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3/06] [자료] 대추초등학교 역사_주민들이 맨 주먹을 일군 학교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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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부엉이’ 대추마을 도서관을 열며 / 대추초등학교 내력
대추리주민회 | 2005·08·19 21:33 | HIT : 82 | VOTE : 9 |
1.
‘솔부엉이’ 대추마을 도서관을 열며
- 대추리 주민회 입장 -
우리는 1952년 한국전쟁 중에 이승만 정부와 미국이 대북 폭격을 위한 미군기지를 신설하면서 옛 대추리에서 강제로 쫓겨난 전쟁 난민들입니다. 집과 마을, 농토와 임야를 보상 한 푼 없이 모두 미군기지에 빼앗겼고,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정든 고향을 꿈에 그리며 이루 말할 수 없는 고생과 고통 속에 살아왔습니다.
우리는 실향의 아픔을 딛고 맨손으로 땅을 일궈 지금의 대추리에 정착했습니다. 비록 어려운 형편이었지만 아이들에게까지 못 배운 서러움을 물려줄 수 없었기에 온 주민이 소망하여 학교를 세웠습니다. 보리고개를 겪는 참으로 배고픈 상황에서 모두가 형편껏 쌀을 거둬 학교 부지를 사들였습니다.
우리는 내 집 정원을 가꾸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애정을 갖고 학교를 가꾸어왔습니다. 교육이라는 참으로 거룩한 취지가 있었기에 우마차를 끌고 모래를 퍼 나르는 2년간의 힘든 노동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만, 세월이 흘러 지금에 와서 그 당시를 돌이켜보면 “그 어려운 시절에 우리가 어떻게 그 과정을 뚫고나갔던가” 아득한 느낌이 듭니다.
우리는 정든 고향에서 한 번 쫓겨나 온갖 고통을 당하며 살아온 것도 억울하고, 인생의 말년에 이르러 또 다시 나가라고 하는 것도 참을 수 없이 원통한 실정입니다. 더 이상 짐짝처럼 내동댕이쳐지는 삶을 살 수 없기에, 미군기지 확장을 반대하고 고향땅을 지키며, 나 자신의 삶을 살겠노라고 싸우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다가 너무나 기가 막힌 소식을 들었습니다. 우리의 땀과 혼이 깃든 대추 초등학교를 정부기관들이 팔아치우고 사들였던 것입니다. 그리고 제멋대로 사용하겠다는 것입니다. 정직하게만 살아온 우리들을 마치 축사의 병든 가축들마냥 가두어두고 감시하고 함부로 손찌검하는 것도 모자랐던 것일까요? 이제는 공공연히, 저 교실에 주한미군 이전 상황실을 설치하고, 이 운동장에 전투경찰 캠프를 설치하겠다고 합니다. 우리가 이 나라에 베푼 것을 생각해 보더라도, 지금 정부는 은혜를 원수로 갚고 있습니다.
우리는 학교를 세운 본래 정신을 꿋꿋이 이어갈 것입니다. 소중한 교육의 터전을 폭력과 분쟁, 전쟁의 전초기지로 내 줄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이 곳 대추 초등학교를 평화로운 교육터로, 쉼터로 계속 가꾸어나갈 것입니다. 살기 좋은 마을을 꾸밀 것입니다. 작은 것 하나 하나에 우리의 손때가 묻어있고 사랑이 담겨있습니다. 이 모든 것을 송두리째 빼앗아가려는 세력에 맞서 끝까지 싸울 것이고 정든 고향을 지킬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비록 죽음이 저 앞에 있더라도 후대를 위해 감나무를 접붙이는 마음으로 대추마을 도서관을 여는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우리를 내쫓는 데 대한 어떠한 보상, 지나간 희생에 대한 금전적 보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이제라도 정부에 대한 미움을 벗어던지고, 소박하고 평화로운 삶을 살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우리 자신과 후손을 위해 미군기지 확장을 반드시 막아낼 것입니다.
오늘 대추마을 도서관 ‘솔부엉이’ 개관식에 직접 찾아주신 손님들과, 책과 교육자료를 보내주신 분들, 멀리서 지지와 격려를 보내주시는 모든 시민들께 감사드립니다.
2005년 8월 17일
대추리 주민회
2.
대추초등학교 내력
소재지 ː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 160-12
1969년 3월 1일 대추분교 설립인가
1971년 3월 1일 대추초등학교를 본교로부터 분리
1989년 3월 1일 대추초등학교가 대추분교장으로 격하(6학급)
2000년 3월 8일 대추분교 과소규모 통폐합에 관한 협의회
2000년 9월 1일 대추분교장 통폐합
2001년 1월11일 대추분교장 폐교기념비 건립
2001년~현재 두레풍물보존회가 임대. 전통문화체험장으로 이용.
