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10. 17] [성명서] 정권과 자본의 살인적 노조탄압을 엄중히 규탄한다! -고 김주익 열사를 애도하며-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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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과 자본의 살인적 노조탄압을 엄중히 규탄한다!
- 고 김주익 열사의 장렬한 죽음 앞에 깊이 머리 숙이며 -
129일째 크레인에 올라가 고공 농성을 벌여오던 금속노조 한진중공업 김주익 지회장이 17일, "인간답게 살기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하는 현실"을 통탄하고 "죽어서라도 투쟁의 광장을 지킬 것"이라고 절규하면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우리는 먼저 "나 한사람이 죽어서 많은 동지들을 살릴 수가 있다면 그 길을 택할 수밖에 없다"라는 유서를 남기고 살신성인한 고 김주익 열사의 숭고한 죽음에 명복을 빌며, 유가족과 한진중공업 노동자 동지들에게 깊은 위로의 뜻을 전하는 바이다.
김주익 열사는 정당한 노조활동과 파업에 대한 회사측의 부당한 손해배상 청구와 가압류에 맞서 투쟁해 왔다. 열사의 유서에서도 드러났듯이 2남 1녀를 둔 고 김주익 열사는 근속 21년에 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기본급 105만원을 받아왔다. 반면 회사는 막대한 이익을 창출해 왔고, 이를 회사 임원과 주주들에게 배당을 해왔다고 한다. 그런데도 회사측은 노동자들에 2년 동안 임금동결을 강요하였고 이에 맞선 노동조합과 간부들을 탄압하면서 최근 6년에 걸쳐 113명에게 18억 6천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였고, 이로 인해 김주익 열사도 어린 자녀들의 보금자리인 집까지 가압류된 상태였다.
더욱이 회사는 이번 파업을 파괴하기 위해 무려 150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며 노조를 협박해왔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언론조작에 의해 오히려 자신들이 매도당하는 노동현실을 통탄한 김주익 열사는 "보수언론들은 입만 열면 노조 때문에 나라가 망한다고 난리니 노동자는 다 굶어 죽으란 말인가"라며 죽음으로 항거하였다.
우리는 극악한 노조 탄압으로 김주익 열사를 죽음으로 내몬 한진중공업 사측과 냉전 수구 언론들을 강력히 규탄하며 반드시 그 책임을 10배, 100배로 물어나갈 것임을 밝혀둔다.
또한 우리는 반노동정책으로 김주익 열사를 죽음으로 내몬 정부당국을 강력히 규탄한다.
노무현 대통령과 정부는 노동자가 죽음으로 항거할 수밖에 없는 노동현실을 외면한 채 "대기업 노조의 귀족화"니, "강성노조가 나라를 망친다느니"하면서 일방적으로 노동자들을 매도하고 탄압해왔다. 반면 사측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서는 애써 눈감아 왔다. 정부와 사업주들이 노조활동 관련 손배가압류 현황은 44개 사업장 1천700억 대에 이르고 있다. 철도노조에 대해서는 정부가 직접 손배가압류를 자행하고 있다. 월 100만, 많아야 월 300만원을 받는 노동자에게 수억 원 대의 손배가압류는 삶을 포기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결국 이러한 살인적인 손배가압류가 지난 1월 두산중공업의 배달호 열사에 이어 김주익 열사까지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이다.
우리는 김주익 열사의 죽음을 정권과 자본 등 기득권세력에 의한 타살로 규정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자주적이고 인간다운 삶을 요구하는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작금의 불의하고 반인륜적인 노동현실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김주익 열사의 죽음을 애도하고 그 뜻을 숭고히 여기는 모든 노동자· 민중들과 연대하여 정부와 자본가들에 맞서 강력히 투쟁해 나갈 것이다.
2003년 10월 17일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 민족화해자주통일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