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문] TPNW 3차 당사국회의 부대행사 "(확장)억제 폐기와 동맹 해체로 한반도와 동북아에 항구적 평화를!"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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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3일~7일, 핵무기금지조약(TPNW) 제3차 당사국회의가 진행되었습니다. 회의 기간에는 당사국 정부 대표단이 참가하는 회의 외에도 각국의 반핵평화 단체가 주최하는 많은 부대행사가 개최됩니다.
지난 3월 4일(화), 평통사는 무력충돌예방을 위한 글로벌 파트너십(GPPAC), 블루배너, 참여연대, 피스보트와 함께 '한반도와 동북아의 핵위기 극복을 위한 공동행동'이라는 제목으로 부대행사를 공동 주최했습니다.
아래는 고영대 평통사 공동대표의 발표문입니다.
[발표문] TPNW 3차 당사국회의 부대행사
"(확장)억제 폐기와 동맹 해체로 한반도와 동북아에 항구적 평화를!"
고영대 / 평통사 공동대표
지금 이 순간에도 한반도와 동북아에서는 핵대결이 한층 더 첨예해지고 있다. 지역 국가들이 (확장)억제와 핵동맹 강화로 초공세적인 선제 핵공격(중국은 핵선제 불사용) 교리를 채택하고 핵전력을 증강하며, 전술핵을 실전배치해 핵사용 문턱을 낮춤으로써 핵의존도가 획기적으로 높아진 전례 없는 핵대결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미는 2023년, 소위 ‘핵협의 그룹’을 설립하고 ‘한반도 핵억제 핵작전 지침’을 수립했다. 이 지침은 한반도에 미국의 전략폭격기와 핵잠수함 등 전략자산의 전개 빈도와 강도를 높이는 한편, 미군의 핵전력과 한국군의 첨단 재래식 전력을 통합 운용하는 CNI(Conventional-Nuclear Integration)를 핵심 내용으로 하고 있다. CNI를 통해 핵 운반수단의 생존성을 높이고 핵타격의 정밀성을 개선해 그 효과를 증대시킴으로써 대북 억제와 위협을 극대화하겠다는 정책적, 전략적 차원의 확장억제 강화다.
이에 앞서 한미는 대북 작전계획 5015와 2022를 수립했다. 이들 계획은 재래식 전력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사(한미연합사)의 작전계획으로 대북 선제공격과 보복공격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여기에다 핵전력이 주도하는 미국 전략사령부의 대북 작전계획 8010-12가 운용되고 있다. 이 계획도 대북 핵선제공격과 보복공격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한반도 핵기획 핵작전 지침’과 CNI 시행으로 작전계획 5015와 2022가 8010-12의 하위체계로서 상호 연계되어 운용될 가능성이 더 높아졌으며, 그만큼 대북 억제와 작전이 핵전력 위주로 전개될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 정부의 뜻대로 작전계획 2022가 핵작전계획으로 전면 탈바꿈하면 한반도 핵대결은 더욱 격화된다.
미국은 트럼프 1기 정권에서 5~7Kt의 저위력 핵탄두를 개발하여 2019년 핵잠수함에 실전배치했다. 이들 전술핵무기의 실전배치로 한반도 위기 시, 또는 전쟁 초기부터, 미국은 전술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을 더 높였다. 트럼프 2기 정권에서 잠수함 발사 순항미사일에 이들 전술핵무기를 장착하면, 미국의 핵사용 문턱은 한층 더 낮아진다.
북은 2022년 ‘핵법령’을 개정해 2격 위주의 방어적 핵교리를 1격(선제) 위주의 공세적 핵교리로 전환했다. 선제공격을 표방한 인도·태평양사의 작전계획 5015와 2022에 맞대응한 것이다. 북은 또한 ‘화산-31’ 등 전술핵무기를 8종류의 운반수반에 장착해 실전배치했다. 북 ‘핵법령’은 “유사시 전쟁의 확대와 장기화를 막고 전쟁의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작전상 필요가 불가피하게 제기되는 경우”(6조 4항)에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무인수중공격정(해일-1/2/5-23)이나 생존률을 높인 회피기동 단거리 탄도미사일 등으로 해상과 지상에서 (증원) 미군 등을 선제타격한다는 것이다.
