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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2/16] [한미FTA뜯어보기1~7]"이대로는 사회 전반에 反FTA 연대 결성될 것" 등(추가) - 프레시안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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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의 FTA…스위스는 중단하고 한국은 잰걸음

[한미FTA 뜯어보기 1] 농산물시장 개방이 미국의 제1목적 2006-02-01 오전 9:27:08


한국과 미국의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 Free Trade Agreement) 협상 개시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로버트 포트먼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1월 28일 세계경제포럼(WEF)이 열리고 있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로이터〉 통신과 가진 인터뷰를 통해 "미국은 2월 2일쯤 한국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개시를 공식 선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이 7번째 교역대상국인 한국과 FTA를 체결한다면 미국이 지난 1994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를 체결한 이후 최대의 무역협정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미국은 행정부가 대외교역 협상권을 한시적으로 갖는 '무역촉진권한(TPA)'의 만료시한이 2007년 6월로 다가옴에 따라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한국과의 FTA 체결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이미 지난해부터 한국 정부에 한미 FTA 협상 개시의 조건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하고 '스크린쿼터를 축소'하라는 압력의 수위를 높여 왔다.

우리 정부는 이런 미국 측의 요구에 화답해 올해 초에 갑자기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재개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스크린쿼터도 절반으로 축소해주는 '신속성'을 보였다. 아울러 정부는 2월 2일 '한미 FTA 관련 공청회'를 개최해 미국과의 FTA 협상 개시를 공식 선언하기로 했다.

지난 몇 년간 우리 사회의 각계에서 한미 FTA에 관한 논의를 해 왔지만, '한미 FTA는 무조건 좋은 것' 혹은 '한미 FTA는 세계화 시대의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는 입장과 '한미 FTA는 악' 혹은 'FTA는 우리 입장에서 취할 수도 거부할 수도 있는 것'이라는 입장이 맞서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한미 FTA가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물론 그것이 우리에게 이익이 되는 것인지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한미 FTA를 밀어붙이고 있다.

이에 〈프레시안〉은 한미 FTA 협상의 진행과정을 추적하고, 그 과정에서 파생하는 논의들을 점검하며, 이 협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처해야 하는지를 살펴보는 기획 시리즈를 시작한다. 〈편집자〉

포트먼 미국 무역대표 "FTA는 그 나라 농업 개방 겨냥한 것"

다보스 포럼에 참가한 포트먼 미 무역대표부 대표는 1월 28일 "미국의 FTA 협상의 기준은 농업"이라고 밝혔다. 즉 미국이 다른 나라들과 FTA을 맺으려는 가장 중요한 목적이 미국의 농산물을 관세 부담 없이 싼값으로 수출하기 위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같은 포트먼 무역대표의 발언은 한국과의 FTA 협상에도 그대로 해당된다. 미국은 한국과의 FTA 협상에서 우리 측에 농산물 시장의 전면 개방을 강력하게 요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런 와중에 스위스는 농업을 완전 개방할 수 없다는 이유로 미국과의 FTA 협상을 포기해 눈길을 끌고 있다.

스위스 정부 "농업을 완전 개방하느니 미국과 FTA 체결 안 한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1월 27일 미국과 스위스는 FTA 협상 개시에 앞서 열린 양국 간 경제공동위원회에서 농업 분야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해, 결국 FTA 협정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그 대신 양국은 '무역투자 포럼'을 구성해 양국간 경제관계를 강화하는 방안을 찾기로 했다.

미국과 스위스가 FTA 협상을 개시조차 하지 못한 것은 한마디로 '농업 분야를 전면 개방하지 않으면 FTA 협상을 시작할 수 없다는 미국의 압력에 스위스가 굴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의 농업 전면개방 요구에 스위스는 "치즈, 고기 및 밀 등 일부 농산품은 FTA의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맞선 것이다. 미국은 스위스의 전체 수출 중 11%를 차지하는 제2의 수출시장이다.

한국 정부 "한미 FTA 체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한다"

이와 달리 한국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재개, 스크린쿼터의 축소 등 미국이 요구해 온 FTA 협상 개시 조건을 다 들어주어, 스위스 정부와는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1월 13일 미국 측의 요구로 원래 일정보다 앞당겨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말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한 일본이 최근 광우병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다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금수 조치를 내렸지만, 우리 정부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재개를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또 1월 26일 정부는 한국영화의 의무상영 일수 기준인 스크린쿼터도 미국 측의 요구대로 현재의 절반 수준인 73일로 줄여 7월부터 실시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한덕수 재정경제부 장관은 한국이 독자적으로 스크린쿼터 축소를 결정한 것처럼 발표했지만, 그 배경에 미국의 압력이 작용하고 있음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정부의 이같은 결정들은 모두 미국과의 물밑 교섭을 통해 이뤄졌고, 그 과정에서 우리 국민, 특히 쇠고기 수입 재개와 스크린쿼터 축소로 직접적인 타격을 받게 될 축산업 농민들과 영화산업 종사자들은 철저히 배제됐다. 정부는 교섭을 끝낸 후 국민에게 일방적인 '통보'만을 했을 뿐이다.

현재까지의 정부의 태도를 놓고 봤을 때 미국이 우리나라에 농산물 시장의 전면 개방을 요구해 오면 우리 정부가 국내 농업을 보호하려는 성의를 조금이나마 보일지 의심스럽다.

일단 정부는 향후 10년 간 119조 원을 쏟아붓는 '농업·농촌 종합대책'을 마련하겠으며, 5년 간 4000억 원 규모의 '한국영화발전기금'을 조성하겠다는 등 한미 FTA 체결에 따른 불이익에 대해 보상해준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단기적'일 수밖에 없는 이런 처방만으로 한미 FTA의 후폭풍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미 FTA, 정말로 실보다 득이 큰가?

일부 통상전문가들은 한미 FTA가 발효되면 국내산 자동차, 섬유, 전기전자 제품 등에 대한 미국 시장의 수입장벽이 사라지며, 이에 따라 대미 수출은 12~17%, 연간 GDP 성장률은 1.99% 정도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이들은 이런 개방의 결과 국내에 일자리 10만 개가 창출되고 국내총생산(GDP)이 13조 원 가량 늘어나는 효과도 기대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미 FTA로 인해 농산물 시장이 완전 개방될 경우 농업 부문에서 일자리가 8만5000개 정도 줄어들고 농업생산도 8조 원 가량 감소할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수치상으로만 놓고 봤을 때 한미 FTA 체결로 인한 실익은 일자리 1만5000 개, GDP 5조 원 증가라는 것이다.

물론 정부와 재계는 자본시장의 투명성 제고, 국가경제의 신인도 상승, 금융시장의 국제화, 지적재산권 보호 강화, 한미 양국의 외교·안보적 동맹 강화 등 수치상으로 계산할 수 없는 이익들을 적극 선전하고 있지만 이것들은 실증적으로 입증된 바 없다.

