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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4/01] [민중의 소리] 민주노총, 조국통일 기여 단협 추진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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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에 대한 안목이 있는 기업가라면
'조국통일 기여' 거부할 이유 없다"

[인터뷰] '조국통일 기여' 단협 추진하는 이혜선 민주노총 통일위원장

장상종 기자

민주노총이 사측과의 단체협상에서 '조국통일에 기여'라는 요구사항을 내건 것을 놓고 보수진영에서 비판이 나오고 있다. '노동조합이 난데없는 통일문제냐'는 것이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진영의 문제제기. 그러나 민주노총 이혜선 통일위원장은 "그것이 대세"라는 한마디 말로 일축했다.

"이제 한반도에서 조국통일로 나가는 방향은 돌이킬 수 없는 대세다. 그러나 그 대세를 선언만 해서는 안 된다. 민주노총은 그 대세를 받아 안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현시킬 것인가를 고민했다. 이런 목표를 잡고서 앞으로 어떤 혼란이 오더라도 이것들을 돌이킬 수 없는 전면적인 사업으로 정착시키는 것이 올해 우리 목표다."

민주노총 부위원장이기도 한 이혜선 통일위원장은 한국 노동계 사상 처음으로 단협안에 민주노총이 기업의 사회적 책무로 '조국통일에 기여'를 명시한 배경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그것을 넣음으로 해서 통일사업이 갑자기 활성화 된다고 보지 않는다. 그러나 통일문제를 단협안에 넣을 만큼, 민주노총이 우리 사회의 모순을 전면에 제기하고 있다는 일종의 선언으로 봐달라."


△이혜선 민주노총 신임 통일위원장 겸 부위원장ⓒ민중의소리 김철수


"보수언론의 반발은 위기감에서 오는 호들갑, 정도(正道)가면 문제 없어"

민주노총이 2004년 임단협 요구안에 기업의 사회적 책무로 '조국통일에 기여'를 명시한 것에 대해 조선일보는 '조국통일에 기여하기 위해 기업하나?'라는 제목의 23일자 신문 사설을 통해 예상되는 비난을 했다. 이 밖에 동아일보, 국민일보 등 보수언론들도 경총 과계자의 말은 인용, 마치 민주노총이 일방적으로 기업에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매도했다.

이에 대해 이혜선 통일위원장은 조중동을 위시한 수구세력들의 위기감에서 오는 '호들갑'이라고 잘라 얘기했다.

"내용을 보면 알겠지만 우리가 일방적으로 기업에게 통일기금 내라는 게 아니라 '노사 쌍방은 사회발전과 조국통일에 기여한다'고 돼 있다. 그럼에도 조중동이 전후 사정 빼고 마치 민주노총이 현실에 맞지 않는 혹은 과도하게 기업에게 부담을 요구하는 것으로 매도하는데 이것은 다른 의도가 있다고 본다."

"진실은 실제 사업 속에서 밝혀 질 거라 본다. 어떻게 보면 오히려 홍보차원에서는 잘 됐다고 생각한다. 사실 매우 많은 단협안 속에서 이 부분을 조합원들에게 어떻게 알려 낼 것인가를 고민했었는데 이번에 조중동이 터뜨려 주었다."

"민주노총은 이것이 냉전세력들의 색깔론에 휘말리지 않도록 정확하게 현실에 기반한 사업을 잡아서 들어가면 된다. 객관적 입장과 정세판단을 잘해서 가면 문제없다고 본다."

통일에 있어 기업과 노동자 모두 주체가 될 수 있다

"민족의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조국통일의 과제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바, 자본가라 할지라도 조국통일을 위한 교육 및 조직활동을 장려, 동참할지언정 방해, 외면할 수는 없는 것이다." <-조국통일 기여 단체협약 요구안 해설 중>

통상 노조는 기업과 임금협상을 벌일 때, 대립관계에 놓이게 된다. 하지만 민주노총이 이번에 마련한 기업의 조국통일 기여 문항은 기업과의 대립선을 떠나 오히려 협력의 관계로 설정하고 있다.

언뜻 보면 딜레마적 상황처럼 보이지만 이 부분에 대한 이혜선 통일위원장은 입장은 다음과 같다.

"실제로 민주노총이 구조조정, 생존권 싸움을 할 경우에 우리의 대상은 기업으로서 일정정도 양보나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 그러나 통일이라는 것은 기업도 민족이라는 이름 아래 통일의 주체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노동자를 더 추동해서 같이 가는 것이다."

하지만 기업측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국가가 정책적으로 추진해야 할 사업을 기업에 부담시키는 부당한 요구라는 것이다. 또 노조와의 임금,단체협상에서 이 문제를 대상으로 놓을 수 없다는 것이 경총의 입장.