이렇듯 북미는 선제공격 작전계획 수립과 전술핵의 실전배치로 핵사용 문턱을 낮추고 핵의존도를 높임으로써 전쟁이 임박한 상황이나 전쟁 초기부터 핵사용을 도모하는, 지구상의 그 어느 지역보다도 첨예한 핵대결을 벌이고 있다.
북미 상호 (확장)억제 강화는 동맹 강화의 필연적 산물이다. 동맹과 (확장)억제는 동전의 양면이다. 2023년 한미일 정상은 캠프 데이비드 회담에서 사실상의 한미일 군사동맹을 구축하고 대북중 확장억제 강화를 공언했으며, 그 일환으로 ‘한반도 핵억제 핵작전 지침’과 미일 ‘확장억제 지침’을 채택했다. 이에 맞서 2024년 북러는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 체결로 동맹관계를 복원했다. 이 조약 4조(전시 군사원조)와 8조(평시 방위능력 강화)는 러시아의 대북 확장억제 제공 가능성을 내포한다.
특히 바이든 정권이 수립하고 트럼프 정권도 수용할 것으로 보이는 ‘핵무기 운용 지침’(2024)은 “평시, 위기 및 분쟁 상황에서 러시아, 중국, 북한을 동시에 억제”해야 한다며 확장억제의 시대착오적인 전환을 꾀하고 있다. 러시아, 중국, 북한을 동시에 억제하면 억제 대상이 확장, 중층화되어 핵대결이 더욱 격화되고 핵전력과 핵의존도도 급상승하게 된다. 미국의 러시아, 중국, 북한 동시 억제는 나토의 태평양 진출 등 미국 주도 동맹의 지역화/지구화와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북중러 동맹과 대미 확장억제 강화를 유도한다. 그 결과 한미일 대 북중러를 비롯해, 지역적/지구적 차원에서 진영 간 동맹과 확장억제가 충돌하는 제로섬 게임의 신냉전체제가 들어선다. 여기에 트럼프 2기 정권이 추진하는 ‘미국형 아이언 돔’이 구축되면 핵균형이 급격히 미국 쪽으로 기울어 냉전시대를 능가하는, 인류 종말을 앞당길 핵아마겟돈을 맞을 것이다.
그러나 억제를 명분으로 한 그 어떤 위협도, 적대국의 임박한 공격을 명분으로 한 그 어떤 선제공격도 불법이다. 핵위협은 무력 위협을 금지한 유엔헌장 2조 4항과 핵위협을 금지한 핵금조약 1조 4항 위반이며, 그 어떤 예외도 없다. 핵사용은 국제인도법의 구별의 원칙, 불필요한 고통 금지 원칙, 마르텐스 조항 위반이다. 선제공격은, 재래식 공격이든 핵공격이든, 적대국의 ‘무력공격’이 발생한 후에 자위권(방어적 무력사용)을 행사하도록 규정한 유엔헌장 51조 위반이자 필요성과 비례성의 원칙에도 반한다.
힘을 통한 확장억제와 위협, 선제공격은 평시 평화를 파괴하고 위기와 전쟁을 불러오기 마련이다. 특히 핵전쟁이 인류의 생명과 자산, 자연을 송두리째 절멸시키리라는 것은 새삼 말할 필요도 없다. 이에 국제사회는 시급히 확장억제와 선제공격 교리를 폐기해야 하며, 불법적인 확장억제와 선제공격 교리를 채택한 군사동맹을 해체해야 한다. 이로써 훼손된 유엔헌장(2조 4항, 51조)과 유엔 주도의 집단안보도 되살릴 수 있다.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로 한국전쟁을 법적, 제도적으로 끝내고 북미 불가침 조약 체결로 북 체제와 안보를 확고히 보장해 줌으로써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고, 이를 토대로 한 동북아 공동안보로 한반도와 동북아의 확장억제와 군사동맹을 대체하는 것이야말로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전쟁을 막고 평화를 항구적으로 정착시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나아가 이는 동북아 비핵지대화와 전 세계 비핵화의 마중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