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8. 31] 미국은 남북 철도 연결 훼방 말고 종전선언에 나서라! 기자회견문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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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남북 철도 연결 훼방 말고 종전선언에 나서라!
유엔사가 남북 철도 공동 점검을 위한 방북을 불허하였다. 유엔사가 방북 불허의 핑계로 댄 ‘사전 통보 시한 미준수’는 북한군과 유엔사간 합의로나, 그간 적용되어온 관례로나, 해체가 기정사실인 유엔사 조직의 운명으로보나 결코 그 근거로 될 수 없다. 그럼에도 유엔사가 남북 철도 공동 점검을 위한 방북을 불허한 것은 미국이 문재인 정권을 압박하여 한국을 일본과 함께 대북 제재 대열에 묶어세우며, 북미 관계에 남북 관계를 종속시키고 통제하겠다는 불순한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우리는 유엔사가 방북 불허조치를 즉각 철회할 것을, 미국이 남북철도 연결을 보장하고 북미협상 진전을 위해 종전선언에 나설 것을 엄중히 요구한다.
먼저, 유엔사가 제기한 ‘48시간 통보 시한’은 방북 불허의 근거가 될 수 없다. 이번 남북이 공동조사하려는 경의선 구간은 ‘비무장지대 일부구역 개방에 대한 국제연합군과 조선인민군 간 합의서’(2000. 11. 17)에 따라 “남과 북의 관리구역”으로 설정된 곳이며 여기에서 제기되는 “군사적인 문제들을 정전협정에 따라 남과 북의 군대들 사이에 협의처리 하도록” 되어 있다. 이는 남북관리구역 내의 비무장지대 통과 문제는 남북 협의로 처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유엔사가 거론한 ‘통보 시한’ 규정은 유엔사-국방부간 양해각서(2003. 5 .27)에서 비롯된 것인데, 현실에선 “유엔사에 통보, 승인하는 절차는 생략되었다”(김영윤, 통일연구원, 2010)고 평가받는 등 사문화된 것으로 봐야 한다. “군사 분계선 출입에 대한 유엔사의 승인권 폐지”도 제안(김영윤, 통일연구원, 2007)되어 왔다. 그간 ‘유엔사가 그간 사전 통보 규정을 이유로 통행을 불허한 적이 거의 없다’는 언론보도나 “실제론 유엔사의 승인권은 형식적이었고 한국군의 통보로 갈음하는 게 관행이었다”는 경협 관계자의 발언도 이를 입증해주는 것이다.
게다가 미국 주도의 다국적 통합군인 유엔군은 정전협정이 체결됨으로써 ‘무력 공격 격퇴와 이 지역에서의 국제 평화와 안보 회복’(안보리 결의 83, 84호)이라는 창설목적이 이미 달성되었고, 이제 평화협정 체결이 거론되는 평화의 시대에는 더더욱 존재이유가 없다. 또한 유엔사 해체에 관한 1975년 유엔총회 결의에 따라 미국이 스스로 해체하면 그만인 기구에 불과하다. 더구나 2007년 한미양국이 비무장지대(DMZ) 출입 승인 등 대부분의 정전관리 임무를 유엔사에서 한국군으로 이양하기로 합의한 바도 있어 유엔사는 유명무실화된 기구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허울뿐인 유엔사가 사실상 사문화된 규정을 들어 남북 철도 공동조사 방북을 불허한 것은 남북의 기본 권리와 우리나라에 대한 명백한 주권 침해에 해당한다. 이에 미국은 근거 없는 방북 불허 조치를 당장 철회해야 한다.
한편 유엔사는 남북 철도 연결 공동조사 전반에 관한 ‘추가 세부자료’를 요구했다. 일부 언론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직접 개입하여 시범열차 운행에 소요되는 연료를 문제 삼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유엔사의 정전관리 임무를 넘어서 한국정부의 경협사업을 검열하고 통제하겠다는 미국의 무도한 요구다. 미국은 남북이 개성공단에 연락사무소를 개설하려는 것에 대해서도 “남북관계의 진전은 한반도 비핵화와 별개로 진전될 수 없다”며 제동을 걸은 바 있다. 이 사례들은 미국이 남북 경협사업과 남북관계 개선을 자신들의 정치정략적 의도에 따라 좌지우지하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자 남북철도를 중국 횡단철도(TCR)와 일대일로, 시베리아횡단 철도(TSR)로 연결하려는 문재인 정부를 압박하고, 남북중러의 경제협력을 통한 동북아의 평화번영 전망에 어깃장을 놓는 것이다. 이는 또한 판문점 선언 국회비준 찬성여론이 72%에 육박하는 등 판문점 선언 이행을 바라는 절대 다수 한국민들의 뜻에 역행하며, 판문점 선언 이행으로 민족의 끊어진 혈맥을 잇고, 남북경제공동체를 건설하여, 평화와 번영, 자주통일로 나아가려는 우리민족의 열망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기도 하다. 이에 우리는 남북의 판문점 선언, 북미 싱가포르 공동성명에 역행하고 우리 주권을 침해하며 남북 철도연결 사업에 훼방 놓는 미국을 강력히 규탄한다.
한편 미 국무부는 “우리는 다른 것보다 비핵화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믿고 있다.”며 선 비핵화 요구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선 비핵화 요구는 북미 싱가폴 공동성명에서 밝힌 미국의 대북 체제 안전 보장과 한반도 비핵화를 단계적, 동시적으로 추진하기로 한 합의를 위배하는 것이자 북미 간 신뢰구축을 저해하는 것이다. 미국이 선 비핵화 조치를 계속 요구한다면 향후 북미대화에 걸림돌로 될 것이고, 트럼프 미 대통령이 밝힌 “김정은 위원장과 환상적인 관계”도 파탄나게 될 것이다.
더욱이 트럼프 정부는 북을 압박하기 위해 독자적인 대북제재를 추가로 취하고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의 확대도 추진하고 있다. 심지어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중단되었던 한미연합 군사연습 재개를 시사하기도 했다. 한미연합 군사연습의 중단은 북의 핵 미사일실험 중단과 핵실험장 폐쇄, 미사일 실험장 폐쇄 등 비핵화 조치에 호응한 미국의 적극적인 대응조치였다. 만약 한미연합 군사연습이 재개된다면 북미 간의 신뢰가 깨지고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합의사항은 물거품이 될 것이다. 이에 우리는 한반도를 또 다시 극단적인 대결과 전쟁위기로 몰아가는 한미연합 군사연습의 재개 기도를 결코 용납할 수 없다.
이 같은 미국의 행보는 끊임없이 핵대결을 추구하면서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이 파탄나기를 바라는 미국 내 강경세력의 불순한 의도가 작용한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트럼프 정부는 강경세력의 압력에 끌려 다니지 말고 교착상태에 빠져있는 북미협상을 진전시켜야 한다. 그 첫걸음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약속했던 종전선언을 하는 것이며,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을 중단하는 것이다. 또한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협상을 촉진시키기 위해서라도 남북관계 개선을 지지하고 지원해야 한다. 그 길이 한반도 핵문제를 해결하고 한반도와 동북아의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에 미국이 기여하는 길이기도 하다.
미국은 6.12 싱가포르 공동성명 이행에 나서라. 북한에 대한 선 비핵화 요구를 철회하고, 제재와 압박을 중단하고 종전선언에 나서라. 나아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동시실현에 나서라.
2018년 8월 31일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상임대표 문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