또 이런 이익들이 무역자유화로 인해 타격을 입을 산업부문들의 노동자와 농민들의 피해와 그로 인한 사회적 갈등의 비용을 능가할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노무현 대통령은 연초 신년사를 통해 우리 사회의 시급한 문제로 '양극화'를 꼽았는데, 한미 FTA가 체결되면 우리 사회의 양극화가 완화되기는커녕 오히려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한미 FTA는 DDA 협상에서 한국을 불리하게 할 것

게다가 미국과의 FTA 협상이 성급히 개시되면 세계무역기구(WTO)의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에서 우리의 입장을 관철하는 데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국은 관세의 점진적 감축을 추구하는 DDA 협상에서 개도국 지위를 유지해 관세 및 국내 보조금 감축에서 신축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관세와 무역장벽을 완전 철폐하거나 대폭 완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FTA를, 그것도 세계 최대의 농산물 수출국인 미국과 체결해 농산물 관세를 전면 철폐하게 되면 DDA에서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즉 한국은 개도국 지위를 인정받기 힘들어질 것이고, 중국과 유럽 등으로부터도 농산물 시장 개방의 압력이 물밀듯 밀어닥칠 것이다.

현재의 여러 상황들을 감안할 때 정부가 주장하듯 한미 FTA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가 부정적인 효과를 상쇄하고도 남을 것이라고 예단하기에는 불투명한 변수들이 너무 많다.

프레시안 노주희/기자


수많은 부문별 쟁점들…'1년 내 체결' 말 되나

[한미FTA 뜯어보기 2] 뒤통수 맞을 일 허다해 2006-02-02 오전 9:38:48


정부는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기 위해서라면 어떤 희생이라도 불사하겠다는 태세다.

재계, 경제연구소들, 일부 언론들도 "미 행정부에 부여된 무역촉진권한(TPA)의 소멸 시점이 2007년 6월로 다가와 협상시한이 1년도 남지 않았다', '꾸물거리다가는 한미 FTA보다 미주자유무역지역(FTAA)이 먼저 출범해 거대한 미국시장을 남미에 빼앗길지도 모른다', '미국과 FTA를 체결하는 순서에서 중국이나 일본에 밀릴지도 모른다'는 등의 경고를 내면서 정부의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경고들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한미 FTA를 서둘러 체결해야 한다는 당위성만 강조되고 있을 뿐 실제로 한미 FTA 협상이 시작되면 구체적으로 어떤 사안들이 협상 테이블에 올라갈지, 그런 사안들에 대해 이해당사자들과 일반 국민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떤 식으로 국민여론을 수렴해 사안별 협상을 진행해갈지에 관한 이야기는 전무하다시피 하다.

전국농민회총연맹, 민주노총, 한국노총, 영화인대책위원회 등 10개 단체들과 민주노동당이 공동으로 마련한 '통상협정 체결절차 등에 관한 법률(통상절차법)'이 2일에야 겨우 국회에 발의될 예정이라는 것은 그동안 대외 통상협상과 관련 정책들이 얼마나 정부의 일방적인 주도로 이루어져왔는지를 보여준다. 각각의 통상 사안에 대해 국민여론을 수렴하고 이를 협상과정에 반영하는 데 필요한 법률적 장치가 아예 부재했던 셈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정부의 기습적인 스크린쿼터 축소 결정으로 '뒤통수를 맞았다'고 생각하는 영화산업 종사자들의 처지가 '특수'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당연'한 것이다. 한미 FTA 협상 개시를 코앞에 두고 있는 지금, 각 분야별 쟁점을 미리 짚어보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크다.

미국, 예외 없는 관세철폐 원칙…한국 "쌀만은 빼달라"

실제로 한미 FTA 협상이 시작되면 가격경쟁력을 비롯한 시장경쟁력에서 미국이 비교우위에 있는 것으로 분석되는 농축산업, 서비스업에서는 물론 의약품과 기계를 비롯한 일부 제조업에서 한미 양국 간에 첨예한 갈등을 야기할 사안들이 집중적으로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도 한미 FTA가 체결되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이는 농업 부문에서는 한미 양국이 농산물 하나하나를 놓고 관세율 인하의 수준과 민감품목 양허 등의 문제에서 불꽃 튀는 대결을 할 수밖에 없다.

특히 농산물 시장의 완전 개방을 요구하는 미국과 협상해 우리의 쌀 시장을 지켜낼 수 있느냐의 문제가 한미 FTA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한미 FTA 협상이 개시되기도 전에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 재개로 한바탕 수난을 당한 축산업계는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 그동안 고관세의 보호를 받아온 주요 축산품들의 관세율을 얼마만큼 낮춰야 하는지를 놓고 미국 측의 시장개방 확대 요구에 맞서 한바탕 혈전을 치러야 할 것 같다. 우유 등 낙농제품의 관세율 인하 수준을 놓고도 한미 간에 첨예한 대립이 예상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현재(2004년) 대미 수입 민감품목으로 지정돼있는 농수산품 및 식품은 쇠고기, 돼지고기, 양파, 조제 감자, 포도주스 등 총 46종이다.

서비스 시장에 대한 협상도 마찰 예고

농수산물 시장뿐 아니라 서비스 시장도 한미 FTA 협상의 거센 파고에 취약한 분야다. 교육과 의료 등 공공성 문제로 시장개방 여부에 대한 논란이 계속돼온 분야뿐 아니라 통신, 영화 등 상대적으로 우리가 경쟁력을 갖췄다고 여겨지는 분야에서도 한미 양국 간 갈등을 피해갈 수 없다.

먼저 서비스 분야 중 통신 부문에서는 기간통신사업자의 외국인 지분제한 기준(현행 49%)을 올리거나 없애라는 미국 측의 압력이 이미 거센 상태여서 이 문제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주무부처인 정보통신부는 현행 기준인 49%도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는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하는 동시에 통신산업의 안보적 중요성을 감안해서라도 더 이상 물러서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자국의 통신시장 개방 수준이 한국보다 훨씬 높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까다로운 규제 등을 감안한 실질적인 개방 수준에서는 미국이 우리보다 그렇게 높다고 말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편 금융과 보험 분야에서는 우리의 송금제한 규정을 철폐하라는 미국의 주장에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법률 분야에서는 국내 법률회사의 미국인 변호사의 고용, 국내 법률회사와 미국 법률회사 사이의 동업 및 합작, 미국 법률회사의 국내법인 개설 및 국내 변호사 고용 등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미 지난해 3월 이해찬 총리 주재로 열린 '서비스 산업 관계장관회의'에서 2007년부터 단계적으로 법률시장을 개방하겠다고 선언했지만, 그 구체적인 일정이나 관련 규정들은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회계 분야에서는 미국 회계법인의 국내영업 여부가 쟁점이다. 정부는 이미 지난해 12월 열린 '금융허브추진위원회'에서 회계 서비스 시장의 개방을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당장 2007년부터 외국 회계법인의 국내사무소 설치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의료 분야에서는 외국인을 포함한 영리법인의 병원 설립 허용 여부가 그동안에도 한미 간에 논란이 돼왔지만, 이번에도 이 문제가 다시 부각될 전망이다.

교육 분야에서는 미국인이 국내에 학교를 설립하는 것을 허가해야 하느냐를 놓고 한미 양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이해당사자들 사이에 갈등이 증폭될 전망이다. 정부는 이미 일정한 조건 아래 외국 자본이 국내에 학교건물 등을 건설하거나 일정 기간 건물을 임차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풀겠다고 밝힌 바 있다.

1년 내 미국과의 FTA 체결?…너무 성급하다

제조업 분야는 업체별로 상황이 다르다. 한미 FTA 체결로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거나 아예 그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여겨지는 자동차, 전자제품, 신발, 섬유의류 등 일부 제조업 부문의 기업들은 느긋하게 협상 개시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화장품, 의약품, 군수, 화학, 종이, 기계 등의 분야는 한미 FTA가 체결되면 미국산 제품의 수입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이들 분야에서는 한미 간에 상당한 마찰이 예상된다.

