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2. 20]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에 대한 규탄 성명
평통사
view : 4661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에 대한 규탄 성명
1. 통합진보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해산 결정은 박근혜 정권의 시대착오적이고 반민주적인 폭거다.
2. 헌법재판소는 통합진보당의 ‘진보적 민주주의’ 강령, ‘사회주의 실현이라는 숨은 목적’, ‘통합진보당 주도세력(주사파)의 활동’을 근거로 해산 결정을 내렸다.
3. 그러나 ‘진보적 민주주의’는 해방 후 남북의 모든 정당들이 공통적으로 추구했던 노선이다. 대한민국 법통의 출발점인 대한민국 임시정부 주석 김구 선생도 ‘진보된 민주주의’를 주창했으며, 대한민국 임시정부 헌법은 “진보적 민주주의 기초위에 수립된 것”이었다. 현재의 우리 헌법도 ‘경제의 민주화’나 ‘공공복리를 위한 자유와 권리의 제한’ 등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충돌하는 조항들을 담고 있다. 이에 헌법재판소도 ‘진보적 민주주의’에 대해 “그 자체로 특정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그런데도 헌법재판소가 ‘진보적 민주주의’를 아무런 객관적 근거도 없이 ‘사회주의 실현이라는 숨은 목적’과 연결시키고 이를 민주주의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고 판결한 것은 ‘진보적 민주주의’에 대한 예단․곡해․무지에 따른 논리 비약이다. 헌법재판소가 이런 식의 주관적 판결을 내린다면,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도, 현재의 헌법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고 판단해야 할 것이다.
4. 또한 일하는 사람들이 주인 되는 자주적 민주정부 수립과 자주적 평화통일을 추구하는 통합진보당의 활동은 이 땅에서 소외된 노동자, 농민, 서민 등의 주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는 민주정부를 세우며, 외세에 의한 분단을 극복하고 평화통일을 실현하기 위한, 70년에 걸친 시대적․국가적․민족적 소명이다. 이러한 소명을 추구하기 위한 활동을 가로막는 독재정권에 대한 항쟁과 국민저항권은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헌법 1조 2항)상의 권한이다.
그런데도 헌법재판소는 자주적 민주정부 수립과 자주적 평화통일을 실현하기 위한 통합진보당의 활동을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폭력으로 전복하려는 활동으로 의도적으로 왜곡하고 이를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고 판단하였다. 즉 정권에 대한 저항과 투쟁을 반국가적 체제 전복 활동으로 비약시킨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무리하고 편향된 판단을 정당화하기 위해 이른바 내란 관련 회합을 인용하였다. 그러나 내란 관련 회합 참가자 130여 명 중 법원이 내란 선동-내란 실행은 물론 음모도 아닌-으로 규정한 자는 극소수로, 나머지 130여 명을 대표한다고 할 수 없다. 나아가 이들 극소수가 통합진보당을 대표하고 내란 관련 회합 이후 내란 음모 활동을 통합진보당의 입장과 정책으로 관철시킨 것도 아니다. 헌법재판소는 ‘진보적 민주주의’에 이어 이른바 통합진보당 주도세력의 활동에 대한 판단에서도 왜곡과 비약으로 일관한 것이다.
5. 헌법재판소는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과 함께 정당 해산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통합진보당 소속 의원들의 의원직을 박탈하고, 소위 헌법을 수호한다는 ‘방어적 민주주의’ 이념을 인용하여 이를 정당화하고 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가 내세운 ‘방어적 민주주의(전투적 민주주의)’는 국가권력이 반대세력에 대한 억압과 배제를 헌법의 틀 안에서 합법적으로 행하는 것을 특질로 한다. ‘방어적 민주주의’는 냉전체제 하 극한 대결 상황에서 동서 양진영이 제로섬대결을 벌였을 때 도입된 개념이다. 탈냉전의 동서 화합 시대에, 그리고 남북 화해와 평화통일이 지상 명제가 되고 있는 시기에 이러한 냉전 수구적 이념을 빌려와 정치적 입장이 다른 정당과 집단을 탄압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고 반민주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헌법재판소는 ‘방어적 민주주의’를 내세운 순간, 스스로를 권력의 탄압 도구로 전락시켰음을 선언한 것에 다름 아니다. 8명 밖에 되지 않는 가치 편향적 재판관들이 유권자 10% 안팎의 지지를 얻은 원내 제3당을 해산하는 오만은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6. 정당해산심판청구의 근거가 된 내란 관련 회합 사건에 대한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내려지기도 전에, 그것도 박근혜 정권이 비선 실세 의혹 사건으로 위기에 처해 있는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내린 이번 판결은 박근혜 정권의 요구에 의해 짜맞춰진 정략적 판결임을 말해 준다.
7. 우리는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태어난 헌법재판소가 도리어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행태를 보면서 참담함과 커다란 분노를 감출 수 없다. 역사와 국민을 두려워하기보다 정권의 입맛에 맞춰 정당해산 판결을 내린 재판관들의 오명은 두고두고 민주주의 유린의 역사에 남을 것이다.
8. 우리는 박근혜 정권과 헌법재판소의 시대역행적 판결로 짓밟힌 민주주의를 되살리기 위해 국민과 함께 싸워 나갈 것이다.
2014. 12. 20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상임대표 : 문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