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폭국제민중법정 2차 국제토론회] 심진태 지부장과 이기열 감사, 이태재 후손회 회장 인사말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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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폭국제민중법정 제2차 국제토론회] 심진태 한국원폭피해자협회 합천지부장 인사말
작년 6월 한국의 히로시마로 불리는 경상남도 합천에서 원폭국제민중법정 준비를 위한 1차 국제토론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올해도 평통사를 비롯한 많은 분들의 노고로 한국 피폭자들의 고통이 시작된 이곳 히로시마에서 2차 국제토론회를 열게 되니 감격스럽습니다. 일본 히로시마까지 함께해 주신 여러 국내외 내빈 분들께 먼저 인사드립니다.
저는 한국원폭피해자협회 합천지부장 심진태입니다. 저는 일본 히로시마 에바마치 251번지에서 1943년 1월 9일에 출생하였습니다. 히로시마는 일제강점기 일본의 수탈 작전으로 저의 부모님이 강제징용되어 온 곳입니다. 저의 어머니는 강제동원으로 군수품 공장에서 일하셨습니다. 부모님과 저는 1945년 8월 6일 8시 15분에 미국에 의해 투하된 원자폭탄에 피폭당했습니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아 할아버지가 계시는 한국으로 돌아온 저는 어린 시절을 초근목피로 연명하며 지냈습니다.
2001년부터 현재까지 한국원폭피해자협회 합천지부장 일을 해오면서 회원들의 아픔과 고통을 자세히 알게 되었고, 특히 원폭피해자들이 겪어온 피폭 후유증으로 인한 삶의 고통을 20여 년 넘게 지켜보았습니다. 전범국인 일본에 강제징용되어 끌려간 한국인(민간인)들이 왜 폭사를 당하고, 원인 모를 병마에 시달리다 죽어가야 하는지 원폭을 투하한 미국 정부에 묻고 싶습니다. 그러나 원폭이 투하된 지 79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미국 정부와 일본 정부는 원폭 투하에 대한 어떠한 해명도 없습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전쟁으로 인해 아무런 죄가 없는 민간인이 죽거나 다쳐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전쟁의 참혹함을 오롯이 견뎌내고 참아야 하는 현실을 살아오면서 나와 한국원폭피해자 후손들 가슴에 쌓인 한은 말할 수 없이 깊습니다. 한국 정부 역시, 원폭으로 폭사당하고, 너무나도 큰 아픔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 한국원폭피해자들과 그 후손들을 돌보지 않고 냉대해 왔으며, 최소한의 도의적 책임을 다하고 있지 않은 것이 지금의 현실입니다. 우리에게 국가가 무엇인지 묻고 싶을 따름입니다.
저에게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가 없다’는 사실은 평생을 살면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하며, 지금이라도 가해자의 책임을 명확히 하고 피해자들의 한을 풀고자 이번 국제원폭민중법정에 원고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원폭의 후유증을 아는 사람으로서, 이 세상에 핵무기가 존재하는 한 평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한국원폭피해자들은 핵무기를 고철로 만들 때까지 핵무기 조제 및 사용에 반대할 것이며, 피해자에 대한 사죄와 배상을 끝까지 요구하고 싶습니다.
우리 한국원폭피해자 1세들은 모두 고령으로 이제 여생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들입니다. 아직 해결되지 못한 원폭피해자 1세와 그 후손들의 권익을 위해, 그리고 핵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서 이제는 한국원폭피해자 2세, 3세와 함께해야 합니다. 저도 이제 내일 모레면 90살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오늘 참석하신 여러분과 함께 ‘핵 없는 평화로운 세상’ 만드는 데 남은 여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끝으로 일제의 강제동원과 미국의 핵무기 투하로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일본 구천을 떠돌고 있을 수많은 한국인 원폭피해자 영령들을 조금이나마 위로할 수 있도록 오늘 이 자리를 마련한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대표님과 모든 회원님들, 평화를 염원하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항상 건강하시고 가정에 행운이 충만하시기를 기원드리면서 인사를 가름합니다.
[원폭국제민중법정 제2차 국제토론회] 이기열 한국원폭피해자협회 감사 인사말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원폭피해자 1세이자 한국원폭피해자협회 감사 이기열입니다. 일제강점기 우리나라가 일본 제국주의에 의해 민족 사회 경제적 수탈의 36년간의 고난 속의 삶이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가슴속 깊이 통한의 응어리가 남아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부모님 고향은 경남 합천의 농촌 마을로 일제의 강제 수탈과 악선전으로 일본으로 동원되어 일본 히로시마 고이마치에서 철도 보수 공사 및 여러 공사 현장에서 노무자로 혹사당하셨습니다. 저는 1945년 3월 25일 고이마치에서 태어났습니다. 당시 제 위로는 누님 두 분, 형님 두 분으로 일곱 식구였습니다.