특히 의약품 분야에서는 의약품에 대한 보험급여 지급요건과 외국계 오리지널 제품의 약가 산정 문제가 주목된다. 미국은 미국계 다국적 제약기업들의 오리지널 의약품에 대한 지적재산권을 지키면서 약가를 높게 유지할 수 있는 방향으로 FTA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제네릭 의약품(생산된 약품의 특허기간이 끝난 뒤 다른 제약사가 공개된 기술과 원료 등을 이용해 만든, 같은 약효와 품질의 제품)' 생산을 위주로 하는 국내 군소업체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이밖에도 반덤핑 등 미국의 무역 구제조치 수준의 약화, 9.11 테러 후 까다로워진 미국의 통관절차 개선, 국내 자동차 배출가스의 허용기준 문제, 한국 기업인에 대한 비자 특혜의 조기도입 등 다양한 사안들이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은 이런 각각의 세부 사안들이 국민경제와 국민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관한 기본적인 정보조차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 모든 사안별 쟁점에서 한국과 미국 정부가 서로 입장을 비교하고 원만한 협상을 하려면 '양국 국민들이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은 상태에서 정부를 이해하고 동의'해줄 수 있어야 한다. 게다가 국내외 관련 실정에 대한 점검, 한미 양국 정부의 입장 조율, 통상관련 법률의 개정 등의 작업이 협상 타결 전에는 물론 그 이후에도 필요하다.

이런 모든 일이 합리적으로 이루어지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런데도 1년 안에 한미 FTA 체결을 완료하자니,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

프레시안 노주희/기자


요식절차 '티' 너무 난 공청회, 결국 무산

[한미FTA 뜯어보기 3] 관리들이 국민여론 무시한 결과 2006-02-02 오후 1:27:04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청회'가 농민단체 등의 저지로 무산됐다. 이에 따라 3일 중 미국 정부와 함께 한미 FTA 협상 개시를 공식으로 선언하려 했던 정부의 계획이 틀어졌다.

'한미 FTA 공청회'는 2일 서울 코엑스 대회의실에서 외교통상부 주최로 일단 열렸으나, 공청회 시작시간 전부터 주최 측과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8개 농민단체들로 구성된 '농업회생을 위한 농민연합준비위원회(가칭)'가 격렬하게 대립하게 되면서 진행에 차질이 빚어지다가 결국 농민들이 단상을 점거하면서 무산됐다.

FTA 협상 개시를 선언하기 전에 반드시 공청회를 열도록 한 현행 FTA 절차 규정을 감안할 때 우리 정부가 어떻게든 밀어붙이려던 한미 FTA 추진 일정에 큰 차질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국민여론과 상관없이 2일 협상개시하려고 했는데…"

정부는 올 초 "자유무역협정 체결 절차규정(대통령훈장)에 따라 2일 공청회를 통해 관련 전문가 및 업계의 의견을 수렴한 후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어 FTA 협상 개시를 심의·결정할 것"이라고 발표했으나, 내막적으로는 공청회 결과와 관계없이 FTA 협상을 조기에 개시한다는 방침을 이미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언론에서는 2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의사당에서 김현종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과 로버트 포트먼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양국 간 FTA 협상 개시를 선언한다는 보도를 이미 내보낸 상태였다.

이날 공청회에 참가한 농민들은 "오늘 공청회의 결과와 상관없이 오후에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고 내일(3일) 오전 중 한미 FTA 협상 개시를 공식 선언하기로 결정돼 있다'며 "우리더러 들러리 노릇이나 하라는 것"이라고 격렬하게 항의했다.

이에 대해 외통부 관계자는 "절차대로 수순을 밟는 것일 뿐"이라는 원칙적인 답변을 되풀이하면서도 '3일에 협상 개시를 공식 선언하기로 했다'는 지적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부인하지는 않았다.

농민단체들은 공청회가 끝나면 한미 FTA 협상의 조기 개시를 막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진다는 판단 아래 공청회를 일단 저지하기로 결정했던 것으로 보인다. 농민단체들은 국민여론을 수렴해 충분한 협의를 거친 뒤 3월초께 공청회 날짜를 다시 잡자고 주장하고 있다.

공청회가 무산된 직후 농민단체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가 협상의제 설정과 협상 관련 정보에서 과도한 독점을 행사하면서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이 철저히 배제되고 있다"며 "농업의 유지·발전을 위한 대책 마련과 핵심 이해당사자인 농민들에 대한 협상 참여권 보장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청회가 아니라 '선전'과 '협박'을 하는 자리

애초부터 한미 FTA 공청회는 한미 FTA 협상을 개시하기 위한 요식행위라는 '티'가 너무 많이 났다.

공청회라는 명칭이 무색할 만큼 공청회 내용의 대부분이 그동안 줄기차게 한미 FTA의 체결이 가져다줄 이점을 홍보해온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한국무역협회 등의 주제발표로 채워졌고, 국민여론을 수렴하기 위한 장으로 봐줄 만한 내용으로는 공청회 말미에 배정된 질의응답 시간뿐이었다. 게다가 100여 명에 이르는 사설용역업체의 경비원들이 공청회장의 연단 앞을 지키고 서는 바람에 공청회에 참석한 사람들이 분노하는 모습을 보였다.

외통부 관계자는 "미 행정부에 부여된 무역촉진권한(TPA)의 소멸시점이 내년 7월 말로 다가옴에 따라 시간이 촉박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부는 미 의회에 협상개시 의사를 통보한 뒤 90일이 지나야 공식 협상이 가능한 미국의 상황을 지적하며 "늦어도 내년 3월까지는 협상을 완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경제에 심대한 영향을 끼칠 한미 FTA 협상이 왜 미국의 무역촉진권한(TPA) 시한에 맞춰 진행돼야 하는지는 설명되지 않았다.

이날 공청회 무산 사태에서 드러났듯이 우리 정부는 한미 FTA 체결 과정에서 우리 국민의 의견을 귀담아 듣겠다는 최소한의 성의조차 보이지 않았다. 공청회가 무산됐음에도 정부가 현행 FTA 절차 규정을 무시하고 한미 FTA 협상의 조기 개시를 강행할지 여부가 주목된다.

프레시안 노주희/기자



韓·美, FTA 협상 개시 선언…정부 '밀어붙이기'

[한미FTA 뜯어보기 4] 미국 국내사정에 맞춰진 협상일정 2006-02-03 오전 9:33:12


한국과 미국이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한 협상을 개시한다고 공식으로 발표했다.

3일 오전 5시(미국시간 2일 오후 3시) 김현종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과 로버트 포트먼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워싱턴에 있는 미 의회 의사당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한미 FTA 협상의 개시를 선언했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한미 FTA 협상의 공식 출범에 맞춰 성명을 내고 "오늘 우리는 미국과 한국 간의 포괄적인 FTA 협상을 통해 양국 관계를 심화시켜 나가고자 한다"며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은 미국의 대(對) 아시아 개입(engagement)을 증대시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철저히 미국 입맛에 맞춘 협상 일정

이에 따라 한미 양국은 앞으로 90일 간 예비협상을 진행한 다음 5월 3일 본 협상에 돌입할 전망이다. 90일의 예비협상 기간을 둔 것은 미 행정부가 의회에 통상협상 개시 의사를 전달하면 의회가 90일 간 관련 사안들을 검토하도록 미국 국내법에 규정돼있기 때문이다.

