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9.19평양선언 2주년에 즈음한 청와대 기자회견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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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선언과 평양선언, 군사분야합의서를 이대로 사장시켜서는 안 된다.
문재인 정부는 즉각 금강산관광/개성공단 재개와 남북 철도 연결에 나서라!
1. 문재인 정부가 안보리 제재와 미국 제재의 면제를 승인받아 남북 경협 사업에 나서겠다는 것은 사실상 판문점선언과 평양선언의 이행을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내일로 평양선언과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합의서가 채택된 지 2년이다. 판문점선언과 평양선언, 군사분야합의서는 온 민족에게 희망과 감격을 안겨주고 평화와 번영, 통일의 메시지를 전해 주었다.
그러나 판문점 선언과 평양선언은 제대로 피어나지도 못한 채 사장될 위기를 맞고 있다. 북미관계와 싱가포르 성명 이행이 교착상태에 들어가고 그 타개 전망이 극히 불투명한 상황에서 남북 경협조차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어 판문점선언과 평양선언, 군사분야합의서가 노무현 정부의 10·4선언처럼 문재인 정부의 임기 종료와 함께 사장될 처지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대북 제재에 밟히고 문재인 정부의 무기력에 치여서 그 명맥조차 유지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여전히 안보리 제재와 미국 제재의 예외/면제를 승인받아 남북 경협에 나서겠다는 한가한 타령만 되뇌고 있다.
유엔 안보리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공동 발의(2019.12.16)한 최소한의 대북 제재 완화 요구안-해산물, 섬유, 조형물 수출 금지 해제, 북한 해외 노동자 송환 폐지, 남북 철도·도로 협력 사업 제재 대상 면제-조차 미국과 서방국가들의 반대에 부딪혀 1년이 다 되도록 표류하고 있다.
트럼프 정권의 제재 예외/면제 반대는 더 극명하다. 올 초 백악관을 찾은 정의용 전 안보실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오브라이언 보좌관에게 남북 경협 재개를 용인해 줄 것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 북한이 유엔 안보리와 미국의 대북 제재 때문에 비핵화 협상에 나섰다고 굳게 믿고 있는 트럼프 정권이 남북 경협 재개를 허용할 리 없다.
이에 더이상 유엔 안보리 제재 면제나 미국의 호의를 기다려 남북 경협을 재개한다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이나 어렵게 되었다. 그런데도 대북 제재 면제에 매달리는 것은 판문점선언과 평양선언을 포기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문재인 정부는 더이상 실기하지 말고 남북 경협을 재개해 판문점선언과 평양선언, 군사분야합의서의 전면 이행에 나서야 한다. 판문점선언과 평양선언, 군사분야합의서의 이행에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살아 있다면 지금 당장 미국의 제재에 맞서 과감히 금강산관광/개성공단 재개와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사업에 착수해야 한다. 남북 경협 재개와 판문점/평양선언 이행은 북미관계 복원과 싱가포르 성명 이행으로 한반도와 평화체제 구축을 앞당기는 선순환적 역할을 함으로써 남북이, 우리 민족이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보 증진에서 주동적인 역할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바로 이 길이 문재인 정부가 갈 길이다. 여기에 정권의 명운을 걸어야 한다!
2. 문재인 정부는 금강산관광/개성공단을 즉각 재개하라!
금강산관광/개성공단은 유엔 안보리와 미국의 대북 제재 대상이 아니다. 안보리와 미국 제재 어디에도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을 제재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지 않다.
외교부와 전문가 일각에서 금강산관광/개성공단 재개가 대량 현금(bulk cash) 제공 금지 조항에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제재 대상이 아닌 금강산관광/개성공단에 bulk cash 조항을 적용하는 것 자체가 부당하다.
또한 bulk cash 금지 조항은 말 그대로 대량현금의 유통을 금지하는 것으로 정상적인 금융거래가 이뤄지는 금강산관광/개성공단에 적용하는 것은 넌센스다. 우리의 금강산관광 규모를 능가하는 한해 20만 명에 달하는 중국인들의 북한 관광으로 북한으로 이전되는 bulk cash에 대해 미국과 안보리가 문제를 삼지 않는 것도 관광이 bulk cash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금강산관광/개성공단 재개가 합작사업 금지 조항에 위배될 수 있다는 주장도 온당치 않다. 금강산관광/개성공단은 본래부터 합작사업이 아니었으며 재개하더라도 합작이 아닌 방식으로 사업을 해나갈 수 있다.
