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속이고 미국의 대폭 증액 요구 들어준

12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안 서명 중단하라!

미 당국은 오늘(4일) 12차 방위비분담협정안의 서명식을 비공개로 갖는다고 한다. 6개월 동안 협상 내용을 철저히 숨긴 채 밀실협상으로 일관한 윤석열 정부가 극구 국민의 눈을 피해 서명하려는 것은 그간 협상 과정과 그 결과인 12차 협정안이 우리 국민에게 전혀 떳떳하지 못하다는 것을 스스로 드러내는 것이다.  

정부가 밝힌 12차 협정의 내용은, 첫 해(2026년) 방위비분담금은 전년 대비 8.3%가 인상된 1조 5,192억 원으로 한다는 것, 2027년부터 2030년까지 매년 방위비분담금은 소비자물가상승률(2% 전망)만큼 자동 인상한다는 것, 제도개선 차원에서 역외 미군장비 정비를 폐지한다는 것 등이다. 그러나 첫 해(2026년) 방위비분담금 8.3%의 인상이 터무니없이 높고 근거도 없는데다가 이후 2027∼2030년 방위비분담금을 물가상승률(최소 2% 예상)만큼 매년 추가로 올려주기로 함에 따라 우리 국민은 협정기간 5년 내내 감당하기 어려운 재정적 부담(최소 총 7.9조 원)을 지게 되었다. 이런 막대한 부담을 우리 국민에게 부과하는 12차 협정안은 11차 협정기간 쓰지 못한 미집행금이 무려 1.5조 원이나 된다는 사실에 비춰서도 결코 납득할 수 없다. 또 역외 미군장비 정비 폐지 등 제도개선의 성과가 있다고 하지만 정작 제도개선의 핵심인 총액형의 소요형으로의 전환은 포기되었다. 게다가 미국의 ‘권역별 정비거점 구축정책’(RSF)에 따라 인도·태평양지역 미군전투장비 정비를 한국의 민간정비업체가 수행하게 됨으로써 주일미군의 항공기 정비에 일부 한정되었던 기존의 역외 미군장비 정비 때와는 또 다른 안보적, 군사적, 산업적 부담을 우리 국민이 지게 되었다. 이처럼 우리의 주권과 국익의 심대한 훼손을 피할 수 없게 되었는데도 12차 협정안이 ‘수용가능하고 합리적인 결과의 도출’(외교부 보도자료, 2024.10.4.)이라고 자화자찬하는 정부의 태도가 참으로 어처구니없고 뻔뻔하기 그지없다. 이에 우리는 아무런 타당성도 없고 우리 주권과 국익을 크게 훼손하며 5년 내내 우리 국민에게 막대한 부담만 지우고 미국에게만 ‘수용가능하고 합리적인’ 12차 방위비분담협정안의 폐기와 서명식 중단을 강력히 촉구한다.  

어떤 타당한 근거도 없이 꼼수와 속임수로 8.3% 인상률 꾸며낸 12차 협정안을 폐기하라! 

정부는 12차 협정의 첫해 인상률 8.3%가 ‘최근 5년간의 평균 방위비분담금 증액율’ 6.2%와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 증원 소요, 군사건설비 분야의 건설관리비용 증액 소요 등 세 가지를 합친 것(위 외교부 보도자료)이라고 설명한다. 그와 함께 정부는 “미측이 제기한 소요에 기반하”여 “방위비분담금 규모를 협의”하였다고 밝히고 있는 바, 이는 정부가 협상 시작 전에 내부적으로 정한 3% 인상 목표를 관철할 의지가 처음부터 전혀 없었으며 미국의 터무니없는 대폭 인상요구에 시종 굴종했음을 말해준다.

‘최근 5년간의 평균 방위비분담금 증액율’(6.2%)은 최근 물가상승률(3%)이나 국방비증가율(4%)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역대 방위비분담협정에서 적용된 적이 없는 듣도 보도 못한 ‘최근 5년간의 평균 방위비분담금 증액율’을 고안해 낸 이유는 오로지 미국의 증액요구를 최대한 충족시키기 위한 것 외에 어떤 합리성이나 타당성이 없다. 

