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한미 12차 방위비분담협정 6차 협상에 즈음한 기자회견문(보완)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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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장억제비용과 해외미군장비 정비비용을
우리 국민에게 떠넘기려는 방위비분담 밀실협상 중단하라!
12차 방위비분담협정 체결을 위한 6차 협상이 오늘(12일)부터 워싱턴에서 시작된다. 지난 6월, 4차 협상이 끝나고 외교부 당국자가 “큰 틀에서 의견조율은 이뤄졌”(연합뉴스, 2024.6.27.)다고 말한 것을 감안하면 협정 시작연도(2026년) 방위비분담금의 수준이나 연간 인상률 책정기준 등에서 대략적인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윤석열 정권은 6차례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정작 국민에게는 협상의 내용과 쟁점을 철저히 비밀로 하고 있다. 이렇게 국민을 배제한 밀실협상은 역대 방위비분담 협상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것으로 윤 정권이 우리의 주권과 국익보다는 미국의 요구와 이익을 앞세우고 있다는 증거다. 이에 우리는 국민을 속이고 미국에게 최대한의 이익을 보장해 준 11차 협정의 재현이 뻔히 예상되는 12차 협정 협상을 당장 중단할 것을 한미당국에 촉구한다.
불법 부당한 해외미군장비 정비비용 전가 노린 밀실협상 중단하라!
미 국방부가 지난 7월 18일 인도·태평양지역에서 한국 등 동맹국과 협력 하에 권역별 정비거점 구축정책(RSF) 시행에 들어갔다고 발표함에 따라 방위비분담금이 해외미군 장비 정비비용에 불법적으로 전용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미는 지난 4월 한미통합국방협의체(KIDD) 회의에서 “미국 국방부가 추진 중인 경쟁적 환경에서의 군수지원 촉진을 위한 권역별 정비거점 구축정책(RSF, 지역 지속성 프레임워크)뿐만 아니라, 인태지역 내에서 MRO(정비, 보수, 분해점검/수리) 역량을 분산하기 위한 협력에 대해서도 심도 깊게 논의했”으며 “미측은 MRO 구상에 대한 한국의 협력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고 한다.(한국 국방부, 2024.4.12.)
미 국방부의 권역별 정비거점 구축정책(RSF)은 동맹국의 MRO 능력과의 제휴를 통한 세계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으로 사용 불가능한 미군 무기나 장비를 미국 본토로 이송하지 않고 현지에서 동맹국의 MRO 정비능력을 이용해 정비하는 것이다. “경쟁적 환경에서의 군수지원 촉진을 위한 권역별 정비거점 구축정책”이란 미 국방부의 설명에서 보듯이 현지 동맹국의 정비능력을 이용함으로써 대응속도 면에서나 기술적인 면에서 중국이나 러시아와 같은 미국의 경쟁자에 대한 군수적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공세적인 구상이다.
지난해 12월 한미 정비정책협의회 후 국방부는 인도·태평양 지역 미군 장비에 대한 국내업체 유지보수(MRO) 산업의 참여를 확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연합뉴스, 2023.12.26.) 이 언론보도와 ”MRO 구상에 대한 한국의 협력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는 한미 통합국방협의체 회의 발표를 보면 인도·태평양사령부 예하의 미 공군 및 육군 장비를 한국 군수업체가 국내에서 정비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준비작업, 가령 시설확장이나 기술 확보 등에 이미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 그에 따라 인도·태평양지역에서 정비거점을 구축한다는 미국의 MRO 구상이 한국에서 조만간 현실화될 것으로 보이며 대한항공이 주일미군의 항공기를 정비해주던 기존 수준과는 비교할 수 없는 규모의 인도·태평양지역 미군장비의 정비가 한국 군수업체에 의해 이뤄지게 된다. 그 경우 미국이 방위비분담금을 불법 전용하여 주일미군의 F-15 전투기, HH-60 헬리콥터 등을 정비하고 있는 지금까지의 사례에서 보듯이 인도·태평양지역 미군 장비를 방위비분담금으로 정비해 줄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2014년에서 2019년까지 주일미군이 보유한 F-15 전투기, HH-60 헬리콥터 등을 보수·정비하는 데 최소 1,089억 원(연평균 182억 원)을 방위비분담금에서 집행하였다. 국회가 11차 방위비분담 특별협정 비준동의안 부대의견(2021.8)에서 “정부는 우리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되는 방위비분담금이 주한미군 주둔과 무관한 해외미군 관련 용도로 사용되지 않도록 하며, 그동안 한·미 군 당국 간 합의에 따라 지속되어 온 미군 역외자산 정비 지원 관행을 개선하고 궁극적으로 폐지할 것”을 요구했지만 이런 국회의 요구는 지켜지지 않고 있다. 미 국방부의 ‘권역별 정비거점 구축정책(RSF)’과 인태지역 내 MRO 정비능력의 분산이라는 미국의 구상에 한국의 참여가 조만간 공식화될 것으로 보이는데 그 경우 주한미군장비 뿐 아니라 해외미군장비 정비 사업이 본격화 될 것이고, 그 비용은 과거 주일미군 장비 정비비용(연평균 182억 원) 수준을 훨씬 능가하게 될 것이다. 한국은 미 태평양 육군 탄약(SALS-K)과 공군 탄약(MAGNUM)을 보관·관리하는 기지만이 아니라 인도·태평양지역 미군 장비의 정비기지로 전락하게 되며 우리의 귀중한 산업자원과 기술인력, 재정이 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 수행에 낭비되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은 커다란 위험에 처하게 된다.
