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9. 3] [프레시안] "3백20만이 병 들어 죽음에 몰리고 있다"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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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백20만이 병 들어 죽음에 몰리고 있다"
보건의료단체 등, 정부의 허울뿐인 빈곤층 의료대책 성토
등록일자 : 2003년 09 월 03 일 (수) 16 : 05
불황 여파로 어느 때보다도 스산한 추석이 예상되는 가운데 훨씬 더 고통스럽게 명절을 맞는 이웃들이 있다. 아파도 당장 병원에 갈 돈이 없어서 자살을 고민하는 3백20여만 명에 달하는 절대 빈곤 계층이 그들이다. 이들 빈곤층의 절박한 의료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행동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빈곤층 3백20여만명 의료 사각 지대 방치
3일 '가난한 이들의 건강권확보를 위한 연대회의'와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등은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빈곤층의 절박한 의료문제 해결을 위해서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들 단체들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빈곤층 중 3백20여만 명이 아무런 의료지원을 받지 못하는 의료 사각 지대에 방치돼 있다. 또 2백만 세대 이상이 생계 때문에 건강보험료조차 납부하지 못해 기본적인 의료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빈곤층이 가장 질병이 많고 의료수요가 높은 층이라는 사실이다. 질병 때문에 빈곤하거나 또는 빈곤 때문에 건강이 악화되는 악순환에 빠져 있는 것이다.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공공의료 체계는 열악하기만 하다. 의료비의 80% 이상이 보험 처리되는 대다수 OECD 국가들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52%만 건강보험의 대상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 서민들이 돈이 없어서 치료를 못 받는 경우가 다반사란 것이다. 가난하다는 이유만으로 "병에 걸린 식구 한 명과, 가족 전체 중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비극"이 경제 규모로 세계 13위인 우리나라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노무현 정부 출범 후 정부가 내놓은 대책도 '대책'이라고 하기가 무색할 지경이다.
정부가 올해 들어 빈곤층에 대해서 의료지원을 확대한 것은 6천4백17명을 의료급여대상자로 신규 지정한 것 외에는 전무하다. 실제로 보건복지부가 8월 내놓은 대책에서도 빈곤층에 대한 실효성 있는 의료 대책은 빠져 있다. 정권 출범 당시 "건강권이 인간의 기본적 권리 중 가장 기본적 권리"라고 주장했던 노무현 정부의 공언(公言)은 말 그대로 공언(空言)이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정부가 빨리 나서라"
이들 단체는 정부가 당장 구체적인 빈곤층 의료지원 대책을 내세워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10대 정책을 제안했다.
▲빈곤으로 인한 보험료 체납자의 건강보험 체납보험료 탕감
▲외래 및 약국 소액진료비 본인부담률 인상 시도 중단ㆍ차상위 계층에게 약제비 본인부담 경감조치 시행
▲차상위 계층을 포괄하는 방식으로 의료급여 수급자 전면 확대
▲의료급여 2종 수급자에 대한 본인부담률 10% 인하ㆍ의료급여 수급자의 급여일수 제한조치 폐지
▲실효성 있는 건강보험 본인부담 총액 상한제 도입
▲서울시립동부병원을 비롯한 공공병원의 민영화(민간위탁) 중지 및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병원 확충
▲저소득층을 위한 건강관리 및 의료서비스 제공체계 확충
▲국방예산을 삭감하고, 빈곤층 지원을 위한 보건복지 예산 확대
▲직장보험료 상한선 폐지하고, 건강보험료 부과 방식을 누진적으로 개선
▲건강보험 재정 흑자분 등을 빈곤층 의료지원사업에 활용
이들은 빈곤층을 위한 최소한의 의료지원 정책도 없는 현재의 정부가 "서민들에게는 과거 독재정부와 전혀 다르지 않거나 오히려 더 나쁘다고 일컬어질 수 있다"며 "책임있고 실질적인 대책을 수립하고 집행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이들 단체들은 노무현 정부에게 "정부가 빈곤문제와 빈곤층의 의료문제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 "2004년도 예산으로 국방비는 대폭 증액한 반면 공공의료확충 예산이 전액 삭감된 배경은 무엇인지" 등을 묻는 공개질의서를 발표했다.
다음은 "노무현 대통령께 드리는 공개질의서" 전문.
공개질의서
1. 최근 가난으로 인한 자살이 줄을 잇고 있는 등 빈곤문제가 우리사회의 심각한 문제임이 다시 한번 확인되고 있습니다. 귀 정부가 빈곤문제와 빈곤층의 의료문제에 대한 원칙적 입장으로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 밝혀주십시오.
