한반도 재출병을 용인하거나 대선 토론에서 자위대의 한반도 출병을 용인한 윤석열 후보가 집권 중에 같은 입장의 정책을 편다면 한반도 유사시 자위대의 한반도 출병에 전혀 제동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적기지 공격 능력 보유로 대만해협 분쟁에 군사적 개입을 노리는 일본의 지역 패권 야욕을 규탄한다!
기시다 정권은 적기지 공격 능력 구축으로 한반도 분쟁에의 군사적 개입 못지않게 대만해협 분쟁에의 군사적 개입을 노리고 있다. 한반도 분쟁에의 군사적 개입은 분명 대북 선제공격과 자위대의 한반도 재출병이라는 현상변경적 성격을 띠고 있지만 대만해협 분쟁에의 군사적 개입은 이른바 대중 억제와 봉쇄, 곧 현상유지적 성격을 띠고 있다고 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을 뒷배삼아 동북아 군사적 패권과 지역 맹주 자리를 꿰차려고 한다는 점에서 한반도와 대만해협에 대한 군사적 개입으로 일본이 노리는 것은 차이는 없다. 대만해협 개입을 위해 일본이 우선적으로 장사정 미사일을 도입하고 대만해협에 가까운 요나구니섬 등 오키나와 부속 섬들의 공항, 항만시설을 강화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대로다.
그러나 일본이 적기지 공격 능력 구축으로 양안문제에 군사적 개입을 꾀하는 것은 1970년대 이래 중일 양국이 냉전적 대결에서 벗어나 쌓아 왔던 우호선린관계를 파괴하는 역사적 퇴행이 아닐 수 없다. 중일은 미중 관계 개선을 좇아 국교정상화를 선언(1972.9)하고 중일평화우호조약을 체결(1978.8)해 양국 간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나아가 일본은 1988년의 중일공동선언에서 “중국 침략으로 중국 국민에게 재난과 손해를 끼친 책임을 통감하고 깊은 반성을 표명한다”고 반성하였다.
중국과 대만은, 미일이 중국과 합의―중화인민공화국 정부가 중국의 유일 합법 정부―한 대로, 하나의 중국이며 따라서 양안문제는 중국의 내정문제다. 그런데도 기시다 정권이 적기지 공격 능력을 구축해 양안문제에 개입해 들어가는 것은 국제법 위반일 뿐만 아니라 지난 시기 일본이 중국 침략으로 중국과 중국 국민들에게 가한 고통을 재차 안겨주게 되는 것이다. 이에 우리는 동북아의 전략안정과 평화를 파괴할 뿐인 기시다 정권의 적기지 공격 능력 보유 선언을 즉각 철회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기시다 정권은 대폭적인 국방예산 증액과 적기지 공격 능력을 위한 공세무기 도입과 군비경쟁을 멈춰라!
기시다 정권은 대북 선제공격을 위한 장거리 공세무기 도입을 위해 2023회계연도 국방예산을 무려 26%나 증액시킨 6조 8천억 엔(약 65조 원)으로 편성하는 한편 향후 국방예산을 현행 GDP 대비 1% 안팎에서 5년 뒤인 2027회계연도까지 2%대로 2배나 늘릴 계획이라고 한다. 이렇게 늘어나는 국방예산으로 사거리 1,000km 이상의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이나 12식 지대함 유도탄 등을 도입하고 이를 운용할 부대도 창설할 계획이라고 한다.
전시도 아닌 평시에 국방예산을 1년 만에 26%나 대폭 늘리는 것은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우며,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추세로 민생경제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고 일본도 결코 예외가 아닌 상황에서 국방예산을 줄여 민생을 챙겨야 할 시기에 대폭적인 국방예산 증액은 분명 시대착오적인 정책이 아닐 수 없다. 지난 10년 간 일본 주변 안보 관련국들의 국방예산 증가율은 현지 화폐 기준으로 미국 1%, 중국 9%, 러시아 9%, 한국 5%, 북한 12%, 일본 2%에 지나지 않았다. 같은 기간 관련국 중 국방예산 연간 최고 증가율은 현지 화폐 기준으로 2015년 러시아의 20%였다. 그러나 당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에서의 분쟁과 크림미아 합병(2014) 등 준전시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일본 열도에 대한 북한, 중국과의 직접적인 분쟁이 없다는 점에서 기시다 정권의 2023회계연도 국방예산 증가율 26%와 이후 5년 동안 매년 14%에 달하는 증가율은 비정상적인 것이 틀림없다.
이에 기시다 정권이 국방예산 대폭 증액 요인으로 북한, 중국 위협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들고 있으나 실은 본격적인 대중 군비경쟁으로 지역 패권과 맹주 자리를 차지하려는 군국주의적 팽창 야욕의 발로라는 것은 앞서 밝힌 대로다. 이에 우리는 기시다 정권이 군비경쟁과 군사적 대결을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일본의 평화헌법과 전수방어 원칙의 준수는 일본뿐만 아니라 모든 인류의 희망!
적기지공격 능력 구축을 선언한 기시다 정권과 이를 적극 환영한 바이든 정권은 미일방위협력지침에 평시 방공·미사일방어와 유사시 탄도미사일 공격 대처에 자위대의 적기지공격 능력을 반영하고 양안 분쟁 시 자위대의 미군 후방 지원 역할 확대를 반영할 계획이라고 한다. 기시다 정권의 적기지공격 능력 보유선언의 후속 작업이다.
그러나 일본이 적기지 공격 능력을 구축해 한반도/양안문제에 군사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평화헌법과 전수방어 원칙을 무력화하는 것이다. 또한 이는 군국주의적 팽창과 침략으로 파멸을 면치 못한 지난날의 역사적 과오를 반복하려는 것이자 구냉전적 대결을 능가하는 신냉전적 대결로 대체하려는 것이다. 그 끝은 일제의 군국주의적 침략이 일본 국민뿐만 아니라 아시아 민중들을 파탄으로 몰아넣었던 것처럼 또다시 일본, 한국, 중국 민중들을 도탄에 빠뜨리고 인류로부터 평화와 희망, 번영을 빼앗는 전쟁과 공멸이 아닐 수 없다. 이에 우리는 기시다 정권이 미일방위협력지침 개정 등 후속 작업을 중단하고 역사가 교훈으로 준 평화헌법과 전수방어 원칙을 준수함으로써 한반도와 동북아, 나아가 전 세계인들의 생명과 자산, 평화를 지키길 바란다.
2022년 12월 19일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시민모임 독립, 한국진보연대, 전국민중행동자주평화통일특별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