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의문] 2021년도 남북철도잇기 대행진을 마치며!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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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도 남북철도잇기 대행진을 마치며!
참으로 긍지요 자부심이었습니다. 지난 4월 27일, 역사적인 판문점선언 발표 3주년을 맞아 민족의 혈맥을 하나로 잇자는 시대적 소명을 안고 부산역을 출발해 이곳 임진각을 향해 첫발을 내디뎠을 때 우리 모두의 가슴은 국민 한 분, 한 분의 마음속에 평화·번영·통일의 노반을 깔겠다는 일념으로 뜨겁게 벅차올랐습니다.
자발적으로 참여해 행진 선두에 섰던 초등학교 어린이들부터 90대 노구에도 가족과 함께 행진에 참여하신 실향민에 이르기까지 행진단은 엄지척을 들어 환영해 주신 수많은 지역 시민들과 교감하며 더없이 큰 보람과 감동을 나누었습니다.
“그동안 여러 행진에 참여해 보았지만 이번 행진처럼 시민들과 호흡을 같이하며 즐겁게 행진하기는 처음”이라며 야근으로 졸린 눈 비벼가며 조형물을 밀었던 한 철도노동자의 짧은 소감 한마디를 통해 남북철도잇기 염원이 행진단을 넘어 이미 국민들 마음속에 깊이 자리하고 있음을 여실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오늘 우리 행진단을 맞는 임진각은 그저 쌀쌀하기만 합니다. 저무는 늦가을 날씨 때문만은 아닐 것이며, 코로나로 행진이 중단되었었기 때문만도 아닐 것입니다. 남북철도잇기의 물꼬가 터지길 그토록 간절히 바랐던 우리의 소망과는 달리 6·15, 7·27, 8·15, 9·19, 10·4 등 그 많던 계기 다 흘려보내고 임기가 끝나 가는 이 시점까지 미국의 대북제재를 돌파하려는 의지도, 남북철도를 이어 보려는 노력도 문재인 정권에서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일 것입니다.
물론 그 주된 책임은 미국에 있습니다. 2차 세계대전 종전과 함께 이 땅에 들어온 미국이 한반도 지배를 위해 한 첫 번째 일이란 바로 한반도와 남북철도를 남북으로 두 동강 내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남북 분단과 남북철도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운명공동체로, 남북철도잇기는 75년 넘게 유지되어 온 미국의 지배와 간섭에서 벗어나 비정상적인 남북관계를 정상화하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통일로 가는 시작점이 아닐 수 없습니다. 미국과 주한미군이 건건이 남북철도잇기를 가로막고 나선 것도 북으로 반출되는 철도 물자가 전용되는 것을 우려했다기보다는 미국의 지배와 간섭, 남북 대결과 분단이 무너져 가는 상징으로 비치는 것을 더 우려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대행진 중에 그토록 목청껏 외쳤습니다. 미국의 호의에 기대서는 결코 남북철도를 이을 수 없다고.
지금이야말로 관건은 문재인 정권의 주동적 조치입니다. 남북철도잇기는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재개와 함께 지금이라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비록 유엔 안보리와 미국의 제재가 서슬 푸르게 살아있지만 최근 중국과 러시아가 2019년에 이어 재차 대북제재 완화 결의안을 제출한 데서 보듯이 남북철도잇기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가 엄연한 사실일진대 남북이 철도를 연결해 사이좋게 지내고 좀 더 잘살아 보자는데, 세계경제발전에도 기여해 보자는데 대북제재를 어겼다고 해서 미국과 유럽이 보복한들 그 폐해가 하나가 된 남북경제가 극복할 수 없을 정도일 것이며, 남북경제를 하나로 잇고 유라시아경제를 연결하는 데서 오는 편익보다 더 크겠습니까? 설령 그 피해가 작지 않다고 해도 민족이 하나가 되고, 평화와 번영, 통일을 구가한다면 미국과 일본, 유럽의 보복은 무색해질 것이며, 그들도 보복에만 매달리지 않고 다투어 남북경제에 편승하려고 할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얼마든지 밖에서 잃은 것을 안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이에 우리는 문재인 정권이 더 이상 주저하지 말고 남북경제협력 재개, 남북철도잇기의 결단을 내릴 것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최근 문재인 정권은 종전선언 채택에 힘을 들이고 있습니다. 분명 종전선언은 미국의 지배를 약화시키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시작점으로서 그 정치·군사적 상징성이 작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법적·제도적 구속력이 없어 한반도의 현상변경을 가져오지 못하는 한계 또한 명백합니다. 더구나 종전선언 채택을 빌미로 철도잇기 등 남북경제협력이 후순위로 밀린다면 종전선언 채택의 의미는 크게 퇴색할 것입니다. 남북경제협력은 종전선언과는 달리 남북이 주동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사안이자 종전선언 채택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양자 동시 추진은 상호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이에 남북철도잇기는 문재인 정권이 단 한 순간도 뒷전으로 미뤄 놓을 수 없는 항상적 과제입니다.
오늘 우리는 이 자리에서 대행진을 마감하지만 이후에도 대중 속에서 일상적인 행진을 계속해 나갈 것입니다. 문재인 정권이 끝내 포기한다면 다음 정권이 철도잇기에 나서도록 계속 촉구할 것입니다. 오늘 이곳 철도 중단점에 설치하는 조형물은 2021년도 남북철도잇기 대행진 마감을 기념하는 것이자 이후 대중 속 일상 행진을 시작하기 위해 우리의 의지를 모으는 상징물로서의 의미도 함께 지니고 있습니다. 5,000여 명의 대행진 참가자들의 땀과 노고와 의지를 되새기며 이후에도 중단 없는 남북철도잇기 행진을 벌여 나가겠습니다.
그리하여 언젠가 이 조형물을 끌고 북녘땅으로 가 그곳 동포들에게 북미, 남북관계가 교착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때 우리가 남북철도를 잇기 위해 남녘 동포들과 함께 이렇게 노력했노라고 자랑삼아 이야기할 수 있기를 바라며, 그날을 앞당기기 위해 쉼 없이 달려나가겠습니다.
2021년 11월 19일
남북철도잇기 한반도 평화대행진 추진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