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북·러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조약’ 체결에 즈음한 평통사 논평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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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러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조약’ 체결에 즈음한 평통사 논평
1. 북한과 러시아가 6월 19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조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북러관계가 시대착오적인 군사적 동맹관계로 복원되고 한반도와 동북아가 한층 더 핵대결과 핵전쟁 위기를 맞게 된 데 대해 크게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2. 북·러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조약’은 4조에서 외부로부터의 무력침공 시 양국 간 군사적 원조 제공의 법적 의무와 권리를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조약’ 체결로 북러관계가 북·러 ‘우호, 협조 및 호상 원조 조약’ 폐기(1996) 이래로 거의 30년 만에 다시 군사적 동맹관계로 전환된 것이다.
3. 그러나 북·러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조약’이 이른바 ‘자동개입’을 명문화하고 있다는 다수 언론의 주장은 잘못되었다. 북대서양조약(나토, 1949), 한미상호방위조약(1954), 미일안보조약(1960)을 비롯해 미국이 맺고 있는 모든 방위(군사동맹)조약은 동맹국이 무력침공을 받았을 때 미국이 자국의 헌법적 규정과 절차에 따라 군사 개입을 할 수 있도록 명문화함으로써 자동개입을 배척하고 있다. 북·러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조약’도 북한과 러시아의 “법에 준하여” 군사적 원조를 제공하도록 명문화함으로써 “지체없이”라는 동 조약상의 표현에도 불구하고 자동개입을 배척하고 있다. 이 점에서 이번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조약’은 자동개입을 규정한 북·러 ‘우호, 협조 및 호상 원조 조약’(1조)과 차이가 있다.
4. 한편 북·러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조약’은 북·러/북·중 ‘우호, 협조 및 호상 원조 조약’과 달리 한반도 통일 사안을 배제하고 있다. 북·러/북·중 ‘우호, 협조 및 호상 원조 조약’은 각각 5조와 6조에서 “조선의 통일이 평화적이며 민주주의적인 기초 우에서 실현되여야 하며, 그리고 이와 같은 해결이 조선 인민의 민족적 리익과 극동에서의 평화 유지에 부합된다고 인정한다.”고 천명하고 있다. 이 두 조약에 따르자면 북한은 이번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조약’에서 “조선 인민의 민족적 이익”을 배제한 셈이다.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 선언(2023.8.18.)도 “자유롭고 평화로운 통일 한반도를 지지한다.”고 밝힘으로써 통일이 민족적 이익임을 인정하고 있으나 남북한 간 무력충돌을 피할 수 없는 자유민주주의로의 흡수통일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민족의 이익에 반한다.
5. 시진핑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2023년 3월 21일 모스크바 정상회담에서 ‘새시대 전면적 전략 협력 동반자 관계 심화에 관한 공동성명’을 채택하고 “냉전적 사고방식과 진영 대결에 반대하고 특정 국가를 겨냥한 소규모 동맹의 설립에 반대”(5항)한다고 밝혔다. 또한 2024년 5월 16일 양 정상 간 북경 정상회담에서 푸틴은 “폐쇄적인 군사·정치 동맹이 설 자리가 없는, 신뢰할 수 있고 적절한 아·태 지역의 안보 구조를 창설해야 한다.”며 “동맹 구축은 매우 해롭고 비생산적”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북·러 동맹 복원으로 푸틴 대통령은 불과 한 달 전의 자신의 주장을 뒤집은 것이다. 시진핑 주석도 냉전적 대결과 동맹을 반대하는 자신의 주장을 견지하자면 마땅히 발효 중인 북·중 ‘우호, 협조 및 호상 원조 조약’을 폐기해야 한다. 선구축되어 북·러, 북·중 ‘우호, 협조 및 호상 원조 조약' 체결의 구실을 제공하고 한반도 대결을 주도해 온 한미상호방위조약의 폐기는 동시적 과제다.
6. 북·러관계의 군사적 동맹관계로의 복원은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의 강화 및 한미일 관계의 준군사동맹화와 미국이 남한과 일본에 줄곧 제공해 온 대북 (확장) 억제 강화에 대한 맞불적 성격이 강하다.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 선언은 “지역적 도전, 도발, 그리고 위협에 대한 우리의 대응을 조율하기 위해 서로 신속하게 협의”하고 한미일 3국 간 군사 “훈련을 연 단위로, 훈련 명칭을 부여하여, 다영역에서 정례 실시”하기로 하는 등 한일 군사협력을 준군사동맹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미국의 (확장) 억제를 획기적으로 강화하기로 했다. 향후 북·러 간 연합군사연습이 실시되어 한미일 연합연습 및 이미 한반도와 동북아에 진출한 영국, 프랑스 등 나토 세력과도 충돌함으로써 한반도 대결과 전쟁 위기를 부추기지 않을지 심히 우려된다.
7. 이로써 한반도와 동북아에 북·중 ‘우호, 협조 및 호상 원조 조약'과 북·러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조약’을 한편으로 하고 한미동맹과 미일동맹, 한일 간 준군사동맹을 다른 한편으로 하는 적대적 대결 구도가 보다 첨예화/제도화되는 신냉전적 대결 구도가 들어서게 되었다. 비록 한중/한러 관계와 중일/러일관계가 아직은 적대관계가 아니고 구 냉전체제와 같은 제로섬의 극한 대결을 벌이는 구도는 아니지만 각 진영의 동맹 및 (확장) 억제 강화가 현 대결 구도를 전면적인 대결 구도로 격화시켜 나갈 징후는 뚜렷하다.
8. 동맹과 (확장) 억제는 평시부터 잠재적 적국에 무력 위협을 가하고 무력 위협이 실제 무력사용으로 비화될 가능성을 높임으로써 유엔헌장 2조 3항(분쟁의 평화적 해결)과 2조 4항(무력 위협과 무력사용 금지)을 무력화하고 국가와 인류를 전쟁의 참화에 빠뜨리게 된다. 휴전협정 체결 이래 한반도에서 수차례의 핵전쟁 위기와 나토 동진이 결과한 우크라이나 전쟁이 이를 웅변으로 입증해 주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핵강대국들은 (확장) 억제 제공을 명분삼아 동맹을 구축해 패권을 추구하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 힘에 의한 대결 정책과 전쟁을 선호한다. 이에 우리는 민족과 인류의 생명과 자산 및 지역과 세계 평화를 희생양으로 하는 동맹(패권)과 (확장) 억제 정책―핵억제든 재래식 억제든―을 전면 폐기하고 방어 위주의 새로운 안보 패러다임으로 과감히 전환하는 것만이 민족과 인류의 생명과 자산 및 지역과 세계 평화를 지키는 유일한 길임을 남·북 및 미·일·중·러 당국자들에게 강력히 촉구한다.
2024년 6월 22일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