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5.22 한미정상회담 결과는 미국의 이해가 일방적으로 관철된 불공정한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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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2 한미정상회담 결과는
미국의 이해가 일방적으로 관철된 불공정한 합의!
1. 이번 한미정상회담 결과는 바이든 정부의 이해가 전면 관철된 반면 문재인 정부의 이해는 구색 맞추기로 끼어 들어간, 미국 일방적 우위의 불평등한 합의다. 한국이 미국에 건넨 보따리는 크고 확실하나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받은 보따리는 보잘것없고 불확실하며 문재인 정부가 얻어낸 작은 성과마저 무위로 만들어 버릴 뇌관까지 포함하고 있다.
2. 또한 이번 한미정상회담 결과는 바이든 행정부 손에 대북 제재와 인권문제 등 미국이 대북 적대정책을 지속, 강화할 수 있는 고리를 쥐어 주고, 군사 분야와 함께 한국의 경제, 통신, 보건 분야 등을 미국 쪽에 줄을 세워 미중 패권 경쟁에 동원하기 위한, 전적으로 미국에 의한, 미국을 위한 합의다.
3. 문재인 정부는 이번 한미정상회담의 최대 성과로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 등 기존의 남북 간, 북미 간 약속에 기초한 외교와 대화”를 추진하고 바이든 대통령이 “남북 대화와 관여, 협력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 사실을 들고 있다. 이를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문재인 정부가 남북교류와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재개, 남북철도 연결 등 경제협력에 나설 수 있는 조그마한 여지를 주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엄밀하게 해석하면 “남북 대화와 관여, 협력”의 폭은 불분명하며 지지 주체인 바이든 대통령이 그 칼자루를 쥐고 있다고 하겠다.
3-1. 그러나 한미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북한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유엔 안보리 관련 결의를 완전히 이행할 것을 촉구”하고 “북한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협력한다는 데 동의”했으며 “대북 접근법이 완전히 일치되도록 조율해나가기로 합의”했다.
3-1-1. 북한에 유엔 안보리 결의를 이행하라고 촉구하는 것은 대북 제재를 계속해 나가겠다는 것을 뜻한다. 또한 한미가 대북 인권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남북, 북미대화를 재개하는 데서 한미가 넘지 않아야 할 선을 넘는 것으로 남북, 북미대화 재개를 어렵게 하고 설령 대화가 재개되더라도 지속되기 어려우며, 성과로 이어지기는 더더욱 어렵다. 또한 남한의 대북 접근법을 미국과 완전히 일치하도록 조율해나가기로 합의한 것은 트럼프 정부가 워킹 그룹을 통해 남북 대화와 협력을 전면 통제해 왔던 것처럼 바이든 정부도 남북 대화와 협력을 통제 하에 두겠다는 것이다.
3-1-2. 그렇다면 바이든 대통령이 공동성명에서 “남북 대화와 관여, 협력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 것이 과연 립 서비스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한미정상회담 후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는 이전보다는 다소 전향적인 자세를 취하면서도 “핵무기에 대한 약속, 비핵화 추진 방법에 대한 개요가 있어야 한다 … 김정은 위원장이 바라는 모든 것―국제사회가 북한을 합법적인 국가로 인정하는 등―을 주지 않겠다 …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 전혀 진지하지 않았던 그를 진지하게 임하도록 하겠다.”고 발언함으로써 북한과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강한 불신을 드러냈을 뿐만 아니라 북한의 비핵화 계획 제시 등 북한이 먼저 움직일 것을 요구하였다. 단계적, 동시적 방법론을 부정하고 북한의 선조치를 요구한 것이다. 반면에 비핵화와 상응해 미국은 북한에 무엇을 줄 것인지는 아무런 언급도 없는 일방주의적 태도를 보였다. 트럼프 정부 당시 폼페이오 국무장관이나 볼턴 보좌관을 상기시킨다. 결국 남북 경협 재개는 이번 한미정상회담 이전과 마찬가지로 전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결단과 선택에 맡겨지게 된 셈이다. 바이든의 품과 틀 안에 머무를 것인지, 여기에서 벗어나 민족과 자주의 길을 선택할 것인지.