다만 금강산관광/개성공단을 재개할 경우 대북 제재가 북한 내 금융계좌 개설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관광 대가 지급 방식을 문제 삼을 수 있다. 이에 북한과의 협의를 통해 금강산관광의 대가를 위안화 등의 현금이나 쌀 등 현물로 지급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 개성공단 북한 노동자의 임금을 그동안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에 일괄 지급하던 관행을 바꿔 노동자에게 직접 지급하거나 그것도 전자카드 등으로 지급한다면 개성공단 재개에 대한 안보리의 제재는 한결 쉽게 비켜갈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이 현물 지급 방식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그 가능성이 더 크겠지만, 미국의 보복을 감수하고서라도 금강산과 개성에 계좌를 개설할 수밖에 없다. 이때는 미국의 보복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제 달러 금융망에서 상대적으로 비켜나 있는 비은행 금융기관을 활용하거나 금강산과 개성공단 지급으로 업무를 제한하는 특수은행을 신설하는 방안도 모색해 볼 수 있다.
그러나 미 대북 제재 법령의 대북 bulk cash의 밀반입과 이전 금지 조항에 따르면 금강산관광/개성공단 재개는 불가능하다. 미국의 대북 제재 법령의 bulk cash 금지 조항은 bulk cash를 그 용처와 관계없이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 지점을 개설할 경우 세컨더리 보이콧 적용 대상이 된다. bulk cash 이전 금지는 행정부의 재량적 제재에 해당하나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면제해 줄 리 없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는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재개가 미국의 대북 제재 대상이 아니며, 따라서 여기에 bulk cash 금지 조항을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명분과 정당성을 갖고 트럼프 정권과 맞서야 하며, 안보리와 국제사회에서 적어도 명분에서는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은 문재인 정부가 지금이라도 당장 재개할 수 있다. 미국의 보복이 뒤따르겠지만 판문점/평양선언 이행을 위해 극복해 내야 한다.
3. 문재인 정부는 남북 철도․도로 연결과 현대화 사업에 즉각 나서라!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사업은 안보리 결의(2397)에서 HS 86~89(철도 또는 궤도용의 기관차, 차량, 부품, 교통신호용기기 등)의 공급, 판매, 이전을 명시적으로 금지하며 미국의 대북 제재법도 운송 관련자에 대한 포괄적인 대북 제재를 부과하고 있고,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과 비할 바 없이 사업 규모가 크며 국제사회의 이해가 크게 걸려 있어 사업 착수에 난관이 크다.
안보리 결의와 미국 대북 제재 법령은 산업용 기계류, 운송수단, 철강 및 여타 금속류의 대북 직‧간접 공급/판매/이전과 장비운용에 필요한 유류 반입을 금지하고 있다. 판문점/평양선언 이행을 위한 철도분과회의 합의에 따라 실시된 북한 철도·도로 실태 공동조사와 이를 위한 장비, 유류 반입마저 안보리의 제재 면제를 받고서야 가능했다.
안보리 결의 2395호 18조는 비상업적이고 이윤을 내지 않는 공공인프라 사업은 제재위원회의 사전 승인을 받아 추진할 수 있도록 제재 면제의 길을 열어놓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은 중·러가 공동 발의한 남북 철도·도로 사업 제재 면제안의 승인을 거부하며 남북 철도·도로 연결 사업을 불허하고 있다.
미 행정명령 13722호와 13810호는 북한의 운송 및 건설 관련자에 대한 포괄적인 대북 제재를 부과하고 있으며 유류 수출도 막고 있다. 대북 제재법(H.R. 757/3644)도 운송 및 건설 관련자에 대한 포괄적인 대북 제재를 부과하고 있다.
철도·도로 연결 사업에 북한 노동자를 고용해 이들에 대한 임금이 지급될 때 벌크 캐시 이전 금지조항에 걸려들 수도 있다. 또한 이들 비용을 남한 은행 계좌를 통해 지급할 경우 세컨더리 보이콧 적용에 따른 미국의 보복도 예상된다.