건설관리비도 방위비분담금 증가 요인이 될 수 없다. 국방부 설명에 따르면 건설관리비란 “「건설산업기본법」 제2조 제9호에 따른 ‘시공책임형 건설사업관리’에 대한 용역비”(정보공개청구결과, 2024.10.18.)를 뜻한다. 그런데 그동안 군사건설비 예산 편성이나 결산 때 건설관리비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나 보고가 한 번도 없었다. 이에 건설관리비가 방위비분담금 인상 요인이라는 주장은 뜬금없다. 설령 정부 말대로 ‘시공책임형 건설사업관리’의 대상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서 “현물군사건설사업비의 3%에서 5.1%로 (건설관리비) 증액”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거기에 소요되는 금액은 2025년 방위비분담금 현물군사건설사업비를 기준으로 산정하면 110억 원 정도에 불과하다. 이 정도 금액은 얼마든지 현물군사건설사업비 내의 비목들을 자체적으로 조정하면 해결할 수 있어 방위비분담금 총액을 늘려야 할 이유가 되지 않는다. 또 11차 협정 기간에 군사건설비는 협정액(배정액)을 다 쓸 수가 없어 예산에 편성조차 못한 이른바 감액분이 거의 매년 적게는 1,755억 원(2023년)에서 많게는 3,853억 원(2022년)이 발생한 점, 또 매년  집행잔액(불용액)과 이월액이 수백억 원씩 발생하는 현실과도 동떨어진 주장이다. 

정부가 방위비분담금 증액요인 중 하나로 제시한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 증원 소요’도 방위비분담금 총액이 늘어나야 할 요인이 될 수 없다. 2026년 방위비분담금 인상률 8.3%(금액으로는 1,164억 원)에서 ‘5년간 평균 방위비분담금 증액율’ 6.2%(금액으로는 869억 원)와 건설관리비 증액분 약 0.8%(금액으로는 약 110억 원, 2025년 기준)를 제외하면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 증원 소요’에 해당하는 인상률은 약 1.3%, 약 185억 원이 된다. 이 정도 금액은 방위비분담금 항목별 배정액 조정을 통해, 즉 군사건설비나 군수지원비 배정액을 줄이고 인건비 배정액을 늘린다면, 방위비분담금 총액을 인상하지 않고서도 한국인 노동자 증원 소요에 대응할 수 있다. 한마디로 정부가 제시한 8.3% 인상률의 세 가지 요인 모두 아무런 타당한 근거가 없는 속임수와 꼼수에 불과하다.  

정부는 연간 인상률 기준을 이전 협정의 ‘국방비증가율’에서 ‘소비자물가상승률’로 되돌린 것을 “중요한 성과”라며 자화자찬하지만 이는 우리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다. 2027년부터의 방위비분담금은 이미 2025년 대비 8.3%가 인상된 2026년 방위비분담금 1조 5,192억 원을 기준으로 인상된다. 여기에 물가상승률(최소 2%)을 연동하는 것이기 때문에 2027∼2030년 동안 미국은 매년 자동적으로 약 300억 원씩을 더 올려 받을 수 있게 되어 고수준의 방위비분담금 인상효과를 누릴 수 있다. 최근 물가상승률은 서민 생계를 위협할 정도로 높아졌고 국방비증가율은 상대적으로 둔화되어 둘 사이에 차이도 크지 않다. 2023년 물가상승률은 3.6%, 국방비증가율은 4.4%였고, 2022년은 물가상승률이 5.1%로 3.35%인 당시 국방비증가율보다 더 높았다. 방위비분담금은 한국이 미국에 베푸는 시혜라는 점에서 다년도 협정이라고 물가상승률이든 국방비증가율이든 연간 인상률을 보장해주어야 할 이유가 없다. 일본의 경우도 협정 기간이 5년이지만 연간 인상률이 없으며 협정 첫해 방위비분담금 수준이 유지된다.

5년 내내 우리 국민에게 감당할 수 없는 부담을 지우는 12차 협정안을 폐기하라!

12차 협정안대로 하면 2026년 방위비분담금은 전년 대비 8.3% 인상된 1조 5,192억 원, 2027년에는 물가상승률(전망치 2%)만큼 인상되어 1조 5,496억 원, 2028년 1조 5,806억 원, 2029년 1조 6,122억 원, 2030년 1조 6,444억 원이 되며 5년간 합계는 최소 7.9조 원을 넘게 된다. 만약 11차 협정 기간 중 발생한 미지급금 약 1.5조 원을 정부가 불법적으로 12차 협정 기간에 추가로 지급할 경우 미국은 약 9.4조 원을 한국으로부터 챙길 수 있다. 트럼프가 한국을 ‘머니 머신’(화폐제조기)이라고 조롱하면서 자신은 100억 달러를 받아낼 수 있다고 호언하였는데 12차 방위비분담협정안이 실로 미국에게는 ‘머니 머신’인 셈이다.  
 
2026년 방위비분담금 1조 5,192억 원은 윤석열 정권이 2025년 예산에서 전년대비 99%나 삭감해버린 고교 무상교육 정부 부담 예산 약 9,386억 원과 삭감된 약자복지 예산(아동보육분야) 약 3,259억 원(경향신문, 2024.8.27)의 합계를 뛰어넘으며, 코로나 대응 등으로 경영 위기에 몰린 지방의료원 35개의 3년간의 누적 적자 2조 969억 원의 72%를 해소하여 지역 필수의료체계를 살릴 수 있는 돈이다. 이처럼 서민복지에 귀중하게 쓰일 수 있는 우리의 재정을 아무런 타당한 근거도 없는 12차 협정안에 의해 미국에 퍼주며 낭비되는 것은 결코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대중 대결비용으로 불법 전용될 수 있는 12차 협정안을 폐기하라!