3-2. 또한 한미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다시 한번 강조”하고 “(한미) 개정 미사일 지침 종료를 발표”하였다. 문재인 정부가 바이든 정부에 조건에 기초해 전작권을 환수하겠다고 합의해 준 것은 문재인 정부 임기 내 전작권 환수 포기를 선언한 것과 같다. 미국에 의한 한국의 군사주권 침탈을 계속 용인하겠다는 반주권적 발상이자 공공연하게 대북 선제공격을 표방하고 있는 작전계획 5015를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과 태평양 미군과 미 본토 방어를 위해 운용할 수 있도록 보장해 주는 반민족적, 반평화적, 불법적 합의다. 올 하반기 제53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에서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는 한미동맹위기관리각서 개정―미국 유사 포함―이 이뤄지면 한국군은 태평양 미군과 미 본토 방어군으로, 한국은 태평양 미군과 미 본토 방어를 위한 전진기지로 완전히 전락하게 된다.
3-3. 한미 미사일 지침 종료는 탄도미사일 주권을 회복한다는 점에서는 일단 긍정적이나 탄도미사일 사거리 연장으로 베이징과 상하이, 중국의 주요 군사기지―대부분의 중국 ICBM 기지를 포함해―를 한국군 탄도미사일 사거리 안에 두게 된다는 점에서 미중 군사적 패권에 한국군과 한국을 동원하기 위한 바이든 정부의 의중이 크게 반영되어 있는 조치다. 문재인 정부가 이를 이번 회담의 성과로 내세우는 것은 이로 인해 뻔히 예상되는 한중 군사적 대결과 한중관계의 훼손 가능성을 애써 외면하는 소아적, 편향적 시각이다.
4. 다음으로 한미 정상은 “한미 관계의 중요성은 한반도를 훨씬 넘어서는 것으로서, 우리의 공동 가치에 기초하고 있고,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우리 각자의 접근법에 기반을 두고 있다.”며 “한국의 신남방정책과 미국의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구상을 연계”하고 “쿼드 등 개방적이고, 투명하며, 포용적인 지역 다자주의의 중요성을 인식하”며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저해, 불안정 또는 위협하는 모든 행위를 반대하고, 포용적이고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지역을 유지할 것을 약속했다.”
나아가 한미 정상은 “남중국해 및 여타 지역에서 평화와 안정, 합법적이고 방해받지 않는 상업 및 항행상공비행의 자유를 포함한 국제법 존중을 유지하기로 약속하”고 특히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다원주의와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민주주의 국가로서 … 국내외에서 인권 및 법치를 증진할 의지를 공유하였다.”고 밝히고 있다.
4-1. 중국 견제와 봉쇄를 겨냥한 트럼프 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 정부보다도 더 강경하게 대중 군사적 대결 정책을 추구하고 있다.
4-2. 무엇보다도 한미 정상은 이번 공동성명에서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함으로써 미국은 한국을 양안문제에 끌어들이는 데 성공하였다. 중국이 내정문제 간섭이라며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사안에 한국 정부가 최초로 개입해 들어감으로써 한중 간 정치외교적 관계에서 한국이 넘어서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선 것이다. 한국이 대중 정치외교적 금기를 깨뜨림으로써 경제 분야와 함께 앞으로 한중관계 또는 국제관계에서 치러야 할 중국과의 대결과 중국으로부터의 보복을 어떻게 감당할 지 심히 우려된다.
4-2-1. 중국은 이미 “대만 문제는 순수한 중국 내정으로 어떤 외부 세력의 간섭도 용납할 수 없다.”며 “관련 국가들은 대만 문제에서 언행을 신중해야 하며 불장난을 하지 말아야 한다.”며 강한 반발과 경고를 보냈다. 이에 외교부 최종건 차관은 “한미정상회담이 배출한 문건 중에 최초로 양안문제가 들어선 것은 사실”이지만 “중국을 적시하지 않았고, 그리고 이것이 결국은 그 지역의 평화와 안정이 중요하다는 일반론적인 문장”이라며 파장 줄이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는 “중국이란 명시적 말은 없지만 중국을 겨냥해서 하는 것임을 우리는 모르는 것은 아니다.”라며 최차관의 주장을 일축했다.
4-2-2. 한국의 대만문제 개입은 노무현 정부로 거슬러 올라간다. 노무현 정부는 2006년 1월 19일, 이른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행사를 허용하였다. 주한미군이 한반도 역외 분쟁에 개입할 수 있는 길을 터 준 것이다. 다만 “미국은 한국이 한국민의 의지와 관계없이 동북아 지역분쟁에 개입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한국의 입장을 존중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법적으로 ‘존중한다’라는 용어는 아무런 규정력을 갖지 않지만 한국이 동북아 지역분쟁, 곧 대만문제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의사만큼은 분명히 밝힌 것이다. 그러나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문재인 정부는 이 단서마저 무력화하고 대만문제에 대한 정치외교적 개입의 물꼬를 텄으며, 양안 분쟁 시 미국의 압력 등 상황에 따라 한국군이 개입할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올 하반기에 개최될 제53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SCM)에서 채택될 것으로 예상되는 한미동맹위기관리각서가 개정―미국 유사 포함―되면 그 가능성은 한층 커진다. 주한미군이 양안분쟁에 개입하는 것은 그 적용범위를 한반도로 엄격히 한정한 한미상호방위조약과 제3국에 대한 침략기지 제공을 침략으로 규정한 ‘침략의 정의’에 관한 유엔총회 결의 등에 위배된다.