한미 양국은 미 행정부에 부여된 무역촉진권한(TPA)이 소멸되는 내년 6월 30일보다 90일가량 앞선 내년 3월 31일까지 한미 FTA 협상을 타결하고 협정을 체결하자는 데 이미 의견일치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또한 미국 국내법을 감안한 일정이다.

이런 일정대로라면 불과 1년여의 짧은 기간에 상품뿐 아니라 서비스·투자 분야까지 포괄하는 광범위한 한미 FTA 의제들에 대한 협상이 전부 마무리돼야 한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도 국내의 여론 등과 상관없이 FTA 협상을 밀어붙이는 태도를 계속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 FTA가 발효되면 그 후 10년 간에 걸쳐 양국간 교역 품목에 대한 관세의 90% 이상이 단계적으로 철폐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한국에서는 농업과 금융서비스 분야가, 미국에서는 섬유·자동차 등 제조업 분야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한미 양국 정부가 계획한 한미 FTA 협상 일정>

2006년 2월 2일 한미 FTA 협상 개시 공식선언
2006년 2~5월 예비협상 (미 의회 검토기간 90일)
2006년 5월~2007년 3월 본 협상
2007년 4월~2007년 6월 (미 의회 검토기간 90일)
2007년 6월 30일 미국 행정부의 무역촉진권한(TPA) 소멸
? 양국 의회 비준


정부, 이미 협상전담반 구성 시작해

정부는 한미 FTA 협상의 개시를 선언하기에 앞서 이미 협상전담반 구성에 들어갔다. 정부는 재정경제부, 산업자원부, 농림부, 해양수산부, 정보통신부 등 관계부처들을 망라한 범정부 성격의 협상 시스템으로 이 전담반을 구성해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우리측 수석대표로는 김종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대사가 내정됐다. 김 대사는 외교통상부의 지역통상국장, 미국 샌프란시스코 총영사를 거쳐 APEC 고위관리회의 의장을 역임하는 등 통상협상에서 뼈가 굵은 차관보급 인사다.

정부는 통상협상 시한이 촉박하게 잡힌데다 협상의제도 포괄적이라는 점을 감안해 복수의 대표를 두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한-아세안(ASEAN) FTA 협상을 지휘하고 있는 김중근 외통부 통상교섭본부 조정관이 물망에 올라있다.

한편 미국측 수석대표는 웬디 커틀러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보로 정해졌다. 그는 여러 차례 "미국의 FTA 정책은 포괄적이고 실질적인 개방을 원칙으로 한다"고 밝혀왔으며, 한국의 농산물 시장 개방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USTR 북아시아 담당 대표보를 지냈던 2003년에는 한국을 방문해 스크린쿼터의 축소를 요구했다가 국내 영화인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양국 대표들은 서울과 워싱턴을 오가며 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협상을 조기 개시하는 명분은?

한미 FTA 협상의 공식 출범과 함께 우리 정부가 쇠고기 수입 재개, 스크린쿼터의 축소, '한미 FTA 공청회'의 파행 등 국내에 수많은 불협화음을 만들어내면서까지 서둘러 협상을 시작한 배경이 주목받고 있다.

정부는 미국의 무역촉진권한(TPA)의 소멸시점에 한미 FTA 일정을 맞추기 위해서 협상 개시를 하루라도 늦출 수 없다는 주장을 되풀이해왔다.

미국의 무역촉진권한 법안은 2002년 9월 부시 대통령에게 국제무역 협정에 대한 광범위한 협상권을 주기 위해 발효된 법안으로, 대통령이 의회에 무역협정 의제를 제출하면 의회는 협정 내용에 대한 수정을 하지 않고 찬반투표만 하게끔 규정하고 있다. 즉 통상협정에 대한 의회의 권한을 한시적으로 대통령에게 이임한 것이다.

무역촉진권한의 시효는 5년으로, 미국은 이 기간에 부시 대통령으로 하여금 세계무역기구(WTO)의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은 물론 미주자유무역지역(FTAA)의 출범, 개별 국가들과의 FTA 체결 등을 공격적으로 추진하도록 해 전세계에 '무역자유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킨다는 계획이었다.

한미 FTA 협상을 조기에 개시하는 명분의 근거가 미국의 국내법에 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말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무역촉진권한이 소멸돼 통상협상 권한이 미 의회로 반환된 후에도, 과거에 적극적으로 한미 FTA 체결을 주장해왔던 미 의회가 협정 체결에 제동을 걸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공청회 없이 FTA 협상 개시하는 건 무효?

한편 통상협상 개시를 발표하기 하루 전인 2일 외통부 주최로 열린 '한미 FTA 공청회'가 파행으로 치달은 것과 관련해, 대통령훈령에 규정돼있는 공청회가 무산된 것이 한미 FTA 협상의 개시를 무효화할 법적 근거가 되는 것 아닌가에 대한 논란이 예상된다.

2004년 6월에 제정된 'FTA체결절차규정(대통령훈령121호)'에 따르면 정부는 FTA 협상에 들어가기 전에 공청회를 마련해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이를 FTA 정책 수립에 반영해야 한다. 따라서 공청회가 무산됐는데도 협상 개시를 선언한 정부는 이 훈령을 어긴 셈이 된다.

그러나 정부는 일단 공청회를 개최하기는 했으니 훈령을 어기지는 않은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외통부는 "공청회에서 농민들의 입장을 충분히 확인했고, 공청회 자료도 이미 배포한 만큼 더 이상의 의견수렴 절차 없이 한미 FTA 협상을 진행해도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농업통상법 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대통령훈령은 법령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에 '한미 FTA 공청회'가 무산된 것이 협상 자체를 법률적으로 무효화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그러나 현행 행정절차법상 외교에 관한 사항은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행정처분 전에 반드시 행정절차법에서 정한 절차를 준수해야 한다는 점에서 적어도 법리적으로는 공청회 무산 사태가 상당한 법률적 흠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미 건설부 훈령에서 정한 청문 절차를 거치지 않고 건축사 사무소의 등록을 취소한 사건에 대해 위법이라고 판결한 적이 있다. 송 변호사는 이 판례에 주목해 "청문이나 공청회 등의 제도적 취지가 국민의 절차적 기본권을 보장하는 데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통상절차법' 발의…한미 FTA 협상에 적용될까

정부가 이렇게 무리하게 한미 FTA 협상 개시를 강행함에 따라 국내에서는 상당한 반발이 예상된다. 공청회 결렬 사태에서 짐작할 수 있듯, 협상 진행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당하고 있는 농축산계와 영화계를 중심으로 한미 FTA 협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강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2일 정부가 공청회의 무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있던 시간에 국회에서는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을 중심으로 40명의 여야 의원들이 '통상협정의 체결절차에 관한 법(통상절차법)'을 공동 발의했다.

