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 12. 12] [퍼옴] 국가보안법 폐지의 당위성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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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 폐지의 당위성
------------------------ 김 성 만/ 자주평화통일민족회의 정책위원장
1. 사상의 자유와 국가보안법
사상의 자유는 사상을 형성하고, 유지하며 표현할 수 있는 자유를 의미한다. 민주주의의 진정한 원리는 사상의 자유를 보장하는데서 출발한다. 민주주의는 사상과 이념, 견해의 상대성에 입각하고 있고 사상의 자유를 보장하는 속에서 다수결에 의하여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정치원리이다. 사상의 자유가 보장되고 있는가는 민주주의의 건강성을 판단하는데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된다.
대한민국 헌법은 8차의 개헌을 거치면서 변함없이 일관되게 양심의 자유, 종교의 자유, 언론ㆍ출판의 자유, 집회ㆍ결사의 자유, 학문예술의 자유를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하여 왔다. 사상의 자유가 명문화되어 있지 않지만 양심의 자유속에 사상의 자유가 포함되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생각할 수 있는 자유가 없고 이것을 표현할 수 있는 자유가 없다면 어떻게 양심의 자유가 보장될 수 있겠는가.
국가보안법은 민주주의의 근본원리이자,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양심, 사상의 자유를 근본적으로 억압하고 있다. 어떠한 이념 또는 표현과 행위가 북한의 주장과 같거나 또는 단지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처벌하여 왔고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다. 북한의 주장에 동조한다고 볼 수 있는 내용이 일부라도 들어가 있는 말 또는 글의 표현자가 처벌되고 있고 동조한다고 해석할 수 있는 행동을 하는 사람이 처벌되고 있다.
이 법이 살아있는 한 우리 국민들은 누구나가 북한의 주장 또는 그와 비슷한 의견에 스스로가 혐오감을 느끼며 소름끼쳐해야 안전지대에 있는 것이며 그렇지 못하면 국가보안법이 요구하는 '민주시민'이 될 수 없는 것이다. 국가보안법은 한마디로 양심, 사상의 자유를 정면으로 유린하는 대표적인 악법이다.
2. 국가보안법 자체의 문제점
대한민국 헌법 13조 1항은 법률에 의하여 범죄를 구성하지 않는 행위로 처벌을 받을 수 없도록 되어 있다. 이것은 '죄형법정주의'로서 헌법상 인신의 자유에 관한 대원칙이다. 그러나 국가보안법은 범죄의 내용을 명확히 명시하지 않은 채로 국민을 처벌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즉 반국가단체를 찬양, 고무, 동조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이롭게 한 자를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몇 개의 조문을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제7조(찬양ㆍ고무 등) ①항 :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ㆍ고무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②항 : 국외 공산계열의 활동을 찬양ㆍ고무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한 자도 제1항의 형과 같다.
④항 : 제3항에 규정된 단체의 구성원으로서 사회질서의 혼란을 조성할 우려가 있는 사항에 관하여 허위사실을 날조, 유포 또는 사실을 왜곡하여 전파한 자는 2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제8조(회합ㆍ통신 등) ①항 : 반국가단체의 이익이 된다는 점을 알면서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와 회합ㆍ통신 기타의 방법으로 연락을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제9조(편의제공) ②항 : 이 법의 죄를 범하거나 범하려는 자라는 점을 알면서 금품 기타 재산상의 이익을 제공하거나 잠복, 회합, 통신, 연락을 위한 장소를 제공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편의를 제공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특히, '기타'의 방법에는 그 구체적 내용이 명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특정인에 대한 구속과 처벌의 기준을 오직 공안당국이 자의적으로 판단을 할 수가 있으며 상징적으로 지금까지의 수많은 사람들이 정부에 대한 비판적 활동을 하였다가 국가보안법으로 처벌되어 왔다. 국가보안법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죄형법정주의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위헌 법률이며 법의 이름을 빌어서 법전에 들어와 있지만 법이 요구하는 이성과 합리성을 갖추지 못한 야만적인 법인 것이다.
3. 국가보안법의 폐지를 향하여
사상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권리이자 사회의 모순을 돌파하고 해결해나가는 힘이기도 하다. 1930년대에 세계가 공황에 휩싸이면서 자본주의의 전도에 대하여 비관적 전망이 팽배해갈 때에 케인즈의 이론과 수정자본주의 이론이 사회적 모순 해결에 큰 힘이 되었던 반면 프로레타리아 독재를 국시로 하면서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여 왔던 구 소련은 사회의 경제적 효율이 사회의 존립을 위협할 정도로 떨어지자 뒤늦게 사상, 표현, 언론의 자유에 여지를 주면서 페레스트로이카와 글라스노스트를 제창하였지만 힘한번 제대로 써보기 전에 국가가 해체되고 말았다. 사상의 자유가 사회의 모순해결과 활로개척에 얼마나 중요한가는 위의 두 경우가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국가보안법의 독소조항만 일부 손질한다거나 대체입법을 통하여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자는 주장은 역시 잘못되어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국가보안법을 완전히 폐지하지 않고 대체입법을 하겠다는 것도 역시 그 근본적 이유는 사상의 자유의 억압에 있다. 대체입법의 한 형태로 제시된 바 있는 '민주질서보호법'도 역시 죄형법정주의를 위반하고 있으며 구속과 처벌에 있어서 공안당국의 자의적 판단에 맡기고 있다. '사상의 자유'를 억압하기 위한 법률은 아무리 연구해도 그 수준을 벗어날 수가 없는 것이다. 폭력에 의하지 않는 정치적 의사표현을 억압하기 위한 세련된 대체입법을 연구할 것이 아니라 국가보안법을 폐지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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