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성명

[2016. 2. 11] 사드 한국 배치를 위한 한미 간 협의 중단 촉구 시민사회 공동 기자회견문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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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한국 배치를 위한 한미 간 협의 중단 촉구 시민사회 공동 기자회견문>

중국 겨냥한 한미일 삼각 MD로 동북아 신냉전 초래할 사드 한국 배치 중단하라!

한미당국이 북한의 핵실험과 위성발사를 빌미로 사드 한국 배치를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한미당국은 지난 7일 주한미군 사드 배치 공식 협의를 발표한 데 이어, 이달 중에 공동실무단을 구성하여 협의를 시작한다고 한다. 하지만 벌써부터 부지 문제가 구체적으로 떠오르는 등 한미당국의 ‘공식 협의’는 사드 배치를 위한 요식행위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만약 한미당국이 동북아 안보지형을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사드 배치를 밀실에서 결정해 놓고 협의의 모양새만 갖추는 것이라고 한다면 이는 사안의 중대성으로 보나 절차의 문제로 보나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우리 국민과 세계에 대한 희대의 기만극이 될 것이다. 

사드 한국 배치는 미국의 아태 패권전략에 한국을 속박시켜 중국, 러시아와 군사적 적대관계를 강요하고 경제적으로도 심각한 타격을 초래할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이례적으로 한국 대사를 불러 한미 간 사드 배치 공식 협의 발표에 대해 항의한 것은 사태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이로 인한 평화 위협과 경제 타격으로 인한 고통은 고스란히 한국 민중들의 몫이 될 것이다. 이에 우리는 사드 한국 배치 및 한미일 삼각 MD 구축이 초래할 심각한 후과들을 다시 한 번 경고하면서 한미 간 관련 협의를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우선, 한미당국이 북의 핵실험과 인공위성 발사를 사드 한국 배치의 근거로 드는 것 자체가 사드가 남한 방어용이 아니라 미국 방어용임을 말해준다. 북핵 문제는 본질적으로 북미 간 적대관계에서 비롯된 문제일 뿐만 아니라, 미국이 우려하는 대로 북의 인공위성이 대륙간 탄도미사일로 전용된다고 해도 그것은 남한이 아니라 미국의 공격에 대한 보복수단이기 때문이다. 즉, 미국은 북의 핵실험과 인공위성 발사를 핑계로 사드 레이더를 한국에 배치하여 중국이나 북한에서 미국 본토로 날아가는 대륙간 탄도미사일의 구체적 정보를 최대한 빨리 얻어 요격 가능성을 높이려는 것이다. 그런데 북의 대륙간 탄도미사일 실전 배치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 군사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라는 점에서 볼 때 미국이 사드 배치를 급히 서두르는 이유는 역시 중국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미당국은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사드 한국 배치 가능성을 검토한다고 하지만 사드가 남한을 겨냥한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데에 극히 효용성이 낮다는 점은 알려진 사실이다. 국방부가 남한에 가장 위협이 된다던 북한의 KN-02는 정점고도가 낮아 사드의 요격 대상이 될 수 없으며 스커드는 발사각을 낮춰 쏘거나 사거리를 줄여 사드 요격을 회피할 수 있다. 또한 노동미사일 같은 중거리 미사일은 사드 요격 범위에 들기는 하지만 북한이 이를 남한 공격용으로 쓸 군사전략적 가능성은 거의 없다. 노동미사일은 한반도 유사시 미 증원군의 한반도 전개를 견제할 목적에서 일본이나 오키나와를 타격하기 위한 것으로 남한공격에 효용성이 높은 단거리 미사일을 놔두고 굳이 노동미사일로 남한을 공격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당국은 북이 노동미사일의 발사각을 높여 남한을 타격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 경우도 자세제어가 어려워 명중률이 떨어지고 비행시간이 길어져 요격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현실성이 거의 없다.

사드가 다층 미사일 방어에 기여할 것이라는 한미당국의 주장도 일면적이거나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 다층 방어체계는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중간단계에서 요격을 시도하고, 실패했을 경우 종말단계에서 다시 요격을 시도할 시간이 있을 때나 성립할 수 있는 개념이다. 한반도처럼 방어종심이 지극히 짧은 환경에서는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종말 고고도에서 요격하고, 다시 종말 저고도에서 요격하는 방식의 다층 방어체계는 양자 사이의 고도와 시간차가 매우 짧아 거의 불가능하다. 설령 다층 방어가 가능하다고 해도 사드와 종말단계용 요격체계인 팩-3가 함께 배치될 군산, 평택, 대구 등 일부 주한미군기지에나 성립될 수 있는 얘기이다.