4-3. 다음으로 한미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한국의 신남방정책과 미국의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구상을 연계”시키고 “쿼드 등 개방적이고, 투명하며, 포용적인 지역 다자주의의 중요성을 인식”한다는 데 합의함으로써 트럼프 정부에 이어 한국을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끌어들이기 위한 일환으로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의 복속과 한국의 콰드 참여를 강요하고 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은 인도·아세안 국가들을 상대로 외교적, 경제적 다변화를 꾀하고 포용적인 다자 공동체 수립을 핵심 비전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에 신남방정책은 군사동맹에 토대해 경제, 정보, 기술 분야에서까지 배타적 대결을 추구하는 인도·태평양 전략 및 비록 느슨한 구조라지만, 지역 집단방위체를 지향하는 콰드와는 성격을 달리하며 결코 양립할 수 없다. 따라서 한국이 인도·태평양 전략과 이를 수행하기 위한 지역 안보체인 콰드에 가담하면 중국과의 군사적, 경제적 대결을 불러와 신남방정책은 설자리를 잃게 된다.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콰드 참여로 주한미군 사드 배치 이후 미국이 한국에 강요해 온 미중 간 양자택일 요구는 한국이 미국 편에 가담하는 것으로 일단락된다.
4-4. 다음으로 한미 정상은 이번 공동성명에서 “남중국해 및 여타 지역에서 평화와 안정, 합법적이고 방해받지 않는 상업 및 항행상공비행의 자유를 포함한 국제법 존중을 유지하기로 약속”함으로써 미국은 남중국해를 둘러싼 미중 대결 속으로 한국을 끌어들였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각국이 국제법에 따라 남중국해에서 항행과 비행의 자유를 누리고 있으므로 문제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한미 정상의 주장을 일축하였다.
4-4-1. 남중국해 문제는 본질적으로 인접국 간 영토, 영해 문제이지 항행이나 비행 자유의 문제가 아니다. 인접국이 아닌 미국은 애초부터 남중국해 영토 분쟁의 당사자가 아니며 유엔 해양법 협약도 비준하지 않아 남중국해 분쟁에 개입할 자격이 없다.
중국이 실효 지배하고 있는 스프래틀리 군도 등 남중국해 암도 또는 간출지에 인공섬을 조성하는 것은 유엔 해양법 협약 상 합법이다. 스프래틀리 군도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는 대만, 베트남, 필리핀 등도 중국에 앞서 이미 오래전부터 실효 지배하고 있는 수역에서 섬을 확장하거나 인공섬을 조성한 바 있다. 따라서 남중국해 분쟁은 중국 등 4개국이 이 수역을 실효 지배하고 있는 현실과 유엔 해양법 협약 등 국제법에 토대해 분쟁을 당사국들이 외교적, 평화적으로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도 한국이 미국의 요구를 쫓아 남중국해에 함정까지 파견하게 되면 양안문제 개입 의사 표명과 함께 한국은 중국과 적대관계를 피할 수 없게 되며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바라는 국제사회로부터 비난과 고립만 자초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남중국해 섬에 대한 중국과 관련국들의 군사화는 마땅히 지양되어야 한다.
4-5. 또한 한미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다원주의와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민주주의 국가로서 … 국내외에서 인권 및 법치를 증진할 의지를 공유하였다.”며 중국 인권문제를 제기하였다. 중국 인권문제는 주로 신장 위구르족에 대한 중국 정부의 통치 방식을 둘러싸고 미국 등 서방국가들이 제기해 온 사안으로 대만문제와 함께 중국이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사안이다. 그런데 한국이 중국의 인권문제에까지 개입해 들어감으로써 대만문제에 이어 중국의 반발을 자초하고 갈등과 대립을 키우고 있다.
