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8/24] 강정구 교수 항소2심 첫 공판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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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구 평화통일연구소장의 항소심 첫 재판이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렸다.
국가보안법의 부당성을 피부로 느끼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분단냉전이데올로기에 의한 대표적인 학문의 자유 및 인권침해 사건인 강정구 교수의 항소심 재판정에 찿아와 발디딜 틈도 없이 둘러서서 진지한 표정으로 방청하였다.
강정구 교수와 변호인, 그리고 참관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번 항소심 재판이 사회적 관심의 정도에 걸맞게, 또한 학자의 학문적 성과를 재판정에서 규명한다는 특수성에 맞게, 여느 국가보안법 재판과는 달리 최소한 공소사실들에 대해 객관적 증거와 합리적 논거에 입각하여 실체적 진실을 하나하나 규명해나가는 방식으로 진지하게 심리를 진행함으로써, 분단냉전이데올로기에 바탕한 천박한 흑백논리식 재단이나 선입견과 타성적 판단이 배제된 그야말로 6.15 시대에 걸맞는 화해와 단합의 장, 실체적 진실규명의 장으로 승화될 수 있기를 기대하였다.
특히 강정구 교수야말로 그동안 분단시대의 냉전이데올로기를 극복하고 우리 사회와 역사의 객관적 진실을 규명함으로써 미래 개척의 디딤돌을 마련하고자하는 사회역사학 영역의 진지한 학문적 성과를 축적해오신 대표적인 분이고 또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바 있는 사건에 관한 재판이며, 적용된 국가보안법 조항들 역시 여야를 막론하고 폐기의 방향으로 사회적 합의가 모아지고 있는 시기에 열리는 재판이기 때문에 6.15시대 이전의 냉전이데올로기에 의한 국가보안법 재판과 달리 시대의 변화에 걸맞는 진실규명과 해석이 이루어지고 확산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보고 내외의 기대와 관심이 쏠리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게다가 1심 재판부가 피고측의 항변을 그런대로 들어주려고 애쓰는 진지한 모습이 엿보였다는 평가도 없지는 않았으나 결국 최종 판결에 있어서는 기존의 관성을 극복하지 못한채 냉전이데올로기에 바탕한 포괄적 해석의 유죄판결을 내림으로써 6.15시대의 진전을 가로막고 후퇴시키는 퇴행적 결과를 가져왔었기에, 이번 항소심에서는 냉전적 선입견에 가득찬 공소사실 하나하나와 그에 대한 피고측의 항변들에 대한 보다 구체적이고 심도있는 심리가 다시금 진지하게 진행됨으로써 6.15시대에 걸맞는 국가보안법 법리해석과 냉전이데올로기를 극복한 진실 규명의 사회적 전범을 만들 수 있는 좋은 기회로 기대되고 인식되는 것 역시 당연하였다.
아무리 정치적으로 6.15시대를 선포했다고 해도 실제 법집행이나 판결에 있어서는 전혀 변한 것이 없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더구나 시대상황의 변화에 걸맞는 법적용의 변화가 이렇듯 학문의 성과에 입각한 학자적 양심과 실천을 재판하는 경우에도 적용되지 못한다면 도데체 어대에서부터 새로운 변화를 기대할 수 있게 된다는 말인가.
그러나 아쉽게도 항소심 첫 재판은 충분한 방어권의 보장을 요구하는 강정구 교수와 변호인단, 그리고 가득찬 방청객들의 기대와는 달리, 심리 일정을 정하는데 있어서나 증인을 채택하는데 있어서 재판부 자신의 바쁜 일정이 내세워졌고, 이 재판의 특수한 성격에 걸맞는 사회적 기대나 피고측의 요청은 대부분 묵살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항소심 재판부에 다시한번 진지하게 호소하지 않을 수 없다. 제발 국가보안법 적용에 있어서 나태한 '국회'를 핑계대는 관성적, 타성적 심리와 판결을 능사로 하지 않을 것을. 삼권분립의 국가기관 답게, 시대의 요구와 변화에 조응한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판결을 위해 진지하게 노력해 줄 것을.
재판의 보다 구체적 진행사항 보고는 그 자리에 함께 했던 통일뉴스 기자의 기사로 대신한다.
"방어권이 충분히 보장되어야 한다" 강정구 교수 항소2심 첫 공판 열려
[통일뉴스] 정명진 기자 2006-08-24 오후 10:04:07
"방어권과 질문권을 충분히 보장해 달라."
'만경대 필화사건'과 '한국전쟁은 북 지도부가 시도한 통일전쟁'이라는 취지의 인터넷 매체 기고글 등으로 인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강정구 교수는 항소 2심 첫 공판에서 이같이 요구했다.
24일 오후 4시 서울중앙지법 서관 423호에서 열린 2심 첫 공판에서 강 교수를 비롯한 변호인측은 '방어권이 충분히 보장되어야 한다'며 충분한 시간을 두고 재판을 진행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사실상 거절했다.