사드 한국배치가 미 MD 참여가 아니라는 국방부의 주장도 어불성설이다. 사드의 엑스밴드 레이더(AN/TPY-2)는 상하이, 베이징, 다롄 등 중국 동·북부 지역에서 미국 본토와 하와이, 괌과 일본 및 오키나와 등으로 날아가는 탄도미사일을 탐지해 미국과 일본에 조기경보를 제공할 수 있다. 미 MD 전문가인 포스톨 교수에 따르면 방향을 북쪽으로 고정해놓는다고 해도 전진배치 모드로 할 경우 미국으로 날아가는 중국의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을 3,000km까지 탐지 추적이 가능하다. 사드의 요격 미사일은 중국 동·북부 지역에서 주한미군 기지를 겨냥해 날아오는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 이처럼 사드가 주한미군기지 등 한국에 배치되면 한국은 미국의 대중 MD의 정보와 작전(요격)의 전초기지가 된다. 국방부도 엑스밴드 레이더 설치를 미국 MD 편입 기준으로 제시(2012. 10. 28)한 바 있으며 미국 국방부 캐슬린 힉스 정책담당 수석 부차관도 “레이더 기지를 제공하는 것으로 미국 MD 참여”(2012. 9)가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국방부는 사드를 북한용으로만 운용할 것이라고 하면서, 사드 레이더의 종말단계 모드와 전진배치 모드 사이의 8시간 내 전환이 시설 장비, 부품 등이 모두 갖춰진 정비창에서만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탈냉전 이후 수십 년간에 걸쳐 전 지구적 미사일방어망을 촘촘하게 구축해 온 미국이 중국의 미사일 기지를 샅샅이 들여다볼 수 있는 전진배치 모드를 포기하리라 생각하는 것은 순진한 발상이다. 또한 사드 레이더를 실제 운용할 주한미군이 미군의 전략적 판단과 필요에 의해 전진배치용으로 전환하여 운용할 경우 이를 확인하거나 막을 방법이 한국군에는 전혀 없다.
 
또한 사드 한국배치는 한미일 삼각 MD 구축을 가속화할 것이다. 한일정보보호협정 체결을 검토하고 있다는 한민구 장관의 발언(2016.2.7)이나 한미일 합참의장 회의가 열리는 것도 사드 한국 배치를 포함한 한미일 삼각 MD 구축을 위한 수순이라고 보아야 한다. 사드 한국 배치 등 한미일 삼각MD 구축을 위한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한미당국은 한국군 탄도탄작전통제소(KTMO-Cell)와 주한미군 탄도탄작전통제소(TMO-Cell)를 올 상반기에 미국의 전술데이터 링크(LINK-16)로 연결할 예정이다. 미일 간 작전통제소는 이미 높은 수준에서 연동되어 있기 때문에 한국과 미국의 MD 지휘체계의 연동은 곧 미국 주도의 한미일 3각 MD지휘통제체제 구축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한미당국이 사드가 대중용이 아니고 대북용이라고 강변하는 이유는 한미일 MD 구축에 반발하는 중국을 무마하고 미 MD 참여에 비판적인 한국민들의 눈을 가리기 위한 것이다. 또한 한국으로부터 사드 배치 부지와 시설을 무상으로 제공받으려는 미국의 이해관계가 작용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현 한미상호방위조약과 한미SOFA는 북한의 침략으로부터 남한을 방어하는 데 한하여 한국이 미군에 시설과 구역을 무상으로 제공하도록 되어 있다. 대북 방어를 넘어서는 미 MD와 사드 배치를 위해 새로운 기지나 시설이 제공된다면 이는 한미상호방위조약과 한미SOFA 위반이다. 우리가 미국에게 시설과 구역을 무상 제공할 법적 근거가 없는 것이다. 미국이 사드가 대북용이라고 강변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때문이다. 사드 배치로 인한 주민 생존권 파괴와 환경 피해, 수조원에 이르는 도입비와 운영비 부담도 지게 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이 지금은 주한미군기지에 배치한다고 해도 머지않아 한국군은 사드 도입도 요구받게 될 것이다. 

사드 한국 배치 등을 통해 한국이 미일 주도의 동북아 MD에 편입되면 동북아에서 한미일 대 북중러 간 강도 높은 군사적 긴장과 핵 군비경쟁이 촉발됨으로써 한반도의 평화회복과 통일은 멀어지고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도 항상적인 위험에 빠지게 될 것이다. 게다가 최대교역국인 중국을 적으로 돌림으로써 가뜩이나 어려운 한국 경제에도 심각한 타격이 초래될 것이다. 중국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가 "사드가 일단 (한국에) 건립되면 인민해방군은 이를 전략적 고려와 전술계획의 범위에 포함시켜야 한다"(2016. 2. 8)고 주장한 것은 한국이 중국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편, 사드를 한국에 배치한다고 해서 북핵이나 미사일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북핵 문제는 북미 간 적대관계에서 비롯된 문제이므로 북미양국을 비롯한 관련 당사국들이 한반도에 조성된 적대적 관계를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소해야만 해결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사드 배치를 통해 북한이나 중국을 압박하려는 것은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다. 이에 우리는 기만적인 논리를 앞세운 한미 간 사드 배치에 관한 일체의 협의를 즉각 중단할 것을 박근혜 정부에 강력히 촉구한다. 나아가 관련 당사국들이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과 한반도 비핵화를 통해 한반도에 드리운 (핵)군비경쟁과 전쟁의 먹구름을 걷어내고 공고한 평화를 실현할 것을 촉구한다. 

2016년 2월 11일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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