4-6. 로버트 매닝 미 애틀랜틱 카운슬 선임연구원은 “한미공동성명은 지정학적으로 한국이 콰드 협력 쪽으로 기울어 가고 있음을 보여 준다.”며 “미사일 지침 폐지 합의와 대만 해협 명시는 미국이 한국, 일본과 협력을 강화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를 명확히 보여준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미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도 한국 정상이 대만 해협을 직접 언급한 것과 관련해 “(중국이) 사드 배치에 대응해 취했던 정치·경제 보복을 재개할 가능성이 있다.”며 “중국이 가혹한 보복과 대응을 한다면 한국은 콰드에 더 적극 참여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하고 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이번 한미정상회담 결과 한국이 중국을 멀리하고 미국 쪽으로 다가서는 전환점으로 보고 있으며, 중국이 한국에 가할 보복을 은근히 기대하며 한국의 콰드 가입과 미국 쪽 가담을 기정사실로 여기고 있다.
5. 다음으로 한미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Open-RAN 기술을 활용하여 개방적이고 투명하고 효율적이며 개방된 5G, 6G 네트워크 구조 개발”과 “반도체, 친환경 EV 배터리, 전략 핵심 원료, 의약품 등과 같은 우선순위 부문을 포함해 우리의 공급망 내 회복력 향상”, “한미 글로벌 백신 파트너십 구축”, “원전사업 공동 참여를 포함한 해외 원전시장” 진출 및 “한국의 아르테미스 약정(Artemis Accords) 서명” 등의 분야에서 협력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이러한 한미 합의가 이행된다면 한미동맹은 대중국 견제와 봉쇄를 위한 군사동맹으로서만이 아니라 한국경제의 중심 부문이 미국 경제에 편입되어 그 취약성을 떠받쳐 주는 경제동맹으로서의 성격도 띠게 된다.
5-1. 이를 위해 삼성, 현대, SK, LG 등이 미국의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의 분야에 44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국제사회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 한국의 반도체와 배터리 사업의 미국 내 투자를 통해 미국 일자리를 창출과 중국의 반도체 굴기와 전기차 사업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의도를 충실히 따르는 것이다.
5-1-1. 그러나 정부 발표대로 반도체, 배터리 사업의 미국 내 투자가 국내 및 중국 투자보다 투자기업과 국내 경제에 더 도움이 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우선 국내 일자리 창출의 기회가 상실되고 국내 관련 산업 기반이 취약해진다는 사실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 반도체의 경우 삼성의 협력회사만 200곳이 넘고 이들의 매출액은 58조 원(삼성전자 매출액 제외)에 이르며 고용 노동자만 28.3만 명이다(삼성전자 11만 명 제외). 미국 투자로 협력회사(중소기업)는 그만큼 성장의 기회를 잃게 되고 반도체 산업의 저조한 국산화율을 끌어올리는 국민경제적 과제도 그만큼 진전이 더디어지게 될 것이다.
5-2. 또한 한미 정상이 “이동통신 보안과 공급업체 다양성이 중요함을 인식하고Open-RAN 기술을 활용하여 개방적이고 투명하고 효율적이며 개방된 5G, 6G 네트워크 구조를 개발”하기로 한 합의도 무선통신 분야에서의 한국의 선진 기술을 이용해 낙후된 미국의 통신장비 회생과 네트워크의 선진화를 꾀하고 세계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화웨이 등 중국 통신업체를 견제, 축출하고 그 자리를 꿰차겠다는 미국의 의도에 복무하는 것이다.
5-3. 또한 한미 정상이 “해외 투자에 대한 면밀한 심사와 핵심기술 수출통제 관련 협력의 중요성에 동의”한 것도 반도체, 배터리 통신 분야 등에서 한국의 대중국 투자와 핵심기술의 대중국 수출을 통제하겠다는 것으로 한미가 손잡고 중국의 반도체, 배터리, 통신기술을 견제하겠다는 것이다. 한미정상회담 직전에 있었던 바이든-스가 미일 정상회담 공동성명에는 관련 내용이 없다. 따라서 한국에 대해서만 통제가 이루어지는 유례없는 대미 종속적 규제다.
