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0/11] 이명박 대통령 방미에 즈음한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의 입장
평통사
view : 1758
[기자회견문]
이명박 대통령 방미에 즈음한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의 입장
1. 이명박 대통령이 오늘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 방문에 나선다. 방미 중 이 대통령은 미국 국빈 자격으로 방문해 미 상하원 앞에서 한미 FTA 비준을 약속하고, 자동차 산업 도시 디트로이트를 방문, FTA의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 역설할 예정이라고 한다. 2008년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캠프 데이비드에 묵게 되었다는 것을 자랑하던 이명박 대통령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조건을 대폭 완화하는 미국측 요구를 밀실에서 전폭 수용하였고 그 결과 촛불항쟁을 촉발한 바 있다. 이번 방미 중 1998년 6월 김대중 대통령 국빈방문 이후 13년만에 미 상하원 합동연설을 하게 될 것이라고 자랑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이 3년 전의 매국적 행위를 반복할까 우려된다.
2. 한국 정부와 국회는 한미 FTA 비준을 미국과 협의할 아무런 준비도 국민적 합의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FTA 비준을 합의하거나 한국 대통령이 미국 국회와 국민에게 FTA 비준을 역설하는 것은 어줍잖은 일이 아닐 수 없다. 한미 FTA가 가져올 농업파탄, 중소상인 및 중소기업 피해, 약가 정책을 비롯한 공공정책과의 충돌 등 검토해야 할 협정의 문제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투자자국가제소제도, 자유화후퇴금지제도 등 국가정책자율권을 근본적으로 제약하는 독소조항에 대한 재검토/재협상 요청에 대해서도 한국 정부는 답을 가지고 있지 않다. 심지어 한국정부는 FTA협정문 국문영문 번역본 불일치와 오역에 관한 정오표조차 국민 앞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 위키 리크스에서 최근에 밝혀진 바 쌀 추가개방 이면합의, 협상정보 유출 등에 대한 진상규명 작업도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가 한국 정부라면 방미와 한미정상회담 이전에 국민과 대화해야 하고 국민과 합의부터 시도해야 한다. 이대로 한미 FTA 양국 비준을 강행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범죄행위이다.
3. 게다가 한미 FTA가 발효되더라도 미국 국내법이 FTA협정문보다 상위법으로 인정되는 반면, 한국의 경우는 국내법에 우선할 뿐만 아니라, 향후의 국회 입법권도 제약하는 등 초헌법적 효력을 가지게 된다. 한미 FTA는 한국 제도의 미국화를 가속화하고, 한국 경제를 이미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는 미국식 카지노 자본주의의 하위체제로 더 깊숙이 편입시킬 포괄적인 경제 통합협정이다. 우리 국민은 이같은 초헌법적 권한을 정부에게 위임한 바 없다. 이명박 정부는 한미 FTA의 맹목적 비준을 밀어붙이는 반민주적 정상외교를 중단해야 한다.
4. 우리는 국회의 태도에 대해서도 개탄한다.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은 한미 FTA 협상에 대해 제기된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 요구에도 묵묵부답이고 최소한의 정보공개 요청에도 전혀 협조하지 않고 있다. 이미 약속한 통상절차법 제정에도 비협조로 일관하고 있고, 야당과 시민사회단체가 제기한 10+2의 독소조항 재협상 요구에 대해서는 검토조차 하지 않은 채 비준강행만을 밀어붙이고 있다. 사태가 이렇게까지 이른 데는 제 1야당인 민주당의 책임 역시 가볍지 않다. 민주당은 야4당 정책협의회를 구성하여 한미FTA 비준저지와 재협상을 관철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한미 FTA가 가져올 재앙적 결과를 알리거나 국회에서 적극적으로 의제화하는데 무능과 무소신을 드러내고 있다. 도리어, 미국의 비준일정을 준거로 삼아 여당측이 제안하는 일정에 소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지도부의 이러한 태도로 인해 한국 국회는 국민의 국회가 아닌 미국의 초국적 자본을 위한 거수기로 전락하고 있다.
5. 한미 FTA가 한국과 미국 국민들 모두에게 후생과 복지를 증진시킨다는 양국 정부의 주장은 전혀 검증된 바 없다. 도리어 월스트리트에 나선 미국 청년들과 노동자들의 주장 속에 진실이 있다. 미국식 신자유주의 경제제도로 전 세계를 통합한 결과 세계금융위기, 재정위기가 닥쳐왔다. 더욱이 미국이 감기를 앓을 때, 그 하위 개방파트너들은 폐렴을 앓고 있다. 한미 FTA는 결코 선물이 아니다. 재앙이다. 하지만 시민사회가 일관되게 경고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국회는 이에 대한 진지한 검토를 외면해왔다. 결과적으로 한미 FTA 협상을 진행해온 지난 5년간 어떤 성찰도 없이 시간을 허송해왔고 우리 국민들은 한미 FTA가 가져올 재앙으로부터 무방비 상태로 남아있다. 이 상태에서 한미 FTA 비준을 강행하는 것은 매국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 그리고 양국 의회는 한미FTA 전면재검토를 선언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 월스트리트에서 전세계 도시로 확산되고 있는 분노의 함성이 그들을 심판할 것이다.
2011. 10. 11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