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성명

[기자회견문] 블링컨 미 국무장관 방한 및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 즈음한 기자회견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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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살을 멈춰라! 전쟁을 멈춰라! 한미일동맹 구축을 멈춰라!

―이스라엘, 우크라이나 분쟁에 한국을 끌어들이려는 블링컨 장관의 방한을 규탄한다!―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방한했다. 그의 방한 목적은 “북한 위협을 넘어 광범위한 지역 및 세계 이슈들을 비롯해 북한·러시아 군사협력이 안보에 미치는 영향, 확장억제, 그리고 공동의 경제성장이 집중 논의될 것”이라고 밝힌 크리튼 브링크 미 동아태차관보의 발언(2023.11.2.) 등에 비추어 볼 때 블링컨 국무장관이 한국 정부에 이스라엘, 우크라이나 분쟁에 대한 한국 정부의 개입과 지원을 요구하리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로 보인다. 블링컨 장관이 일본 정부와도 “중동 상황, 우크라이나 지원” 등을 논의한다는 크리튼 브링크의 발언은 이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그 어떤 명분으로도 이스라엘, 우크라이나 지역 분쟁에 대한 한국의 개입과 지원을 정당화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를 강요하기 위한 목적의 블링컨 국무장관의 방한을 강력히 규탄한다.

 

미국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학살을 멈춰라!

 

지금도 가자지구에서는 이스라엘군에 의한 팔레스타인에 대한 불법적 대량집단학살이 자행되고 있다. 불과 1달 동안의 팔레스타인 희생자 수가 이미 1~4차 중동분쟁의 희생자 수를 넘어서고 있으며, 훨씬 살상력이 큰 무기로 20개월 넘게 싸워온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민간인 희생자 수 9,900명을 넘어서고 있다는 점에서 이스라엘의 무력행사의 무차별적, 공세적 성격을 여실히 말해 준다. 특히 희생자 절반 가까이가 어린이들이라는 점에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에 대한 무력행사의 반인도적 성격을 여지없이 드러내 보이고 있다. 또한 이들 희생자들 다수가 민간인 거주 지역과 병원, 난민촌, 심지어는 앰뷸런스 공격으로부터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이스라엘의 전쟁범죄는 더 이상 논란의 여지가 없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공격을 자위권 행사라고 강변한다. 그러나 하마스의 경계선 부근에 민간인 공격은 유엔헌장 51조가 규정하고 있는 무력공격이라고 볼 수 없는 테러적 행위에 불과한 것으로 이는 이스라엘의 자위권 발동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그러나 설령 이를 무력공격으로 간주하더라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에 대한 무력행사는 불법으로 점철되어 있다. 이스라엘을 공격한 하마스 대원들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대응은 이들을 가자지구로 격퇴시키는 것에 그쳐야 하며, 인질 석방과 처벌 등은 협상을 통한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꾀해야 한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의 민간인 집중 거주 지역에 공중폭격과 지상포격을 감행했으며, 급기야는 지상군까지 투입시켜 시가전을 전개하는 등 팔레스타인에 대한 침공과 점령을 감행했다. 이상의 대응은 유엔헌장 2조 4항과 51조, 헤이그 협약 육전 규정 25조, 27조, 제네바 협약 제1 추가의정서 51조, 52조 등을 위반한 것이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불법행위를 저지하기 위한 복구(復仇)로서 합법적 무력행사를 수행하고 있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민간인을 복구 대상으로 삼는 것은 제1 추가의정서 51조 6항에 의한 위법이다. 한편 병원 등 이스라엘의 주장대로 하마스가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불법적으로 민간인들을 내세웠더라도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을 하마스와 유리시키기 위한 사전조치를 취해야 하며 동 상황에서 하마스 대원과 시설에 대한 공격도 민간인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공격수단과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이 이와 같은 민간인 보호조치를 취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하마스의 이스라엘 민간인들에 대한 불법적인 선제공격의 복구로서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에 대한 무력행사를 감행했다고 하더라도 비례성의 원칙에 따라 하마스 대원들의 불법적 선제공격을 격퇴시키고 이스라엘 민간인들이 입은 피해 정도를 넘어서지 않는 정도의 무력행사에 머물러야 하나 지금까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희생자는 10 : 1 정도로 팔레스타인의 피해가 압도적이다. 이는 하마스 궤멸이라고 하는 불법부당한 전쟁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 가자지구에 무차별적인 폭/포격을 감행하는 것으로, 이스라엘은 불법무도한 대량집단학살의 범죄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으며, 전범 처벌 대상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도 바이든 정권은 노골적인 네타냐후 정권 편들기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에 대한 대량집단학살의 공범이 되고 있다. 항공모함 등의 파견으로 이란 등의 견제와 이스라엘 대한 보호에 나서고 있고 155mm 등 각종 소/대구경 폭탄 등을 발 빠르게 지원함으로써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무차별 공격을 지원·방조하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불법무도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침략과 점령, 불법적 무력행사에 어떤 방식으로든 한국을 개입시키고 지원을 요구한다는 것은 미국이 문명국의 일원이기를 포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특히 이스라엘이 올 초 155mm 포탄 약 26만 발을 우크라이나에 지원(노컷뉴스, 2023.4.11.)하기로 했으며, 이스라엘의 155mm 포탄 비축분 중 절반이 이미 우크라이나로 빠져 나갔다는 보도(파이낸셜뉴스, 2023.10.30.)는 이번 방한에서 블링컨 국무장관이 이스라엘의 155mm 포탄 등 무기고를 한국이 채워주기를 바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기에 충분하다.