5-4. 그러나 한국 기업들이 중국을 견제하고자 하는 미국과 손잡고 투자 중심을 미국으로 돌리게 되면 미국의 몇 배가 되는 시장 규모를 갖는 대중국 반도체, 배터리, 통신 사업 투자가 위축되는 것을 피할 수 없고 중국 정부의 경제 보복에 따른 손실도 가늠하기 어렵다. 한국이 미국의 대중국 경제, 통신기술 패권을 담보해 주기 위해 미국과 경제동맹을 맺는 것은 몇몇 기업의 개별적 차원의 투자를 뛰어넘어 국가경제 운영 전반을 좌우하는 전략적이고 사활적인 문제로 되어 중국 정부의 중, 장기적인 경제 보복을 초래하고 이로부터 한국경제의 핵심 및 미래산업이 활로를 찾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아울러 한국경제의 미국 경제 하의 수직적 계열화는 한국경제가 미국 경제에 복무하는 선에서만 그 활로가 보장되고 그렇지 않을 때는 언제라도 토사구팽되는 대미 종속성을 탈피하지 못할 것이다. 삼성이 20조 원에 달하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비메모리) 수요 보장, 세제 혜택, 투자 지역 등에 고심하고 있는 것도 대미 투자가 갖는 낙관불허의 위험성을 잘 말해주고 있다.
5-5. 한미가 공동으로 해외 원전시장을 개척하기로 한 것은 원전사업에서, 한국이 미국 주도의 ‘아르테미스 약정’에 서명하기로 한 것은 우주개발사업에서 미국 쪽에 줄을 서겠다는 것으로, 한국경제의 거의 모든 부문이 대미 경제적 종속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원전시장의 한미 공동 진출은 원전사업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정책 포기와 국내외 원전 마피아에 대한 굴종을 의미한다. ‘아르테미스 약정’ 가입은 우주개발사업에서도 기존의 러시아보다는 미국과 손잡겠다는 것이다.
6.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미국의 한국에 대한 백신 지원과 관련해서도 말의 성찬으로 끝났다. 한국군 55만 명에 대한 지원이 고작 전부다. 그것도 주한미군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불쾌한 단서를 달아서. 이는 대규모 한미연합연습 재개를 위한 사전 정지 작업으로서의 성격도 가진다. 공동성명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핵심 의료물자를 다급히 필요로 했던 당시에 한국이 이를 기부한 것에 대해 사의를 표하였다.”고 감사를 표했으나 역시 말로 끝났다. 한미 간 백신 스와프 등 한국의 매우 낮은 백신 접종률을 당장 끌어올릴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은 없었던 것이다.
6-1. 삼성바이오로직스 모더나 백신 위탁생산, SK바이오사이언스-노바백스, 국립연구원-모더나 MOU 체결 등 한미 백신 파트너십은 한국의 백신 접종률이 50%를 넘어설 올 하반기 이후에나 그 결과가 나올 예정이어서 코로나 극복에 큰 실효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미중이 가장 인륜적으로 제공되어야 할 백신마저 패권 확장에 이용하고 있는 현실에서 중국 백신을 제외하고 주로 서방 백신을 위탁 생산하거나 기술을 도입하고 있는 한국이 서방 백신 생산의 허브로 됨으로써 이 분야 또한 미국에 줄을 서고 미국과 서방세계의 백신 패권 확장에 복무하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렇듯 이번 한미정상회담 결과는 한국군 작전통제권과 규모, 통일정책, 대일구매 등 경제체제 전반을 미국의 입맛에 맞게 규정하고 한국 국가사회를 총체적으로 대미 종속체제로 전락시킨 한미합의의사록(1954.11.18. 발효) 이래로 그에 버금가게 한국의 안보와 경제, 통신 등을 전면적으로 미국에 줄을 세운 또 하나의 대미 종속적인 합의-조약이 아니어서 그 규정력은 상대적으로 낮지만-라고 할 수 있다. 이로써 한미동맹은 한반도 평화와 번영, 통일에 더욱 큰 걸림돌로 되어 가고 있다. 이러한 퇴행적 한미정상회담 결과는 친미 DNA가 넘쳐나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적으로 그 책임이 있으며, 그는 이번 한미정상회담 결과로 “지도자로서, 협상가로서 약했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평가를 사실로 입증해 주었다. 그러니 이제 귀태정권이라는 규정 이외에 달리 어떤 말로 문재인 정권을 정의할 수 있을까?
한미동맹이 민족과 국가 발전의 질곡으로 된 지 이미 오래인 작금의 상황에서 이 질곡으로부터 민족과 국가를 구해낼 수 있는 사회세력과 이를 대변할 수 있는 정당을 세우고 집권하는 것은 정녕코 일제 식민지로부터 해방되기를 기대하고 싸웠던 것보다도 어려운 일일까? 이번 한미정상회담의 결과가 미국의 이익이 아닌 국가와 민족의 이익에 맞게 이 시대를 살아가고자 하는 이들에게 묻는다.
2021년 5월 27일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상임대표 : 문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