이 법안을 대표로 발의한 권 의원은 "쌀협정 비준동의안 처리와 WTO DDA 협상, 한미 간 FTA 추진 등 통상협상 체결과 관련한 국내 절차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법안 발의의 목적을 설명했다. 즉 FTA를 비롯한 통상협정을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체결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법안이 조속히 국회를 통과해 한미 FTA 협상 과정에 적용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한미 FTA에 관한 국내 이해당사자들 간의 충돌과 이합집산이 올해 5월 지방선거와 내년 대선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또 최근 한미관계의 주요 쟁점인 북한에 대한 금융 제재, 전시작전권 환수 문제 등이 한미 FTA 협상과 어떻게 맞물려 움직일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노주희/기자



美 정·재계, "예외 없는 포괄협정" 압력 본격화

[한미FTA 뜯어보기 5] 경제양극화 심화 우려 2006-02-04 오전 9:51:54

2일(현지시간) 오전 5시 미국 워싱턴에 소재한 미 의회. 정부는 우리 경제의 앞날을 뒤흔들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개시를 국민들 대부분이 잠들어 있는 시간에 우리나라가 아닌 상대국가에서 선언했다.

김현종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협상 개시를 발표한 직후 "협상 출범을 양국 수도에서 각각 발표할 수 있었으나, 미 의사당에서 공동회견을 통해 발표하기로 한 것은 미국 측이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으로부터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처음부터 의사당에서 발표하자고 요청한 데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공무원의 입에서 나온 발언인지 미국 공무원의 입에서 나온 발언인지 구별이 되지 않는다.

이처럼 시작부터 확연히 미국 입장에 치우친 한미 FTA 협상을 둘러싸고 국내는 물론 미국에서도 다양한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美 정·재계, '예외 없는 시장개방 원칙' 한 목소리

한미 FTA 협상의 개시에 대한 열렬한 환영 의사를 밝힌 미국의 정·재계는 현재 진행 중이거나 앞으로 체결을 추진 중인 다른 나라들과의 FTA 협상에 본보기로 삼기 위해서라도 한국과의 FTA에서는 어떤 교역품목에 대한 예외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자세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3일 워싱턴에서 특파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아직 협상을 시작하지 않았다"며 "모든 FTA에 예외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본부장과 함께 협상개시를 선언한 로버트 포트먼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한미 FTA는) 전반에 걸친 포괄적 협정이 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한국과의 FTA 협정이 체결되면 큰 이익을 볼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의 곡물업계, 의류업계, 보험업계 등의 기업들과 한미재계회의,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등 경제단체들도 협상개시 선언에 맞춰 '한미 FTA 비즈니스 연합'을 구성하고 "한미 FTA가 어떠한 상품이나 서비스 분야도 배제하지 않는 협정이 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미 무역대표부에 전달했다.

따라서 FTA 협상이 시작되면 한국산 농산물에 대한 민감품목 지정 여부와 관세인하 수준에서 한미 간에 첨예한 대립이 예상된다. 많은 국내외 전문가들이 농산물 분야에서의 협상이 한미 FTA 협상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정계는 FTA 협상의 체결 가능성에 대해 낙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상당수의 미국 민주당 의원들이 한미 FTA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미 의회에서 '한국은 그동안 미국이 전세계에 전파해온 미국식 민주주의, 시장경제, 시장개방을 착실히 수용한 모범적인 사례'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어, 한미 FTA가 진통을 겪더라도 결국은 체결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우세하다는 것이다.

한국과의 FTA 환영하지 않는 미국 노동자들

반면 외신들은 한미 FTA 협상이 최소한 1년 이상이 걸리는 어려운 협상이 될 것이라며 협정의 타결 가능성에 의구심을 표했다.

AP 통신은 "미국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이후 최대 규모인 한국과의 FTA 협정 협상에 돌입했다"며 "그러나 한국 농민들이 강력히 반대하고 있어 협상이 성공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AP 통신은 "FTA를 강력히 주장해온 부시 행정부가 2001년 출범한 후 미국과 FTA를 체결한 나라는 4개국에서 16개국으로 급증했으며, 이 국가들과 맺은 협정의 대부분이 경제적 효과보다는 정치적 의미가 큰 것"이라며 "그러나 한국과의 FTA는 NAFTA 이후 최대 규모로 경제적으로 막대한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같은 부시 정부의 FTA 확대 정책으로 미국 노동자들의 권익이 침해됐다고 보는 미국 내 비판세력들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AP 통신은 이런 비판세력들이 "한국과의 협상과정을 예의 주시하며 감시와 압력을 늦추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여론수렴 시간…미국은 90일, 한국은 20분

한편 한미 FTA 협상을 둘러싸고 국민여론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한국정부와 미국정부가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미국의 경우 통상협상을 개시하기 90일 전부터 의회로 하여금 협상의 목표와 타당성 등을 철저히 조사하게 하고, 국제무역위원회로 하여금 구체적인 영향평가를 실시하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서둘러 한미 FTA를 개시한 명분도 바로 이런 미국 측 사정에 있었다.

또 미국은 공청회 개최 등 정부, 의회, 이해당사자 간에 다양한 형식의 의사소통 창구를 마련해놓고 있다. '무역조정지원제도'를 통해 무역 관련 피해에 대한 사전, 사후 대책도 광범위하게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여론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한 시간은 2일 농민들의 저지로 무산된 공청회에서 배정됐던 질의응답 시간 20분이었다. 정부는 공청회가 무산된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한미 FTA 협상 개시를 공식 선언했다

농업의 환경보호 효과에 역행 소지

한미 FTA가 발효되면 농업 분야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 거의 확실시 되는 가운데, 대표적인 농도인 전라남도는 대책 마련에 골머리를 썩고 있다. 지난달 한국농촌경제연구소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한미 FTA가 체결되면 전라남도의 농축산 생산액은 2000억 원 가량 감소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라남도는 이미 전담반을 구성해 3가지 대응 시나리오를 마련했다고 밝혔으나, 실제로는 교역품목별 피해액수도 산정하지 못하는 등 실질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내놓은 농업대책은 '시장개방의 최소화'와 '농업의 구조조정'이다. 이는 '우루과이라운드' 체결 당시와 하나도 다르지 않은 대책들로, 현재까지 별 실효성을 발휘하지 못했다.

정부는 119조 원을 투입해 농산물 시장의 개방으로 인한 피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20년 전과 하나도 달라지지 않은 정부의 구태의연한 대응방식에 우리 농민들은 이제 '콩으로 팥을 쑨다고 해도 안 믿는 상태'다.

한편 일부 전문가들은 농업에 환경보호라는 계량화되지 않는 효과가 있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형준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농업부문은 환경보호라는 측면에서 풍수조절 기능이나 이산화탄소 제거 등과 같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효과가 있다"고 지적했다.

양극화의 원인을 양극화 해소의 계기로 승화하자?

농업 분야와 함께 한미 FTA 체결로 가장 우려되는 것은 양극화의 심화다. 미국과의 FTA 체결로 국가경제 전체는 이익을 볼지 몰라도 그런 이익에 대한 고른 분배가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산업 간, 기업 간, 지역 간에 경제양극화가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김현종 본부장도 "그런 부분이 사실 걱정스럽다"라고 인정했다.