이에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사업 착수는 그 어느 사안보다 문재인 정부의 정치적 결단이 크게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에 나서 남북 경협이 본궤도에 오를 때 이의 중·장기적 편익이 미국과 서방세계의 요구에 순응해 남북 경협을 포기하는 것보다 훨씬 경제적인 편익이 크다. 한미동맹의 굴레 속에서 기존의 국제시장 질서에 안주할 경우 한국 경제의 확장과 발전 가능성을 찾기 어렵지만 동북아, 유라시아 경제와 결합했을 때 에너지, 시장, 물류, 노동력 등 새로운 성장 동력이 확보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와 동북아 현상 변경의 전략적 전망 속에서 주저하지 말고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사업 착수를 위한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
4. 문재인 정부는 군사분야합의서의 전면 이행에 나서라!
남북 경협 중단과 함께 군사분야합의서의 이행도 중단되어 있다. 북한은 한미연합군사연습 재개와 F-35 도입 등을 군사분야합의서의 위반으로 비판하는 한편 지난 6월에는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한 보복 조치의 하나로 “있으나 마나 한 남북 군사합의”의 파기를 거론하였으며, 해안포 사격 재개 등 군사분야합의서의 무력화를 시도함으로써 한반도 평화체제 정착을 바라는 국내외 많은 평화세력들의 우려를 산 바 있다.
그러나 군사분야합의서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염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옥동자와 같은 존재이며 평화시대의 가교로서 반드시 살려내지 않으면 안 된다.
이를 위해 문재인 정부는 ‘힘에 의한 평화’ 같은 위협과 강압을 앞세운 반평화적인 안보철학과 대북 선제공격 전략과 전력 구축, 이를 위한 무분별한 국방예산 증액 등 시대역행적인 국방정책을 폐기하고 군사분야합의서 채택 취지에 부합하는 국방정책을 새롭게 수립해야 한다. 그 길은 이미 판문점선언과 평양선언, 군사분야합의서에 명시되어 있듯이 군사적 신뢰구축과 군비축소에 있다. 이를 위해서 군사적 우발충돌 방지와 군사분계선 지역에서의 정찰과 훈련 규모 제한에 머무르고 있는 군사분야합의서를 남북 전 지역에서의 공세전력의 후방 재배치와 공세전력의 감축을 선두로 하는 병력/장비의 축소를 규정하는 전면적인 군축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이는 한반도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한 군사적 환경과 토대를 마련하는 과제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문재인 정부는 우선 남북 경협을 재개해 남북 신뢰를 회복하고 판문점/평양선언 이행에 나섬으로써 군사분야합의서의 이행과 발전을 추동해야 할 것이다.
5. 남북 경협 재개는 법적 문제라기보다는 한미동맹에 대한 정치적 결단의 문제다.
안보리와 미국의 제재를 무시하고 남북 경협을 재개했을 때 미국의 보복은 경제적으로 상당히 부담스러운 수준이 될 수도 있다. 이를 감수할지는 남북 경협과 중국, 러시아와의 경제협력을 통한 유라시아로의 진출이 미국의 보복에 따른 경제적 불이익보다 얼마나 클 것인지에 달려 있을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손해가 더 클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경협 재개 쪽의 편익이 훨씬 크리라는 사실은 명확하다.
분명한 것은 남북경협 재개에 따른 미국의 보복이 마냥 장기화되고 확장될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미중 패권 경쟁에서 한국을 자기편(콰드 플러스)로 끌어들이려는 미국으로서는 한국에 대한 보복을 마냥 확대하고 지속할 수만은 없다.
한국이 보다 과감하게 한미동맹의 굴레에서 벗어나 균형외교의 노선을 확고히 하면 한국의 운신 폭은 커지고 미·중으로부터 보다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미·중 균형외교를 발판삼아 남북 경협 재개로부터 시작해 판문점/평양선언을 이행하여 한반도 현상변경을 불러옴으로써 남북 공동번영과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과 통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한미동맹의 덫에 치여 판문점/평양선언을 이대로 사장시켜서는 결코 안 된다. 이에 우리는 문재인 정부가 지체없이 금강산관광/개성공단을 재개하고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에 나섬으로써 판문점/평양선언의 전면 이행을 통한 국가와 민족의 활로를 찾길 엄중히 요구한다.
2020. 9. 18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상임대표 : 문규현)
* 2020.9.22.수정보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