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성명

[논평] 대북 군사적 대결과 체제 전복을 꾀하는 무인기 침투를 중단하라!

관리자

view : 1692

 

대북 군사적 대결과 체제 전복을 꾀하는 무인기 침투를 중단하라!

 

 

1. 북이 11일 외무성 성명을 발표해 “한국이 지난 10월 3일과 9일에 이어 10일에도 심야시간을 노려 무인기를 평양시 중구역 상공에 침범시켜 수많은 반공화국 정치모략선동 삐라를 살포”했다면서 “군사적 공격수단으로 간주될 수 있는 무인기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수도 상공에까지 침입시킨 사건은 절대로 묵과할 수도, 용서할 수도 없는 중대도발”이라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나아가 북은 “대한민국이 또다시 무인기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영공에 침범시키는 도발행위를 감행할 때에는 두 번 다시 이와 같은 경고는 없을 것이며 즉시 행동으로 넘어갈 것”이라며 전쟁불사의 경고를 했다. 12일에는 전방부대에 사격준비태세를 지시했다.

 

2. 이에 대한 남의 합참과 국방부의 공식 입장은 “북한 주장에 대한 사실여부를 확인해 줄 수 없다”는 것이다. 나아가 “만약 북한이 우리 국민 안전에 위해를 가한다면, 그 날이 바로 북한 정권의 종말이 될 것”이라며 역시 전쟁불사로 맞대응했다.

 

3. 누가 평양 상공에 무인기를 침투시키고 전단을 살포했는지에 대해 설왕설래하고 있으나 “사실여부를 확인해 줄 수 없다”는 남 당국의 공식 입장은 언론 보도대로 남의 군이 직접 침투시켰거나 남의 군 또는 정보기관의 지원을 받은 남의 민간단체가 침투시켰을 가능성을 함의한다. 그러나 사실관계가 어떻든 무인기의 전단 살포가 북의 체제 전복을 꾀한다는 점에서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에 미치는 악영향은 별 차이가 없다. 남 당국이 이러한 이른바 전략적 모호성 입장을 취한 것은 무인기 침투라는 국제법 위반 시비를 피하는 한편 민간에 의한 대북 체제 위협―전단 살포―은 정당하며 이를 계속 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4. 북 영공에 남 무인기를 침투시키는 것은 국제법과 휴전협정 위반이다. “영공 주권의 배타성은 관습국제법에 해당한다. 외국 항공기는 허가없이 타국 영공을 침범할 수 없다. 항공기에는 외국 선박에게 인정되는 영해 무해통항권도 인정되지 않는다.”(정인섭, 『신국제법 강의』, 2024, 589쪽) 또한 휴전협정 16조는 “본 정전협정은 적대 중의 일체 공중 군사역량은 비무장지대와 상대방의 군사통제하에 있는 한국 지역 및 이 지역에 인접한 해면의 상공을 존중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북 무인기의 남 영공 침범도 마찬가지로 국제법과 휴전협정 위반이다.

 

5. 무인기 침투를 통한 남의 대북 전단 살포나 북의 대남 군사 정찰은 남북이 공언하는 자위권 발동의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 자위권 발동 요건은 유엔헌장 51조가 규정하고 있는 “무력공격(armed attack)이 발생한 경우”다. 그러나 무인기 침투를 통한 전단 살포나 군사 정찰은 무력공격에 전혀 미치지 못한다. “국제사법재판소(ICJ)는 … 상당 수준 이상의 무력사용을 무력공격으로 보고 있으며, 특히 1974년 유엔총회가 정의(‘침략에 대한 정의’ 결의, 3314호)한 '침략'을 '무력공격' 개념과 동일시하고 있다.”(김대순, 『국제법론』, 2005, 997쪽) ‘침략에 대한 정의’ 결의 3조는 침략행위를 “무력에 의한 타국 영토의 공격·점령·병합, 폭격 또는 무기사용, 무력에 의한 타국 항구나 연안 봉쇄” 등으로 정의하고 있다. 따라서 남북이 무인기 정찰 또는 전단 살포를 자위권 발동 요건으로 간주해 무력공격, 곧 전쟁 위협을 가하는 것은 자위권에 대한 지나친 확대 해석으로, 이러한 남북의 자위권 해석은 과도한 무력사용과 확전으로 이어져 국지전이나 전면전을 초래하고 민족의 생명과 자산을 파괴하게 될 우려를 낳고 있다.

 

6. 남북이 서로의 무인기 침투에 대응해 무인기를 침투시키는 것은 자위권의 발동이라기보다는 무력복구에 해당한다. 2022년 12월 26일 북 무인기 5대가 서울 영공을 침범했을 때 남은 이에 대응해 2대의 무인기를 휴전선 이북의 북 영공에 침투시켜 북 무인기의 작전거리만큼 대북 군사 정찰을 전개했다. 남은 이를 자위권 행사로 정당화했으나 이는 자위권 행사가 아니라 무력복구에 불과하다. 그러나 무력복구는 유엔헌장 2조 4항―무력행사와 위협 금지―과 국제관습법의 지위를 갖는 ‘우호관계선언’(유엔총회 결의 2625호), 휴전협정 등을 위반한 불법이다. 남 무인기의 평양 침투로 북이 또 다시 무인기를 서울에 침투시킨다면 이 또한 유엔헌장 2조 4항과 ‘우호관계선언’, 휴전협정 등을 위반한 불법이다. 남북 어느 한 쪽이 무인기 침투를 당했다고 해서 다른 쪽에 무인기를 침투시키는 행위가 합법화될 수 없다는 것이다.