2005년 7월 경기도교육청이 국방부에 매각.
2005년 7월 25일 경기도교육청이 평택시청에 전통문화체험장 계약해지 통보.
2005년 같은 날 평택시청 문화공보과에서 두레풍물보존회에 8월 13까지 퇴거 요구.
2005년 8월 5일 대추리 주민회는 주민도서관 설립을 결정.
2005년 8월 17일 대추마을도서관 ‘솔부엉이’ 개관식
대추리는 본래 계성초등학교 학구였는데 통학 거리가 3-4km에 이르렀고 길이 험하여 통학에 고통이 많았습니다. 장화를 신지 못해 겨울에 동상에 걸리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당시 학교 설립은 마을 주민 전체의 소망이었고 신병근, 반헌용씨 등 마을 유지들이 그 뜻을 받들어 적극 추진하게 되었습니다. 또 당시 계성 교장이신 박양훈씨의 적극적인 협조로 설립의 인가를 얻어 1968년 10월에 대지 구입을 교육청에 요청했습니다.
교육청에서는 대지 구입에 주민들이 부담해줄 것을 요청하여 모두 3600평에 이르는 대지를 구입하는 데에 절반 가량의 비용을 부담하였습니다. 당시는 보리고개를 겪던 상황으로 생활이 어려웠지만 집집마다 형편에 따라 서 말에서 한 가마씩 쌀을 내놓았습니다. 학교가 선다는 기쁨에 빚을 얻어서 쌀 한 말을 내놓은 집도 있었습니다. 주민들은 그렇게 사들인 땅을 경기도 교육청에 기증했습니다.
학교를 짓는 과정에서도 주민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습니다. 대추 신흥 내리 세 마을 주민들은 흙탕물이 튀는 땅을 운동장으로 돋우기 위해 우마차를 동원해 모래를 퍼 나르고 자갈을 실어 날랐습니다. 학부형들이 부역을 해서 학교 담장을 세우고 우물을 팠으며 교내사택을 지었습니다. 학교 둘레의 나무들도 주민들이 직접 구해다 심었으며, 해마다 봄 가을 운동회도 주민들이 한 푼 두 푼 모아 치렀습니다.
주민들이 들인 애정과 교사들의 정성으로 대추분교는 1971년 3월 1일 대추초등학교로 승격됩니다. 모두 6학급이 편성되고 재적생은 368명에 달했습니다. 그러다가 학생수가 줄면서 1989년 3월 1일에 대추초등학교는 대추분교장으로 격하되고, 이후 대추분교의 학생수가 더욱 줄어들자 결국 폐교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대추초등학교는 30년 동안 총29회를 통해 836명의 졸업생을 배출하였습니다. 폐교 당시 주민들은 적극 반대했지만 안타까운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폐교 직후 2001년부터 평택두레풍물보존회가 건물을 관리하면서 학교는 교육시설로 쓰였습니다. 매년 1000명 이상이 풍물전수를 받으러 전통문화체험장을 다녀가고 있습니다. 또한 리민의 날 행사와 경로 행사, 가을 운동회와 동문 체육대회 등 마을행사들을 치루고 있고, 어린이들의 놀이터로 주민들의 휴식 공간으로 항상 주민들과 함께 해왔습니다.
최근 정부의 그릇된 결정을 바로잡으려는 집회와 시위가 많이 열리면서, 이곳을 찾는 많은 어린이와 어른들에게 산 교육이 되고 있습니다. 대추초등학교가 이처럼 미군기지 확장을 저지하기 위한 평화교육의 장으로 사용되자 이곳은 국방부의 표적 제1호가 되었습니다. 국방부는 2005년 7월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학교를 27억여 원에 매입했고 교육청은 7월 25일 평택시청에 전통문화체험장 계약해지를 통보합니다. 같은 날 평택시청 문화공보과에서 두레풍물보존회에 8월 13일까지 퇴거를 요구합니다.
국방부와 경기도교육청의 거래가 확인된 이후 주민 의견을 모은 대추리 주민회는 8월 5일 주민자치도서관 설립을 결정했습니다.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여 어린이 교육을 위해 설립한 학교가 주민 의사와 전혀 반대로 미군기지 확장으로 쓰이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뜻을 밝히며, 오늘 도서관 개관식을 갖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게시물은 평통사님에 의해 2012-08-27 17:25:13 회원/지역소식에서 이동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