한국방위 목적의 주한미군 주둔경비의 일부를 지원하는 방위비분담금을 해외미군의 장비 정비비용으로 전용하는 것은 방위비분담협정을 위배한 불법이며 해외미군장비 정비의 불법전용 폐지를 요구한 국회를 무시하는 처사다. 우리는 한국을 미군의 정비기지, 군수기지로 전락시키는 미 권역별 정비거점 구축정책과 MRO 구상에의 한국의 참여를 단호히 거부하며 해외미군장비 정비비용으로의 방위비분담금 불법전용을 결코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
전략자산 전개 비용, 해외미군 순환배치 및 훈련비용 등 확장억제 비용을 한국에 부담시키려는 방위비분담 협상 중단하라!
현재 진행 중인 방위비분담 협상과 관련한 미 국무부와 주한 미 대사관의 성명 또는 발언을 보면 미국은 동북아시아와 인도·태평양지역 심지어 세계의 안보의 핵심으로서의 한미동맹을 강조하면서 12차 방위비분담협정이 한미동맹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가령 5월 16일, 2차 협상 당시 주한 미 대사관이 “한미동맹은 동북아시아, 그보다 더 넓은 인도·태평양지역, 그 너머의 평화‧안보‧번영의 핵심”이며 “이번 방위비분담 협정 갱신 협상은 한미동맹의 지속적인 활력을 뒷받침한다.”(연합뉴스, 2024.5.16.)라고 주장한 것이 그 한 예다. 이런 미국의 논리는 북한은 물론이고 중국이나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패권전략 수행비용을 한국이 분담해야 한다는 미국의 불법 부당한 요구를 정당화하기 위한 것이다. 한미 정상이 7월 12일 승인한 ‘한미 한반도 핵억제 핵작전 지침’에 따른 미군 전략자산의 정례적 전개나 한미연합연습에 드는 비용, 또 북한 핵억제를 명목으로 한 한미일 연합연습 비용도 그 부담을 한국에 전가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방위비분담의 대폭 증액을 압박하는 미국의 협상전략은 이미 일본에서도 시도되었다. 일본 정부는 2021년 12월 21일, 새 미일 방위비분담협정(2022∼2026년 적용) 타결을 발표하면서 주일미군 경비 분담예산을 기존의 ‘배려예산’이라는 명칭 대신 ‘동맹강화예산’으로 부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신 협정은 전 협정(2016~2020년 5년 적용)에 비해 11%나 증액된 것인데 구체적으로 구성항목별로 보면 ‘공공요금’은 줄이고 대신 ‘훈련기자재조달비’ 항목을 신설하고, ‘훈련이전비’의 경우 훈련이전장소에 기존 괌에 더해 미 본토의 알래스카를 새로 포함하고 ‘시설정비비’의 경우 미군기 용 격납고 보수 등 미군 생존성 강화사업에 중점 배정하는 등 주일미군의 공격적인 준비태세를 강화하는 항목에 역점을 두었다. 신설된 ‘훈련기자재조달비’는 5년간 최대 200억 엔으로 정해져 있으며 최첨단 훈련장비인 LVC(실기동, 시뮬레이션, 가상 적 생성) 합성전장체계 등을 구입하는데 사용된다. 일본 정부는 이 LVC 체계가 실기동연습과 시뮬레이션 연습을 네크워크로 통합하고 인공지능(AI)이 가상적을 생성하여 네크워크에 출현시킴으로써 대규모의 복잡한 훈련을 가능하게 하며 지리적으로 분산되어 있는 주일미군과 자위대, 미 본토의 미 공군 부대가 동시적으로 참여하는 대규모 훈련을 실전적으로 할 수 있게 한다고 설명한다. 이런 설명에 따르면 미국이 이 LVC체계를 통해 중국과 같은 경쟁국을 가상적으로 하여 미 인도태평양사령부 예하 미군부대들과 한일호주 등 동맹국의 군대, 영국프랑스 등의 나토군대가 함께 참가하는 대규모의 공세적인 군사연습을 실행할 수 있다.