1945년 8월 6일, 아침식사 후 아버지와 큰누님이 출근하시고(큰누님은 요시자마 군용 정미소에서 근무) 얼마 지나지 않아 온 천지를 뒤덮을 듯한 굉음과 폭풍에 모두 혼비 백산하여 이웃들과 가까운 옆 소학교로 피신을 했습니다. 가까운 고이산으로 몸을 숨겼다가 그곳에서 밤을 꼬박 지샌 후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집은 이미 반파되어 있었고 더 이상 그곳의 생활이 어려워 모두들 고향으로 돌아올 배편을 알아봤습니다. 몇 개월 후 겨우 밀항선 배편을 구해 센자키 항에서 한국으로 돌아왔으나 한국 정부의 냉대와 방치로 부모님은 온갖 병마로 고생하시다가 생을 마감하셨습니다.
저 역시 온갖 질병에 시달려야 했고 그중에서도 밤에 잠자리에 들기가 두려울 정도로 자리에 눕기만 하면 콧속이 쓰리고 아파서 항상 이불을 뒤집어쓰고 자야만 했고, 지금은 마스크를 하고 자는 형편입니다. 온몸에 수술도 6~7번을 했고, 지금도 온몸의 피부병과 위장장애, 백내장, 수술 후유증 등으로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미국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폭 투하로 많은 민간인을 무차별적으로 살상하고도 79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사과 한마디가 없습니다. 미국을 향해 법적 소송도 해보고 싶었으나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라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평통사와 인연이 되어 함께 다가오는 2026년 뉴욕 NPT 등에 계기해 온 세계인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원폭국제민중법정으로 미국의 핵투하를 심판하기로 하였습니다.
미국이 핵무기 사용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사죄한다면 앞으로 세계 어느 나라도 감히 핵무기 사용을 못할 것이며, 현재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가 고철로 변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2026년 뉴욕에서 개최할 원폭국제민중법정을 위해 바쁘신 일정 속에 수고하고 계시는 평통사 대표님을 비롯해 관계자 여러분께 먼저 감사를 드립니다. 각자의 법률가 분들과 법학 교수님, 여러분의 조언과 협조로 성공적인 민중법정을 통해 미국이 진정으로 사죄한다면 전 세계가 핵 없는 세상, 전쟁 없는 세상으로 변하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핵무기가 인류를 끝낼 것인가, 아니면 인류가 핵무기를 끝낼 것인가. 미국의 짐 맥거번 하원의원의 절규를 다시 되새겨 봅니다. 감사합니다.
[원폭국제민중법정 제2차 국제토론회] 이태재 한국원폭피해자 후손회 회장 인사말
안녕하세요. 한국원폭피해자 후손회 회장으로서 핵과 전쟁의 피해자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세계평화 운동에 힘껏 노력하고 있으며, 한국원폭피해자에 대한 인권을 호소하고 있는 이태재입니다.
1945년 일본에 투하된 원자폭탄의 피해자(77만여 명) 중 10% 이상이 한국인(10만 명)이라는 사실을 일본 정부는 아직도 은폐하고 있고, 한국인 원폭 피해자의 수를 축소하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많은 재해로 발생하는 피해자들이 있습니다만, 일반적인 재해의 피해자는 당사자로 끝나지만, 원폭피해자의 경우에는 대를 이어 3중고의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의 아버지(고 이강녕)는 1927년에 일본 고쿠라에서 태어났습니다. 할아버지께서 1919년 3·1 독립만세 운동에 가담하시어 옥고를 치르시고, 당시 보안법 위반으로 일본 군경의 감시·감독 때문에 국내 생활이 힘들어 결혼 후 도일하시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고쿠라 인근 토바다에서 고등경리학교를 졸업하시자마자 나가사키 미쓰비시 공장에 강제징용되시어 그곳에서 원폭 피해를 당하셨습니다.
해방을 맞아 귀국하신 후 또다시 한국전쟁에 참전하시어 핵과 전쟁의 참상을 겪었습니다. 그 후 “원폭피해자는 어디에 있어도 원폭피해자이다.”라고 외치며, 2001년 일본 정부를 대상으로 한 소송을 시작으로, 2006년 6월 13일 최고재판소에서 승소하신 후 한 달도 지나지 않은 그해 7월 11일 운명을 달리하셨습니다.
저는 일본 정부가 평화헌법(9조)을 폐기하고,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 파병까지 가능한 나라로 만들고 있는 것을 우려하며, 역사의 수레바퀴는 돌고 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과거의 역사에 대하여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면 또다시 아픈 과거의 역사는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일본이 과거사에 대한 정확한 역사 인식을 하고, 원자폭탄을 투하한 미국에 그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한국원폭피해자 후손회는 한국원폭피해자 자녀들의 모임입니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으로 고통받고 있는 1세 원폭피해자와 그 후유증으로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2·3세의 건강 문제와 복지 향상 그리고 인권을 보호하고자 합니다. 특히 다시는 “이 세상에 핵과 전쟁의 희생자나 피해자가 없기를” 바라며, 평화롭고 자유로운 세상을 실현하기 위하여 세계에 관심을 호소합니다.
한국원폭피해자와 그 후손들에 대한 깊은 이해와 관심 속에서 이 세상의 비핵 평화를 바라는 우리들의 간절한 바람이 이루어지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