 

이에 우리는 블링컨 국무장관이 이러한 인면수심의 요구를 하지 않기를 촉구하며, 즉각적인 휴전으로 분쟁의 평화적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나아가 유엔 안보리 결의 242에 따라 서안과 골란고원 등의 점령지로부터 이스라엘군의 철수와 오슬로 협정에서 천명한 ‘2개 국가의 해법’에 따른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으로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이 평화공존, 공영하는 길을 가길 바란다.

 

한편 윤석열 정권은 유엔총회 휴전 결의 표결(2023.10.27)에서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을 비난하는 내용을 담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권함으로써 휴전을 반대하는 미국과 이스라엘 편에 가담했다. 그러나 이번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이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촉발되었다는 것은 이스라엘의 국제인도법 위반을 정당화해 주지는 못한다. 휴전을 반대하는 것은 미국이 이스라엘에 가자지구에서 대량학살을 계속 자행하라는 면허장을 쥐어주는 것과 같다. 이에 우리는 윤석열 정권이 이스라엘-하마스 간 분쟁에서 중립과 인도의 원칙을 견지할 것을, 이에 반하는 미국의 그 어떤 요구도 단호히 거부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멈춰라!

 

이번 방한에서 블링컨 국무장관이 한국 정부 압박에서 가장 힘을 넣을 사안은 다름 아닌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의 직접 지원이 될 것이다. 바이든 정권이 미 의회 권력의 재편 과정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이 발목이 잡혀 있는 가운데 북한의 러시아에 대한 152mm 포탄 지원 등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대대적으로 언론에 띄우고 있는 것도 한국 정부의 우크라이나 살상무기의 직접 지원과 규모 확대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만약 윤석열 정권이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여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의 제공을 결정한다면 이미 155mm 포탄, 전자탄, 기관총탄 등과 자주포와 K-2 탱크―이들 신무기 대신 폴란드 보유 구식 무기가 제공될 가능성도 있음―등의 살상무기를 간접, 우회 지원하고 있는 터에 그 지원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에 대한 한국 정부의 살상무기 직접 지원과 지원 규모의 확대는 부메랑이 되어 우리 안보에 큰 부담으로 되돌아 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러시아는 이미 한국 정부의 대우크라이나 살상무기 직접 지원과 규모 확대에 대북 첨단무기 지원으로 맞서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북한의 재래식 무기가 대남 열세를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러시아의 첨단무기와 기술이 북한에 지원되어 북한의 재래식 전력이 강화될 경우 한국이 처하게 될 안보적 어려움은 굳이 긴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러시아의 대북 첨단무기 지원이 핵미사일이나 핵잠수함에 미친다면 그에 따른 대한국 위협 증대는 이전과는 비교를 허용치 않는다.

 

그런데도 윤석열 정권은 이미 지난 4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이라든지, 국제사회에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대량 학살이라든지, 전쟁법을 중대하게 위반하는 사안이 발생할 때는 인도 지원이나 재정 지원에 머물러 이것만을 고집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대우크라이나 살상무기 직접 지원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이러한 그의 주장이 이번 블링컨 국무장관의 무기 직접 지원 요구와 맞아 떨어져 대우크라이나 살상무기 직접, 확대 지원으로 연결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만약 우리의 우려대로 끝내 지원이 이루어진다면 국가안보를 놓고 부린 객기와 그 무책임성에 윤석열 정권은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반대하는 다수 국민들의 심판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더욱이 장기화되어 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피로도로 그 지원을 둘러싸고 이미 G7이나 EU 내에서 균열이 발생하고 있고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의 창구 역할을 하던 폴란드도 우크라이나와의 곡물 수출을 둘러싼 갈등 등으로 지원 창구 역할에서 소극화되고 있는가 하면 친러 정권이 들어선 슬로바키아도 대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사실들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동력을 상실해 가고 있다는 것을 시사해 주는 것으로, 시급히 이 분쟁을 끝내는 것이 국제사회의 종전 기대와 평화 회복에 전적으로 부합하는 길임을 말해 준다. 그런데도 바이든 정권이 국제 여론을 외면한 채 전쟁을 연장하고 격화시키기 위한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매달린다면 미국 내 우세한 우크라이나 지원 반대 입장과 맞물려 바이든 정권은 국내외적 고립과 극복하기 어려운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될 것이며, 끝내는 내년 대선에서의 패배로 귀결될 것이다.