정부는 주일미군 항공기 등 미군 역외자산 정비 지원을 폐지한 것을 제도개선의 성과로 내세우지만 애초 역외 미군자산 정비는 방위비분담협정을 위반하는 불법이기 때문에 그 폐지는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미국이 역외 미군자산 정비 폐지에 동의한 것은 더 큰 꿍꿍이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미 국방부는 한미 국방장관 회담이나 통합국방협의체회의에서 중국과의 전면전에 대비하여 수립된 ‘권역별 정비거점 구축정책(RSF)’과 ‘유지·보수·정비(MRO) 프로젝트’에 대한 한국의 협력을 끌어냄으로써 평시 대중국 임무를 수행하는 인도·태평양지역 미군장비를 한국의 민간정비업체에 의해 헐값에 정비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를 통해서 막대한 예산을 절약할 수 있고 나아가 지리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중국을 더욱 압박할 수 있게 되었다. 

또 미국이 앞으로 인도·태평양지역 미군장비 정비에 방위비분담금을 전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완전히 차단되었다고 볼 수도 없다. 미국은 이번 12차 협정 협상 기간 내내 한미동맹이 “동북아, 더 넓은 인도·태평양지역, 그 너머의 평화‧안보‧번영의 핵심축”이라며 방위비분담 갱신 협상이 이런 한미동맹의 힘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즉 미국의 대중 대결전략에 한국이 가담하고 비용도 분담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중국을 겨냥한 인도태평양사령부의 태평양억제구상(PDI) 예산은 해마다 급등하여 2021년 22억 달러였던 것이 2025년에는 99억 달러로 4배 이상 올랐다. 대중 대결전략 수행에 최대한의 국방예산을 투입하는 미 의회와 국방부의 정책에 비춰본다면 방위비분담금을 대중 대결비용으로 전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이미 일각에서는 미 해군 정비물량 수주전에서 대일 경쟁력을 갖기 위해 미 국방부로부터 받을 정비용역비의 일부를 방위비분담금으로 대주자는 주장도 한다. 이런 주장은 기업체의 상업적 이익을 위해 국민 세금으로 미군 함정을 정비해주자는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주장이지만 미국의 입장에서는 너무나 환영할만한 주장이기에 미국에 굴종적인 현 정부가 방위비분담금으로 해외미군장비 정비 비용을 대주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한국의 조선업이나 항공업 등 주력산업이 인도·태평양지역의 미군 전투장비를 정비하게 됨으로써 한국이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군수정비기지로 전락하고 한국의 주력산업이 미국의 대중전쟁에 동원될 위험에 처하게 된다는 점이다. 우리 국민의 혈세가 대중 임무 수행을 위한 미군장비 정비에 불법 전용되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서도 12차 방위비분담협정안을 폐기해야 한다. 아울러 한국을 미국의 전진 군수정비기지로 전락시키고 한국의 주력산업을 미국의 대중전략적 요구에 종속시키는 미 국방부의 ‘권역별 정비거점 구축정책’과 ‘유지·보수·정비(MRO) 프로젝트’에 대한 협력도 당장 중단해야 한다. 

이미 방위비분담금은 직간접적으로 주한미군의 대중 임무수행을 위한 비용으로 불법 전용되고 있다고 해도 틀리지 않는다. 주한미군이 한국 방어가 아닌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에 따른 대중 압박과 견제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이제 보통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산 미 공군기지의 U-2 정찰기는 2020년부터 대만해협 등을 정찰해 오고 있으며, 주한 미 공군 F-16은 주일 미 공군은 물론이고 싱가포르나 태국과의 연합연습을 벌이고 있다. 주한미군의 대중국 견제 임무 수행은 한국방어 목적의 주한미군 경비의 일부를 지원한다는 개념의 방위비분담특별협정이 더 이상 존속할 최소한의 명분조차 없게 되었음을 뜻한다. 

어떤 타당한 근거도 없이 거짓과 꼼수로 국민을 속이고 미국에게 최대한의 이익을 보장해주고 그럼으로써 우리 국민에게 5년 내내 감당하기 어려운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12차 방위비분담협정안은 폐기되어야 한다. 또한 12차 방위비분담협정안은 방위비분담금이 대중 대결비용으로 직간접적으로 전용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있어 백지화되어야 한다. 애초에 방위비분담특별협정은 주한미군 경비를 미국이 부담하기로 한 한미소파를 위배한 초법적인 조치다. 이에 12차 방위비분담협정안을 폐기하고 서명식을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024년 11월 4일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