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8. 16] [논평] 노무현 대통령의 58주년 광복절 경축사에 대한 우리의 입장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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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노무현 대통령의 58주년 광복절 경축사에 대한 우리의 입장 - 노무현 대통령은 '자주국방론'으로 국민을 속이지 말고 군사적 자주권확보에 즉각 나서라! - 노무현 대통령은 어제 경제·안보·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체제 구축 문제를 중심으로 한 58주년 광복절 경축사를 발표하였다. 우리는 노 대통령의 '자주국방론'이 그 관점이나 방향에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고 보고 이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다음과 같이 밝히고자 한다. 우리는 먼저 노무현 대통령이 불평등한 한미관계의 실상을 부정하고 '자주국방과 한미동맹은 상호보완 관계'라고 강변하면서 '10년 내에 자주국방의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태도에 대하여 실망을 금할 수 없다. '자주국방과 한미동맹이 모순되지 않으려면 한미동맹이 호혜평등한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 실상은 어떠한가? 이와 관련하여 노 대통령은 우리 국군이 "아직 독자적인 작전수행의 능력과 권한을 갖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왜 그런가. 미국은 세계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50년 이상 한국군에 대한 전시작전통제권을 틀어쥐고 있을 뿐만 아니라 평시에도 '전시 연합작전계획 수립 및 발전', '연합연습 준비 및 시행', 조기경보제공을 위한 '연합정보관리' 등과 같은 핵심적인 사항을 여전히 장악하고 있다. 한국군이 독자적인 작전수행 능력과 권한을 갖지 못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와 같은 수직적 한미 군사관계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또 "이제 현실의 변화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대비할 때가 되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그 '현실의 변화'는 무엇을 말하는가. 그것은 미국의 안보전략의 변화 즉, 신군사전략의 전세계적 관철을 의미한다. 미국은 지금 기동력과 선제타격능력을 핵심으로 하는 자국의 신군사전략을 한반도에 적용하기 위하여 용산 미군기지 이전과 미2사단 재배치, 주한미군과 한국군의 전력증강, 한미간 군사임무 전환 등의 사안을 일방적으로 밀어 부치고 있다. 이는 본질적으로 미국의 군사전략적 필요와 요구에 따른 것이다. 노 대통령이 '현실의 변화를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자고 말하는 것은 결국 미국의 요구를 인정하고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자는 말인 것이다. 이처럼 한미동맹의 실상은 과거와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에도 종속적인 관계가 지속될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 대통령이 "자주국방과 한미동맹은 모순되는 것이 아니라 상호보완 관계"라고 말하는 것은 노 대통령 자신의 말대로 한국이 미국의 군사적 종속 상태에 있다는 "오늘의 현실을 냉정하게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불평등한 한미관계의 실상을 인정하지 않거나 애써 외면하는 결과, 노 대통령은 '자주'와 '종속'이 모순되지 않는다는 궤변을 늘어놓으면서 과거와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에도 종속적 한미동맹관계를 유지하자고 국민을 선동하고 있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이런 관점에 기초해서 "정보와 작전기획 능력을 보강하고, 군비와 국방체계도 그에 맞게 재편"함으로써 "10년 이내에 우리 군이 자주국방의 역량을 갖출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한다. 이는 한미동맹이 불평등하지 않다는 잘못된 전제 위에서 나온 본말이 전도된 대안이다. 자주국방의 본질은 군사능력이나 군비의 많고 적음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군사적 자주권 확보에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보다 군사력이 훨씬 열세에 있는 나라들도 군사적 자주권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은 우리 주장의 정당성을 입증해주는 근거로 된다. 지금 우리 상황에서 군사적 자주권 확보의 요체는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비롯한 한미연합지휘체계의 폐기이며 나아가서는 이를 근본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한미상호방위조약과 그 하위 협정들의 개폐인 것이다. 이와 같은 군사적 자주권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군사력이나 군비가 아무리 늘어난다 하더라도 자주국방은 결코 이룰 수 없는 것이다. 아니 오히려 첨단무기체계와 그 운용에 대한 미국 의존도가 더욱 높아져 군사적 종속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우리는 다음으로 노 대통령의 '자주국방론'이 대규모 군비증강을 불러올 것이라는 점에 대하여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는 정보전력 강화를 명분으로 한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의 도입, 한미간 특정임무 전환과 관련된 AH-64 아파치 헬기, MLRS 다연장로켓, M109A6 팔라딘 자주포, 신형 지뢰살포차량 볼케이노 등 첨단 무기의 도입, 용산 및 미 2사단 재배치에 따른 이전비용과 대체부지 마련 비용 등 천문학적 액수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연구원(KIDA)에 따르면 전력투자비에만 209조 원이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처럼 노 대통령이 밝힌 '자주국방' 계획에는 엄청난 군비 증강이 수반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여기서 노 대통령이 말하는 자주국방이라는 것이 누구에 대한 무엇을 위한 자주국방인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노 대통령이 말하는 자주국방의 대상이 북한이라면, 현재의 남한 군사력으로도 이미 북을 압도하고도 남는다는 점에서 군비증강은 전혀 필요치 않다. 이미 1980년을 전후하여 군사비 누계에서 남이 북을 앞지르기 시작하였고 최근의 남북 군사비 공식통계로는 남이 북보다 10배나 되기 때문이다. 만약 중국이나 일본을 상정하는 것이라고 하면, 그것은 그들의 현재적 또는 잠재적 군사력을 고려해 볼 때 무모한 일이다. 이에 대해서는 본질적으로 군비경쟁을 통해서가 아니라 민족공조를 통한 우리 민족의 정치외교적 위상 제고와 동북아 평화보장체제 구축을 통하여 우리 안보와 평화를 실현해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노 대통령이 대규모 군비증강을 추구한다면 이는 어려운 국가경제의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도탄에 빠져있는 민생을 완전히 도외시하는 일이 될 것이다. 또한 남북 사이의 군사적 긴장과 갈등을 불러오고, 주변나라들의 경계심과 군비경쟁을 촉발함으로써 군비경쟁의 악순환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한국군이 들여오게 될 무기는 대부분 미국산 무기가 될 것이 뻔한데 이는 무기체계와 그 운용면에서 대미 군사적 종속을 더욱 심화시키게 될 것이다. 이상의 점들을 종합해 볼 때, 군사적 자주권 확보가 선행되지 않는 노 대통령의 '자주국방론'은 미국이 자신의 필요와 요구에 따른 신군사전략을 한반도에 관철하기 위하여 주한미군 재배치, 전력증강, 군사임무 전환을 추진하면서, 우리에게 국방비 증액과 미국산 무기도입을 요구하는 것에 대하여, 이를 모양새 있게(?) 수용하기 위하여 내놓은 포장술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노 대통령이 '자주국방론'이라는 허울좋은 언사로 국민을 기만할 것이 아니라 먼저 군사적 자주권 확보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이를 위해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비롯한 한미연합지휘체계의 폐기, 한미상호방위조약과 그 하위 협정의 개폐에 즉각 나설 것을 요구한다. 그리고 미국의 신군사전략 관철을 위한 '미래 한미동맹 정책구상' 회의에도 당당히 임하여 미국의 요구에 끌려 다닐 것이 아니라 우리 국민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도록 힘쓸 것을 강력히 촉구하는 바이다. 나아가 '미국의 신군사전략적 요구에 따른 군비증강→군사적 긴장 고조→평화위협'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대미 군사적 자주권 확보→긴장완화와 군비감축→평화실현'이라는 발상의 전환을 이룰 것을 촉구한다. 2003년 8월 16일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상임대표 : 문규현, 홍근수) |