 

이에 바이든 정권은 한국 정부에 우크라이나 살상무기 직접 지원과 규모 확대 부담을 지우지 말고 지금이라도 무기지원을 중단함으로써 전쟁 지속과 분쟁 격화를 막고 휴전협정과 평화협정 체결을 앞당김으로써 선린우호관계의 국제사회 복원과 국제평화 수립에 기여해야 할 것이다.

 

한미일/한일동맹 구축을 멈춰라!

 

블링컨 장관은 이번 방한에서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담(8.19)이 밝힌 한미일/한일동맹 구축을 다그치고 확장억제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한다고 한다.

 

이는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의 지역 분쟁을 감당하기 어려운 미국이 한일 양국의 능력과 자산을 이들 분쟁에 끌어들이는 것으로, 한미일/한일 동맹 강화는 이를 위한 고리요 구실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그러나 한국이 이스라엘-하마스 분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에 개입하거나 하물며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명분은 전혀 없으며, 오히려 이들 분쟁을 연장, 격화시키고 지역분쟁을 세계분쟁화하는 부작용만 가져오게 되리라는 점에서 한미일/한일동맹의 이스라엘, 우크라이나 분쟁 개입과 이를 구실로 하는 한미일/한일동맹 강화 기도를 단호히 반대한다.

 

블링컨 장관이 이번 방문에서 한국 정부와 갖게 되는 확장억제 논의는 1차적으로 대북 군사적 위협 강화와 함께 중국을 견제함으로써 북한과 중국의 러시아 지원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아울러 한미일/한일 확장억제 논의는 러시아의 후방을 교란함으로써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선에 전념하지 못하도록 하는 이중전선 혹은 양동작전의 의도도 담겨 있다고 하겠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은 확장억제가 분쟁을 막는 데서 아무런 효용성도 없다는 것을, 도리어 분쟁을 야기시킬 뿐이라는 사실을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따라서 미국이 진정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 지역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할 의지를 한푼어치라도 가지고 있다면 확장억제 강화가 아니라 폐기를 논의해야 할 것이다.

 

이렇듯 한미일/한일동맹 구축과 강화는 한반도와 지역에서의 대결과 전쟁 위기를 낳고 확대할 뿐만 아니라 세계 도처에서 발생하는 대결과 분쟁들과도 연계되어 지역분쟁을 세계분쟁으로 만듦으로써 우리 국민과 민족, 그리고 전 세계인들의 삶과 평화와 번영을 위협한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블링컨 장관이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의 한국 참여를 한국의 우크라이나 살상무기 직접 지원과 규모 확대의 미끼로 삼는다면 한미 정부가 분쟁을 확대시키고 수많은 민간인들의 생명을 희생시키는 대가로 재건 사업에 참여해 경제 잇속을 챙기겠다는 것으로, 무기를 팔아 배를 불리는 군산복합체, 곧 죽음의 상인들과 전혀 다를 바 없는 존재라는 것을 스스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우리는 남북철도를 하나로 잇고 유라시아 지역으로 뻗어 나가며 중국의 일대일로, 러시아의 동방정책과도 협력해 동북아시아와 유라시아 지역의 상생과 평화, 번영을 도모해 나가는 것이 지역의 대결과 분쟁을 막고 세계 평화를 구축해 나갈 수 있는 최우선 순위의 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블링컨 장관이 지금 이 시간에 한국 정부와 논의하고 있을 이스라엘, 우크라이나 지원과 대북/대중 대결과 확장억제 강화는 이와 같은 우리가 가야할 길과 대척점에 있으며, 지역과 세계에서 평화의 목숨줄을 죄기 위한 행보 외에 아무 것도 아니다. 이에 우리는 블링컨 장관이 더 이상 우리와 세계 평화인들의 삶과 평화, 번영을 담보로 잡는 반문명적, 반인륜적 행보를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023년 11월 9일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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