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한문] 남북철도 잇기 한반도 평화 대행진 35일째를 맞아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국토교통부에 드리는 글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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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철도 잇기 한반도 평화 대행진 35일째를 맞아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국토교통부에 드리는 글
우리는 전국의 114개 평화단체들이 뜻을 모아 꾸린 ‘남북철도 잇기 한반도 평화 대행진’ 추진위원회입니다.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이 채택된 4월 27일에 부산역을 출발해 창원, 대구를 거쳐 행진 35일째를 맞는 오늘 정부세종청사 앞에 이르렀습니다. 우리는 지금까지의 행진을 통해서도 지역과 입장의 차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국민 마음속 저변에 살아 숨 쉬는 남북철도 잇기 염원을 생생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이런 국민적 지지와 성원에 힘입어 국토교통부에 다음과 같은 우리의 생각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3년 전, 남북 정상이 판문점과 평양에서 두 손 맞잡아 추켜올리며 온 겨레 앞에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의 새 시대를 선언했던 그때의 감격을 우리는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바로 이 선언의 한가운데에 끊어진 민족의 혈맥, 남북철도를 하나로 잇자는 민족의 염원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연결된 남북철도를 타고 유라시아를 향해 비상하자는 민족의 이상이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80년 가까운 민족분단과 남북철도의 단절 속에서도 우리가 단 한 순간도 포기한 적이 없는 민족 웅비의 꿈이 담겨있습니다.
그러나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 평화와 번영, 통일의 새 시대는 대결과 분단의 구시대에 막혀 단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제재와 간섭에 막혀 남북철도 잇기는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습니다. 기회는 쉽사리 찾아오지 않습니다. 남북 분단과 대결 속에서 다시 한 세대를 살아갈 수는 없습니다. 남북철도의 단절이 한 세기를 넘어서는 것을 바라만 보고 있을 수 없습니다. 지금 당장 남북철도를 이어 남북의 철마가 그 위를 힘차게 달리도록 해야 합니다. 이 철마가 한반도 평화와 번영, 통일의 시대를 선도하도록 해야 합니다.
다행히도 5·22 한미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남북대화와 협력에 지지를 표명했습니다. 남북경협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운신에 숨통이 트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는 더 이상 좌고우면하지 말고 남북철도 잇기에 즉각 나서야 합니다. 노무현 정부가 임기를 불과 4개월 남겨 놓고 10·4 선언에 합의한 탓에 10·4 선언이 이행되지 못했던 것처럼 임기가 불과 9개월밖에 남지 않은 문재인 정부가 지금 움직이지 않는다면 언제 기회가 다시 찾아올지 알 수 없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선제적으로 남북경협에 나섬으로써 바이든 정부의 남북협력에 대한 지지 표명이 남북철도 잇기로 이어지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정세의 고비길에서 남북철도 잇기의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의 역할이 막중합니다. 한반도 평화와 번영, 통일의 시대를 구현하는 데서 남북철도 연결이 갖는 의미를 그 누구보다도 잘 헤아리고 있을 국토교통부가 청와대와 국민들을 상대로 남북철도 연결의 민족적, 경제적 가치를 설파함으로써 문재인 정부가 국민적 지지 속에서 주저 없이 남북철도 연결에 나서도록 부처의 본분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국토교통부가 진정으로 국가와 민족을 위해 일한다면 청와대의 하명만 기다리지 말고 청와대가 미국의 눈치 보지 않고 국가와 민족의 입장에서 남북철도 잇기에 나설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국토교통부는 제4차 철도산업 발전 기본계획(2021~2025)에 남북철도 및 대륙철도의 조속한 연결 방안을 구체화함으로써 김대중, 노무현 정부 이래로 간헐적으로 이어져 온 남북철도 연결이 이른 시일 내에 재현되고 또한 지속될 수 있도록 관련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남북철도가 연결되고 베이징과 유라시아, 유럽으로 달려간다면 한반도 통합 철도망은 8,000만 겨레의 힘줄과 핏줄이 되고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 한반도 통일의 생명줄, 젖줄이 될 것입니다. 이로써 남북 정상이 민족 앞에서 엄숙히 선언한 지난 70년간의 남북 적대 관계를 완전히 청산하고, 우리 민족이 함께 손잡고 살아가는 역동의 통일 조국이 활짝 열리게 될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국토교통부가 당면한 남북철도 잇기 사업부터 시작해 남북의 철마가 마침내 유라시아로 달려 나가는 그날까지 응분의 역할을 다해 나갈 것을 촉구합니다.
2021년 6월 5일
남북철도 잇기 한반도 평화 대행진 추진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