이런 가운데 한미 FTA를 정부의 양극화 해소 정책과 관련된 광범위하고 체계적인 제도개혁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3일 '한미 FTA의 기대효과: 산업구조조정 관점에서'라는 보고서에서 "한미 FTA는 기존의 FTA와 달리 농업, 제조업, 서비스업 등 산업 전반에 파급효과가 크고 피해계층도 광범위할 것"이라며 "대외개방으로 인해 중단기적 피해가 예상되는 계층에 대한 체계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적절한 보상체계를 수립하는 한편 포괄적인 '무역조정지원법'을 제정해 재정수요를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KDI는 또 "한미 FTA가 효과를 보려면 시장개방에 따른 피해계층에 대한 보상 및 지원 체계와 함께 일관성 있는 FTA 전략의 수립과 추진, 관련 제도의 개혁 등이 병행돼야 한다"며 "지금까지 시장개방에 따른 대책이 주로 피해계층에 대한 보상 차원에 그쳐온 경향이 있는데, 앞으로는 구조조정 과정에서의 전직, 재투자, 사업재전환 등 지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미 FTA에 한미투자협정도 슬쩍 끼워넣기

정부가 한미 FTA를 체결하면 외국인 투자가 증가할 것이라고 선전하고 있는 가운데, 한미 FTA와 함께 체결될 예정인 한미투자협정(BIS)에도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은 2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한미 FTA만 부각되고 있는데, 이 한미 FTA와 패키지로 처리될 BIS도 굉장히 중요하다"며 "(BIS가 체결되면) 미국의 투자자는 재활용 촉진법에 따른 의무, 고용 승계, 노동기본권, 소득의 일정 부분 재투자, 현지인 일정 비율 고용 등 국내 산업규제 관련 조항을 적용받지 않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우리가 (미국 기업들에) 노동3권이나 환경권 보장을 요구할 경우에도 그런 요구에 대해 미국 기업들이 제소를 하면 우리가 패소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1994년 미국이 이웃 국가인 캐나다 및 멕시코와 북미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뒤에 캐나다와 멕시코의 정부가 미국 기업들에 환경파괴를 중단하고 노동권을 준수하라고 요구했다가 되레 미국 정부로부터 피소를 당해 배상을 해야 했던 사례가 있다.

"한반도 평화에 역행할지도"

한편 한미 FTA가 한미 외교안보 관계를 강화로 이어져 결국 한반도 평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정부 측 주장에도 이견이 제기되고 있다.

김현종 본부장은 3일 "미국의 신속협상권한(TPA) 법에 '군사동맹을 대체하는 게 FTA'라고 명시돼 있다"며 미국과의 FTA 체결이 필수불가결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은 같은 날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미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증가하면 한미동맹 관계를 강화시킬 순 있겠지만 우리 외교정책의 방향이 한미관계 강화 일변도로 가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해서는 견해를 달리 한다"며 "현재 우리의 제1 교역국으로 부상한 중국과 미국의 갈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동아시아 속에서 한국의 외교는 미중관계에서 독자적이고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심 의원은 또 "한미 FTA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유사한 시기에 발표된 것 자체가 지나치게 미국 의존적인 통상외교 정책의 강화를 표현하는 것 아니냐"며 "이는 단기적으로 한반도 평화에 역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주희/기자



영화ㆍ쌀 수입규제 "아예 없애라"… 쇠고기는 "더 열라"

[한미FTA 뜯어보기 6] 미국, 전방위 '개방공세' 2006-02-09 오후 3:18:13

한국과 미국, 두 나라가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의 개시를 공식 선언한 지 1주일째. 미국은 쌀 시장 개방, 미국산 쇠고기 수입조건 완화, 스크린쿼터의 완전 철폐 등을 거론하며 연일 강공을 퍼붓고 있다.

반면 한미 FTA 협상을 개시하기 위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스크린쿼터의 축소 등의 조처를 내놓으며 미국 측에 이미 크게 양보한 우리 정부는 '모든 규정에는 예외가 있다'는 원론적인 말만 되풀이하면서 국민들에게 한미 FTA의 이점을 선전하느라 정신이 없다.

이런 상황에 대해 국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경제대국들을 제치고 한국이 미국과의 FTA 협상국으로 선택됐다'고 자랑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미국이 앞으로 있을 중국, 일본과의 FTA 협상을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가기 위해 동아시아 국가들 가운데 '가장 만만한' 한국을 시범 케이스로 선정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USTR "한국에 쌀시장의 완전개방 요구할 것"…한국이 시범 케이스

실제로 미국은 한국과의 FTA 협상을 개시한 지 1주일도 지나지 않아 한미 FTA 비준에 있어 가장 민감한 사항으로 꼽히는 한국의 쌀 시장 개방 문제를 들고 나왔다.

9일(현지시간)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리차드 크라우더 농업협상대표는 워싱턴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이 고수하고 있는 쌀수입 상한을 철폐하도록 요구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다. FTA란 말 그대로 완전한 자유무역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미 지난 2일에도 USTR의 고위 관계자가 한국 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한국과의 협상 결과가 모든 FTA의 금과옥조"라며 "따라서 한미 FTA는 가장 포괄적이고 가장 높은 수준의 FTA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한국과의 FTA 협상에서 농산물을 예외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미국 정부의 입장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한편 지난해 11월 터키의 쌀 시장 보호조치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 바 있는 미국은 터키와의 쌀 협상이 자국의 요구대로 진전되지 않자 지난 6일 세계무역기구(WTO)에 중재패널을 설치해 달라고 공식 요구했다. 전문가들은 터키의 수입쌀 시장이 겨우 2억 달러 수준의 작은 규모인데도 미국이 이렇게까지 나오는 데는 정치적인 고려가 크게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美 "쇠고기 수입조건 더 완화하라", "스크린쿼터는 아예 없애야 한다"

게다가 미국은 한국 정부가 한미 FTA 협상을 개시하기 위해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금수조치를 풀고, 스크린쿼터를 현행의 절반 수준으로 축소한 것에도 만족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8일 주한 미국대사관이 국내 기자들을 대상으로 개최한 '한미 FTA 브리핑'에서 미국의 한 경제관료는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 문제는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며 "갈비를 포함해 뼈가 있는 부분에 대한 수입 금지에 불만이 있다. 뼈도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만큼 이를 추가하는 방법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은 스크린쿼터 제도가 없기 때문에 한국에도 더 이상 스크린쿼터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스크린쿼터가 존재하지 않는 것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스크린쿼터의 추가적인 축소나 철폐 등) 더 이상의 요구에 대한 지침은 아직 없었다"고 덧붙였다.

금융시장 개방과 관련해서도 그는 "우체국 등 일부 금융기관들이 금융감독원의 규제를 받지 않고 있다"며 "공정하지 못한 경쟁이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日 "한미 FTA 지켜보며 농업보호 전략부터 짤 것

이렇게 농축산물, 영화, 금융 등 모든 산업부문에 걸쳐 미국의 전방위적 강공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웃나라 일본은 한국과 미국 간 FTA 협상을 예의 주시하며 신중히 자국의 FTA 전략을 짜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강행하면서 "일본이나 남미 등이 먼저 미국과 FTA를 체결할 경우 넓은 미국 시장을 빼앗길지 모른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로 일본의 사정은 이와 반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6일 일본 자민당의 고노 타로 의원은 CBS 라디오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과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의 주장과는 달리 미일 FTA 협상은 전혀 진전되지 않고 있다"며 "미국과 FTA 교섭을 하더라도 한미 FTA 교섭 상황을 지켜본 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미 FTA 협상에 있어 한국과 미국의 경제 차이가 일본과 미국의 경제 차이보다 훨씬 크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한일 FTA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이유는?

