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성명

[2016. 2. 1] 사드 한국 배치 반대 촉구 시민사회단체 공동 기자회견문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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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 공동기자회견문>
박근혜 정부는 한․미간 사드 한국 배치 관련 일체의 논의를 중단하라!

 

한미당국이 북의 4차 핵실험을 빌미로 사드 한국 배치를 기정사실화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북의 4차 핵실험 직후인 지난 달 13일 “안보·국익에 따라 (사드배치를)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직접 밝힌 데 이어, 한민구 국방장관은 25일 “군사적으로 충분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월스리트 저널은 28일 “막후에서는 사드가 타결에 근접"했으며 “(한미) 두 나라가 사드에 대해 협상을 하고 있다고 미국 쪽이 다음 주께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9일 “한반도까지를 탐지거리로 하는 종말단계요격용(TBR·Terminal-based Radar)의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문화일보 2016. 1. 29) 사드 제조사인 록히드마틴사 대표가 지난달 방한해 정부 고위 관계자를 접촉했고, 최근 미국이 대구와 경북 칠곡 등의 한곳을 배치후보지로 확정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조태용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 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이 한·미 간 첫 고위급 전략협의를 위해 2월 중 미국을 방문하며 이때 사드 한국 배치와 관련된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우리는 북의 핵실험을 핑계로 한 사드 한국 배치가 초래할 전방위적인 심각한 후과를 크게 우려하면서 박근혜 정부가 이와 관련한 일체의 논의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한미 당국은 사드 한국 배치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사드가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방어하는 데 효용성이 낮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남한을 겨냥한 북한의 탄도미사일은 대부분 사거리가 짧고 정점 고도가 낮아 사드로 이를 요격하기에는 효용성이 매우 낮다. 노동미사일 등 중거리 미사일로 남한을 공격한다고 해도 북한이 발사각을 낮추거나(depressed 방식) 발사지점을 뒤로 물리는 방식 등으로 얼마든지 사드의 요격 범위를 회피할 수 있다. 또한 한국군은 이미 슈퍼 그린파인레이더 2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지스 SPY-1D 레이더를 갖추고 있어 지금도 북한에 대한 탄도미사일 정보를 충분히 획득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방어하기 위해 사드를 배치해야 한다는 당국의 주장은 사드 도입에 대한 국민적 우려와 거부감을 호도하려는 기만적 주장일 뿐이다.

 

결국 사드 한국배치의 핵심 목적은 사드 레이더(AN/TPY 2)로 미국 본토와 주일 미군기지 등을 겨냥한 중국과 북한의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조기에 탐지, 식별, 추적해 그 정보를 미일에 제공해 줌으로써 미국의 MD 작전 요격률을 결정적으로 높이려는 것이다. 이는 미국에 대한 중국과 북한의 보복능력을 무력화하는 것으로서 동북아 전략 안정을 뒤흔드는 중차대한 문제이다. 중국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環球時報)가 "한국의 사드 배치는 중국의 안전이익을 위험에 빠트릴 것"이라며 "한국은 이 때문에 발생하는 대가를 치를 준비를 해야만 할 것"이라고 경고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나 일부 언론에서는 사드 레이더를 탐지거리가 짧은 ‘종말단계용’으로 배치하면 중국과의 관계 훼손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사드 레이더(AN/TPY-2)의 종말모드와 전방모드(FBR·Forward-based Radar)는 하드웨어는 동일하고 소프트웨어만 다른 것으로서, 미국 국방부 ‘미사일방어청 2012년 예산추계’에 따르면 “두 모드는 8시간 안에 전환될 수 있”다.(한겨레, 2015. 6. 3) 이와 관련하여 미국의 MD 전문가인 포스톨 교수는 사드 레이더의 탐지거리를 4000km 이상으로 보면서 2000km라는 주장도 난센스라고 일축했으며(한겨레 2015. 6. 1), 미국 <타임>지는 이스라엘 배치 사드 레이더의 탐지거리를 4600km로 보도한 바 있다.(2012. 5. 30) 사드 레이더를 한국의 어느 장소에 배치하더라도 중국의 거의 모든 지역을 탐지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한미당국의 주장은 사드 한국 배치로 인한 중국의 반발과 중국과의 관계 악화를 우려하는 우리 국민의 비난 여론을 피해가려는 얕은 수작에 불과하다.

 

주로 중국을 겨냥한 사드가 한국에 배치되면 유사시에 중국은 이를 무력화하기 위해 한국의 사드미사일 기지를  주요 공격대상으로 삼으려 할 것이다. 미국과 일본의 안보를 지켜주기 위해 한국의 안보를 희생시키는 결과가 초래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 군 당국이 2012년 미국 MD 참여를 부인하면서 Ⅹ-밴드 레이더 설치를 미국 MD 참여 기준의 하나로 제시(연합뉴스 2012. 10. 26)했던 것에서 보듯이, X-밴드 레이더를 포함한 사드체계의 한국 배치는 곧 한국이 미일 MD에 편입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한미당국은 한국군 탄도탄작전통제소(KTMO Cell)와 주한미군 탄도탄작전통제소(TMO-Cell)을 올 상반기에 미국의 전술데이터 링크(LINK-16)로 연결할 예정이다. 미일 간 작전통제소는 이미 높은 수준에서 연동되어 있기 때문에 한국과 미국의 MD 지휘체계의 연동은 곧 미국 주도의 한미일 3각 MD지휘통제체제 구축을 의미하는 것이다. 사드 한국 배치 등을 통해 한국이 미일 주도의 동북아 MD에 편입되면 동북아에서 한미일 대 북중러 간 강도 높은 군사적 긴장과 핵 군비경쟁이 촉발됨으로써 한반도의 평화회복과 통일은 멀어지고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도 항상적인 위험에 빠지게 될 것이다. 게다가 최대교역국인 중국을 적으로 돌림으로써 가뜩이나 어려운 한국 경제에도 심각한 타격이 초래될 것이다. 사드 배치로 인한 주민 생존권 파괴와 환경 피해, 수조원에 이르는 도입비와 운영비 부담도 지게 될 가능성이 있다. 당장 미국이 주한미군기지에 도입하는 형식을 취하더라도 수조원에 이르는 운영유지비는 한국이 부담하게 될 가능성이 높고, 방위비분담금은 급격히 증가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사드 한국 배치는 박근혜 정부의 주장과는 정반대로 안보와 국익을 해치는 백해무익한 일이다. 따라서 우리는 기만적인 논리를 앞세운 한미 간 사드 배치에 관한 일체의 논의를 즉각 중단하고 사드 한국 배치를 단호히 거부할 것을 박근혜 정부에 강력히 촉구한다.

 

한편, 사드를 한국에 배치한다고 해서 북핵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북핵 문제는 북미 간 적대관계에서 비롯된 문제이므로 북미양국을 비롯한 관련당사국들이 한반도에 조성된 적대적 관계를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소해야만 해결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사드 배치를 통해 북한이나 중국을 압박하려는 것은 부질없는 짓일 뿐만 아니라 이들의 반발을 불러와 사태를 오히려 악화시킬 뿐이다. 이에 우리는 관련당사국들이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과 한반도 비핵화를 통해 한반도에 드리운 (핵)군비경쟁과 전쟁의 먹구름을 걷어내고 공고한 평화를 실현할 것을 촉구한다.

 

2016년 2월 1일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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