2. 빈곤문제와 빈곤층 의료문제 실상을 어떻게 파악하고 있는지 그 문제점을 상세히 밝혀주시고, 이 문제 각각에 대한 어떤 정책적 대안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그 각각의 정책의 지금까지의 실행정도, 각각의 정책에 대한 어떤 구체적 실행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상세히 밝혀주십시오.
3. 귀정부는 보건복지부의 "기초생활보장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극빈층에 대한 긴급보호대책"(2003.8.4)을 통해 기초급여대상에서 제외된 빈곤층의 의료문제 해결을 하겠다고 밝힌바 있습니다.
1) 당시 밝힌 대책 중 긴급급여대상이 된 대상의 수와 지원액, 그리고 체납보험료 면제대상자는 몇 명이며 그 지원액은 얼마나 되는지 밝혀주십시오.
2) 보건복지부가 밝힌 320만명의 차상위 계층 중 이로 인해 혜택을 받은 사람은 예산편성액수로 볼 때 매우 미미한 수준인데 이러한 정도의 지원으로 정부의 대책이 충분하다고 보는지 이후 지원대책은 어떠한지 밝혀주십시오.
4. 귀 정부의 2004년 1차예산편성을 보면 국방비는 대폭 증액한 반면 보건복지부에서 계상했던 공공의료예산확충과 관련한 예산과 기초생활급여 및 의료급여 확대와 관련한 예산은 전액 삭감되었습니다.
1) 공공의료확충은 귀 정부의 공약사항입니다. 예산을 전액 삭감한 것은 공공의료확충의 공약을 지키지 않겠다는 표현으로 보아도 무방합니까?
2) 기초생활보장 범위 확대(의료급여범위 확대포함)는 귀 정부의 공약사항입니다. 이에 대한 예산을 전액삭감한 것은 공약을 지키지 않겠다는 표현으로 보아도 무방합니까?
3) 공약을 지키기 위해 공공의료확대와 기초생활급여(의료급여포함)확대를 위해 2004년 예산을 변경할 계획이 있습니까?
4) 귀 정부는 국민적 동의를 받지 못한 국방비 증액을 삭감할 용의는 없습니까? 또한 국방비 예산 증액이 한반도 평화를 위협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밝혀주십시오? 또한 이 국방비 삭감분으로 사회복지예산을 증액할 용의가 전혀 없습니까?
5. 빈곤층의 절박한 의료문제해결을 위해 다음과 같은 정책을 시행할 용의가 있는지에 대해 묻겠습니다.
1) 보건복지부에 의하면 올해 건강보험재정은 처음으로 1억원가량의 흑자를 보았다고 합니다. 이 흑자분을 본인부담 상한제 실시 등의 본인부담 경감조치에 쓸 용의는 없는지, 흑자재정분을 어떤 곳에 사용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답해주십시오.
2) 건강보험본인부담 상한제는 귀 정부의 공약사항입니다. 이 공약의 집행계획은 아직까지 전혀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귀 정부는 이 공약사항을 포기한 것이 아닌지 밝혀주시고 집행계획이 만일 있다면 밝혀주십시오.
3) 빈곤층의 심각한 의료문제해결을 돕기 위해 일부 의료비 감면 계획을 가지신 것이 있는 지 밝혀주시고 약제비 감면계획이 있는지에 대해 밝혀주십시오.
4) 3개월 이상 보험료를 체납하여 건강보험의 효력이 정지된 가구가 200만 가구입니다. 이들 중 생계형 체납가구에 대한 체납보험료 탕감계획을 실시할 용의는 없는지 대답해 주십시오.
5) 보건복지부는 한정된 재정적자로서는 건강보험본인부담 상한제를 실시하기 위해서는 외래 본인부담률을 높이는 방법을 고려하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재원보장방법으로 현재 직장보험가입자에게 시행되어 누진적 보험료징수를 방해하는 보험료상한선을 철폐할 용의는 없습니까?
6) 빈곤층의 응급의료이용시 돈이 없어 의료이용을 못하는 비인간적인 사고를 막기 위해 응급의료비대불제도가 운영되고 있습니다만 이 제도는 홍보가 되지 않아 배정된 예산도 제대로 사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 제도를 실제로 활용되는 제도로 변화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까? 계획이 있다면 구체적 실행계획을 밝혀주십시오.
강양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