일본은 한국과의 FTA 협상에도 신중을 기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의 정상은 2003년 10월 방콕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한일 FTA 협상의 개시를 선언하고 2005년 내 타결을 목표로 2004년 11월까지 6차례의 협상회의를 개최했다. 그러나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둘러싼 양국 간 정치적 마찰이 격화함에 따라 두 나라 정부는 차기 협상의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한일 FTA가 교착상태에 빠진 근본적인 이유는 일본 농산물 시장 개방수위를 90%로 높이라는 한국 정부의 입장과 분야별 개방 수위를 50%에서 시작해 협상을 개시하겠다는 일본 정부의 입장이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일 FTA가 시작되면 한국에 대해 큰 폭의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일본에 훨씬 유리하다는 연구결과들이 많이 발표됐음에도 불구하고, 자국의 농업을 희생시켜가면서까지 무리하게 FTA를 추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일본의 입장이다.

지난 1월에는 스위스 정부가 치즈, 고기, 밀 등 자국 내 농산품을 보호하기 위해 스위스에 제2의 수출시장인 미국과의 FTA를 과감하게 포기하기도 했다.

장하준 "시간이 촉박해 아쉬운 건 미국"

이렇게 FTA 협상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외국들과는 달리 우리 정부가 내놓는 대책은 농산물 시장에 대한 개방의 수위를 낮추도록 노력하겠다는 원론적인 말뿐이다.

김종훈 한미 FTA 수석대표는 8일 KBS 라디오 '안녕하세요? 김인영입니다'에 출연해 "예외 없는 FTA는 없다"며 "최근에 미국이 호주와 체결한 FTA를 보면 호주의 농업이 워낙 세기 때문에 미국도 여러 가지 안전장치를 한 실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결과적으로 우리도 민감한 부분이 있고 미국도 민감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양측 간에 이익이 잘 균형을 이루는 그런 협상이 돼야만 의미 있는 협상이라는 기본적인 자세로 협상에 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쌀은 어떻게 되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김 대사는 "쌀은 예외로 주장해서 실현할 수 있다고 보고 그렇게 할 생각"이라고 대답했다.

이에 대해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한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교수는 "미국이 협상할 때는 힘이 강한 나라이기 때문에 자기들은 예외규정을 많이 만들고 다른 나라들이 예외규정을 만드는 것은 굉장히 어렵게 한다"며 "미국과의 협상에서 더 이득을 본 나라는 사실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사실 지금 아쉬운 것은 미국이다. 미국 행정부의 무역증진권한(TPA)이 내년 6월로 종결되는 상황인데 시한부에 몰린 사람(미국)이 협상하는 데 더 불리한 것 아니냐"며 "이런 점을 잘 고려해 우리는 '이거 안 해도 솔직히 망할 것 없다', ' FTA 한다고 우리가 엄청나게 이익을 얻는 것도 아닌데 미국이 정 (한국과의 FTA 체결을) 하고 싶으면 시간도 얼마 안 남았는데 우리에게도 양보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식으로 협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정부가 미국과의 FTA 협상을 추진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국민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정부가 이런 불안감을 종식시키려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한미 FTA에 대한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동시에 협상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노주희/기자



"이대로는 사회 전반에 反FTA 연대 결성될 것"

[한미FTA 뜯어보기 7] '국내협상'의 중요성 2006-02-13 오전 11:38:30

미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자국에 유리한 쪽으로 이끌기 위해 하루가 멀다 하고 맹공을 퍼붓고 있다. 그런데 한국 정부의 목소리는 희미하다. 한미 FTA 협상을 어떤 목표를 가지고 어떤 방식으로 추진하고 있는지 우리 국민에게 알리려는 최소한의 수고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의 최태욱 교수(정치학)가 "우리 정부의 FTA 전략에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 방안과 국내 피해집단에 대한 보상 방안이 빠져 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최 교수는 정부가 '국가 중심 시각'으로 미국과의 FTA 협상을 주도해가는 데에서 이 문제의 원인을 찾는다. 정부가 국가 차원의 손익계산에만 기초해 협상전략을 수립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태욱 교수는 정부가 지금과 같은 시각으로 한미 FTA를 추진하면 농어민, 노동자, 중소상공인들뿐 아니라 제조업, 서비스업 분야의 대기업들도 반발하고 나설 것이라고 주장한다. 사회 전반에 걸쳐 '반(反) FTA 연대'가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한미 FTA 협상을 성공적으로 진행시켜 나가기 위해서라도 일단 국내로 시선을 돌려야 한다는 것이 최 교수의 주장이다. 최 교수가 보내온 글을 게재한다. 〈편집자〉

우리 정부가 미국과의 FTA를 추진함에 있어 응당 고려해야 할 주안점들 중 하나는 한미 FTA에 대한 사회적 저항을 극복하기 위해 FTA 체결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협상 체결시 피해를 보는 사람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제공하는 것이다.

정부의 '국가 중심 시각'

그러나 정부는 이와 관련된 국내협상을 경시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는 정부의 FTA 전략이 지나치게 '국가 중심 시각(state-oriented perspective)'으로 경도된 상태로 수립·집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시각은 전통적인 국제정치학의 현실주의 이론 등에서 그러하듯 국가를 '합리적인 단일체적 행위자(rational and unitary actor)'로 상정하는 경우에 생긴다. 즉 이 시각에는 국제정치 혹은 국제경제의 주인공은 국가이며, 국가는 자연인과 같은 하나의 단일체로서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합리적으로 선택·행동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모든 국제정치경제 현상을 이런 시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있어 특정 국가의 선택과 행동은 오직 주어진 국제체제 환경 하에서 그 국가와 다른 국가들의 국제적 관계와 상호작용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이다. 따라서 그들은 개별 국가 내부에 존재하는 사회 혹은 사회세력들의 선호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우리 정부의 FTA 전략에 국민적 공감대의 형성 방안과 국내 피해집단에 대한 보상책의 마련이 제대로 자리하지 못하는 것도 바로 정부가 이런 국가 중심 접근법을 편향적으로 채택한 데에 그 원인이 있다. 즉 정부는, FTA는 어차피 국가 차원에서의 손익계산과 그에 기초하여 수립된 국가전략을 놓고 상대국과의 국제협상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니만큼 사회 차원에 대한 배려는 그다지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

한일 FTA는 7년 지나도 타결 안돼…한미 FTA엔 고작 1년?

정부가 쉽게 추진할 수 있으리라 여겼던 칠레와의 FTA도 이에 대한 국내의 저항으로 인해 상당 기간 상당한 비용을 치루고서야 체결됐다. 한일 FTA의 체결도 양국의 국내 제약으로 인해 논의가 시작된 지 7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타결의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사실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아직 FTA에 대한 국내 변수의 영향력을 심각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이는 별다른 국내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가운데, 칠레나 일본의 경우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엄청난 사회적·경제적 파장을 일으킬 것이 명백한 한미 FTA를 단 1년 안에 체결하겠다고 나서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물론 현실주의 이론이 국제정치나 국제경제 현상에 대한 상당한 설명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처럼, 이러한 국가 중심 시각의 접근법도 상당 정도의 외교정책적 실효성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군사안보 등과 같은 영역에 있어서 그렇다. 그러나 이런 접근법은 명백하고 중대한 한계를 안고 있다.

사회문제를 국제문제로만 풀려고 해서야

더욱이 사안이 대외경제정책의 영역에 속할 경우 국내 변수를 무시한 외교적 접근으로는 일반적으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어느 나라의 경우든 하나의 대외경제정책이 결정되는 데는 다종다양한 국내 사회세력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물려 돌아가기 때문이다. FTA가 바로 그러한 문제에 해당하는 대표적 이슈 영역이다.

