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6/14] [한겨레]최소한의 삶도 와르르…극빈층 는다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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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삶도 와르르…극빈층 는다
8만4천가구 요금못내 가스 끊겨
14만 7천여가구 "전기 끊긴적 있다"
개인파산 신청 눈덩이 2000명 달해
경기 침체 장기화로 가계소득이 줄면서 전기료와 상수도 요금, 도시가스비 등 공과금조차 제대로 내지 못해 단전, 단수 등의 고통을 겪는 빈곤층이 계속 늘고 있다. 또 신용불량 등으로 막다른 궁지로 내몰린 개인파산 신청자 수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 신음하는 서민 경제=한국도시가스협회는 올 4월 현재 도시가스 요금을 2개월 이상 내지 못한 가구의 연체 금액은 2040억원으로, 지난해 9월 조사 때의 771억원에 견주어 2.6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연체율로는 지난해 9월 1.5%에서 2.9%로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3개월 이상 요금을 내지 못해 가스가 끊긴 가구 수는 8만4천가구로 지난해 9월 7만6천가구보다 8천가구 증가했다. 도시가스협회 관계자는 “일종의 생필품인 도시가스 특성을 감안해 가급적 가스공급 중단을 자제하고 있음에도 장기 불황 여파로 체납액과 가스가 끊기는 가구 수가 계속 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한전 집계 결과, 올 들어 지난 4월까지 3개월 이상 전기료를 내지 못해 한 차례 이상 단전을 경험한 가구 수가 14만7천여가구에 이르렀다. 한전은 월 100㎾h 이하 전기를 쓰는 서민 가구에 대해서는 전기료를 연체해도 단전 조처를 유예하고 있는데, 현재 이 혜택을 받는 가구 수만도 7만7천여가구에 이른다. 지난해 전체 단전 경험 가구 수가 63만4천여가구로 2002년 48만여 가구에 비해 41% 늘어난 데 이어, 전기료 체납자가 줄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중 대다수는 미납요금을 일부라도 정산해 전기 공급이 재개됐으나, 4천여가구는 여전히 전기가 끊긴 상태다. 지난달 5일 광주에서는 전기료 체납으로 단전 조처를 당한 가정주부 이아무개(36)씨가 세입자 김아무개(29)씨 집 전기를 몰래 끌어 쓰다가 경찰에 불구속 입건되기도 했다.
또 지난 4월 말 현재 서울지역 상수도 요금 징수율은 93.7%로, 113억원이 덜 걷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징수율은 0.7% 줄고, 연체 금액은 15억원이 불어났다.
건강보험 쪽을 봐도 이런 추세는 마찬가지다. 지난 10일 현재 영세 자영업자 등이 가입하는 건강보험 지역 가입자(878만가구) 중 19%인 163만가구가 3개월 이상 보험료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 156만명이던 체납자 수가 4개월여 사이에 무려 7만가구 증가한 셈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쪽이 체납 보험료를 최장 18회에 걸쳐 나눠낼 수 있도록 한 분할납부 제도에 따라 구제를 받은 가입자들까지 합치면 연체자 수는 훨씬 늘 것으로 추산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체납자들이 하루 벌어 먹고 살다 경기침체 여파로 일감을 구하지 못한 일용직 노동자나 영세 상인들이어서 압류 등 강제 징수를 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 개인 파산자도 급증=올 들어 5월까지 서울중앙지법에 신용불량 등으로 개인파산을 신청한 사람은 1995명으로, 이미 지난해 전체 신청자 수(1839명)를 훌쩍 넘어섰다. 지난해 같은 기간(380명)과 비교하면 무려 5배 늘어난 수치다. 법원은 이 중 76.8%인 1532명에 대해 파산 결정을 내려 채무 면책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고 밝혔다.
법원 관계자는 “최근 자체 설문조사 결과, 개인파산 신청자의 절반 이상이 지난해(36.2%)와 올해(16.2%) 사이에 신용불량자가 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신청자 중 소득이 없는 무직자가 65.4%고, 비정규직 노동자와 급여 소득자 등이 뒤를 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석 황예랑 기자 hgrh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