 

7. 남 무인기의 평양 상공 침입 시기는 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 기간(10월 6~11일)과 겹친다. 순방 기간 동안 윤석열 대통령은 싱가포르에서 행한 ‘싱가포르 강연’ 후 가진 질의응답에서 “북한 주민들에게 여러 방법으로 자유와 인권, 문화를 알려서 자유통일을 갈망하게 여건을 조성할 것”이며 “통일이란 대한민국이 누리는 자유주의체제를 북한으로 확장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파이낸셜 뉴스, 2024.10.9.)고 주장했다. 북 주민들이 자유통일을 갈망하게 만들어 그 힘으로 북 정권과 체제를 변화시켜 자유주의체제로 흡수통일하겠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권하에서 통일부 등 주요 정책 부서들은 실제로 이러한 윤석열 대통령의 자유주의체제로의 흡수통일을 뒷받침하기 위해 역대 정권 공동의 ‘민족공동체 통일 방안’마저 수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바로 이러한 윤석열 대통령의 자유주의체제로의 흡수통일 의지가 북에 무인기를 침투시켜 북 체제를 비판하는 전단 살포로 나타났을 개연성이 크다.

 

8. 그러나 윤석열 정권의 자유주의체제로의 흡수통일 행보는 헌법 4조와 66조 3항에 반한다. 헌법 4조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헌법 66조 3항은 “대통령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노태우 정권 이래 역대 정권은 헌법 4조를 이행하기 위해 ‘민족공동체 통일 방안’을 정부의 공식 통일 방안으로 수립했으며, 남북은 6·15 남북공동선언을 채택해 “남측의 연합제 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 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합의했다. 이러한 남의 역대 정권의 통일 방안이나 남의 연합제와 북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의 공통성에 따른 통일은 ‘1국가 1체제 통일’ 이전에 중간 단계를 두어 남북 체제의 독자성을 보장하되, 점차 통일성을 높여 체제 통일의 조건이 성숙했을 때 남북 주권자들의 선택과 합의에 따라 체제 통일을 이루자는 것이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의 흡수통일 발상은 체제 통일 준비를 위한 중간 단계를 생략하고 북 주민과 정권, 체제를 변화시켜 곧바로 흡수통일을 꾀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윤석열 정권의 흡수통일 방안은 필히 북과의 무력충돌과 전쟁을 불러와 무력통일이 평화통일을 대체하게 함으로써 ‘평화적 통일’을 규정한 헌법 4조에 반하는 반헌법적 상황을 초래하게 된다. 또한 이는 남북 주민들의 자결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모든 인민의 자결권 원칙을 천명한 유엔헌장과 유엔총회의 ‘식민지 독립 부여에 관한 선언’(결의 제1514호, 1960), 이를 재천명한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규약(1966) 등을 위배하는 것이다. 어떤 통일 방안으로, 어떤 체제로 통일을 할 것인지는 궁극적으로 남북 주권자들의 스스로의 선택에 의한 합의에 달려 있으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이 선택받을 것인지는 통일 과정에서 최종적으로 남북 주권자들이 결정하게 된다. 이에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보다 ‘평화적 통일’이 상위의 규범력을 갖는다. 대결과 간섭을 앞세운 윤석열 정권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을 추구하다가는 남북 무력충돌과 전쟁을 피할 수 없게 되어 민족의 생명과 자산을 잃고 민족 공존공영의 통일의 대의와 근본 이익에 역행하는 우를 범하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남북 간 합의통일만이 평화적 통일을 구현할 수 있는 길이며, 헌법 4조를 실현할 수 있는 길이다. 이에 대북 전단, 대북 확성기, 무인기 등을 통한 북 주민과 정권 및 체제 전복을 꾀하는 것은, 그 가능성은 차치하고서라도, 민족의 생명과 자산을 담보삼아 도박하는 실로 무책임한 대결 정책이자 반통일 정책이 아닐 수 없다.

 

9. 평양 무인기 침투와 전단 살포는 윤석열 정권이 전세계 자유주의진영의 전도사와 미국 주도의 군사동맹의 첨병 역할을 자처하며 북 주민과 정권 및 체제를 전복시키려는 시대역행적이고 반평화적 대결 정책의 필연적 산물이다. 그러나 그 끝은 전쟁이고 민족의 공멸뿐이다. 이에 윤석열 정권은 이제라도 대북 무인기 침투로 인한 현재의 극단적인 대결과 위기 국면부터 시급히 종식시키고 군사합의서 복원과 준수를 통해 남북 간 무력 대결을 전면적으로 항구적으로 방지하기 위한 신뢰구축 태세를 갖춰야 한다. 아울러 보다 근원적으로는 남북 대결과 무력충돌의 발원지이자 이를 조장 확대하는 자유주의체제로의 흡수통일 정책을 폐기하고 역대 정권 공통의 통일 방안과 남북 합의에 의거한 평화적 합의통일을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서만 북도 다시 남북 대화와 화해협력, 통일의 길에 나서게 될 것이다.

 

2024년 10월 15일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먼저 비밀번호를 입력하여 주세요.

창닫기확인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