FTA와 관련된 정책 결정에는 자유무역의 확대로 인해 손해를 보게 될 국내 이익집단과 그로 인해 이익을 얻게 될 이익집단들 모두가 매우 활발하게 참여하게 된다. 그들 모두에 있어 자유무역의 확대 문제는 매우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사회세력들의 참여가 확대되고 그들의 정책적 민감성이 증대하면 결국 정부의 정책결정 권한에 대한 국내적 제약은 증대하게 된다. 정부 독단의 '국가' 이익에 근거한 '합리적' 선택이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즉 FTA는 단지 국가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관련국들 모두의 사회문제에 속한다. 그렇다면 사회문제를 국제문제로 풀려는 시도가 갖는 한계는 명확해진다.

이대로라면 거대한 反FTA 연대 결성될 것

FTA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함에 있어 한국 정부는 국가 중심적 시각에만 매몰되어 있을 것이 아니라 국내변수의 중요성에도 눈을 떠야 한다. 다른 모든 대외경제정책 이슈가 그렇듯이 FTA는 국제정치 문제임과 동시에 국내정치 문제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는 소위 '양면게임(two-level games)'적 접근의 필요성에 주목해야 한다. FTA 정책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서는 국제변수와 국내변수의 중요성을 항상 동등하게 평가하고, 국제협상과 국내협상 양 게임 모두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무엇보다 FTA의 상대 국가들과 국제정치 게임을 벌이는 동시에 자국 내에서 FTA에 이해관계가 있는 집단들과 또 다른 판의 국내정치 게임을 벌여야 하는 스스로의 입장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우리 정부는 당장에 한미 FTA를 추진한다고 하면서 스스로 갖고 있는 국내협상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돌아보지 않고 있는 듯하다.

한미 FTA를 자신들의 생존문제로 규정하고 있는 대부분의 농어민과 노동자들, 그리고 중소상공인들의 반발과 저항을 무엇으로 어떻게 막을 것인가.

게다가 한미 FTA의 추진은 반드시 이들과 같은 전형적인 사회경제적 약자집단들에 의해서만 거부될 성격의 정책이 아니다. 상당수 제조 대기업들과 법률·교육·의료·금융·영화 등 주요 서비스 산업에서의 반발도 거셀 것이 명백하다.

한마디로 한국 사회 전반에 걸쳐 거대한 반(反)FTA 연대가 결성될 것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아직 '무역조정지원 법안'도 통과되지 않았는데…

이러한 사회적 저항을 극복하고 한미 FTA를 추진해가기 위해서는, 즉 국내협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그에 상당한 보상 제공 능력이 요구된다.

그러나 한국의 사회안전망, 복지, 그리고 보상의 체계는 여전히 저급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한미 FTA 체결로 인한 피해집단들을 설득하고 납득시킬 수단과 기제가 준비돼 있지 않다.

한국 정부는 최근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 피해 기업과 노동자들을 위한 '무역조정지원법' 등과 같은 보상책 마련을 준비하는 중에 있다. 국내변수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징표로 받아들일 수 있는 고무적 현상이다.

그러나 어떠한 보상책이든 그것이 제대로 가동되기 위해서는 상당한 정도의 시행착오와 수정·보완 기간이 필요하다.

이미 1962년 '무역조정지원법(Trade Adjustment Act)'을 도입해 지금까지 운영해 온 미국도 여전히 재정 마련의 어려움과 운영의 합리성·투명성 등에 대한 문제제기 등의 도전을 받고 있다.

그런데 이제야 겨우 유사 법안인 '무역조정지원 법안' 하나를 국회에 상정해 놓고 있는 우리 정부가 앞으로 1년 내에 미국과의 FTA 협상을 타결하겠다고 하는 것은 매우 성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무역조정지원법의 한국적 실효성조차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정부는 미국과의 FTA 체결을 밀어붙이기에 앞서 우선 국내적으로 충분한 'FTA의 사전조치들(pre-FTA measures)'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외교부와 농림부가 부딪치면 어떻게 조정?

한편 정부가 국가 중심 시각에서 탈피해 국내변수를 중시하는 양면게임적 접근방법을 택하겠다고 할지라도 그 수행능력상 결함이 있을 경우 FTA 전략의 실질적 개선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여기서 특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정부의 조정능력 문제다.

FTA와 관련된 국내협상은 산업 구조조정과 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지원, 피해집단들에 대한 보상 제공 문제 등을 중심으로 정부와 사회세력들 사이에 벌어진다.

이 협상에는 실로 다양한 성격의 이익집단들이 갖가지 다른 방법과 경로를 통해 무수히 참여하게 마련인 바, 정부에게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덕목은 이 다양한 이해관계들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는 조정능력이다.

그런데 이 조정능력은 당연히 소수의 특정 부처에 기대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조정능력은 개별 행정부처의 이해관계를 초월할 수 있는 범정부적인 조율과 협조를 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보상 문제의 경우 농림부가 농민의 손실을, 노동부가 근로자의 위기상황을, 그리고 산자부가 중소기업의 피해를 강조한다고 할 때 정부가 한정된 재원을 효과적으로 분배할 수 있는 조정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이는 보상정책의 부재 못지않은 큰 문제가 될 것이다.

정부의 조정능력 확보는 사실 대외협상의 경우에도 중요하다. 특히 FTA 체결시 우선순위를 설정하는 문제에 대해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거대 경제권에 대한 적극적 공세를 강조하는 외교통상부와 국내 피해집단들의 반발을 우려하여 보다 소극적이며 신중한 접근을 선호하는 산자부나 농림부 간의 이견이 심각하게 맞설 수 있다. 이 경우에도 보상 문제에서와 같은 정부의 조정능력이 필요하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러한 조정능력의 수행을 기대할 수 있는 곳은 현재로선 통상교섭본부다. 정부는 2004년 6월 통상교섭본부장이 위원장이 되는 'FTA 추진위원회'를 설치해 이곳에 FTA 관련 업무를 주도할 수 있는 포괄적 권한을 위임했다. 그러나 이 추진위원회나 통상교섭본부에 상기한 조정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조건과 환경이 조성돼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우선 통상교섭본부장의 행정부 내 위치가 애매하다는 것이 문제다. 장관급이라고는 하지만 통상교섭본부가 속해 있는 외교통상부의 장관이 따로 있는 한 통상교섭본부장이 외통부 내에서 수장의 역할을 수행하기는 어렵다.

외통부 바깥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실질적인 서열이 더 높은 각 부처의 손위 장관들을 대상으로 조정능력을 발휘하기란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해결방안은 세 가지일 것이다. 통상교섭본부를 독립시켜 그 장의 지위를 충분히 격상시키든가, 혹은 구조적으로 조정능력의 확보가 가능한 기존의 고위 기구로 FTA 조정 업무를 이관시키는 것, 또는 새로운 고위 기구를 창설하여 그 업무를 맡기는 것 등이다. 방안의 선택은 자유로울 수 있겠으나, 시기의 선택은 그러할 수 없는 듯하다.

(본고의 상당 부분은 필자가 연재 중인 미래전략연구원 칼럼 '한국 FTA 정책의 정치경제'에서 발췌된 것입니다.)

최태욱/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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