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폭국제민중법정 국제토론회] 고영대 대표 인사말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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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폭국제민중법정 제 1차 국제토론회] 고영대 대표 인사말
오늘 우리는 미국의 원폭 투하의 법적 책임을 묻는 긴 여정의 첫발을 내딛습니다. 앞으로 수많은 난관들이 예상됩니다. 그러나 한국 원폭 피해자들의 한을 안고 핵대결이 사라진 한반도와 핵없는 세계를 기원하며 내년 히로시마 토론회와 2026년 뉴욕 민중법정 개최를 향해, 미국 법정 소송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겠습니다.
1945년 당시 전시국제법은 미국의 히로시마, 나가사키 원폭 투하가 두말할 나위 없이 위법임을 말해 줍니다. 히로시마, 나가사키 원폭 투하가 당시 불법이었다는 사실은 오늘날에도 핵무기 사용이 불법임을 말해 줍니다. 1996년, 당시 국제사법재판소의 스허브딘(SHAHABDDEEN) 판사는 “핵시대가 시작될 당시에 (핵무기 사용에 관한) 금지 규칙이 존재했었다면 … (이후) 새 규칙의 출현으로 (당시 규칙들이) 수정되었거나 후퇴되었다는 사실은 제시되지 않았으므로 … 그 규칙이 지금도 계속 발효 중”인 것은 당연하다고 갈파했습니다.
바로 이러한 판단이 우리가 오늘 이 자리에서 1945년 당시의 히로시마, 나가사키 원폭 투하의 위법성을 규명해 보려는 이유이며, 오늘의 토론회가 단지 히로시마, 나가사키 원폭 투하의 불법성을 규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늘날의 모든 핵위협과 사용을 불법으로 단죄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해 줄 것이며, 현재적 의미를 갖는 이유입니다.
오늘의 토론회가 갖는 현재적 의미는 이뿐만 아닙니다. 오늘의 토론 성과는 이후 계속될 토론회가 뉘른베르크 헌장, 제네바 제협약과 제1 추가의정서, 시모다 판결, 국제사법재판소의 권고적 의견, 핵무기금지조약(TPNW)에 이르는 법원들 속에 담겨 있는, 핵위협과 사용을 불법으로 규정한 원칙과 규칙들을 집대성하는 과정의 디딤돌로 된다는 점에서 오늘의 토론회가 갖는 현재적 의미는 더욱 두드러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 한반도는 탈냉전 이래 전세계 어느 지역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초공세적인 핵전략과 전력이 첨예하게 맞붙는 핵대결장이 되었습니다. 이곳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이 소위 신냉전적 핵대결의 진앙지가 되고 있습니다. 서울과 평양이 제2의 히로시마가 된다고 해서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핵무기 사용 위협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여기에 일본은 평화헌법을 무력화하고 적기지 공격 능력 보유와 행사를 선언하며 대결에 기름을 붓고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오늘의 한반도 핵대결은 미국의 히로시마, 나가사키 원폭 투하의 역사적, 필연적 산물이자 그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더욱이 다수의 남한 국민들은 한미 핵동맹이 남한 안보를 지켜줄 것으로, 북한의 국민들은 핵무기가 체제를 지켜줄 것으로 굳게 믿고 있습니다. 그러나 핵대결의 끝에는 민족, 나아가 인류의 모든 생명과 자산을 집어삼킬 블랙홀과 나락이 있을 뿐입니다. 이에 우리는 핵동맹과 핵무기라는 신화에 사로잡혀 민족과 인류를 대결과 전쟁으로, 종말로 몰아가는 대다수 정치지도자들에 맞서 민족의 삶을 평화와 번영의 반석 위에 올려놓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합니다. 오늘의 토론회는 우리에게 바로 핵대결 세력과 싸울 수 있는 강력한 평화의 수단을 선물할 것입니다. 이것이 오늘의 토론회가 지닌 최고의 현재적 의미이자 실천적 의미입니다.
참석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 민중법정이 개최되는 그날까지, 미국에서 법정 소송을 전개하는 그날까지, 미국의 원폭 투하의 책임을 묻는 그날까지, 핵대결과 핵무기가 철폐되는 그날까지 국내외 모든 평화세력들과 힘을 모아 최선의 노력을 다해 나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