이러한 우려에 대해 이 통일위원장은 "여전히 반동적이고 수구적인 기업가들은 안 된다고 얘기하겠지만 나는 민족적이고 양심적인, 그리고 나아가 남북 통합을 통해 실질적인 민족의 부가 창출되면 전체 민중에게 도움이 된다는 안목을 가진 제대로 된 기업가라면 거부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남북 교류 사업, 질적 변화 준비해 가야

통일위원장이 된지 얼마 되지 않아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 온 이 위원장에게는 곧바로 5ㆍ1절 남북통일노동자대회를 성사시켜야 할 책무가 발 앞에 떨어져 있다. 남북통일노동자대회는 지난 해 사스로 인해 불가피하게 연기된 사업이라 어느 정도 준비는 돼 있으나 신임 위원장으로서는 부담이 될 법도 하다.


ⓒ민중의소리 김철수
남북노동자대회 준비정도를 묻는 질문에 이 통일위원장은 일단 지원자들이 차고 넘치는 데 대한 행복한 고민부터 한다.

그녀는 일에 대한 부담보다 오히려 규모 있고 의미 있는 사업이 총선 분위기에 묻혀 빛을 보지 못할까 봐 노심초사. 총선이 끝나면 사업의 의미에 걸맞게 조직적으로 승화시키는 데 최선을 다해 발로 뛸 각오를 하고 있다.

한편 이 통일위원장은 최근 북측이 남북 민간교류에 대해 새로운 평가를 제기하면서 남쪽의 주체 역량 문제를 거론하고 나온 것에 대해, 어느 정도 그 타당성을 인정하고 남쪽 통일운동의 질적 변화를 고양시킬 필요가 있다고 조심스런 의견을 개진했다.

"북측이 제기한 문제는 남쪽의 통일일꾼들도 고민하는 부분이다. 아직 뚜렷하게 일상화, 전면화가 제시되고 있지 않아 답답하지만 북측이 갖고 있는 타당한 문제제기와 이남의 현실적 고민들을 빨리 모아서 구체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서 이번에 올해 8ㆍ15도 규모 있게 만들고 분단 60주년을 맞는 내년은 정말로 통일운동의 질적 변화를 고양시켜야 한다는 생각이다. 민주노총은 그 고민의 일환이 단협안에 기업의 조국통일 기여 조항을 넣은 것이다."

"나는 아직 통일운동의 신인", 그러나 당찬 포부 밝혀

사실 통일운동에서 이혜선이라는 이름은 낯설다. 이 위원장 스스로도 자신은 80년대 통일운동의 세례를 받은 게 전부라고 말하는 등 본인이 통일분야의 '신인'임을 부정하진 않는다.

하지만 그녀는 민주노총 내에서 상대적으로 통일운동의 불모지(?)라 불려진 공공연맹에서 2003년 상임위원장 선거에 나가 첫 번째 공약으로 통일위원회 설치를 내거는 등 적극적 활동을 보여 왔다.

그런 그녀가 민주노총 내 통일운동을 어떻게 구상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특히 노동계에서 통일이란 화두는 임단협 등 노동 현안에 밀릴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일단 노동운동과 통일운동의 연계는 교육과 운동의 일상화로 뚫어갈 뜻을 밝혔으며 이를 위해 올해 8.15를 그 어느 때보다 규모 있게 준비해 바람을 일으킨다는 구상이다.

"전체적으로는 올 815를 바람을 일으킬 만큼 대규모 사업들을 배치하되, 중앙 주입식이 아닌 밑에서부터의 요구를 받아 안을 것이며, 내부적으로는 자주교류사업들을 할 수 있는 활로를 뚫어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교육사업을 통해서 통일을 우리가 지고 가야할 시대적 화두로 인식시켜야 한다. 자주평화통일 사업을 현장에서 구현해 가지 않으면 우리가 하고 있는 구조적 싸움에서 결국은 미국에 발목을 잡힌다는 것들을 인지시켜 내면 가능하다고 본다."

그러면서 이 위원장은 "한반도 분단 이후에 실제로 가장 많은 희생, 피해를 받았던 것이 노동자, 민중이었다. 그럼에도 불구, 노동자 미중이 떨쳐나선 통일운동을 제대로 해 오지 못한 부분도 있다. 이러한 자기반성과 목표 속에서 선언적 일과 함께 구체적 사업 속에서 민주노총, 노동자가 앞장서서 통일의 활로를 열어나가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 게시물은 평통사님에 의해 2012-08-24 10:42:29 통일과 남북관계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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