미일 협상 사례에 비춰보면 방위비분담금의 대폭 증액에 대한 미국의 요구는 주한미군을 포함해 인도태평양지역 미군의 공세적 준비태세를 강화하는데 목적이 있으며 북중러를 겨냥한 미 전략자산 전개, 한미연합연습, 한미일 연합연습 등과 관련된 비용의 한국부담을 낳을 수 있다.
그러나 전략자산 전개 등 미국의 확장억제의 본질은 한국 방어가 아니라 태평양 미군과 미 본토 방어를 위한 것이다. 한반도 및 동북아의 대결과 긴장고조를 초래하는 것은 물론이다. 미국이 북중러를 견제 봉쇄하고 세계패권을 유지 강화하기 위한 비용 부담을 한국에 요구하는 것은 주한미군 경비의 일부를 지원하는 방위비분담협정을 부정하고 한미SOFA와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위반하는 불법으로 결코 허용해서는 안 된다.
11차 협정 인상률 13.9%를 12차 협정 인상률의 기준으로 삼겠다는 것은 우리 국민에 대한 기만이다.
4차 협상 중에 일부 언론은 “바이든 정부는 13.9%(11차 협정 인상률)보다 더 올리고자 하는 반면 우리 정부는 인상률은 합리적 수준으로, 거기다 매년 인상률 기준은 국방비 인상률이 아닌 물가상승률과 연동하는 것으로 요구”(파이낸셜뉴스. 2024.6.26.)한다고 보도하였다. 그러나 11차 협정의 인상률 13.9%보다 더 인상해야 한다는 미국의 요구는 얼토당토않다. 13.9%가 통상적으로 적용해 오던 물가상승률(2020년 0.5%) 대신 국방비증가율을 새로운 기준으로 삼아 적용(7.4%)한 것에다 거짓으로 꾸며낸 인건비 상승 요인(6.5%)을 합친 수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11차 협정의 13.9%를 12차 협정 인상률의 기준으로 삼는다면 우리 국민을 재차 속이는 결과가 될 것이다.
한편, 연간 인상률 기준과 관련하여 한국은 소비자물가상승률을, 미국은 국방비증가율을 적용할 것을 주장한다고 하지만 물가상승률이든 국방비증가율이든 그 어떤 것을 적용하더라도 그것은 미국의 이익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다. 11차 협정 협상 당시 한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거의 동결수준(1% 미만)이었던 반면 국방비증가율은 7%를 상회할 정도로 높았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한국 서민들이 생계에 큰 위협을 받을 정도로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높은 반면 국방비증가율은 상대적으로 둔화되어 둘 사이에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물가상승률과 국방비증가율은 2022년에 5.1%와 3.4%로 오히려 물가상승률이 더 높았다. 2023년의 경우 물가상승률은 3.6%, 국방비증가율은 4.4%였다. 방위비분담금은 우리가 미국에 베푸는 은전이고 특혜다. 물가상승률이든 국방비증가율이든 그만큼 인상해줘야 할 이유도 필요도 없다.
12차 협정의 시작연도 인상률을 두 자릿수(10% 이상)로, 협정기간을 5년으로 하고 연간 인상률을 5%로 잡는다고 하더라도 5년간 한국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대략적으로도 8조 원에 이른다. 이런 막대한 국가재정이 우리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린 채 밀실 협상으로 결정되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횡포이고 전횡이다.
우리는 국민을 속이고 미국에게 최대한의 이익을 보장해준 11차 협정을 재현할 것이 뻔히 예상되는 12차 방위비분담 협정 협상의 중단을 촉구한다. 인도·태평양지역 미군장비 정비비용을 한국에 전가하고 한국을 해외미군장비 정비 공장으로 전락시키는 미 국 MRO 구상에의 한국 참여를 단호히 배격한다. 한국에 미국의 대중 견제 및 세계패권전략 수행비용을 떠넘기려는 방위비분담 협상 중단하라! 한미 SOFA 제5조를 잠정적으로 중단시킨 초법적인 조치이자 불평등한 한미관계의 상징인 방위비분담협정 폐기하라!
2024년 8월 12일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