형사항소4부 재판부(재판장 김한용)은 이날 공판에서 이러한 변호인 측의 요구에 대해 "이 사건이 4-5년 이상 경과됐다"는 점을 들어 빠른 시일 내에 재판을 종결짓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날 첫 공판은 항소이유 발언, 검찰측 신문, 변호인측 신문 등 오후 7시까지 3시간 여에 걸쳐 속행됐다.
"학문의 결과로 나온 진실을 침묵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강 교수는 '피고인 항소이유'에 대해 "1심 판결은 학문윤리의 위배를 강요하고 있어 불가피하게 항소했다"며 "엄연한 사실을 학문결과로 발견하더라도 진실에 대해 침묵하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번 사건은) 학문적 결론에 대한 평가가 본질"이라며 "저의 문제의식, 역사자료, 가치관이 충분히 개진될 수 있어야 사건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면서 "검찰측에서 제시한 전문가 감정평가에 대한 방어권과 질문권을 보장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밖에 1심 공판이 '자유권 제한의 내용을 담고 있는 헌법 37조 2항을 혼동한 판결', '판결의 선결요건인 학문 자유의 본질에 대한 정의 규정 없이 내린 판결'이라는 점을 들어 항소 이유를 설명했다.
또 "필화사건은 사실차원이 아니라 평가차원이며 나의 저술서적에 대한 독해가 전제되어야 제대로 판결할 수 있다"며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공판이 진행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검찰측 신문은 1심때 논란이 되었던 '북한 정권의 역사적 정당성 문제', '맥아더 관련 기고글과 인천 맥아더 동상철거 시위의 관련성', '미군의 개입과 한반도 사회주의 필연성', '만경대정신과 주체사상의 관련성' 등이 되풀이되었으며, 강 교수의 긴 반론으로 1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특히 강 교수가 지난 6월 출간한 책 '미국을 알기나 하나요'에 "원심에서 이적표현물로 판정된 '맥아더를 알기나 하나요', '그래, 주적이 누구인지 분명히 말하마' 등이 포함돼 있다"며 "사법부의 판결에 항의하는 것인가"라고 묻기도 했다.
이에 대해 강 교수는 "완전히 판결이 내려지기 전에 무죄추정의 원칙이 아닌가"라며 반박했다.
"만경대 정신은 민족정기정신이지 주체사상 아니다"
10여분간 정회 후에 진행된 변호인측 신문에서 '국가보안법의 부당성'을 강조하고 '만경대 필화사건'은 피고인이 즉흥적으로 기재한 점, 방명록에 문구를 기재한 것은 대중을 향한 발언이 아니라는 점을 강 교수로부터 확인했다.
아울러 "만경대 정신을 김일성주의, 주체사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근거 없다"며 만경대 정신은 민족정기 정신이며, 당시 만경대 학원이 독립운동에 헌신한 사람의 자녀를 대상으로 설립됐으며 자산가의 자녀도 받아들였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또 검찰측이 제기한 문제에 대해서는 "역사추상형 연구방법에 의한 객관적인 학문연구의 결과이지 개인의 주관적 의사가 아니"라며, 1심 판결은 "피고의 학문 좌표인 냉전성역허물기와 학문적 방법론을 이해 못한 결과로 잘못 내려진 것"이라고 변론했다.
변호인측, 임동원.박철언.이양호 등 증인신청
이날 변호인 측은 "양측의 감정인에 대해 반대신문을 보장해야 사실관계를 파악할 수 있다"며 검찰측과 변호인측의 감정인을 증인으로 신청했지만, 재판부는 "이에 대한 증거신청은 재판부에서 사전에 들어올 것을 예상하고 합의한 사항"이라며 기각했다.
또 북한의 대남 적화전략이 사실무근임을 입증하기 위해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 박철언 전 의원을, 국방한계선 문제 관련 이양호 전 국방부장관을 증인으로 신청했으며, 재판부는 '다음 기일에 증거채택 결정을 알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한용 재판장은 "증인으로 들어서 판단할 사항이 아니다"라며 부정적인 의견을 표하기도 했다.
동국대 박순성 교수도 증인으로 신청했으나, 재판부는 박 교수가 의견서를 제출하면 판단하겠다며 증인채택 결정을 다음 공판으로 미뤘다.
한편, 이날 검찰측은 증거자료로 '인천 맥아더 동상 철거운동 사건 관련 판결문'을 제출했다. 강 교수의 다음 공판은 9월 14일 오후 4시에 열릴 예정이다.
지난 5월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4단독 재판부는 강 교수에게 '사실상 적화통일 노선에 동조했다'는 점을 들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자격정지 2년을 선고한 바 있다.
작성일자:2006-08-24 오후 10:04:07 / 수정일자:2006-08-24 오후 10: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